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2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5 17:28
조회
171
추천
2
글자
12쪽

2. 쌍둥이 자매_02

DUMMY

4교시가 끝나고 태권도부로 향한 은수.


“은재 왔어?”


‘응.’


“왜 너가 대답해?”


‘아, 무심결에.’


태권도부 친구이자 주장인 영석이의 인사에 은재가 무심코 대답하자 은수가 작은 목소리로 타박했다.


“아직 안 나온 애들은 뭐야. 이것들이 집합시간에 늦어?”


은수는 체육관을 한번 둘러보더니 1․2학년 후배들이 많이 보이지 않자 화가 난 것 같았다.


“와우~ 오늘 은재 무서운 날이네. 난 빠져야겠다.”


영석인 자리를 피했다. 10분이 지나자 1․2학년 후배들이 모두 체육관으로 모였다.


“늦게 온 놈들 전부 집합!”


은수가 체육관이 울리도록 큰 소리로 외치자 은수보다 늦은 후배들이 은수 앞으로 집합했다.


“너희들 내가 요즘 너무 잘해줬지.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이게 벌써 몇 번째야. 너희들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 양팔 간격으로 벌린다. 실시!”


실시!


은재의 지시에 100여 명의 후배들은 일제히 양팔 간격으로 정렬했다.


“팔 벌려 뛰기 100회 실시!”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체육관은 기합을 받는 후배들의 목소리로 쩌렁쩌렁 울린다.


‘야, 왜 애들은 잡고 그래.’


마 음약한 은재는 은수 때문에 기합 받는 후배들이 안쓰러워 보였다.


“무슨 소리야.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게 기강이야. 집합시간에 늦는게 말이 돼? 우리 땐 이런 일 없었어.”


‘그래도······’


은수는 팔 벌려 뛰기 외에도 쪼그려 뛰기, 팔 굽혀 펴기 등의 기합을 더 준 다음에 후배들을 풀어 주었다.


“영석아, 코치님 어디 갔어?”


은수가 영석이에게 물어보았다.


“코치님? 글쎄, 못 봤는데.”


“넌 주장이라는 애가 코치님 행방도 모르니?”


“그래서 너보고 주장하랬잖아. 지금이라도 네가 맡을래?”


“말이나 못 하면··· 선발전 얼마 안 남았잖아. 올해는 너도 나갈 텐데 정신 안 차릴래?”


“나야 나가봐야 우승할 자신 없어. 서은재, 우리의 기대주는 너야. 파이팅!”


“으이그··· 패기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애들 연습시키고 있어. 코치님은 내가 찾아올 테니까.”


“옛썰~”


은수는 체육부실과 교직원 휴게실을 찾아봤지만 코치님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선발전이 코앞인데 애들 봐줄 생각은 안 하고.”


그때 은수의 머리에 어떤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뭐였지? 코치님 같았는데.”


스쳐 지나간 영상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은수. 그러자 조금 전 스쳐갔던 영상이 이번엔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그 영상 속에는 자신이 찾는 코치님이 수영부의 강예원코치와 다정하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었다.


“뭐지? 왜 이런게 보이는 거야.”


‘뭔데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고는 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은수는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은수의 영상 속에 나타난 곳은 수영부 코치실이었다. 은수는 수영부 코치실 앞에 서서 노크했다.


똑똑똑······.


“누구세요?”


안에서 강예원 수영부 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권도부 부주장 서은재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요.”


문을 열고 들어간 은수. 강예원 코치는 미소로 은수를 맞이했으나, 태권도부 안수철 코치는 은수의 눈을 피하였다.


“코치님!”


안 코치는 은수의 부름에 아무 대답도 못하였다.


“안 코치님. 부주장님이 부르는데 쳐다는 보셔야죠.”


강예원 코치가 부드럽게 말하자 그때서야 은수를 쳐다보는 안 코치.


“어··· 왔어? 여긴 어떻게 알고······.”


“코치님, 전국체전 선발전이 코앞인데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가려고 했어. 금방 갈게.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 오셔야 돼요.”


“알았다니까~ 금방 갈게.”


은수는 하는 수 없이 먼저 태권도 부로 발길을 돌렸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저도 우리 애들 봐주러 가야겠네요. 커피 잘 마셨어요. 안 코치님.”


“아닙니다. 저야 말로 강 코치님의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수영부 코치실을 나온 안 코치.


“아~ 그 자식 참. 잘 돼가고 있었는데,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운동장을 가로질러 태권도부 체육관으로 향하는 은수.


‘야, 그런데 코치님 있는 곳은 어떻게 안 거야?’


은재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나 정말 신기 있나 봐. 그게··· 코치님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까 머릿속에서 코치님 영상이 비추더라니까.”


‘헐······’



* * *



며칠 후.


은재는 같은 반은 물론 다른 반. 그리고 후배 여학생들에게까지 엄청난 인기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었다. 은재가 이토록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바로 며칠 전 발견한 은수의 신통력(?) 때문이었다. 우연히 반 친구의 미래를 점 춰 줬더니 그게 딱 들어맞았고 삽시간에 학교 전체로 소문이 쫙 깔리게 된 거였다.


은재에게 점을 보러 온 아이들은 대부분이 좋아하는 남자와 이루어질 수 있을지, 또는 어떻게 하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과 끝까지 잘 사귈 수 있을지 하는 것들이었다. 간혹 남자 친구의 바람을 확인하러 오는 경우도 있었고.


은재와 은수도 처음엔 자신의 능력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보답으로 가져오는 과자나 음료수, 빵 같은 간식도 탐이 나서 즐겁게 점을 쳐주었지만 학교 정문에 들어설 때부터 수업시간을 제외한 쉬는 시간에 자유가 없어진 은재는 점점 지쳐갔고 조금 더 지나자 짜증까지 생기게 되어 표정관리가 제대로 안 될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학교 여선생님들까지 수업 중이나 태권도 연습 중에 은재를 따로 불러 점을 보는 지경에 까지 이르자 은재와 은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그것은 바로 예약 사연제였다. 은재에게 점을 보고 싶은 학우들은 쪽지나 편지를 통해 간략하게 점을 보는 이유와 사연을 적어 보내야 하고 채택된 사람 하루에 2명만 점을 봐주고 다른 점은 일제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에휴~ 그놈에 신통력은 왜 생겨가지고 사람들이 이렇게 귀찮게 하느냔 말이지.”


은재가 태권도부로 향하면서 투덜투덜거렸다.


‘야, 먹을 복 터졌다고 처음에 나보다 더 신났던 건 너였어.’


“언니한테 꼬박꼬박 말대꾸나 하는 거 봐라.”


‘웃기지도 않아 정말. 솔직히 누가 언니인지 어떻게 알아!’


티격태격하는 사이 태권도부에 도착한 은재. 곧바로 탈의실로 가서 도복으로 갈아입고 체육관으로 나왔다.


지난번 기합의 영향인지 은재가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내자 후배들이 일제히 정렬해서 은재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음, 역시 한국 사람은 가끔씩 긴장감을 줄 필요가 있다니까.’


은재는 은수의 방법이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효과는 인정을 한 모양이다.


“코치님. 안녕하십니까?”


웬일로 안 코치가 제시간에 왔다.


“어~ 기특한 것들 기합소리가 우렁찬게 올해는 우리 태권도 부에서 뭔가 일을 내겠구나. 자, 연습들 시작해.”


안 코치의 지시가 떨어지자 태권도 부원들은 주장 영석이를 중심으로 일제히 몸풀기 운동에 들어갔다.


“어이, 서은재. 넌 나 좀 보자.”


“저요? 왜요?”


“잔말 말고 따라와 인마.”


안 코치는 은재를 코치실로 데려와 앉혀놓고 직접 둥굴레차를 만들어 은재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매우 수상쩍음을 느낀 은재. 갑자기 이렇게 친절해진 이유가 뭘까 머리를 굴려 보지만 능글맞게 웃고 있는 안 코치를 보고 있으니 속이 울렁거려서 생각이 전혀 되질 않았다.


“뭐예요. 코치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건데요?”


“아, 뭐··· 다른게 아니라 요즘 학교에 우리 은재 소문이 참 많이 났더구나.”


‘웩~ 우리 은재래.’


은재는 자신의 뱃속에서 웩~ 하는 은수를 나무라고 싶었지만 참아냈다. 솔직히 은재도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점 봐드려요. 코치님?”


갑자기 더욱 환해지는 안 코치의 얼굴.


“아니 뭐, 내가 딱히 그런 걸 믿는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사람이라는게 세상을 살면

서······.”


“코치님 강예원 코치님 좋아하세요?”


“허흠, 꼭··· 좋아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좀 있는데 그냥 참고 삼아 한번 점을 보는 것도 좋겠구나··· 뭐 그런 의미랄까?”


“코치님.”


“어, 왜?”


“내일모레가 지역예선인 건 아시죠?”


“알지~ 내가 그걸 왜 모르겠니. 저기 은재야, 그냥 한번만 봐주면 안 될까? 요즘 내가 신경이 쓰여서 도통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안 코치의 태도가 갑자기 은재에게 애원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좋아요. 그 대신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래, 알았다.”


“제, 손잡으세요.”


은재는 팔씨름하는 자세로 안 코치의 오른손을 잡고 왼손으로 안 코치의 손등을 감쌌다.


“이제부터 제 눈 똑바로 보세요. 고개 돌리지 말고요.”


“알았어.”


은재는 안 코치와 눈을 마주치고 잠시 응시하다가 눈을 감고 안 코치의 손을 잡은 자신의 두 손에 이마를 갖다 대었다. 그리고 잠신 후.


“이제 됐어요.”


두 사람은 손을 풀고 각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았다. 안 코치는 초조한 눈빛으로 은재를 바라보았고 은재는 팔짱을 낀 채 조금 심각한 듯 오묘한 표정으로 안 코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나왔니?”


긴장감이 배어있는 안 코치의 목소리.


“강예원 코치님. 참··· 불쌍하시네요.”


“어? 왜? 뜸 들이지 말고 자세히 얘기해줘라 야.”


“코치님 같은 사람이 뭐가 좋다고······.”


더 이상 말을 안 하고 차를 한 모금 마시는 은재. 구수한 향이 은재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는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잘 되는구나. 결혼까지 하니?”


은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쓰! 좋았어. 그거거든!”


산적같이 생긴 얼굴로 어린애들처럼 좋아 죽겠다며 오두방정 떠는 안 코치. 고릴라 같은 외모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반응에 은재는 처음으로 안 코치가 약간 귀엽다고 생각되었다.


“이제 그만 체육관으로 가볼게요.”


“같이 가자. 오늘은 내가 은재 일대일 특별 지도해줄게. 뭐 안 그래도 우리 은재가 우승할 테지만.”


“어떻게 알아요?”


“우리지역. 아니 우리나라에도 지금 플라이급 중에 은재만한 실력을 가진 선수는 없어. 넌 내년에 올림픽 나가서도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애야. 전국체전은 그냥 올림픽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


“진짜죠? 저 그럼 코치님만 믿어요.”


“그럼 그럼, 아무 걱정하지 마. 그보다 은재야. 우리··· 애는 몇이나 낳니?”


“에혀··· 원래 이거까진 안 가르쳐 드리려고 했는데.”


기분도 좋겠다 은재는 손가락 세 개를 폈다가 접었다.


“셋? 진짜로? 으하하하. 아이구 귀여운 녀석.”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안 코치는 무심결에 은재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코치니~임!”


은재가 눈에 쌍심지를 켜자 그때서야 자신이 오바한 걸 알고 떨어지는 안 코치. 하지만 체육관의 모든 부원들의 시선이 이미 안 코치와 은재로 쏠려있었다.


“뭘봐. 이것들아. 연습해~ 연습!”


체육관은 다시 기합소리로 가득 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녀의 눈동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3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6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7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5 2 10쪽
»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4 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