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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4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11 16:56
조회
186
추천
2
글자
10쪽

5. 비밀_03

DUMMY

은재가 의외로 망설이자 선우빈 역시 초조해져 오는 기색이 나타났다.


받아라! 받아라!


쭈욱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외치기 시작하자 곧 모든 사람들이 따라 외치기 시작하자 선우빈의 표정은 난처한 듯 어색해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던 은재는 싱긋 웃음이 나왔다.


그래··· 처음부터 동생을 위한 삶이 아니었나. 귀여운 동생이 행복할 수 있고, 그것을 자신이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자신의 행복이 아니던가?


은재가 드디어 손을 내밀어 꽃다발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주었고 두 사람은 깊은 포옹을 한 후 사람들의 환호에 감사인사를 하였다.



* * *


며칠 후면 새해가 된다. 선우빈의 고백을 받고도 은재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은수가 도통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눈동자의 상태는 그때와 변함이 없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져 어떨 때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살짝 흐르기도 했다.


“은수야··· 어떻게 된 거야. 언제 일어날 거니.”


‘웅··· 나? 지금 일어났는데.’


은재의 혼잣말에 갑자기 대답하는 은수. 은재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상태가 되어 잠시 멍해져 버렸다.


‘자는 사람 불러 놓고 왜 아무 말이 없어?’


“자는 사람? 야! 너는 잠을 일주일씩 몰아서 지니?”


‘일주일?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잤어?’


“그래, 이 잠탱이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랬구나··· 미안.’


은수의 대답이 왠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전혀 힘이 없었던 것이다.


“너 왜 그래··· 어디 아프니?”


‘언니가 팔팔한데 내가 아플 리가 없잖아.’


“장난하지 말고. 너 목소리 힘이 하나도 없잖아.”


‘그러게 나도 모르겠네. 갑자기··· 하악.’


갑자기 은수가 숨이 막힐 듯 한 소리를 내자 깜짝 놀라는 은재.


“왜 그래, 숨 막히니? 내가 숨을 크게 쉴까? 후~읍!”


‘··· 히히, 바보야,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야, 왜 그러는 건데.”


‘나도 모르겠어. 자꾸만 잠이 와.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아.’


“자지 마. 너 또 얼마나 있다가 깨어나려고 하는 거야. 너 눈동자도······”


은재는 차마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은수가 알면 그녀에게도 자신의 불안이 전달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눈동자가··· 어떻게 됐는데? 괜찮으니까 말해줘.’


“··· 흐려졌어. 네 눈동자 색이 거의 다 흐려져 있다고.”


‘그랬구나······.’


“제발 그렇게 다 죽어가는 환자처럼 말하지 마. 불안하단 말이야.”


‘미안, 그런데 힘이 없어. 어쩌면··· 예정된 운명인건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뭐가 예정됐다는 건데?”


‘난 지난 생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두고 떠났어. 그래서··· 살아있는 내내 미안했어··· 그런데도 난 총사님이 옆에 있어서 내심 행복했어···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린 다시 만났지··· 이번엔 내가 빚을 갚을 차례인 거야. 내가 받았던 행복의··· 원래 주인에게로······’


“그게 무슨 소리야. 며칠 전에 선우빈 오빠가 너에게 멋진 고백까지 했단 말이야. 이제 와서 네가 없으면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정말? 잘됐다··· 정말 잘됐어··· 언니······’


“그래, 그러니까 기운 차려.”


‘언니··· 우리 언니··· 더 이상 연극하지 않아도 돼······’


“어··· 어떻게···?”


‘바보 같은 언니야··· 내가 어떻게 언니를 몰라 볼 수 있겠어. 언니의 버릇, 취향, 성품··· 정말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은재··· 이젠 서령이 된 그녀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의 왈칵 쏟아졌다. 어찌 보면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이 어리석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젠··· 언니 차례야.’


“바보 같은 말 하지 말거라. 내가 어찌 너 없이 혼자 잘 살 수 있겠느냐······”


은재의 목소리는 이미 앞날을 예견한 듯 울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하늘의 뜻인 걸··· 하지만 난 지금 너무 행복해··· 언니에게 진 큰 빚을 갚는 것 같아서······’


서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감정이 격해져 도저히 목구멍이 열리지 알았던 것이다.


‘언니··· 언니와 다시 만나게 해준 하늘에 감사해··· 비록 끝까지 함께 할 수는 없어도··· 항상··· 나와 함께 있다고 생각해줘.’


“그래··· 그럴게··· 이 언니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졸려··· 더 이상 못 참겠어. 언니··· 행복해······’


“은수야··· 미령아?”


더 이상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은재··· 서령은 아랫배를 잡고 서글프게 울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서글픔이 더해갔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대로 동생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수백 년 만에 만난 동생을 이렇게 금방 떠나보낼 자신이 그녀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은재··· 이제는 서령인 그녀는 옷가지도 제대로 추스르지 않은 채 전화기를 들고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훔쳐낼 정신도 없이 무작정 달렸다. 그가 있는 곳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한편 갑작스러운 그녀의 전화에 선우빈은 기분이 좋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흙빛으로 변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가씨는 무언가 계속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숨소리와 울먹이는 소리가 뒤섞여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전화를 끊지 않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가 은재가 달려오고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도로 한가운데서 만난 두 사람. 선우빈은 급히 차에서 내려 쓰러지기 직전의 은재를 두 팔로 부축했지만 선우빈을 만나자 힘이 갑자기 풀려버린 은재가 그만 털썩 주저앉는 바람에 둘이 동시에 길에 무릎을 꿇는 꼴이 되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어디가 편찮으신 겁니까?”


선우빈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어보았지만 은재는 거친 숨을 고르면서도 터져 나오는 눈물과 울먹임을 진정시키지 못해 대답을 하지 못하였고 선우빈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가 진장 할 때까지 지켜봐야 했다.


“흐윽··· 흑··· 흑··· 오라버니··· 미령이가··· 미령이를 살려 주십시오.”


선우빈, 우월영은 느닷없는 소리에 어찌할 줄 몰랐다. 미령 아가씨를 살려달라니, 숨이 차올라 울먹이며 하는 말이었지만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미령을 살려 달라··· 이렇게 말이다. 자신의 눈앞에 버젓하게 찾아와서 살려달라니··· 본인의 입으로 자신을 살려달라는 말이었으니 월영으로서는 이해가 될 리가 없는 일이었다.


“아가씨,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가씨는 지금 제 앞에 이렇게 계시지 않습니까?”


“흑··· 죄송합니다. 저는··· 저는 미령이가 아닙니다.”


서령은 자신의 양 팔을 붙잡고 있던 월영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자세히 말씀을 해 보십시오.”


월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함이 가슴까지 파고들어오는 것이었다.


“저는··· 서령입니다. 오라버니······”


서령이 고개를 들어 월영을 바라보았다.


털썩~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리는 월영. 그리고 멍한 얼굴로 천천히 서령을 다시 한번 살피더니 그의 눈에서도 한줄기 굵은 눈물이 뚝 하고 떨어져 내렸고 서령 역시 다시 감정이 북받쳐 올라오고 있었다.



* * *



“그리된 일이었군요.”


선우빈의 집으로 온 두 사람.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지 못했다. 선우빈은 한 손을 이마에 댄 채 고개를 숙였고 은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놓고 있었다.


선우빈에게 자신과 은수에 관한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며 어느 정도 진정을 한 모양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선우빈은 고뇌에 찬 모습이었고, 그의 눈에선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미령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 건지요?”


다소 맥이 풀린 목소리였지만 똑똑한 발음으로 침묵을 깨는 선우빈.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답답할 밖에요.”


은재의 목소리도 목이 멘듯했다.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선우빈. 자신이 그토록 사모하던 서령을 눈앞에 다시 마주하고 있지만, 그 어떤 기색도 표출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이제야 비로소 미령을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인간이란 정말 간사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불과 며칠 전, 아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미령에게 고백한 후부터 그녀만을 생각하며 가슴이 들떠 있었건만 눈앞에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서령이라니 어느덧 그녀에 대한 애틋함이 미령보다 더욱 커 저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그의 가슴을 짓누르며 고통을 주었고 차마 고개를 들어 서령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총사님··· 아니, 오라버니.”


선우빈을 향해 오라버니라 불러주는 은재. 월영이 총사가 되기 전까지 그녀가 자신에게 사용하던 호칭이었다. 게다가 아주 부드러운 음성 역시 예전 그대로였다.


월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서령과 눈을 마주쳤다. 서령은 좀 전까지의 모습이 사라지고 어느덧 항상 온화하고 차분했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 월영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아가씨······.”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이리 가까이 오셔서 저의 눈동자를 바라보아 주시겠습니까?”


월영은 선뜻 그녀의 부탁에 따라 주지 못했다. 눈동자의 빛깔로 두 사람의 인격을 구분하다니. 더욱이 지금 미령의 눈동자라는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빛을 거의 잃은 상태라 하지 않던가.


서령의 의도는 아마도 자신더러 미령의 상태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 같은데 자신은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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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3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7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4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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