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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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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2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7 16:40
조회
189
추천
3
글자
9쪽

3. 백제 부흥군_03

DUMMY

서령과 미령은 모처럼 같이 장터에 나왔다. 기벌포의 상권은 대부분 장태평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미령이 지금부터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며 본격적인 시장 탐사에 나선 것이었고, 혼자는 안심이 안됐는지 서령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사실 서령은 이미 상단이 어떻게 돌아가고 상권이 어떻게 유지되며 기벌포 내에서 거래되는 품목들의 수량까지 파악해 놓고 있는 상태였다.


서령은 장녀로서 장태평이 타국으로 출장을 가고 없을 때는 실상 서령이 상단을 꾸리고 있었는데 집안사람들이 대부분 아는 걸 어째서인지 미령만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령이 상단을 잇겠다고 했을 때 서령은 내심 기뻐했다. 귀찮은걸 싫어하고 자기중심적인 줄 알았던 미령이 자신과 뜻이 같다면 서령에게는 가장 큰 조력자가 생기는 셈이니까.


두 사람은 시장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한 점포에서 멈춰 섰다. 이곳은 여인들의 장신구를 파는 곳인데 미령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던 것이다.


“어머~ 언니 이것 좀 봐. 정말 곱지 않아?”


미령은 붉은 보석으로 치장된 머리 장식을 하나 집어 들고 서령에게 보여주었다.


“어디, 이리 줘 보렴.”


서령은 미령이 고른 장식을 직접 미령의 머리에 꽂아 주었다.


“어때? 예뻐?”


“정말 곱구나. 딱 네 것이다.”


“눈이 부셔요. 아가씨.”


서령과 홍연이가 칭찬하자 미령은 신이 나서 하나 더 골랐다. 이번엔 푸른색을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푸른 보석으로 치장된 것을 집어 들었다.


“이거 어때? 언니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곱구나.”


“그치? 이리와 봐.”


미령은 서령의 머리에 있는 진주 빛 조개 장식 옆으로 자신이 고른 것을 꽂아 주었다.


“와~ 정말 곱다. 빛이 나는 것 같아.”


“그러니? 고맙다.”


미령은 장식들의 값을 치르기 위해 돈을 꺼냈다.


“여기 얼마예요?”


“아이구 당치 않으십니다. 아가씨들께 돈을 받다니요.”


상점 주인은 양손을 흔들며 돈을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하였다.


“무슨 소리예요! 흙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안 받겠다니요. 저도 이제 철부지가 아라구요.”


“정··· 그러시다면 열 냥만 주십시오.”


미령의 강경한 태도에 상점 주인은 어쩔 수 없이 열 냥을 받았고 미령은 돈을 지불하고서야 웃는 얼굴로 다른 점포를 구경하러 갔다.


서령은 미령이 한 발 앞서가게 두고 조용히 열 냥을 꺼내 상점 주인에게 건네주었다.


“아가씨······.”


“우리 미령이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릅니다. 앞으로 잘 가르쳐 주세요.”


“그래도 이미 받았는데······.”


“밑지는 장사를 하셔야 되겠습니까? 그럼 저는 이만.”


서령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을 받은 주인은 깊이 허리를 숙여 서령에게 인사하였고 서령은 곧 미령의 뒤를 따라갔다.


미령은 서령과 함께 그렇게 며칠을 시장을 다니며 장터의 운영을 파악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시장 구경에 사람 구경, 간혹 있는 악단이나 곡예단의 공연을 보러 다니기에 바빴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단 운영에 대해서는 별로 소득이 없었지만 그래도 서령은 언제나 미령과 함께 하며 이런저런 조언들을 하곤 했다.


그렇게 평온한 날이 지속되던 중 드디어 백제 부흥군이 결전의 날을 결정했다.


전쟁이 터지고 각지의 백제 부흥군이 연합하니 그 수가 수만에 이르렀고 기세가 등등해 초반에는 사비성을 포위하여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지원군이었던 왜의 수군이 당나라 수군에 대패하면서 전세가 역전되었고 백제 부흥군은 퇴패를 거듭하기에 이르러 이제 기벌포에까지 나당 연합군이 밀어닥쳤다.


장태평과 우월영은 갑옷을 입고 전선에서 싸웠으나 전세는 이미 기울어진 상태라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다.


“커억~”


혼란 중에 태평의 복부에 시퍼런 칼날이 꽂히자 태평은 뒤로 주춤하며 나자빠졌다.


“나리!”


월영이 시급히 달려와 적병을 베어버리고 쓰러진 태평을 부축했다.


“나리, 일어나십시오. 이렇게 끝나시면 안됩니다.”


태평은 힘이 풀린 눈으로 천천히 월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월영아··· 내 꼭 이 땅을 되찾아··· 쿨럭~ 네게 돌려주려 했는데 이젠 뜻을 이루기가 어렵겠구나. 크윽~”


“나리, 무슨 말씀입니까. 그간 돌봐주신 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니다··· 노비에 불과하던 나를 우태수께서 잘 봐주시어 내가 이리 번성했는데··· 이제 어찌 그분을 뵐 수 있겠누.”


월영은 태평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태평이 쿨럭거리자 입에서 피가 한 움큼 터져 나왔다.


“월영아··· 클럭~ 크···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자.”


“네, 나리. 말씀만 하십시오.”


“내 딸들이 걱정이로구나. 에미를 일찍 잃고 내 한다고는 했건만 많이 부족했지··· 자네가 그 아이들을 잘 돌봐주게나··· 부탁 하···네.”


태평의 눈이 감기며 몸이 축 늘어졌다.


“나리, 나리~!!!”


월영은 태평을 붙들고 크게 절규했고 그런 중에 적병이 월영의 목을 노리며 칼을 휘둘렀으나 그는 순식간에 월영의 단칼에 쓰러져 버렸다.


월영은 그만 태평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서령과 미령이 있을 저택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곳엔 이미 커다란 불길이 치솟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야앗~!”


다다다닷~


월영은 죽을힘을 다해 저택 쪽으로 달렸다. 도중에 가로막는 적병들을 몇이나 베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아가씨~! 서령 아가씨, 미령 아가씨~”


적병들은 수도 없이 밀려들었다. 아무리 베어도 도무지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아악~”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월영이 즉시 달려가니 미령의 몸종인 홍연이가 칼에 베어 쓰러져 있었다.


“홍연아, 정신 차려라. 아가씨는 어디 있느냐?”


“후··· 후원에······.”


꺼져가는 의식을 애써 붙잡으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하고 눈을 감은 홍연.


월영은 즉시 후원으로 내달렸다.


“서령 아가씨!, 미령 아가씨!”


월영이 목 놓아 자신들을 부르는 사이 서령과 미령은 창고 안에서 숨을 죽이고 숨어있었다.


미령은 쓰러져있는 서령을 있는 힘을 다해 창고로 끌고 와 그녀를 꼭 끌어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언니··· 언니··· 정신 차려··· 곧 아버님이 오실 거야.”


서령의 가슴엔 화살 하나가 깊게 파고들어 이미 주변을 붉게 물들여놓고 있었고 서령은 왼손으로는 가슴을 오른손으로는 미령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덜커덕~


그때 당나라 병사 하나가 창고 문을 박차고 들어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며 서슬이 퍼런 칼날을 미령에게 들이대려 하였다.


“꺄~아악~”


월영은 미령의 짧은 비명을 놓치지 않았다.


서걱-


당나라군의 칼날이 미령을 스치기 바로 전에 당군의 몸이 일순 경직되면서 쓰러졌고 그 뒤로 월영이 나타났다.


“아가씨!”


월영은 쓰러져있는 서령에게로 가서 그녀를 붙들었고 미령은 얼른 열려있는 창고의 문을 닫았다.


“아가씨, 제가 왔습니다. 정신 좀 차려보십시오.”


월영이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붙이자 서령이 서서히 눈을 떴다.


“아, 아버님께서는 어찌 되셨습니까?”


서령의 물음에 월영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렇군요······.”


서령은 월영의 뺨을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곤 가슴팍으로 손을 넣어 피투성이가 된 서찰을 꺼내 월영에게 주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군요··· 전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가씨··· 어찌 저만 혼자 남겨두시고 가시려 하십니까. 흑흑~”


월영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들이 서령의 몸 위로 뚝뚝 떨어졌다.


미령은 그런 두 사람의 애틋한 눈빛을 바라보며 이제야 월영과 서령의 관계를 눈치챈 것 같다.


“총사님··· 부디 우리 미령이를 잘 돌보아주세요··· 오랫동안 총사님을 연모해 오고 있는 아이입니다.”


서령은 미령의 손위에 월영의 손을 겹쳐 놓아주었다.


“아가씨······.”


“언니······.”


“두 사람··· 부디··· 무사하길······.”


서령도 마지막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다. 월영은 서령의 손을 붙잡고 뺨에 갖다 대며 울었고 미령은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눈물을 거둔 월영은 굳은 각오를 한 얼굴을 하고 서령의 손을 놓아주고는 미령의 손을 붙잡았다.


“아가씨. 가십시다.”


“싫어요. 언니만 두고 혼자 갈 수는 없어요.”


미령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월영은 하는 수 없이 강제로 미령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안돼요. 언니! 언니~”


미령의 절규에 월영은 전혀 개의치 않고 탈출을 감행하였다.


험한 산세를 뚫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두 사람. 미령은 멀어져 가는 아비규환의 광경을 자꾸만 돌아보며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쳐내었다.


작가의말

이번 내용은 좀 슬픈 이야기 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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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8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90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8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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