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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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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3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5 21:52
조회
215
추천
2
글자
10쪽

2. 쌍둥이 자매_03

DUMMY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연습이 모두 끝나고 해산하는 시간. 은재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학교 정문을 나설 때 뒤에서 영석이가 은재를 불렀다.


“은재야, 서은재~ 같이 가.”


은재가 서서 기다리자 영석이가 얼른 뛰어와 은제 옆으로 와서 둘은 같이 걷기 시작했다.


“아까 코치님이랑 뭔 얘기를 한 거냐?”


“응? 아, 그거 별일 아니야. 신경 쓸 거 없어.”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선발전 준비는 잘 돼가냐?”


은재가 먼저 물어보았다.


“나야 뭐, 운에 맡겨 봐야지.”


“정신 차려. 너 이번에 꼭 전국체전에서 순위권 안에 들어야 해. 안 그럼 진학에도 차질 생겨.”


“글쎄다. 12년이나 태권도를 했지만 이제 와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이상한가?”


“무슨 말이야?”


“얼마 전부터 느낀 건데 난 운동 체질이 아닌 가봐. 격투기 하고 나는 잘 안 맞는 거 같아.”


“왜?”


“스포츠이긴 하지만 치고 때리고 하는게 마음에 안 들어.”


“사춘기냐? 요즘 멜로에 빠져있니? 때리는 걸 싫어하는 놈이 시비 거는 양아치들을 몇 번이나 골로 보내셨어요? 그럼 네가 하고 싶은 건 뭔데?”


“음··· 저런 거?”


영석이는 전자제품 매장에 설치된 대형 TV 속을 가리켰다. TV 속에는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대한민국 여성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배우 선우빈이 출연한 드라마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네가 연예인을? 하핫~ 야, 연예인은 아무나 하니?”


“저 형은 뭐 잘난 거 있어서 하는 줄 아냐? 저 형 몇 군데 고쳤어. 점도 빼고. 저 형이 갑자기 연예인 한다고 했을 때 집안 난리 났었다.”


“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선우영석이야. 몰랐냐? 저 형 우리 사촌 형이야. 본명은 선우영빈이고.”


“진짜야?”


“그럼, 내가 언제 너한테 뻥치는 거 봤냐? 같이 찍은 사진 보여줄까?”

영석이는 자기 폰에서 선우빈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헐······.”


정말로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그것도 집 소파에 앉아서 다정하게.


“왜 지금까지 얘기 안 했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잖아.”


은재나 은수 같으면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면서 싸인 한 장에 소시지나 빵으로 물물 교환을 했을 텐데, 새삼 영석이가 다시 보였다.


“나 버스 왔다. 내일 보자.”


“응, 잘가.”


영석이의 버스가 먼저 왔다. 사실 은재는 선우빈의 싸인을 한 장 부탁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왠지 그런 말을 꺼내기가 어색해서 끝내 말을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선우빈의 출연작을 검색해 보았다. 최근에 고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리메이크한 드라마에서 현진헌 역을 맡아 인기가 엄청나게 치솟았고 항상 겸손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안티팬도 거의 없는 스타였다.


인터넷에 다시 보기로 선우빈의 드라마를 보는 은재. 평소에 연예인에게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은재였지만 친한 친구의 사촌 형이라서랄까? 자꾸 신경이 쓰였다.


똑똑.


“누구야?”


주영이 문을 살짝 열고 은재를 바라보았다.


“왜?”


“부탁할게 있는데. 네가 요즘 점을 그렇게 잘 본다며.”


“성은이랑 궁합 봐달라고? 성은이한테 벌써 봐줬으니까 그만 나가셔.”


은재는 주영을 내쫓고 문을 잠가 버렸다.


“한참 몰입하고 있는데 방해하고 있어.”


은수는 그날 밤. 꿈에서 선우빈을 만났다.


자신은 귀한 집 딸이었고 시대는 아주 옛날 조선시대나 뭐 그런 시대 같았다. 선우빈은 자신의 집을 지키는 무사였는데 은수는 그가 무예를 갈고닦는 모습을 엿보며 그를 흠모하는 것이었다. 그와 시를 주고받으며 몰래 사랑을 키우는 은수. 꿈속에서 은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여인이었다.



* * *



다음날.


지난밤의 꿈 때문인지 은수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내친김에 선우빈의 팬 카페에도 가입을 했고 그의 사진도 프린트해서 다이어리에 붙여놓았다.


“영석아~”


난생처음 부드러운 목소리로 영석이를 부르는 은수. 영석이도 당황했는지 움찔하며 굳어진 것 같았다.


“야~ 사람이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지 왜 가만히 있어?”


은수가 영석이에게 다가가 팔을 툭 치자 영석이는 조금 전보다 더 당황하는 듯 미세하게 부르르 떨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별건 아니구~ 빈 오빠 싸인 한 장만 부탁해도 될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거였어? 나~참, 천하에 서은재도 어쩔 수 없는 여고생이란 말인가.”


“해줄 거지? 그렇지? 안 해주면 너 진짜 친구도 아니다.”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고 은재를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는 영석이.


“에혀~ 그래, 내가 형한테 말해놓을게.”


영석의 말에 환하게 표정이 밝아진 은수가 영석이의 손을 덥석 잡자 영석이는 당황을 넘어 긴장으로 가슴이 울렁 거리기 시작했다.


“언제쯤 받을 수 있어?”


“뭐, 오늘이라도 형 집에 갖다 오면 가져올 수 있으니까··· 내일 줄게.”


“고~마~워~ 키시시~”


총총총 뛰어가는 은수를 바라보던 영석의 입가에 어느샌가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내일이 예선인데 연예인 타령이나 하고 있고.’


“빡빡하게 굴지 말자~ 세상 사는게 다 이런거 아니 겠어?”


‘얼씨구~ 애늙은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빨랑 연습이나 해. 예선전이 내일이여.’



* * *



그날 밤. 내일 지역예선을 대비해 오늘은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온 은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피곤해서 곧바로 침대 위로 뒤집어졌다.


‘내일 정말 긴장된다. 우승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 이 몸이 알아서 잘 해줄 테니까.”


‘네가 나갈까 봐 걱정인 거야. 내가 해야 되는데.’


“격투기는 말이지. 과감해야 돼. 너처럼 소심한 성격에 점수나 제대로 내겠어? 이 언니가 알아서 해줄 테니 걱정 마셔.”


‘넌 시합이 아니라 싸움할까 봐 걱정인 거거든. 아참, 니 신통력으로 우리 미래 점쳐보면 되잖아.’


“맞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남들만 봐주게 아니라 우리 미래를 보면 되는 거잖어. 아~ 바보 바보.”


은수는 양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퍽퍽 때렸다.


‘아퍼 이년아~ 그만 때려.’


“아, 그렇지. 거울~ 거울 어딨지?”


은수는 두리번거리다가 책상 위에 놓아둔 손거울을 집어 들고 다시 침대 위로 돌아갔다.


“자, 시작해 볼까?”


자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은수. 왼쪽 눈은 여전히 노을빛으로 빛났고 오른쪽 눈은 옅은 에메랄드빛이었다. 잠시 후에 양손을 깍지 끼고 기도하듯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정신을 집중하는 은수. 하지만 다른 사람 때와는 달리 흐릿한 화면이 마치 한 치 앞도 구분을 못할 만큼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로막는 것 같았다. 더욱더 정신을 집중하는 은수. 걷힐 듯 말 듯한 안개가 드디어 조금씩 걷히며 뭔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은수가 바라고 있던 그림과는 전혀 다른 영상이 나타났다.


산속에서 은수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팔목을 잡고 산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가는 이 남자의 뒷모습이 왠지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검은 복장에 옆구리에 찬 긴 칼. 다 풀어져 흩날리는 머리카락까지 친숙하게 보였다.


쉬지도 않고 자신을 자꾸만 산속으로 끌고 가는 이 남자. 은수는 쉬지도 않고 한참을 끌려가자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하악~ 하악~ 좀 쉬었다 가요. 이러다 사람 잡겠어요.”


“아가씨,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저길 보십시오.”


허리를 120도로 숙이고 헐떡대던 은수는 어깨너머로 뻗어있는 남자의 팔을 따라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 산 아래의 마을. 그 마을의 중심 부근에 있는 엄청나게 큰 집이 붉은 화염에 뒤덮여 마을 전체를 대낮처럼 환하고 뜨겁게 만들고 있었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소리들. 손에 칼을 든 자들은 쫓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쫓기다가 칼을 든 자들에 의해 무참히 베어지고 찔리며 비명과 함께 쓰러져 갔다.


은수는 난생처음 보는 무참한 아비규환의 광경에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서둘러야 합니다. 우리를 쫓고 있는 자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검은 의복의 남자는 결연한 모습으로 은수를 불렀지만 은수는 오히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두 눈에선 어느새 인가부터 뜨거운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깨끗하고 새하얀 옷에 진흙이 엉겨 붙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을 것 듯 한 선녀 같은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자신을 부르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은수는 다시 한번 놀랐다. 머리칼이 흐트러져서 봉두난발이었고 본인의 것인지 누군가의 것이 튀어 날아와 붙은 건지 핏방울들이 뺨에서 흐르고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지난밤 꿈에서 자신과 비밀스러운 연애를 하던 선우빈이었던 것이다.


“용서하십시오. 아가씨.”


선우빈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은수를 안아 올려 어깨 위로 들쳐 메고 다시 어두컴컴한 산속으로 깊숙이··· 깊숙이 들어갔다. 불타는 마을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은수의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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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3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6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6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2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7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4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4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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