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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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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7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12 15:53
조회
205
추천
2
글자
9쪽

5. 비밀_04

DUMMY

“괜찮습니다. 그저 확인만 하면 됩니다.”


망설이는 월영에게 다시 또 편안한 음성과 미소로 말해주자 월영은 왠지 모를 안정감이 생겨났다.


사실 예전부터 그랬다. 서령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그녀의 미소를 볼 때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상태에서도 마음이 평정을 찾을 수 있었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서령에 대한 연정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서령에게는 월영이 거부할 수 없는 신비한 능력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용기가 생긴 월영은 천천히 서령의 옆자리로 옮겼고 서령의 고개도 그의 움직임을 따랐다.


두 사람이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약간은 사이가 있었는데 서령이 몸을 움직여 선우빈의 곁으로 바짝 붙었다.


“좀 더 가까이서 봐주세요.”


서령의 말에 월영도 고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거의 맞붙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두 사람 모두 팔을 소파에 지탱하며 균형을 잡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월영이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로 한쪽 눈동자는 저녁 무렵의 노을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다른 눈동자는 희미하긴 하지만 분명히 에메랄드빛이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 흐릿한 에메랄드빛이 미령의 것이란 의미다.


“흐릿합니다. 어떻게 이런······”


“다행이군요. 아직 남아 있으니. 좀 더 가까이 오시겠습니까?”


둘 사이의 거리는 이미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웠는데도 서령은 월영에게 더 가까이 오라 한다.


“아, 아가씨 이 이상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눈이 흐려집니다.”


월영의 말에 서령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든다.


“옛이야기에 이런 구전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육신에 두 사람의 혼백이 있을 때는 둘 중 하나가 혼인하여 아이를 잉태하면 나머지 한 사람의 혼백이 아이에게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지요.”


서령의 말이 뜻하는 바를 모를 리 없는 월영이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부디··· 저의 지아비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서령의 말에 월영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의 볼이 뜨겁게 달궈지고 입술에서는 갈증을 느끼며 심장 박동 수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서령이 먼저 눈을 지그시 감고 월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잠깐의 달콤함이 스쳐 가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비록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월영의 눈빛에는 이미 다른 대답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침내 월영이 서령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며 두 사람은 서로 포개어져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때 자정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져 나갔다.



* * *



한 달 뒤, 식사 도중 갑자기 메스꺼움을 느낀 은재는 헛구역질을 하며 화장실로 달려갔고 그런 은재를 다른 가족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우욱······”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하는 은재.


“괜찮니? 체한 거야? 엄마가 등 두드려줄까?”


뒤따라온 엄마가 걱정되는 듯 은재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아니야, 괜찮아. 너무 급하게 먹었나 봐.”


“으이그 지지배. 미련한 건 꼭 지 아부지 닮았다니까.”


엄마는 꼭 한마디를 더 하고 나서야 돌아선다.


진정된 은재는 입가를 씻은 후 의식적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곤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 빛깔이 양쪽 모두 주홍빛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감적으로 손을 아랫배에 가져다 대보는 그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은재는 꼭 무언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가족들은 또 이상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많이 아프면 약 먹어. 갖다 줄까?”


이번에도 엄마가 외쳤지만 은재는 대꾸도 없었고 그녀의 방에선 뭔가 분주하게 덜컥덜컥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혹시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딸의 방 앞으로 걸어오던 엄마는 갑자기 문이 확 열리며 딸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랐다.


“어머! 깜짝이야. 아침부터 어딜 가니?”


은재는 곧장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님.”


급하기 신을 신고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은재를 보며 엄마는 익숙하지 않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응··· 그래, 다녀오렴.”


-쿵.


“쟤들이 새해가 되더니 왜 사람 헷갈리게 성격이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니.”


은재가 나가자 엄마는 요즘 들어 갑자기 예의 바르고 공손해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딸이 적응되지 않았다.


집을 나온 은재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선우빈의 집으로 향하였다.


은재의 연락을 받은 선우빈은 깜짝 놀랐다. 아직 아침인데 문 앞이라며 전화가 온 것이다.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문을 열자 갑자기 자신의 품으로 달려들어 안기는 은재덕에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하였다.


영문을 모르긴 했으나 은재의 이런 행동이 싫지 않은 선우빈은 두 팔로 천천히 품속의 작은 요정을 안으려 하는데 은재가 이번엔 급하게 떨어져 버렸다. 선우빈의 아쉬운 팔은 도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잘 잤어요?”


“네, 아가씨 덕분에 아주 잘 잤습니다.”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은재. 선우빈도 얼른 웃는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제 덕분이요? 설마 꿈속에서 저를 보았다는 말씀이신가요?”


“꿈속뿐 인가요? 저는 아가씨와 한시도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못 당하겠네요. 정말.”


“그런데 아침부터 어쩐 일로 급하게 오신 건가요? 제가 그렇게 보고 싶었습니까?”


선우빈의 말에 은재는 귀엽게 눈을 한번 흘겼다가 곧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한 걸음 다가가 귓속말로 뭔가를 속닥거렸고 은재의 말을 들은 선우빈은 신기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은재를 바라보다가 와락 껴안았다.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면 은재는 분명히 이렇게 속삭였다.


“아이를 가진 것 같아요.”


깊은 포옹을 나눈 두 사람은 잠시 떨어져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해맑게 웃던 은재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글썽하게 맺혔고 선우빈은 그녀의 눈물이 가진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가슴이 찡해졌다.


은재와 선우빈··· 서령과 월영 사이에 이젠 행복해질 날만 남은 것 같았고 하늘이 자신들을 축복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기만 했다.



* * *



두 사람은 얼마 후에 결혼하였다. 과거에 서로 애틋했음에도 시대의 흐름에 밀려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오랜 세월을 기다려 이제야 진정한 인연이 된 것이다. 또한 뱃속의 아이도······.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하나가 된 두 사람은 8개월이 지나고 건강한 딸아이의 아빠 엄마가 되었다. 두 사람의 가족들이 많이 기뻐해 주었지만 은재와 선우빈의 기쁨은 특히 더 컸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여자아이가 태어나자 이 아이가 은수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눈을 뜨자 기대했던 아이의 눈동자 빛깔은 매우 맑고 또렷했지만 보통의 다른 눈동자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은재였지만 그래도 너무나 예쁜 아이를 바라보면 차마 슬픈 표정은 지을 수 없기에 애써 웃음을 지었고 아이도 그에 화답하듯 깜찍하게 웃었다. 선우빈은 아내의 눈가에 조금 맺혀있는 눈물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었다.


그날 밤, 발코니에서 밤하늘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은재.


“괜찮으신가요?”


가만히 밤하늘의 별을 헤어리던 은재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을 붙였다.


“그럼요. 괜찮아요.”


평소와 같은 편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얘기했지만, 선우빈은 아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하늘의 별을 보며 이미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린 동생을 생각했을 것이다.


“참 신기하죠. 미령이가 지금도 제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에요.”


“그래요. 그렇게 믿고 키웁시다.”


“고마워요······”


선우빈은 은재를 한 팔에 앉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밝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은수··· 미령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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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10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 5. 비밀_04 17.04.12 206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8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90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8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4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5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4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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