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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87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4 17:58
조회
201
추천
2
글자
11쪽

2. 쌍둥이 자매_01

DUMMY

은재의 눈이 커졌다. 쌍둥이였다··· 그런데 나만 살아서 태어났고 같이 태어났어야 할 아이는 사산되었다. 그렇다면 혹시···?


“어, 엄마. 그럼 내가 지금······”


민영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시울이 조금씩 뜨거워짐을 느꼈다.


“만약에··· 내가··· 아니, 우리가 제대로 태어났으면 나머지 한 명은 뭐라고 이름 지으려 했어?”


‘은수······’


“은수?”


민영은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대답도 하기 전에 은재의 입에서 자신이 하려던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아니?”


“어? 그, 그게······.”


잠시 망설이던 은재.


“내 안에 있는 다른 은재가 말했어.”


“뭐라고··· 그, 그 애는 어떻게 아는 거라고 하니?”


“엄마, 나 일단 내방으로 갈게요. 내 안에 있는 애랑 얘기 좀 해보고 다시 올게요.”


은재는 곧바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민영은 멍한 표정으로 딸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방으로 온 은재는 책상 앞에 앉아 거울을 보았다.


“너 다 들었지?”


‘응, 혹시 우리가 원래 쌍둥이였다면 사산된 쪽 영혼이 이쪽으로 옮겨진 건가?’


“지금은 그렇게 밖에 달리 생각해 볼 여지가 없는 것 같아.”


‘그럼··· 우리 중에 누가 은수 일까?’


두 사람 모두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잠깐, 그런데 너 은수라는 이름 어떻게 말한 거야? 알고 있었던 거야?”


‘···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겠어. 그냥 무심결에 툭 튀어나온 것 같아.’


“무심결에? 너··· 신기 있니?”


‘왜! 굿이라도 한 판 벌이게?’


“신기하잖아. 너 성격 참 다혈질이구나.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가끔 남자애들하고 시비 붙었다는 소릴 들었는데, 그거 니 짓이구나!”


‘난 먼저 시비 건 적은 추호도 없어. 나랑 시비 붙었던 애들이 다 잘못한 거야.’


“내가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그럼 이제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솔직하게 말해야지. 숨길 이유도 없잖아. 그리고······.’


“그리고?”


‘누가 언니인지 가려내야 하기도 하고.’


“하긴, 그러네.”


은재는 다시 엄마 방으로 가서 엄마 앞에 앉았다. 민영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중에 은재가 들어오자 몹시 긴장이 되었다. 이제 딸아이의 입에서 어떤 소리가 나올지. 또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엄마, 그냥 지금 나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할게.”


“응······.”


“엄마 말대로 우린 쌍둥이였나 봐. 그런데 우리들의 영혼이 지금 이 몸에 다 들어와서 살고 있는 것 같애. 여태까지는 몰랐는데 내 눈동자 색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부터 알게 됐어.”


민영은 선뜻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은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우선 남편에게 전화해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게 해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엄마, 내 말 알아들은 거야?”


“어? 응······.”


민영은 은재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은재의 눈동자를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보았다. 왼쪽 눈동자는 조금 흐릿하긴 했지만 분명 노을빛으로 반짝였고 오른쪽 눈은 맑고 아름다운 해변을 연상시키는 에메랄드빛으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믿고 싶었다. 딸아이의 말을 모두 믿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세상에는 분명 과학으로는 밝힐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하지만··· 만약에 지금 자신의 판단이 틀린 거라면··· 은재가 지금 아픈 거라면··· 그래서 훗날 크게 잘못되는 일이 생겨버린다면 지금 이 순간 엄마로서의 판단이 엄청난 죄책감의 쓰나미가 되어 민영을 덮쳐올 것이고 민영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엄마, 한 가지 엄마에게 부탁할게 있어.”


“응, 뭔데 말해봐.”


“우리 중에 누가 언니인지 엄마가 정해줘.”


그래, 믿어보자. 내 딸들을 한번 믿어보자. 이렇게 예쁘고 밝은 아이가, 이렇게 착한 딸이 정신분열 일리가 없어.


“은재 안에 있다는 그 아이와 엄마가 얘기를 해 볼 수 있을까?”


“어차피 내가 듣는 건 얘도 다 들어. 그리고 우린 자고 일어나면 규칙 없이 몸을 사용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 같으니까 내일이나 모레쯤엔 얘랑 직접 얘기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좋아. 누가 언니인지 정해달라고 했지?”


“응.”


“그럼, 은재 네가 정직한 아이라는 걸 엄마가 믿어도 되는 거지?”


“음, 일단 믿어도 좋아.”


“그럼, 일단 은재 안에 있다는 아이에게 물어볼게.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 언제일까?”


‘헐··· 갑자기 그건 왜······.’


“어서 대답이나 하셔.”


“응?”


“아니, 엄마 말고 얘.”


은재는 자신의 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기했다.


‘으··· 생각이 안 나. 알고 있었는데.’


“생각 안 난대.”


“그렇다 이거지. 그럼 이번엔 은재 너한테 묻는 거야. 엄마 생일이 언제야?”


“7월 22일.”


즉각 대답하는 은재.


“좋아, 네가 언니 해.”


‘ 말도 안 돼! 난 어려운 거 물어보고 왜 너한텐 쉬운 거 물어봐. 아빠 생일도 물어보라 구해!’


“시끄러, 인생은 복불복이야. 인정해!”


‘인정 못하겠다고 하니?’


“아니, 쿨 하게 인정하겠데. 크큭.”


‘네 이년···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그럼 이제 내가 언니니까 은재고 넌 은수네. 잘 부탁해 은수야.”


‘어쭈! 사람 말을 무시해?’


“엄마도 잘 부탁할게 은수야.”


‘······.’


“뭐라고 대답하니?”


“아무 말 안 하는데? 야, 엄마가 잘 부탁한다잖아.”


‘어색해서 그런다. 여태까지 은재로 살아왔는데 너 같으면 갑자기 은수가 되겠니?’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엄마, 은수로 불리는게 어색하대.”


민영은 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은수야. 지금은 어색해도 우리 서로 익숙해지도록 노력해보자. 엄마도 지금 상황이 어색하고 당황스럽지만 앞으로 우리 딸들하고 함께 잘 지내고 싶어.”


‘알았어. 나도 노력해 볼게요.’


“노력해 보겠대. 엄마.”


“응, 그럼 오늘 은수랑 엄마는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거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까? 뭐 먹고 싶니?”


‘용돈 올려달라고 해.’


“용돈 올려······”


“그건 안 돼!”


곧바로 튀어나오는 엄마의 단호한 대답에 할 말을 잃은 두 딸들.



* * *



다음날, 눈을 뜨니 몸의 주인이 은재에서 은수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지만 누가 몸을 쓴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는지라 은수는 평소대로 씻고 화장하고 교복을 입은 후 밥을 먹으려고 식탁으로 갔다.


“오늘은 은재니? 은수니?”


“은수야.”


“그러니? 은재는?”


“아직 자고 있어. 은재는 원래 아침잠이 많아.”


달칵.


은수가 밥을 먹고 있을 때 출근 준비를 마친 아빠가 방에서 나와 은수 맞은편으로 앉아 은수를 가만히 보았다.


“왜, 왜 그래.”


은수는 자신을 빤히 보는 아빠가 왠지 어색했다.


“당신 밥 먹었잖아. 더 줘?”


“아니, 은재 좀 보려고.”


“지금은 은수래.”


아빠는 은수 앞으로 얼굴을 쭉 내밀어 은수의 얼굴 가까이에 대고 은수의 눈을 자세히 살폈다. 갑자기 얼굴을 들이민 아빠가 좀 당황스러웠는지 은수의 두 눈이 크고 똘망똘망하게 되었다.


“엄마한테 들었지만 진짜구나. 오른쪽 눈동자가 좀 흐릿하지만 푸른 빛깔이고 왼쪽 눈동자가 선명하게 노을빛이네.”


“정말? 어디 봐. 어제 하고는 반대네.”


엄마도 은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어제랑 달라?”


아빠가 엄마에게 물었다.


“응, 어제는 오른쪽 눈이 선명했고 왼쪽 눈이 흐릿했으니까.”


“어제는 은재였다면서, 그럼 눈동자 색과 인격이 연관성이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네.”

비록 눈동자의 색과 서로 다른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된 지 이틀밖에 안됐지만 은수는 아빠의 말이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자세한 얘기는 천천히 하고 당신은 어서 출근해. 은수도 얼른 마저 먹고. 둘 다 늦겠어.”


아빠는 엄마와 은수에게 인사하고 먼저 출근을 했고 은수는 밥을 다 먹고 나서 학교로 향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응, 차 조심하고.”


학교에 도착한 은수는 제일 먼저 이글거리는 눈으로 성은이를 찾았고 한쪽 구석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걸 발견하였다.



턱.


가방을 자리에 던져놓고 성은이에게로 다가간 은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왔어?”


“응큼한 년.”


“이년이 왜 보자마자 시비야?”


“몰라서 물어? 너 아주 작정을 하고 나왔더라. 어떻게 만난 지 하루 만에 꼬셨니?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입술까지 드리 댔다더라.”


“오, 오빠가 말했어? 그게 실은······.”


한번 떠 본 건데 딱 걸린 성은. 본인도 쑥스러운지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딱 걸렸어! 이 여우 같은 것. 키스까지 갔구나!”


은수의 일갈에 정신 줄 놓아버린 성은. 그리고 주변에 있던 학우들이 벌떼처럼 성은과 은수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키스? 성은이 남자 만들었어?”


“어머, 하루 만에 간 거야? 어디까지 갔는데?”


호기심 왕성한 여학우들 사이에 갇혀버린 성은. 누구보다도 이들의 무서움을 잘 알기에 그녀의 얼굴엔 두려움과 당황함이 섞여 있었다.


“얘들아, 이 불여우가 글쎄 S대 의대에 재학 중인 우리 사촌 오빠를 하루 만에 꼬셔서 육탄공세를 펼쳤다고 한다. 괘씸하지 않니?”


은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지만, 아이들이 은수보다도 성은에게 질문공세를 이어가며 데이트 에피소드에 더 관심을 보였자 성은이도 이젠 두려움에서 벗어나 주영과의 데이트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은수는 할 수 없이 폰을 꺼내 주영의 사진을 3D입체영상으로 아이들 앞에 투영시켰다.


“자, 이게 성은이가 입술을 가로채간 우리 오빠야.”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은수의 폰으로 쏠렸고 눈을 떼지 못하였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잘생긴 얼굴. 은수는 다른 사진도 보여줬다. 주영이 미소 짓는 사진에서는 감탄까지 흘러나왔다.


“봤지? 이런 오빠야. 게다가 수재. 나는 상관없지만 너희들은 성은이에게 기회를 뺏긴 건데 분하지도 않니?”


아이들의 시선이 다시 성은에게로 집중되었고 조금 전과는 다르게 모두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었다.


“얘들아, 잡아!”


은수의 한마디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성은이를 붙잡았다.


“꺄아~ 살려줘~ 얘들아 내가 미안해.”


“미안해? 그럼 우리 오빠 포기할 거야?”


은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성은이에게 말했다.


“그, 그건 안 돼!”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얘들아 너희들이 알아서 하렴. 난 차마 눈뜨고 못 보겠구나.”

은수는 돌아섰고 곧이어 성은이의 가냘픈 비명이 교실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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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3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0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6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7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39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5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1 2 12쪽
»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2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3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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