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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3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3 22:11
조회
174
추천
2
글자
12쪽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DUMMY

은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울 속의 은재라니, 그럼 영화 속에서처럼 현실세계 따로 거울 속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는 거란 말인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거울 속에서 은재의 소리가 또다시 들리자 은재는 혼란스러웠다. 마음까지 읽히고 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뭐야?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이 상황을!?”


‘너만 당황스러운 거 아니야. 나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일단 방으로 가자. 여기서 날 샐 수는 없잖아.


“거울 안 봐도 되는 거야?”


‘너랑 나는 한 몸속에 있는 거야. 어색하면 손거울 보면 되잖아.’


일리가 있는 소리였다. 욕실 안에 계속 있기는 은재도 불편했기에 거울 속에 은재의 뜻에 따라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 위에 앉은 은재. 막상 혼자 중얼거리려니 역시 어색한 것 같아서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아직··· 있니?”


‘있어.’


“있구나··· 어떻게 있는 건데?”


‘말했잖아. 너랑 나랑 한 몸인 것 같다고.’


“그러니까 어떻게 그런 건데, 너 귀신이야? 저승으로 가기 싫어서 나한테 붙은 거야?”


‘아주 소설을 써라. 태권도를 하지 말고 문학을 전공했어야지.’


“허걱! 너 도대체 몇 년을 내 몸 안에서 있었던 거니?”


‘네 몸 아니야. 내 몸이기도 하단 말이야. 이 바보야. 왜 이렇게 이해를 못하니.’


곰곰이 생각해보는 은재. 나도 은재고, 얘도 은재고, 내 몸이 얘 몸이기도 하다고···? 뭐가 어떻게 된 다는 건지. 그래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르겠어. 난 태어날 때부터 은재였어. 내 몸을 나 혼자 썼다고. 그런데 어떻게 네가 은재가 될 수 있어?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해봐.”


‘나 역시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고 납득이 안가. 나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은재로 살아왔어. 그런데 자고 일어나 보니 내 몸을 네가 쓰고 있는 거야. 그리고 너도 나처럼 은재라고 말하고 있어.’


혼란스러움이 점점 분노로 진행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납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너도 은재고 나도 은재라고 치자. 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모르고 살 수 있지? 말이 되니? 어느 날 갑자기 영혼이 둘로 나뉜 것도 아니고······”


‘모르겠다고. 하지만 분명히 뭔가 있어. 어제 분명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게 분명한데 생각이 나질 않아. 내가 건망증이 심해서······.’


은재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하며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건망증이라고?”


‘응, 어쩔 때는 바로 전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까먹을 때가 있어.’


“나도 그런데······.”


‘너도 그렇다고? 너도 잘 깜빡한단 말이야?’


“응··· 심해···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때는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씩 생각나곤 해.”


‘오늘이 무슨 요일이니?’


“12시가 넘었으니까 일요일이잖아.”


‘토요일··· 맞다. 성은이랑 오빠랑 소개팅해주기로 한 날인데!’


“소개팅은 내가 해줬는데.”


‘뭐? 네가?’


“응, 둘이 잘돼서 사귀기로 했나 봐.”


‘뭣이라? 만난 지 하루 만에? 성은이 이것이 아주 작정을 하고 꼬셨구나!’


“오빠도 마찬가지야.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 속으론 내숭 떨고 있었던 거야.”


거울을 바라보는 은재도 거울 속의 은재도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했다.


“푸풉~”


‘케헤헤헤~’


두 은재는 서로를 보며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친구와 오빠를 흉보고 있다는 점이 두 사람을 웃게 한 것이다.


‘너 혹시 2주 전 재광 선배하고 약속 깬 거 기억해?’


“아, 내가 깜빡하고 약속시간에 늦은 거? 기억하지.”


‘그럼, 그 약속 잡았던 날은 기억해?’


“그걸 기억했으면 내가 늦었겠니.”


‘그렇구나, 그럼 이제 네가 나한테 질문해봐.’


은재도 거울 속의 은재가 어떤 의도가 있는 건지 대충 눈치챘다.


“3일 전에 내가 다이어리를 깜빡했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음··· 그날 성은이랑 떡볶이 먹고 집에 와서 오빠한테 소개팅 말하고··· 음, 또 뭐 특별한게 있었나?’


“대충 기억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빼먹는구나.”


‘제일 중요한 거? 뭐였는데.’


“그날 나 애들한테 강간당했단 말이야~”


‘그런 일이 또 있었어? 어떤 년들이야. 내가 콱~’


“아서, 또 당할라.”


두 은재는 또다시 잠시 동안 침묵했다 어떤 한 가지 결론을 찾아낸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너랑 내가 번갈아 가면서 생활했었다는 소리네.”


‘오~ 머리 좋은데.’


“건망증이 심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


‘하지만 어째서 우리가 둘로 나뉜 걸까.’


“내 생각엔··· 우린 태어날 때부터 둘이었던게 아닐까?”


‘그럼, 몸 하나에 두 사람의 영혼이 생겼다는 거야?’


“그렇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잖아.”


‘그럼 그동안 서로를 모르다가 왜 갑자기 의식하게 된 걸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곰곰이 생각해보는 은재.


“맞다. 거울, 낮에 거울을 봤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오싹했어.”


‘그럼 욕실 거울이 요술 거울이란 거니?’


“··· 아닌가. 그럼 말고, 그런데 왜 나만 생각해? 넌 생각 안 하니?”


‘어제는 네가 몸 썼잖아. 난 어제 일이 제대로 기억 안 난단 말이야.’


“알았어. 내가 생각하면 되잖아.”


박력 있는 반격에 약간 겁먹은 은재.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오늘 어떤 할머니 짐을 들어주고··· 맞다. 내 눈이 예쁘다고 하셨어.”


‘내 눈이 좀 초롱초롱 하긴 해.’


“그건 맞지만 그건 아니고. 눈동자 색이 틀렸어.”


‘눈동자 색이?’


손거울을 눈에 가까이 대고 다시 한번 자세히 살피는 은재.


“잘 봐봐. 왼쪽 눈은 약간 노을빛이고 오른쪽 눈은 에메랄드빛이잖아.”


‘어머, 진짜 그렇네.’


거울 속의 은재도 몰랐던 사실인 듯 놀라고 있었다.


“오늘 처음 눈동자 색이 다르다는 걸 알았고 너를 알게 됐으니까 아무래도 이 눈에 무슨 비밀이 있지 않을까?”


‘일리가 있긴 한데··· 그 비밀을 어떻게 알아내지?’


“넌 성질만 있지 머리는 나쁘구나.”


‘뭣이여? 야 내가 지난번 시험 때도······.’


무슨 말을 하려다 갑자기 말이 짧아지는 거울 속의 은재.


“야! 너 지난번 시험 때 무슨 과목 봤어? 문학, 윤리, 국사 네가 봤지!”


‘내가 그래도··· 윤리는 70점 나왔다고.’


“이씨~ 문학 50점, 국사 35점, 네가 할 말이 있냐? 내가 제일 자신 있는게 그 세 과목인데 그걸 네가 왜 봐!”


‘운동선수가 운동만 잘하면 됐지······.’


급 소심해진 거울 속의 은재.


“요즘은 운동선수도 똑똑해야 된 다는 거 몰라? 나중에 스타 돼서 예능 같은데 나가면 성적표 공개될지도 모른단 말이야.”


‘··· 내가 참 기가 막혀서.’


“어쨌든 너 앞으로 시험 볼 땐 나오지 마.”


‘좋네~ 시험공부도 너 혼자 다 해라.’


“아니, 잠깐만. 그건 아닌 것 같애. 그냥 반반씩 하자.”


‘아무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비밀을 어떻게 알아낼 건데?’


“엄마나 아빠한테 물어보면 되지.”


‘겨우 그거야? 난 또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있는 줄 알았네.’


“그거만큼 확실한 방법이 어디 있어?”


‘그렇기는 해.’


긍정이 참 빠른 두 은재. 오래 얘기했더니 피곤한지 하품이 나왔다.


“세시 반이야. 일단 잠 좀 자자.”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쓰는 은재.


“내일 되면 우리 중에 누가 몸을 쓰게 될까?”


‘특별한 규칙이나 패턴은 없는 것 같지 않아?’


“응, 그런 것 같아.”


드러누우니 잠이 확 쏟아지는 은재. 마치 잔잔한 바다에 갑자기 성난 파도가 확 일어나는 것처럼 순식간에 눈꺼풀이 눈동자를 집어삼켜 버렸다.



* * *



다음날 오전.


“음··· 헉~”


잠에서 깨난 은재는 제일 먼저 손발을 까딱까딱 움직여 보았다. 어제의 은재 그대로였다.

꿈을 꾼 건가. 불과 몇 시간 전에 겪은 일이 마치 꿈같이 느껴지는 은재. 거울을 들어 다시 얼굴을 바라보았다.


“야, 너 거기 있어?”


아무런 대답도 없다.


“휴~ 꿈이었나. 너무 생생하긴 하지만··· 다행이다.”


‘으~응··· 벌써 일어났어?’


“에구메··· 꿈이 아니었구나.”


한숨을 쉬는 은재.


‘웬 한숨이야? 밥이나 먹어 배고파.’


“밥이 문제니, 엄마부터 보자.”


침대에서 일어난 은재는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갔다.


“엄마~”


달칵.


엄마를 외치며 안방으로 들어간 은재. 엄마는 한가하게 누워 전국 노래자랑을 시청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엄마아~ 왜 대답을 안 해~”


엄마의 옆으로 앉은 은재.


“왜~ 무슨 일인데?”


엄마는 한참 재밌을 때 방해하는 딸이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면서 일어나 앉았다.


“엄마, 나 가졌을 때 태몽이 뭐였어?”


“태몽? 글쎄, 뭐였더라··· 근데 그건 갑자기 왜?”


“그냥 궁금해서. 빨리 생각해봐.”


은재의 엄마 민영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아, 맞다. 내가 꽃밭을 걷고 있는데 노란 나비가 꽃에 앉아서 꿀을 먹고 있다가 나한테 날아와서 내 가슴에 살며시 앉았어.”


“노란 나비? 한 마리? 혹시 나비 두 마리 아니었어? 색은 좀 푸른빛이 나는.”


“두 마리? 글쎄, 듣고 보니 두 마리 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니?”


“엄마,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야 돼.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 돼.”


“뭔데 그래.”


“엄마. 내 눈 좀 자세히 봐봐.”


민영은 딸 은재가 이끄는 대로 딸아이의 눈동자를 가만히 보았다.


“어때, 색이 좀 다르지.”


“어머, 정말이네, 언제부터 이랬니? 아프진 않니?”


“아프진 않은데 좀 황당한 일이 생겼어.”


“무슨 일인데, 엄마한테 얘기해봐.”


은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솔직하게 그대로 얘기해야 하나. 아니면 적당히 둘러대야 하나. 고민 끝에 결심이 선 은재가 드디어 얘기를 꺼냈다.


“엄마, 내가 꿈을 꿨는데···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나한테 말을 걸더라.”


“야~ 무서워.”


“끝까지 들어봐. 그런데 내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은재래. 그래서 내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아니래. 태어날 때부터 자기가 은재였다는 거야~”


“그, 그래서?”


“그래서 그냥 꿈이겠거니 했는데··· 지금도 내가 말 걸면 그 애가 대답한다.”


민영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은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도 이런 장난을 칠 아이도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민영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혹시······


“지금도 그 애가 있니?”


“응, 귀신은 아닌 것 같애. 얘기해 보니까 내가 기억 못 하는 날은 얘가 나로 지낸 거 있지. 그래서 내가 건망증이 심했던 거야.”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왜? 엄마 짐작 가는 거 있어?”


민영은 잠시 은재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은재야··· 실은 엄마가 너 처음 가졌을 때··· 쌍둥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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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8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90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8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5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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