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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4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03 19:38
조회
183
추천
3
글자
10쪽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DUMMY

토요일.


은재의 사촌오빠인 주영은 은재의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소개팅 자리에 끌려 나가게 되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먼저 도착한 은재는 성은이에게 문자를 보내 빨리 오라고 재촉하였다.


「원래 여자가 10분 늦게 가야 성공률이 더 높아지는 거 모르니. 잠자코 있어.」


“지랄 똥을 싸네.”


“뭐?”


무의식 중에 막말을 내뱉은 은재를 주영이가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아, 아니. 오빠 이건······.”


가족들 앞에서는 참하고 얌전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었던 은재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막말에 약간 당황하는 눈빛이 되었다.


“은재 너는 참 희한해.”


“뭐? 왜.”


“꼭 이중인격자 같아. 어떨 때는 정말 여성스러운데 또 어떨 때는 완전 터프한 데다 날카롭기까지 하단 말이야.”


“아니야, 오빠 내가 언제 그런 모습을······.”


“너, 그래.”


“아닌데.”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사이 어느새 성은이가 도착했고, 은재가 성은이를 발견하여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일루와.”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성은이가 은재의 옆으로 앉았다.


“안녕하세요.”


주영에게만 수줍게 인하하고 자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성은을 보며 은재는 가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개할게. 이쪽은 우리 오빠 성주영. 20살이고 S대에 재학 중인 엘리트. 그리고 이쪽은 내 친구 박성은. 뭐 보이는 그대로 얼굴이랑 몸매 좋은 것 말고는 그닥 내세울게 없는 친구야.”


은재는 오빠를 소개할 때는 자랑스러운 태도로 소개하고 성은이를 소개할 때는 떨떠름하게 소개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성은은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


“안녕하세요. 은재 친구 박성은이에요.”


“안녕하세요. 은재 오빠 성주영입니다.”


“은재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의학을 전공하신다고요?”


“예, 의사가 되는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거든요.”


“어머~ 멋있다. 꿈에 반은 이루신 거네요.”


“성은 양도 무용전공학과로 진학하실 거죠?”


“어머~ 말 편하게 놓으세요. 은재 오빠이신데.”


“그럴까?”


예상외로 둘의 사이가 너무 쉽게 가까워지는 것 같아 보이자 은재의 배알이 왠지 꼬이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다 성은이의 저 지나칠 정도의 여우 꼬랑지 같은 말투가 은재의 위속에 식용유를 들이붓는 것 같아 더욱 참기 힘들었다.


“난 그만 갈게.”


은재는 자리에서 무덤덤하게 일어났다.


“응, 들어가. 월요일에 보자.”


‘가증스러운 것. 빈말이라도 좀 더 있다 가라고 하면 덧나나.’


“먼저 갈래? 집에서 보자.”


‘헉, 오빠마저~ 빈말이라도 더 있다 가라고 할 줄 알았던 오빠마저 그냥 가라는 투로 말하다니. 처음엔 하기 싫다고 했으면서!’


배신감을 쌍으로 느낀 은재는 서운함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밖에 나와서 안을 들여다보니 주영과 성은은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보였다.


“칫, 모야 저 오빠. 완전 내숭쟁이였잖아.”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낀 은재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하여간 남자들은 이쁜것들이라면 그냥 껌뻑해가지고··· 내가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만 따봐. 전설에 피겨여왕 김연아도 능가하는 인기를 끌게 될 거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입술을 삐죽삐죽거리며 괜히 신경질을 부리는 은재. 지하철 출구 앞 계단을 오르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낑낑대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얼른 달려가서 할머니의 짐을 들었다.


“끙~ 할머니 제가 들어드릴게요.”


할머니의 보따리는 뭐가 들었는지 운동선수인 은재가 들기에도 힘들었다.


“고마워요 아가씨.”


“아니에요. 어디까지 가세요? 이거 할머니 혼자 들기엔 너무 무거운데 제가 도와 드릴게요.”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계단을 올라오자 힘이 들어 헉헉 대면서도 예의 바른 은재다.


“아니여, 여기서 기다리면 우리 아들이 데리러 온다고 했어. 고마워요 아가씨.”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할머니에게 꾸벅 인사하는 은재.


“한데 아가씨 눈동자가 참 예쁘네~ 어쩌면 저리 예쁠까.”


“하하~ 고맙습니다.”


할머니의 칭찬 덕분인지 은재는 기분이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온 은재는 화장을 지우기 위해 욕실로 가서 세안을 깨끗이 한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냈다.


“내 눈이 그렇게 예쁜가~ 어디 보자.”


은재는 자신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어, 약간 다르네.”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은재는 자신의 양 눈동자 색이 조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왼쪽 눈동자는 타는 듯 한 노을빛이 은은하게 배어있었고 오른쪽 눈동자는 푸른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에메랄드 빛깔이 은은하게 깔려있었다.


은재 자신도 신기해서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온몸에 닭살이 돋으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몰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요상한 기분이었다. 흠칫한 은재는 급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으나 욕실 안에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는게 당연했고 거울 속에 비친 은재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흠, 기분 탓인가? 그나저나 내 눈이 이렇게 예뻤다니, 근대 왜 색이 다른 거지. 이럴 수도 있는 건가. 히힛~ 나중에 스타 되면 방송에서 말해볼까 큭큭큭···...”


자기 방으로 들아간 은재. 사촌오빠인 주영이 돌아오면 소개팅 결과를 들어보려고 기다렸는데 밤 11시가 돼서야 오빠가 들어왔다.


“오빠,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다가 이제 오는 거야?”


“젊은 남녀가 만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넌 데이트도 안 해봤니?”


뜨끔.


은재는 찔리는 구석이 있었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니, 아무래 그래도 오늘 처음 만났는데 이상하잖아.”


“이상할 거 없어. 우리 사귀기로 했거든.”


놀라는 은재.


“뭐어? 아니, 그 계집애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예쁘고 몸매 좋고 말도 참 예쁘게 잘하고 싹싹하고 싫을 이유가 없잖아.”


성은이 이 뇬이 오늘 아주 작정을 하고 나왔구나.


“참~ 나, 언제는 고딩이랑 어떻게 사귀냐고 할 땐 언제고,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더니. 오빠 선수 아냐?”


“어흠··· 오빠 옷 좀 갈아입게 그만 나가라.”


조금 당황한 낌새를 보인 주영이.


“팬티만 입고 돌아댕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어쨌든 난 잘 거니까 넌 어서 네 방으로 가.”


“간다, 가!”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도 은재의 궁시렁은 멈추지 않았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 너무 문란해서 탈이라니까. 만난 첫날부터 눈이 맞아 가지고 뭐야? 한시 반에 만난 것들이 11시까지 도대체 뭘 한 거냐고~”


“으씨~ 이씨~”


괜히 심술부리며 뒤척이는 은재, 자신도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몰라 더 짜증이 났다.


어느새 잠이든 은재. 꿈속에서 은재는 자신의 방에서 만화책을 읽으며 혼자 깔깔거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화장실이 급해져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한번 거울을 들여다보는 은재. 낮에 봤을 때보다 훨씬 눈동자의 색이 짙어졌다. 왼쪽 눈동자는 완전히 저녁 노을빛의 붉은색으로 빛났고 오른쪽 눈은 맑고 투명한 바닷가처럼 푸르른 빛깔이었다.


신기한 나머지 은재는 계속해서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안녕?”


“헉!”


놀란 은재가 뒤로 발라당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내가 잘 못 본건가?


일어난 은재가 다시 한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으아아~!!!”



* * *



너무 놀라 잠에서 깬 은재.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있는 곳이 분명 은재의 방도 아니고 엉덩이에 닿는 바닥의 느낌도 푹신한 침대가 아닌 딱딱한 바닥의 느낌이었다.

어둠이 무서움으로 다가오자 은재는 서둘러 문을 열고 불을 켰다. 자신이 있는 곳은 방금 까지 꿈에서 있었던 욕실이었다.


“내가··· 몽유병이 있었나···...”


꿈에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온몸이 오싹했다.


“왜 그런 꿈을 꾼 거지. 내가 요즘 몸이 허해졌나?”


은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려고 했지만 역시 방금 전에 무서운 꿈을 꿔서 그런지 아직은 무서웠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상하게 거울을 한번 보고 싶었다.


천천히 조금씩 고개를 드는 은재. 그리고 얼굴이 보일만큼 들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휴~”


심호흡을 한번 한 후에 천천히 눈을 뜬 은재. 거울 속에는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눈을 깜빡여도 손을 흔들어도 거울 속에 비친 은재는 자신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할 뿐이었다.


“아하하··· 그럼 그렇지. 역시 꿈은 그냥 꿈일 뿐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으~ 헉!”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 거울 속에 은재는 변함없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을 뿐인데··· 어디서 들려오는 말일까? 헛것을 들은 건가?


‘거울을 봐.’


“거, 거울?”


거울 속에는 여전히 은재 자신이 보였다.


“너··· 너야? 나한테 말은 건게?”


‘응, 그런 것 같아.’


여전히 거울 속에 비친 은재의 모습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넌 누구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넌 누구니?’


“나? 난 은재인데.”


‘나도 은재 거든!’


거울 속에 비친 은재. 그리고 거울을 바라보는 은재. 서로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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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15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8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90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8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4 1. 거울 속의 눈동자_03 17.04.03 175 2 12쪽
»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4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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