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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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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0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8 12:16
조회
139
추천
3
글자
10쪽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DUMMY

서서히 눈을 뜨는 미령. 그전처럼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안정을 취했다.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자 서서히 인식되는 주변 풍경에 미령··· 아니, 은수는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다. 이게 무슨 장난 같은 운명이란 말인가? 아직도 가슴 속에 가족 같은 홍연이와 집안 사람들. 불타오르는 저택의 광경이 눈에 선한데···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불 꺼진 컴컴한 병실의 침대 위였던 것이다.


은수는 천천히 자신의 뺨을 만져 보았다. 환상이나 꿈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조금 전까지의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분명 꿈은 아니었다. 꿈이라면 이토록 생생한 고통이 가슴으로 전해질 리가 없다. 미령으로 살았던 날들 역시 직접 보고 듣고 겪은 또 다른 현실이었음을 도저히 의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자신은 누구인지··· 다시 태어난 미령인가. 아니면 그냥 은수일 뿐인 것인가.


아, 그렇지. 은재가 있었지.


“은재야, 서은재. 자니? 얼른 일어나 봐.


은수는 은재라면 혹시 뭔가 알고 있거나 혹은 자신과 비슷한 꿈이라도 꾸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얘기를 해 보고 싶어 배를 통통치며 은재를 불렀다.


‘···우웅··· 뭐야.’


“일어났어? 정신좀 차려봐. 할 얘기가 있어.”


‘은수니? 무슨 일인데 자는 사람 깨우고 그래.’


“너 말이야··· 우리가 쓰러진 후로 기억나?”


‘쓰러진 후로? 아! 맞다. 우리 얼마나 쓰러져 있던 거야?’


“몰라. 나도 방금 깨어났어. 그것보다 은재야, 너 혹시 미령이나 서령이란 이름 알아?”


‘미령하고 서령? 모르겠는데.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은 드는 이름인걸. 소설 주인공이야?’


“친숙한 느낌은 든다고?”


‘응···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랄까?’


“너 혹시 꿈 같은 거 꾸지 않았어?”


‘꿈?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깊게 자는 편이라 꿈을 잔 안 꾸잖아.’


“에휴~ 잘났다 이 밥통아.”


‘뭐야~ 왜 그러는 건데.’


잠시 생각을 하던 은수는 혼자 끙끙대기보다는 은재의 의견이라도 들어보는게 좋을 것 같아 자신이 겪은 일을 얘기해 보기로 했다.


“전에 내가 꿈에서 선우빈 오빠 봤었다고 했잖아. 사실 그때도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완전 겪어 버렸어.”


은수는 자신이 눈을 떠 홍연이를 본 순간부터 겪은 일을 그대로 얘기해 주었고 마지막에 가서는 지난날의 슬픔이 다시 감정을 자극해 또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려버렸다.


‘헐···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리얼리틱 하다.’


“꿈이 아니라니까. 실제로 겪은 일이라구.”


뺨을 훔치며 흐느끼는 소리로 말하는 은수.


‘그럼, 혹시 전생 그런게 아닐까?’


“전생?”


‘그래 전생~ 네가 전생에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자꾸 그런 꿈을 꾸는 거지. 그리고 못다한 사랑을 이번에 이루려고 하는게 아닐까?’


“못다한 사랑? 그건 아닌데······”


‘뭐? 아니야?’


“아니지, 난 우 총사님. 그러니까 여기선 선우빈 오빠지. 여튼 그 분하고 남은 여생을 같이 했거든.”


‘진짜? 헐··· 부럽다. 그럼 그 사랑이 너무 애틋해서 다시 이뤄지려고 하는게 아닐까? 정말 사랑하는 사이면 다음 생에까지 인연이 될 수 있는 거잖아.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랑이··· 애틋해서··· 라구?”


은수의 눈 속에는 아직도 서령과 월영의 마지막이 눈에 선하게 보이고 있었다. 애틋함과 안타까움이라면 자신 따위보다 언니인 서령이 훨씬 컷을 것이다. 그런데 하늘이 자신을 위해 이번 생에 다시 월영을 만나게 해준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해답을 찾을 길이 없는 만큼 은수는 날이 밝는 대로 선우빈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 * *



다음날.


엄마 아빠의 말로는 자신이 3일이나 잠들어 있었다고 했다. 물론 태권도 경기 일정도 모두 지나가 버렸다.


은수는 다소 실망감이 있었지만 그 보다도 지금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해답을 찾는 것이 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퇴원을 한 은수는 곧장 영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영석이니?」


「은재야? 너 깨어났구나. 이제 괜찮은 거야?」


영석이는 무척 반갑다는 듯 다소 들뜬 목소리였다.


「응, 깨어나 보니 3일이나 지났더라. 시합은 어떻게 됐니. 본선에 나가는 거야?」


「나뿐이 아니야. 모두들 네 몫까지 열심히 했어. 우리 지역 전 체급을 모두 석권했다고.」


「우와~ 정말? 굉장하구나.」


「응, 그보다 넌··· 괜찮은 거야? 사실 네가 제일 열심히······.」


「난 괜찮아. 내년이 있는데 뭐.」


「은재야······.」


「그보다 영석아.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무슨 부탁인데?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거면 얼마든지 말해봐.」


「저기··· 있잖아. 선우빈 오빠랑 얘기가 하고 싶은데 될까?」


「아, 맞다. 형도 너 깨어나면 보자고 했었는데.」


「정말?」


「응, 너 쓰러졌을 때 형도 많이 놀랐었거든. 기다려봐 연락처 가르쳐 줄게.」


전화를 끊고 곧 영석이에게서 선우빈의 번호가 찍힌 메시지가 도착하였다. 은수는 호흡을 가다듬고 긴장된 마음으로 선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수··· 아니, 미령의 가슴에 잔잔한 연못에 조약돌이 떨어진 것 같은 파동이 울려 퍼져나갔다. 오랜만에··· 아니, 바로 몇 시간 전에 자신을 끌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던 그의 목소리와 너무도 같았던 것이다.


「여보··· 세요. 저 서은재라고 하는데요.」


「아, 은재 씨. 기다렸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그런데 저를 기다리셨다고······.」


「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요금 은재 씨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됐거든요.」


「제··· 생각을요?」


「네··· 저, 전화보다는 만나고 싶은데 오늘 시간 있으세요?」


「예, 있어요 시간.」


「그럼 오늘 저희 사무실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요. 제가 갈게요. 그럼······.」


전화를 끊고도 요상 야릇한 기분이 드는 은수. 조금 전 선우빈과의 통화에서 마치 평상을 살았던 월영과 다시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애써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은수.


‘꺄~ 우리 빈 오빠 다시 보는 거야? 어떻게 나 너무 좋아~’


추억과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도중에 갑자기 깨방정을 떠는 은재가 끼어들자 은수의 감정이 싹 달아나 버렸다.


‘뭐 입고 가지? 입을 만한게 있나? 여성스럽게 하얀 원피스 입을까?’


“야, 무슨 선보러 가니! 그냥 대충 하고 가면 되지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두 시간 후.


곱게 빗은 긴 생머리. 순백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나온 은수. 거기에 결점은 가리고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화장. 입술은 생기 있어 보이도록. 눈은 커 보이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그리고 볼은 약간의 색조를 넣어 수줍은 여고생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냈다.


“이만하면 나름 괜찮지 않아?”


‘좋아, 해볼 만 해. 어서 가자!’


“뭘 해볼 만하다는 건데······.”



* * *



선우빈의 소속사로 은수가 찾아오자 직원이 선우빈이 기다리는 방으로 안내해 주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앉아 있는 그의 뒷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은수가 들어오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리는 선우빈을 보자 은수의 가슴이 움찔했다. 또다시 우월영을 보는 듯 한 착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형, 우리 둘만 있고 싶어.”


은수를 데리고 온 직원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가 주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은수와 선우빈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고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눈빛만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저···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난번 제 사인회에서 마주친 후로 제가 계속 신기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꿈 이야기가 나오자 은수는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침착하게 가다듬었다.


“어떤··· 꿈이었나요?”


“그게 좀 황당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무사였는데 제가 모시던 어른의 따님의 모습이 은재씨와 너무 닮았었어요.”


참으려고 애썼지만 은수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쿵쾅쿵쾅거렸다. 당장에라도 선우빈의 품에 뛰어들어 원 없이 울고 싶었지만 온몸이 떨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선우빈은 그런 은수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도 몹시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혹시 서령과 미령이란 이름을 알고 있나요?”


“흐으윽~”


은수··· 미령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아니, 처음부터 꿈이나 환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토록 생생한 기억. 그렇게 아픈 가슴의 통증은 현실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정말로 현실이 되니 은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제가··· 미령입니다··· 총사님.”


선우빈··· 이제는 우월영의 눈에도 기어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두 사람은 힘껏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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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3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6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7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5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1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3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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