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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8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13 22:21
조회
196
추천
2
글자
11쪽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DUMMY

시간을 흘러 은수가 이제 19살이 되는 해를 맞았다. 그녀의 모습은 과거 은수의 모습이 많이 녹아있었고 성격도 털털한 것이 모전여전이라 불릴만하였다.


어느 날 은수는 친구들과 미팅을 나갔다가 상대 남자아이로부터 뜻밖의 칭찬을 들었다.


“눈이 참 예쁘시네요. 이국적인 이미지가 은수님과 정말 잘 어울려요.”


“어머, 감사합니다. 그런 얘기 처음 들어요.”


은수가 수줍어하는데 다른 남자아이들에게서도 눈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자 어느새 은수가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은수야, 너 오늘 서클렌즈 꼈니?”


남자들의 시선이 모두 은수에게로 쏠리자 옆에 있던 친구도 은수의 눈을 보더니 질투 섞인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아니, 나 렌즈 안 끼는데.”


“거짓말하지 마. 눈동자 색이 달라졌잖아.”


“정말?”


친구의 얘길 들은 은수는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더니 정말로 눈동자가 마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듯 투명한 에메랄드빛이 감돌고 있었다.


직접 확인을 하고도 믿기 힘든 은수는 점 더 자세히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갑작스럽게 어지러움이 밀려와 거울을 떨어뜨리고 비틀거렸다.


“괜찮으세요?”


남자아이들이 일제히 은수의 옆으로 달려와 그녀를 붙잡아주자 여자 아이들은 질투 섞인 얼굴로 은수를 쳐다봤다


금방 정신을 추스른 은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떨어진 거울을 주워 다시 한번 자신의 눈동자를 살펴보았다.


이 빛깔··· 예전의 그 빛깔이 틀림없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른쪽뿐 아니라 양쪽 눈동자 모두가 같은 빛깔을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하··· 아하하··· 아~”


카페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고 한참을 웃어대는 은수를 친구들뿐 아니라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웃음을 뚝 그친 은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얘들아. 급한 볼일이 생각났어. 먼저 가야겠다.”


“어··· 그래. 빨리 가봐.”


은수의 친구는 인기도 좋은 데다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까지 보이는 은수가 제 발로 가준다고 하자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했다.


“미안해요. 급한 볼일이 있는 걸 깜빡했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상대로 나온 남자아이들에게도 사과를 마친 은수는 서둘러 카페를 나와 집을 향해 힘껏 뛰었다.


그녀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맺혔는데 그것이 기쁨의 눈물인지 안타까움의 눈물인지 그녀 자신도 판단을 하지 못했다. 아니, 판단할 정신조차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은수의 머릿속엔 온통 언니 서령과 월영 오라버니에 대한 그리움뿐이었고 그들을 너무나도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악 하악······.”


집 앞에 도착한 은수. 무작정 뛰어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잠시 진정시키려 대문 기둥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항상 봐오던 대문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마치 꿈이나 환상 속에서만 봐오던 것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 것 같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띵~동.


“은수니?”


초인종을 누르자 엄마의··· 서령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은수의 가슴이 새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네, 저 왔어요.


목메는 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대문이 열렸고 은수는 천천히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딸칵.


손에 프라이팬을 들고 팔짱을 낀 채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많이도 변해버린 모습이었다. 은재는 언제부터인지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길고 아름답게 윤이 나던 생머리는 단발이 되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네 이년!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갑자기 은수를 야단치는 은재. 은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쭈! 발뺌하실 모양인가 본데 그러기엔 넌 지나치게 허점이 많아.”


“왜 그러는데··· 요······”


“몰라서 물어? 네가 지금 메고 있는 그 가방! 엄마가 결혼 기념 선물로 받아서 아직 한번도 안 쓰고 아끼는 건데 네가 감히 몰래 훔쳐!”


“아······.”


은수는 그제야 서령 언니가 왜 이렇게 표독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분명 몇 시간 전에 자신이 안방에 몰래 들어가 훔쳐갖고 튀었던 일이 있었던 것이다.


“흐흐흣.”


“웃어? 너 어떻게 된 거 아니니? 지금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은수는 지금 상황에 너무 웃음이 나왔지만 억지로 삼키려 했고 그 모습을 보며 은재는 프라이팬까지 들고 위협하면서 잔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은수는 문득 은재를 가만히 보았다. 천천히 살펴보니 너무 많이, 정말 너무도 많이 변해있는 은재의 모습이었다.


윤기가 흐르던 긴 생머리도 사라졌고 매끄럽고 탱탱하던 피부도 어느덧 잔주름이 생긴 모습. 그리고 이젠 완전한 아줌마 복장과 말투까지.


주르륵~


언제 은수의 눈물샘이 터졌는지 또다시 굵은 눈물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다.


“어머, 얘. 너 우니? 왜 그래 너답지 않게. 아, 이건 그냥 위협이야. 설마 엄마가 프라이팬으로 널 때릴까 봐 그래?”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는 은수를 보자 오히려 당황하게 된 은재는 들고 있던 프라이팬을 얼른 뒤로 숨겼다.


“하하······.”


이번엔 갑자기 활짝 웃는 은수. 은재는 자신이 프라이팬까지 들었던 것이 지나쳤다는 죄책감이 들기까지 했다.




‘그래··· 이제는 언니가 아니라 엄마지······’




“엄마.”


“응?”


은수가 웃는 얼굴로 엄마를 불렀다.


“내가 나중에 이거보다 더 좋은 가방 열 개 사줄게. 미안··· 알았지?”


“어··· 그래.”


은수가 메고 있던 가방을 엄마의 어깨에 걸어 주었다.


“그렇다고 프라이팬까지 들어? 하나밖에 없는 딸 죽이려고 작정했던 거야?”


“뭐가 어쩌구 어째? 애초에 네가 엄마 백을 안 훔쳤으면 됐잖아?”


“엄마 꼭 이럴 땐 엄마 안 같아.”


“뭐어? 그럼 어떤데?”


“음··· 언니?”


“아주 맞먹으려고 작정했구나!”


“히히히··· 나 피곤해. 들어갈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는 은수.


“뭘 했는데 피곤해?”


“미팅~”


“진짜? 정말? 괜찮은 애들 좀 나왔어?


은재가 갑자기 화색이 돌아 종종걸음으로 은수를 따라 들어간다.


“당연히 내가 퀸이었지. 남자애들이 전분 나한테만 관심을 보이더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하나 건졌어?”


갑자기 신난 모녀.


“아니, 변변한 놈이 없네.”


“그래도 하나 잡아보지 그랬어. 너 외모 많이 따지니?”


“조금?”


“남자 얼굴 잘나 봐야 별거 없어. 여러 사람 겪어 봐야 진짜 남자를 잘 고르는 거다.”


“그럼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그야 뭐··· 잘생겼으니까.”


“참~나.”


모녀는 서로 바라보며 신나게 한바탕 웃다가 어느새 다른 주제로 넘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엄마이거나 언니이거나··· 어떤 관계이든 지금의 이 단란한 행복이 중요한 거니까.



* * *



10년 후.


의대로 진로를 정한 은수는 지금 서울에서 가장 큰 종합 병원의 전문의가 되었다.


그녀의 부모님. 그러니까 은재와 선우빈은 은수가 처음 의대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했을 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멋지게 합격해내자 처음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후로 물심양면으로 은수를 지원하였고, 그 덕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지금은 촉망받는 안과 전문의가 되었다.


선우빈은 꾸준히 연기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고 은재도 교사로 재직하여 세 사람은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중이었다. 가끔은 다른 집처럼 큰소리 내기도 하고 사소한 오해도 있긴 했지만 세 사람의 특유한 끈끈함 때문인지 지금까지 크게 문제가 생긴 일도 없었다.


우르르.


“아이참~ 급한데.”


화장 중이던 은재의 실수로 화장대 위의 물건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졌다.


평소 같으면 꼼꼼하게 정리 정돈했을 은재가 지금은 대충 올려놓고 화장을 마무리하기에만 정신이 팔린 모습이다.


12월 31일. 이날은 은재와 선우빈에게 있어서는 매우 특별할 수밖에 없는 날이기 때문에 각종 기념일 순위에서 항상 1순위 행사를 차지하는 날이었다.


더욱이 오늘은 3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은재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은재와 선우빈은 처음 사랑을 나눴던 그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제는 은수까지 세 사람이 된 가족은 매년 근사한 외식을 하고 모두 같이 새해를 맞는 행사를 해오고 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막 집을 나서려는 순간 전화가 걸려와 버튼을 누르자 남편의 얼굴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집인 거야?”


“지금 나가. 빨리 가면 늦진 않을 거야. 기다리고 있어요.”


“얼른 와요. 늦으면 우리가 먼저 다 먹어버릴 거니까!”


“그러면 배신이야~ 절대 용서 안 할 테니 각오해.”


팔을 한번 가볍게 튕기자 선우빈의 영상이 팔찌 형태의 전화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고 은재는 서둘러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씨~잉


가볍게 시동을 걸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은재. 호텔에 도착해 막 들어설 무렵 남편으로부터 요리가 나왔으니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받고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부리나케 뛰어야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 차있었다.


자리에 도착한 은재는 이미 세팅된 요리를 보았지만 당장은 급하게 오느라 숨이 차서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하악~하악~ 아이 숨차”


“사람 욕심하고는··· 설마 우리가 당신 것까지 다 먹어 치울까 봐 그래?”


“그래요, 나 빼놓고 먼저 먹을까 봐 그랬어요.”


자신을 놀리는 남편에게 새치름하게 대꾸하는 은재.


“얼른 숨 고르기부터 해요. 엄마 그러다 숨넘어가겠네.”


은수의 얘기를 듣고 물을 한잔 쭉 들이켜는 은재.


“휴~ 됐다. 잘 먹겠습니다.”


매년 그렇지만 12월 31일에 하는 외식이 가장 즐겁다. 호텔에서 하는 각종 이벤트에도 참여하고 공연도 즐기며 1년에 한번뿐인 이날을 마음껏 즐겼다.


선우빈은 아내와 딸을 번갈아가며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사랑하는 공주님들이라 그의 마음은 더없이 기쁘고 즐거웠다.


어느새 새해 초읽기에 들어갔다.


5․4․3․2․1


새해다!


모든 사람이 잔을 높이 들어 외쳤다. 이 순간만큼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라도 모두 한 가족이 된 듯 한마음이 되어 새로운 한 해를 서로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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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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