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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8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9 23:07
조회
213
추천
3
글자
11쪽

5. 비밀_01

DUMMY

은재와 은수 그리고 선우빈. 이 3인의 애정행각은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계속되었다. 그래도 세 사람은 행복했고 선우빈은 비록 인기가 조금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그의 연기력을 인정한 제작사들이 꾸준히 좋은 작품을 제시하여 지금은 좋은 작품을 선택해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올해의 끝이 보이는 계절이 다가왔고 은재와 은수는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체육교육학으로 진로를 결정하였다.


“은재야, 너 방학 때 뭐 할 거야. 계획 있어?”


교문을 향하는 도중에 성은이가 뛰어와 은수를 잡으며 물어봤다.


“글쎄, 아직 특별한 계획 같은 건 없는데. 넌 벌써 계획 다 짜 놨어?”


“응, 말하자면 둘만의 밀월여행이랄까?”


“우리 오빠랑? 그 인간이 꼬신 거야, 네가 꼬신 거야?”


“당연히 서로 눈이 맞은 거지.”


“너 아직 미성년자다.”


“얼마 안 남았거든요~ 너는 선우빈 오빠랑 특별한 계획 없어?”


“글쎄, 뭘 하지?”


“내숭 떨지 마 이뇬아··· 너 저번엔 빈 오빠랑 둘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거라고 했잖아.”


“내가? 언제 그랬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은수.


“너 건망증 다시 도졌니? 어쨌든 나는 우리 오빠랑 멋진 계획을 모두 준비시켜 놨다 이 말이야. 너도 얼른 계획해. 스무 살의 새해 첫날은 단, 한번 뿐이야.”


성은이는 먼저 급하게 가버렸고 그런 성은이의 뒷모습을 보며 은수는 성은이 했던 말을 생각해 보았다.


건망증이라··· 분명 은재와 은수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다음부터는 건망증이 사라졌었다. 그런데 조금 전 성은의 말을 들어보니 분명 요근래 기억이 띄엄띄엄 끊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았지만 막상 의식하고 나니 괜스레 마음이 쓰인 은수는 침대에 걸터앉아 은재에게 말을 걸었다.


“은재야, 아까 전에 성은이가 한 말 있잖아. 빈 오빠랑 크리스마스를 보낼 거라고 한 거. 혹시 너랑 성은이가 한 얘기니?”


‘응, 며칠 전에 한 건데. 기억 안 나니?’


“응, 생각 안 나.”


‘너··· 설마······.’


다소 긴장하는 은수.


‘진짜로 치매 온 거 아니야?’


“야!”


퍽~


“아얏~”


은재에 말에 울컥한 은수는 그만 자신의 배를 손바닥으로 때린 후 통증을 그대로 느끼고 말았다.


‘꺄 하하하~ 너 바보지~’


“뭐야! 너 죽을래?”


‘어쩔 건데? 또 치게? 쳐봐, 쳐봐~’


“너~ 이씨~”


‘걱정하지 마. 살면서 깜빡하는게 어디 한두 가지야? 그냥 그런 거겠지.’


“아니란 말야. 전에 너랑 나랑 몰랐을 때랑 비슷하단 말이야.”


‘정말? 헐~’


두 아이는 잠시 조용했다.


‘은수야. 거울 좀 보자.’


“거울은 왜?”


‘난 우리를 확인시켜주고 구분하는게 눈동자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만약 우리에게 무슨 이상이 생기면 눈동자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은재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은수는 곧장 화장실로 가 커다란 거울에 자신의 눈동자를 비춰 보았다.


“아······.”


‘어떻게 된 거지······.’


처음 눈동자의 차이를 확인하고 변화를 인지했을 때 은수가 몸을 사용할 때는 에메랄드 빛. 은재 일 때는 노을빛의 눈동자가 오른쪽, 왼쪽으로 나뉘어 선명함에 차이를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은재가 몸의 주체니까 당연히 에메랄드빛의 눈동자가 선명해야 할 테지만 두 눈동자의 빛깔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었다.


선명해야 할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조금 빛을 잃은 듯하고 상대적으로 흐릿해야 할 노을빛 눈동자는 빛을 얻어 좀 더 선명해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소녀들은 잠시 말을 잊었다. 둘 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왜··· 어째서 이런 거지?”


조금 떨리는 은수의 음성. 약간의 불안함이 섞여 있는 것이 그대로 목소리에 전해졌다.


‘아직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 다음에 내가 되면 다시 확인해보자.’


은수의 불안함을 느낀 은재는 언니다운 차분한 목소리로 동생을 안심시키려 하였다.


“그래, 그러자. 어쩌면 요즘 내가 먹는게 부실해서 그런 건지도 몰라. 오늘 서방님한테 맛난 거 사달라고 해야겠다.”


‘오빠 오늘 촬영 있다고 했어. 그냥 우리끼리 맛있는 거 해 먹자. 해물 스파게티 어때?’


“해물? 우리 언니도 해물 좋아했는데······.”


‘언니? 그 서령 아가씨 말이야?’


“응, 에잇~ 옛날 생각하면 우울해져. 재료나 사러 가자. 참, 그런데 너 크리스마스 계획이란게 뭐야?”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우리도 밀월여행 갈까?’


“어우야아~”


‘왜 그래~ 너 전생에 오빠랑 부부였다면서. 알 거 다 알면서 내숭 떨기는.’


“알 거?”


잠시 뭔가 생각하던 은수는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부끄러운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뭐야, 무슨 생각 한 거야? 공유 좀 하자.’


“시끄러 조용해. 애들은 몰라도 돼!”


그날 밤. 온 가족들이 처음으로 자매가 직접 차린 해물 스파게티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 딸이 언제 이렇게 요리를 잘했어?”


“그러게. 이제 시집보내도 되겠는데.”


엄마와 아빠는 예상외로 맛있는 자매의 스파게티에 감탄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정말? 나 시집가고 싶은데, 간다고 하면 보내 줄 거야?”


“쬐끄만게 시집은 무슨 시집이야. 공부나 더해. 아무리 체육교사라고 해도 교양 정도는 돼있어야지. 그 성적으로 대학 붙은게 신기하다.”


주영이 성적으로 뭐라 빈정거리자 은수의 표정이 삐죽삐죽하게 변해 버렸다.


“엄마, 이모한테 전화 좀 해. 오빠가 글쎄 내 친구랑 둘이 밀월여행을 가겠데. 새해 첫날 첫날밤을 가질 거래나 뭐래나~”


“푸~ 훕~”


주영의 입속에서 잘게 씹혀 오물거리던 스파게티 면 가락들이 폭발처럼 식탁 위로 튀어나왔고 엄마와 아빠는 다행히 자신들의 그릇을 높이 들어 방어에 성공했지만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표정으로 오빠를 쳐다보았다.


주영도 민망한 나머지 얼굴이 빨개져 우물쭈물하다가 다소 원망적인 눈빛으로 은수를 바라보았지만 은수는 쌤통이라는 얼굴로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주었다.


이틀 후, 아침에 눈을 뜬 은재는 자신이 몸을 쓰게 되었다는 걸 알고 곧장 화장실로 향해 이를 닦고 세수를 하다가 문득 그제의 일이 떠올라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가 갑자기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노을빛 눈동자는 선명하게 빛을 내는 반면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거의 빛을 잃어 보통의 눈동자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는 은재. 손으로 눈꺼풀을 벌리고 가까이에서 세심하게 살펴보니 아직은 조금이지만 에메랄드 빛깔이 남아있는 것이 보이자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은수야, 아직 자니?”


은수를 불렀지만 대답은 없다.


“은수야, 서은수~ 일어나 봐.”


아랫배를 톡톡 건드리며 은수를 깨우려는 은재. 하지만 은수는 여전히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이 잠탱이를 그냥··· 후음~”


숨을 크게 들이쉬는 은재. 그리고······.


“일어나! 서․은․수!!!”


집안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외치자 엄마 아빠는 물론 오빠까지 화들짝 놀라 욕실로 달려왔다.


후다다닥.


“무슨 일이니?”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급하게 묻자 은재는 조금 쑥스러웠다.


“아니··· 은수가 늦잠을 자서······.”


“어머 얘! 간 떨어질 뻔했잖니. 아유~ 정말.”


엄마가 앙칼지게 야단을 친 후 돌아가 버렸다.


“아침부터 소리를 그렇게 지르면 어떡하니.”


아빠도 한소리 한 후 돌아가고 주영은 말없이 혀를 차다가 은재가 사납게 눈을 희번덕거리자 돌아가 꼬리를 말고 돌아가 버렸다.


“야, 아직 안 일어났냐?”


······


은수를 다시 불러 봤지만 아무런 대꾸가 없다.


“어떻게 된 거지?”


은재는 조금 걱정이 됐지만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선우빈과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일단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깨어나겠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한 것이다.


데이트 준비 따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인 은재는 생각해보니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난 것 같아서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고 15초 후 의식을 잃은 그녀는 약 6시간 후에 깨어나 샤워를 하며 잠을 깨고 화장을 하고 가장 좋아하는 액세서리와 엄마의 나풀거리는 레이스가 화사하게 예쁜 드레스를 훔쳐 입으니 완벽한 크리스마스의 연인 컨셉이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사놓고 아까워서 단 한번도 쓰지 않은 매우 비싼 엄마의 고급 명품 브랜드 백을 어깨에 메니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아직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를 무사히 빠져나가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분명 어딘가로 마실 나갔을 것이 분명했고, 그것은 언제 어떻게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신중히 주위를 살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 문득 중학생 때 입던 코트가 생각났다.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귀찮아서 아직 옷장 깊숙한 곳에 처박아 두고 있던 코트가 한벌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은신도 하고 내다 버리면 일석이조인 것이다. 은재는 서둘러 옷장을 뒤져 낡은 코트를 찾아내 그것으로 몸을 감싸고 거울을 보니 정말 완벽하게 드레스와 백이 숨겨졌다.


“흐음~”


만족한 듯 씨익 웃은 은재는 곧바로 집을 나왔다. 복도식 계단에서 혹시라도 엄마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주위를 살피며 드디어 1층 문을 나서는 순간 성공이라는 기쁨에 저절로 “아~싸!”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그때였다.


“은재야~! 너 어디 가니?”


흠칫, ‘당황하면 안 돼.’라고 마음먹은 뒤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항해 돌아보니 3층 난간에서 엄마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응, 좀 나갔다 올게.”


오늘따라 엄마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은재를 째려본다. 평소 같으면 이쯤에서 잘 갔다 오라는 둥 말을 했을 텐데.


‘거, 걸렸나.’


라고 생각할 때쯤 엄마가 갑자기 씨익~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데이트하러 가는구나? 빈씨랑 만나기로 했니? 엄마 싸인 언제 받아줄 거야~ 그리고 화장이 너무 진하다 얘!”


“윽······.”


은재의 얼굴이 귀까지 빨갛게 물이 들었다.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큰 소시로 저렇게 말하다니··· 딸내미 망신 주려고 작정을 했냐고!


재빠르게 아파트를 빠져나온 은재는 주위를 둘러본 후 얼른 코트를 벗어던지고 선우빈과의 약속 장소를 향해 출발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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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6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 5. 비밀_01 17.04.09 214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8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90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8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4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5 2 12쪽
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4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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