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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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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6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9 11:59
조회
147
추천
3
글자
10쪽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DUMMY

“거기 무슨 일이야!?”


다행히 그때 선생님이 나타나 폭력 사태 없이 약간의 잔소리만 듣고 끝낼 수 있었다.


은재가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역시나··· 여학우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은재는 마음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좀 전의 상황도 일촉즉발이었는데 이 난관을 또 어떻게 해야 한담.


교실 안으로 한걸음 옮기는 은재는 자신의 예상과는 좀 다른 학우들의 반응에 약간 의아했다. 모두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저금 전 교문 밖에서의 여학생들처럼 사나운 불여우 같은 반응이 아니라 흐리멍덩한 거북이의 눈빛처럼 반쯤 얼이 나간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은재가 한발 짝 움직일 때마다 역시 목을 쭉 뺀 거북이 마냥 은재를 쫓아 고개를 움직였다.


드륵-


은재가 자리에 앉자 은재 앞자리에 있던 성은이가 뒤를 돌아보며 조금 전에 봤던 신문 일면을 은재 앞에 척 내려놓았다.


“야, 너 이거 뭐야?”


다시 한번 보니 조금 전과는 달리 은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자세히 보면 꽤나 낯 뜨거운 장면이었다. 선우빈과 자신이 서로 비스듬히 얼굴을 포개고 입술이 완전히 붙어 버린 데다 입이 약간 벌어져 있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던 것이었다.


“보, 보는 그대로야.”


잠깐 멍해져버린 표정의 성은.


“너··· 선우빈 오빠랑 사귀는 거야?”


“그게··· 어쩌다 보니 만나게 됐다고나 할까?”


철썩-


“아야~”


갑자기 성은이의 손바닥이 은재의 어깨를 철썩 때렸다.


“어우야! 이 지지배야! 부럽다~ 자세히 좀 얘기해봐~”


성은이의 행동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일제히 은재에게로 달려들어 은재는 순식간에 아이들 속으로 갇혀 버리게 되었다.



* * *



방과 후.


오늘 하루 종일 친구들과 여선생님들에게 시달린 은재와 은수는 온몸에 진이 다 빠져 버린 기분이었다.


축~ 쳐져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데 교문 쪽에서 또 한번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와 바라보니 아침에처럼 다른 학교 학생들이 몰려와 진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하교하려는 일도고 학생들에게 무언가 시비를 걸고 있는 듯 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


“이것들이 정말!”


은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표정으로 꽉 다문 이를 드러내며 교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역시나 은재가 나타자자 괜히 시비를 걸던 학생들을 그냥 놔주는 걸 보니 아마도 은재의 행방을 다른 아이들에게서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만 보니 아참에는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하나 늘었는데 그 아이는 덩치가 크고 짧은 머리에 험상궂게 생겨 여학생이지만 분위기를 잡는 포스가 있어 보였고 아마도 이 무리의 보스인 것 같았다.


“언니, 쟤예요. 쟤!”


아침에 은재에게 깝죽거리다 한방 먹은 여학생이 덩치 큰 여학생에게 은재를 가리키며 촐랑거렸다.


“야, 어디 한번 더 까불어 보시지!”


촐랑거리던 여학생이 이번엔 은재를 보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은재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딱히 이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때 덩치 큰 여학생이 은재 앞으로 걸어와 바로 앞에서 딱 멈췄다. 은재보다 머리 하나는 더 올라가 있었고 덩치도 두 배는 되어서 인지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겁먹을 은재도 아니었다. 깡이라면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녀였으니까.


하지만 걱정은 되었다. 아침엔 그냥 겁만 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여차하면 정말로 싸움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학교 정문에서 싸움이 난다면 조용히 넘어가진 않을 거란 생각 때문에 은재는 은근히 골치가 아팠다.


“서은재, 너 거기서 뭐해?”


영석이가 태권도부를 향해 운동장을 가로지르다 은재를 발견하고는 아이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어, 넌? 네가 여긴 웬일이야?”


뜻밖에 영석이가 은재 앞에 떡하니 서있는 덩치 큰 여자 아이를 발견하고는 아는 척을 했다.


“누구야? 아는 사이야?”


은재가 영석이에게 물어보았다.


“응, 우리 형 팬클럽 회장이야. 형네 집 앞에서 몇 번 본적 있어.”


“아, 그래?”


반쯤은 예상했던 대답이어서 그런지 은재는 담담했지만 의외로 당황하는 쪽은 덩치 큰 여학생 인것 같아 보였다. 아마도 영석이가 자신들이 한 일을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우빈 오빠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빵빵~


그때 몰려있던 여학생들 뒤로 자동차 경음기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려졌다. 곧이어 아이들의 입이 딱 벌어지고 곳곳에서 꺅~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은재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설마 선우빈이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스타일리쉬한 캐주얼 차림의 멋진 모습으로 여기에 나타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빈은 차에서 내려 아름다운 꽃다발을 들고 곧장 은재에게로 다가와 멋지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수많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선우빈의 깜짝 이벤트에 은재도 은수도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생전 처음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른 여학생들의 눈은 질투를 넘어 마치 해탈의 경지에라도 오른듯한 표정들이었다.


“형, 갑자기 여기는 웬일이야?”


영석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어··· 오늘 촬영이 없어서.”


“형, 요즘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그냥, 그렇게 됐어.”


순식간에 여학생들의 환호는 더욱 커졌고 학생들의 숫자도 점차 늘어가고 있어, 이젠 다소 위험할 수도 있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은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선우빈이 눈꼬리와 어깨를 으쓱하며 살짝 웃어 보였다.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선우빈이 멋지게 은재 앞으로 손을 내밀었고 은재는 조금 망설이다가 선우빈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살포지 얹어 놓았다. 그러자 주변에서 야우와 환호성이 뒤섞여 한꺼번에 울려 퍼지며 마치 금방이라도 폭동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두 사람이 한발 한발 차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팬클럽 아이들은 그저 바라만 볼뿐이었다.


차에 탄 선우빈은 은재의 안전벨트를 직접 매어주고 곧바로 출발하였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가보면 알아요.”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구불구불한 산길 도로였다.


한쪽으로는 자연의 산세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고 한쪽으로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게다가 저녁 무렵이라서 그런지 경치 속에 그윽함이 묻어 나와 한층 더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북악 스카이웨이 드라이브를 끝내고 근사한 저녁까지 한 후 이제 은재의 집 앞이다.


“묘한 기분이군요. 이렇게 아가씨를 바래다주는 느낌이··· 지난 생에 그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아가씨를 바래다준 일은 처음이니까.”


“그런가요?”


두 사람은 미소를 띤 얼굴로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 떨어진 두 사람은 각자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은재가 고개를 숙이고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잊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선우빈은 그런 은재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저 이제 그만 들어가 볼래요.”


은재가 먼저 차에서 내리자 선우빈도 따라서 내리고 뒷걸음질 치며 집으로 들어가는 은재와 그녀를 바라보는 선우빈은 서로 손을 흔들며 말없는 인사를 하였다.



* * *



털푸덕~


방으로 들어온 은재는 힘없이 침대 위로 쓰러져 버렸다.


“하아~”


‘데이트 잘 하고 와서 웬 한숨?’


은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으~”


몸을 뒤집으며 노인네 같은 소리를 내는 은재. 두 사람은 같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거야?”


‘뭐가······.’


“우리말이야. 선우빈 오빠는 우리에 대해 모르잖아.”


‘··· 마음에 걸리니?’


“응··· 오빠는 내가 너인 줄 알고 있는 거잖아. 오빠의 진심은 내가 아니라 너를 바라보는 건데.”


‘사실을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너와 나는 하난데.’


“그렇다고 해도······.”


‘어쩌겠어. 이것도 운명인 걸. 넌 그냥 내 덕분에 횡제 했다고 생각해.’


“참~나, 네가 옛날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나한테 안되지. 아마 빈 오빠도 알게 모르게 너보단 내 매력에 빠져 들고 있을지 모를걸.”


‘하이고~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애초에 내 모습이 아니었으면 오빠가 날 어떻게 알아봤겠어. 잠깐. 그러고 보니 지금 이 모습은 내 모습이잖아. 그렇다는 건 내가 언니라는 얘긴데···?’


은수의 말이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은수가 언니가 되고 은재가 동생이 돼 버리게 되는 것이다.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야! 서은재!’


코~올~


긴급하게 꾸며진 듯 한 은재의 나긋한 콧소리가 나직하게 방안에 흘렀다.


‘어쭈? 자는척 하지 마. 얼른 대답해 보라구!’


코···올···


은수가 계속 불러 봤지만 이 밤. 끝내 은재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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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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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4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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