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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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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1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8 20:12
조회
157
추천
3
글자
10쪽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DUMMY

은수와 선우빈. 과거에는 미령과 월영이었던 두 사람은 지금 군산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들이 함께 했던 기벌포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손을 꼭 잡은 두 사람. 은수는 선우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서 도착한 군산. 옛날 그때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볼 라야 찾을 수가 없었지만 바다 냄새와 머릿결을 흩날리는 바람은 그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발걸음을 옮겨 길을 걷는 은수와 선우빈. 비록 장터가 있던 장소는 도로로 바뀌었지만 은수의 눈에는 서령과 장터를 거닐던 지난날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다시 한참을 거닐어 이번엔 저택이 있던 장소에 도착했다. 많은 상가 건물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분명히 그 자리가 틀림없었다. 은수의 뺨엔 어느새 굵은 눈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집. 가족같이 지내던 하인들과 홍연이. 그리고 언니 서령···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불타오르는 저택 속에서 한 줌의 재가 됐을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억눌려오는 괴로움이 견딜 수없이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다.


은수는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는 은수의 어깨를 선우빈이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선우빈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그도 분명히 서령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듯 했다.


환생을 시켜줄 거라면 서령을 시켜줄 것이지 하늘은 왜 자신을 다시 이 자리에 서도록 하여 이다지도 괴롭게 만든단 말인가. 미령은 하늘이 원망스럽다 생각하였다.


“그만 일어나세요. 아버님께도 인사드려야지요.”


은수는 선우빈의 따뜻한 손길이 고마웠다. 애써 자신을 진정시켜가며 일어난 은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아버지인 장태평이 전사한 곳으로 향하였다.


그 옛날 백제 부흥군과 나당연합군의 혈전이 벌어졌던 곳은 이젠 번화가로 탈바꿈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이 되어 있었다. 은수와 선우빈은 미령과 우월영이 되어 이곳에서 마지막까지 백제의 부활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장태평과 수많은 병사들을 위해 잠시 묵념을 하였다. 그리고 둘은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도망치던 산으로 가려했으나 산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 그 아파트의 옥상으로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전쟁으로 혼란하던 당시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되어있었고 두 사람이 느끼는 기분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두 사람의 뺨을 스치며 머리칼을 흩트려 놓았다.


“바닷바람이 이렇게 상쾌한 줄은 몰랐네요.”


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셨으니까요.”


“푸훗~ 다시 아가씨라 불리니 기분이 좀 묘한데요.”


“하하, 사실 저도 조금 어색하긴 하네요. 이상하죠. 그때의 일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한데.”


“이미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지냈으니까요.”


은수는 선우빈을 바라보며 빙긋 웃어 보였고, 선우빈도 은수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하죠?”


은수의 시선이 다시 바다 쪽을 향하였다. 그녀의 표정은 언뜻 장난스러워 보였지만 눈빛에는 진지함이 있었다.


은수에게로 천천히 다가간 선우빈은 은수의 양 어깨를 살포시 잡아 자신과 시선을 맞추었다.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그러니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돼요.”


은수의 눈이 또다시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서령 아가씨도 하늘에서 분명히 웃으며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거예요.”


“흑흑······.”


팔을 부드럽게 당겨 흐느끼는 은수를 안아주는 선우빈. 잠시 후, 흘러내린 눈물에 촉촉이 젖은 은수의 입술 위로 선우빈의 입술이 따스하게 포개었고 두 사람이 한참을 그렇게 서있는 동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주홍빛 노을이 두 사람의 뺨을 붉게 물들여놓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선우빈의 소속사 사무실에는 난리 아닌 난리가 나있었다. 어제 은수와 함께 군산 시내를 거닐던 모습이 데이트 장면으로 포착되었고, 심지어는 아파트 옥상에서 키스를 하는 모습까지 찍혀 인터넷에 이를 다룬 기사들로 온통 도배되다시피 한 것이다. 사무실에는 진실을 확인하는 전화와 수습하려는 전화로 모두들 정신없이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탁―.


“이거 어쩔 거야!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봐.”


선우빈의 매니저가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키스 장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린 신문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선우빈에게 다그쳤다.


“보는 그대로야. 미안해 형.”


“뭐라고? 야 인마, 너 지금 광고 찍겠다는 회사가 몇인 줄 알아? 지금 그쪽에서 전화 오고 난리도 아니야. 당장 오늘 찍기로 한 광고주부터 취소하겠다는데 이 사태를 어쩔 거야. 앙?”


선우빈은 고개를 숙이고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 좋아. 연애하고 싶으면 해. 안 말려. 하지만 걸리진 말아야지. 인마! 시청률 40프로 나온 대박 드라마에 출연한 놈이 대낮에 이러고 다니면 안 걸릴 줄 알았냐? 언론에다가는 내가 대충 얼버무릴 테니까 네 여자 친구에게는 알아서 잘 설명해.”


“그건 안 돼. 그건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분? 어떤 분. 너 여자 친구 19살이라며. 여자 친구한테 존댓말 쓰냐?”


“응, 그렇지만 내가 말한 분은 다른 분이야. 그분께는 아주 큰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실망시켜 드릴 수가 없어.”


“뭐, 뭐야?”


사뭇 진지한 선우빈의 태도 때문인지. 매니저도 더 이상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오늘은 이만 가볼게. 혹시 광고주 마음이 바뀌었다고 하면 연락해줘요.”


“야··· 야 인마. 선우빈! 그냥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선우빈은 매니저의 외침과 소속사 사무실 전 직원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는 선우빈. 임종 직전에 태평이 남긴 유언. 그리고 서령 아가씨 역시 같은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것이 그분들의 뜻이라면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미령이 언제 어디에 있던지 그녀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면 자신은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리라 다짐하는 선우빈이었다. 설령 지금의 결정으로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같은 시간. 은재가 교문 앞에 나타나자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수많은 여학생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일도고 교복이 아니라 여러 학교의 교복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은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멀뚱멀뚱 거릴 뿐이었다.


“야! 얘 맞지?”


“응, 분명해. 똑같아.”


제일 앞에 있던 두 여학생이 독기를 품은 듯한 말투로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너희들 뭐야? 좀 비켜줄래. 나 등교해야 되거든?”


은재가 먼저 아이들을 향해 얘기 했더니 아이들은 오히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하는 표정으로 은재를 째려볼 뿐이었다.


“네가 아직 사태 파악이 잘 안 되는 모양인데. 너 뭘 믿고 그렇게 태연해?”


여학생들의 맨 앞에 있던 아이가 가증스런 표정으로 은재에게 말하였다.


“참나, 니들 뭐야? 사태 파악?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은재도 이쯤 되니 성질이 안 나올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발뺌하시겠다. 좋아.”


휙-


은재와 얘기하던 여학생은 들고 있던 신문을 은재 앞으로 휙 내던졌다. 신문 일면에 은재와 선우빈이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고 은재의 눈에 딱 들어왔다. 신문을 집어 든 은재는 자신도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이게 뭔 일이라니······”


‘그러게······


은수도 황당한 모양이었다. 그 아파트 옥상에는 분명 자신들밖에 없었는데 도대체 누가 이런 사진을 찍었단 말인가? 게다가 이 각도. 반대 편 건물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요즘엔 망원경에도 카메라 기능이 있나?’


“이제 알겠지. 네 죄가 뭔지!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았어?”


여학생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주변에 같이 모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당장에 은재를 잡아 주리를 틀 것만 같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으휴~”


은재는 조용히 가방을 벗어 마침 세탁을 해서 가자가고 있던 체육복 하의를 꺼내 입은 후 치마는 벗어서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이들은 고맙게도 은재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있어주었다.


옷을 갈아입은 은재가 고개를 홱 돌려 아이들보다 오히려 훨씬 더 무서운 얼굴로 여학생들을 노려보았다.


“뭐야, 노려보면 어쩔 건······”


은재의 몸이 전광석화처럼 빨라졌다. 아까부터 자꾸 신경을 거스르는 말을 하고 있는 아이 앞으로 순식간에 달려와 회심의 회축을 날렸고, 꼼짝없이 당한 아이는 방금 자신의 코앞으로 뭔가 빠르게 지나간 것이 은재의 발차기였다는 걸 알아차리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 듯했다. 어찌나 빨랐는지 보이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머리칼이 급격하게 휘날리자 다리까지 저절로 후들거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나하고 힘으로 어디 해볼까! 다 덤벼 이것들아!”


은재의 폭풍 같은 일갈성에 수많은 여학생들 중에 나서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 중에 누가 알았겠나 은재가 무림의 고수라는 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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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8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8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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