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2011년 3월 13일 늦은 밤. 구급차 한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잠시 후, 산부인과에 도착한 구급차는 산모 한명을 급히 분만실로 옮겼다.
2시간 후.
응애~ 응애~
시끄러운 아기의 울음소리가 복도까지 울려졌고 그 울음소리를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의 초조하던 표정이 기쁨과 행복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졌다.
* * *
잠시 후 병실.
“여보, 우리 아기야.”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아내에게 아이를 안겨주었다.
“다른 아이는?”
“그, 그게······.”
“설마··· 잘못된 거야? 그런 거야? 말해줘··· 응?”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선 듯 대답하지 못하고 아내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사··· 사산됐어.”
아내는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샘솟았고······.
“흑··· 흑··· 흐윽······.”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아내··· 그런 아내의 눈물을 닦아 주는 남편.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 진정해.”
“우리 아이라구. 우리 아이가 나 때문에··· 당신은 진정이 돼?”
“나도 괴로워, 슬프단 말이야.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당신 안정을 취해야 돼. 아이가 그렇게 된 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죄책감 갖지 마.”
“몰라, 흑흑······.”
아내는 하나 남은 아이를 자신의 품속에 꼭 끌어안고 계속해서 흐느꼈다.
* * *
7개월 전.
“새댁, 축하해! 쌍둥이 가졌다며?”
동네 과일가게 앞을 지나던 민영은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잠깐 멈춰 섰다.
“어머, 아주머니 어떻게 아셨어요?”
“이 동네 소문은 다 우리 집을 거쳐서 생기는데 내가 모르는 일이 있겠어? 신거 땡기지 않아? 이거 가져가서 먹어.”
아주머니는 민영에게 귤을 한 봉지 가득 싸주면서 가져가라고 하였다.
“아주머니 아니에요. 이러시지 않아도 돼요. 이렇게 많이······”
“가져가. 새댁이 워낙 싹싹하고 예뻐서 주는 거야~ 다른 사람 같으면 주지도 않아.”
만류하는 민영의 손에 억지로 귤 봉지를 쥐어주는 아주머니. 민영은 고마워서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아주머니는 방긋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럼 전 이만.”
“그래 얼른 들어가 봐. 몸조리 잘하고.”
민영은 아주머니에게 다시 한번 인사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에 들려있는 귤 봉지를 보면서 아직도 세상 곳곳에 남아있는 따뜻함에 민영 자신도 마음이 따뜻해져 옴을 느끼며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피해욧~!”
갑자기 옆 골목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영이 미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배달 오토바이가 민영을 덮쳤다.
콰당~
민영이 쓰러지며 들고 있던 귤 봉지를 떨어뜨렸고 떨어진 귤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굴렀다.
“새댁~!”
민영이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소리였다.
- 작가의말
새로운 이야기 [그녀의 눈동자]가 시작 되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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