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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4.03 19:13
최근연재일 :
2017.04.16 15:4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999
추천수 :
50
글자수 :
92,907

작성
17.04.10 18:49
조회
192
추천
2
글자
11쪽

5. 비밀_02

DUMMY

레스토랑에서 선우빈을 기다리던 은재 앞에 장미꽃 한 송이가 나타났다. 깜짝 놀란 은재가 뒤를 돌아보자 선우빈이 그녀 앞에 근사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오래 기다렸죠. 죄송합니다. 일이 생각보다 길어져서요.”


“아니에요. 인기 연예인 만나는데 이 정도쯤이야.”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치고 영화도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찾아왔다. 선우빈이 근사한 호텔로 은재를 데리고 가자 은재는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물론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닥쳐오니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잔뜩 희뿌옇게 가려놓는 것이었다.


“내리세요.”


차문을 열어주며 선우빈이 손을 내밀었고 은재는 약간 주춤거리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선우빈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 은재는 뜻밖의 장소로 안내하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 공간이 호텔 안에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 안에서 마치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더 놀라움을 느꼈다.


두 사람은 안내를 따라 앞쪽의 중간쯤 되는 자리에 앉았다. 선우빈이 미리 예약을 해둔 자리인 것이다. 자리는 원형 테이블들이 줄 맞춰 놓여있는 연회장 형식이었다.


“식사 준비해주세요.”


“네, 곧 준비하겠습니다.”


선우빈과 웨이터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웨이터는 떠나갔다.


“분위기 괜찮죠?”


“네, 식사하면서 공연을 즐긴다니···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무대에서는 지금 중후해 보이는 여가수가 풍부한 성량으로 발라드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분위기죠. 매년 있는 크리스마스이브 커플 파티인데 저도 와보는 건 처음이에요.”


은재는 처음 겪어보는 상류층 문화에 내심 경외심을 가진 듯하다. 공연을 즐기는 중에 식사가 나왔다. 음식도 일품이었지만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하는 식사여서인지 즐거움과 감동이 두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까지 없어지자 이번엔 과일과 와인이 나왔다.


은재는 속으로 엄마 옷과 가방을 훔쳐 입고 나온 것을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엄마는 지금쯤 ‘이년 들어오기만 해봐라.’ 하며 이를 갈고 있을 테지만 연회장 분위기로는 아주 딱 어울리는 의상이었으니까.


한참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때 선우빈이 조심스럽게 먼저 말을 꺼냈다.


“아가씨, 죄송해요. 오늘은 끝까지 함께 있고 싶었는데······.”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자기 없던 스케줄이 생겨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은재는 실망감이 가득했지만 뭐 어쩌랴. 일이라는데, 게다가 자기 때문에 인기도 쭉 떨어졌는데 뭐라고 하리오. 아쉽지만 군말 없이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괜찮아요. 같이 나가요.”


“아니요. 아가씨는 좀 더 계세요. 파티는 이제부터 시작인걸요. 아이돌 스타도 나올 거예요.”


“그래도 저 혼자 뭘······”


“아쉽잖아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게 이것뿐이니 공연은 끝까지 보세요.”


“···네, 알았어요. 그럼 그럴게요.”


은재가 먼저 선우빈의 손을 잡았다. 아쉬움에서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럼······.”


아쉬운 표정으로는 선우빈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둘은 아쉬운 눈길로 잠시 바라보다가 선우빈이 무겁게 발걸음을 돌렸다.


그가 눈에서 사라지자 은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을 한잔 마셨다.


“에휴~ 내 팔자야.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니.”


혼자가 되니 갑자기 주변으로 시야가 넓어진 은재는 주위가 온통 커플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그때서야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는 가수에게 민망할 만큼 주위의 커플들은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희희낙락거리며 애정표현을 하고 다정한 모습들이었으니 은재의 기분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휴~”


또 한번 한숨을 내쉰 은재는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잘 나가는 스타 가수가 나온대도 지금 자신의 다운된 기분을 풀어 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스륵~


의자를 빼고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환호성이 들려와 무대를 보니 요즘 가장 인기가 있는 최고의 남자 아이돌 그룹이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꺄~”


털썩~


0.1초 만에 엉덩이를 의자에 내려 붙이는 은재. 그녀의 표정엔 좀 전에 느꼈던 군중 속의 고독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환호와 열정만으로 바뀌었다.


인기 아이돌 가수의 출연인 만큼 장내의 뜨거운 환호성과 열기는 조금 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져만 가고 이전까지 연인과의 달콤함을 즐기던 사람들도 모두 공연에만 집중하게 되어버렸다.


장내의 분위기는 가수들의 두 번째 노래와 춤이 시작되면서 더욱 고조되어 갔다. 신나는 댄스 음악과 격렬한 안무를 소화해내는 가수들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이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하자 삽시간에 주변으로 전염되어 곧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음악에 맞춰 즐기기 시작하였다.


노래가 끝나고 다른 노래가 이어지기 전 가수 중에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뭔가 얘길 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다시 자리로 앉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가수가 물어보자 여성 팬들이 일제히 “예~” 하고 크게 대답했다.


“부럽네요. 저는 아직 여자 친구가 없지만 마치 여기 계신 모든 여성분들이 모두 저의 여자 친구 같아서 지금 굉장히 뿌듯합니다.”


“꺄아~”


“우~”


여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반대로 남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아, 남성분들 너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여기 계신 남성분들을 보니까 다들 너무 멋지고 잘생기셔서 제가 좀 위축이 드네요.”


그러자 객석에서 “아니에요~” “아니야!” 등의 함성이 들려왔다.


“하하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렇게 마이크를 잡은 이유는요. 오늘 아주 특별한 분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셨는데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저희가 지금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겁니다.”


은재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은재도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그분이 등장하실 텐데요. 바로 오늘 밤, 그분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분에게 고백을 하실 텐데요. 여러분, 그분이 잘 해낼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이제 그분이 나오십니다. 박수로 맞아주세요~”


소개 멘트가 끝나자 잔잔한 전주가 흐르며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자 가만히 바라보던 은재의 입이 조금씩 벌어지고 동공이 확대되며 손바닥을 입으로 갖다 대었다. 애잔한 발라드 곡을 부르며 나타난 그 사람은 바로 조금 전 은재의 곁에 있던 그 남자. 바로 선우빈이었던 것이다.


애잔한 고백 송을 부르며 나타난 그는 무대에 오르자 곧 은재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은재의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들썩 거리며 은재를 흥분과 감동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비록 연인이었다는 걸 공개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였던 선우빈이기에 그가 노래를 하며 등장하자 장내의 많은 여성들이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선우빈은 연기자였지만 노래 솜씨도 가수 못지않았고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조용히 감상해 주었다.


은수는 또 이렇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는 선우빈에게 감동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이 조금 숨어 있기도 하였다. 그 조그만 마음 때문에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지금의 느낌을 모두 감동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조금씩 섞여 있는 불안감, 과거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자신과 은수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그가 노래를 끝냈다. 큰 박수소리가 한동안 이어졌고, 사람들 속에 있는 은재를 바라보며 미소 지어주었다. 은재도 답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선우빈입니다.”


선우빈이 인사를 하자 다시 한번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는데 제가 방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에게도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정말 특별한 존재인데요. 그래서 저는 오늘 그분께 제 마음을 고백하려고 합니다.”


선우빈이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마이크를 들자 조금 전의 가수가 그에게 준비된 꽃다발을 가져다주었다.


“조금 후에 제가 이 꽃다발을 전해드릴 분께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은재는 두근두근하는 가슴으로 가만히 선우빈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의무감이나 책임감 때문에 당신과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그저 의무감과 책임감으로만 당신을 대했지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당신은 모든 면에서 서툴렀지만 그래도 항상 저를 위해 노력하며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당신을 보면서 저는 그저 고맙고 안쓰러운 사람이라고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은재의 눈에 이슬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했다. 선우빈··· 우월영의 말의 의미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어서 일수도··· 미령에 대한 연민인건지도··· 은재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달라질 생각입니다. 지금의 저에겐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그녀가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저는 지금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와요. 이제부터는 그녀에게 저의 영혼을 다 바칠 것을 여러분 앞에 맹세합니다.”


선우빈이 천천히 은재를 향해 걸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은재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사람들의 시선은 선우빈에게서 은재에게로 넘어왔다.


선우빈이 은재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꽃다발을 내밀었고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보냈다.


“너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 마음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이제 은재가 꽃다발을 받는 일만 남았다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죽이고 상황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은재는 쉽사리 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의 마음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겠지만 어쩌면 자신의 상황을 그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몰라주는 그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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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4 +4 17.04.16 209 2 12쪽
20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3 17.04.15 124 2 10쪽
19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2 17.04.14 131 2 12쪽
18 6. 사랑하는 언니, 그리고 엄마에게_01 17.04.13 197 2 11쪽
17 5. 비밀_04 17.04.12 205 2 9쪽
16 5. 비밀_03 17.04.11 187 2 10쪽
» 5. 비밀_02 17.04.10 193 2 11쪽
14 5. 비밀_01 17.04.09 213 3 11쪽
13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3 17.04.09 148 3 10쪽
12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2 17.04.08 157 3 10쪽
11 4.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_01 17.04.08 140 3 10쪽
10 3. 백제 부흥군_03 17.04.07 189 3 9쪽
9 3. 백제 부흥군_02 17.04.07 117 3 10쪽
8 3. 백제 부흥군_01 17.04.06 143 3 9쪽
7 2. 쌍둥이 자매_03 +1 17.04.05 216 2 10쪽
6 2. 쌍둥이 자매_02 17.04.05 172 2 12쪽
5 2. 쌍둥이 자매_01 17.04.04 20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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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거울 속의 눈동자_02 17.04.03 183 3 10쪽
2 1. 거울 속의 눈동자_01 17.04.03 323 2 7쪽
1 0. 프롤로그. 17.04.03 37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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