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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룸(Te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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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30 10:4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443
추천수 :
1,625
글자수 :
221,209

작성
20.05.25 09:15
조회
306
추천
37
글자
9쪽

Under the Violet sky(보랏빛 하늘 아래에서) - 1

DUMMY

///


Chapter 5. Under the Violet Sky


///


소어를 차에 태우고, 방주 아래의 주차장으로 달렸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부는 시가지에서, 거대한 진녹색의 반구 너머로 여명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혹한의 어스름이 그 거대한 것을 더욱 웅장하고도 음산하게 바꾸어 놓았다.


소어는 그 크기에 놀란 듯 다리에 단단히 매달렸다.


"괜찮아,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우리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 앞은 세운 지 오래 된 듯한 안전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울타리를 살짝 밀어내고 막 버튼을 누르려는 참이었다.


순간 겨울 바람에 섞인 음산한 메아리가 청각을 긁었다.


메아리는 회색의 구름을 타고 도심 속으로 유령과 같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곧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칠흑의 날개가 그리는 잔영을 읽었다.


나의 동물적 직감이 저 곳은 위험하다며 끊임없이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런 감각을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차로 돌아가 장비를 챙겼다.


소어를 등에 업은 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덜컹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녹슨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나는 어두운 엘리베이터 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끼익 하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리며, 그 불안정한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1층...5층...16층...


의외로 잘 올라간다고 생각한 순간, 머리 위로부터 격렬한 파열음이 울렸다.


이윽고 천장이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살짝 함몰되며 엘리베이터가 멈춰 버렸다.


곧이어 으직거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리며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렸다.


마치 도끼로 나무를 쪼갤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러더니 천장의 갈라진 틈 사이로 끈적한 내용물 같은 것이 비어져 나왔다.


투명한 부분과 다홍색 부분을 갖고 있었고, 어째선지 익숙한 식재료의 냄새가 스멀스멀 풍겼다.


노랗고, 투명하고, 약간 비릿한 향기를 가진 그것... 약간 날계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섞인 녹색의 진액에서는 위화감이 들었다.


무언가가, 어쩌면 조류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것이 알을 낳아 둔 것 같았다.


곧 엘리베이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옥상을 활공하는 검은 날개의 정체가 무엇인지, 마침내 짐작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깨 버린 알의 크기로 보아, 아마 조류계 위험수 중 그리핀 정도로 큰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극도로 사나워진 산란기의 암컷이 분명했다.


옥상을 막아 둔 또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던 모양이다.


혹시나 옥상에 있는 것이 그리핀이라면, 다른 조류계 위험수들 역시 사각에서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더라면, 그리핀의 울음소리 치고는 낮고 매우 음산하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노드 델타 주변의 숲에서 그리핀이 날아갈 때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창천을 찢는 그 고결한 포효는 쐐기가 되어,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뇌리에 박혔다.


발상지의 진득한 안개 때문이었을까, 아까 들은 소리는 그리핀의 것은 분명 아니었다.


"소어, 등 뒤에 딱 붙어 있어야 해."


아이는 내 다리를 꼭 붙들었고, 우리는 점차 높은 곳으로 향했다.


건물이 이렇게 망가지는 동안 발상지 관리 기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조막만한 예산으로 돈놀이나 즐기는 작자들이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신경을 쓸 이유가 전무했다.


결국 고생하는 건 나 같은 아랫사람들이다. 하지만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우리들은 저항할 여력이 없다.


높으신 분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색은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문이 스르륵 열리자, 잿빛 구름이 드리워진 옥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 여기에 숨어 있어."


비상계단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어를 그 안에 숨겼다.


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닫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보수공사를 하러 올라온 작업자들 중 몇 명이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곧장 그들 중 하나에게 다가가 얼굴을 흔들며 깨우려 시도했다.


"왜 다들 여기서 자고 있지... 어이! 빨리 일어나!"


"아...5분만...더.."


내가 몇 번을 깨워도 쉬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최면 사용자가 있다.'


주변에 떠다니던 반짝이는 가루가 내게로 날아오기 전, 나는 방독면을 썼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나의 흉터를 감추는 가면, 그 익숙한 가면 아래에 나를 다시 한 번 밀어넣었다.


정화통으로 흘러들어오는 공기를 들이키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정신을 감싸던 불길한 기류는 구석으로 몰리고, 오로지 한 가지 집념만이 뇌리를 채웠다.


전신에 단단히 얽힌 야수의 영혼이 사냥의 희열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저 놈은 내가 죽인다.



정신을 집중한다. 마음 속 바다에서 활과 화살을 꺼낸다.


얼음으로 된 활을 손에 쥐었고, 화살은 벨트에 끼워넣었다.


곧 창공을 울리는 음산한 비명과 함께 날개를 크게 펼친 놈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독수리의 머리를 가진 사족보행의 짐승이 아닌, 두 개의 복슬복슬한 더듬이를 가진 무언가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두 장의 검보랏빛 날개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떠오르며 불길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썩을, 마법이다!"


나는 재빨리 주변의 잔해 쪽으로 몸을 날렸다.


날개에서 발원한 빛은 머지않아 찬란한 쐐기로 변하더니,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거침없이 날아들어 검은 섬광과 뜨거운 화염의 잔향을 남겼다.


원소술과 주술의 응용인 「연옥의 창」이었다.


놈의 정체는 그리핀이 아니었다.


아니, 자세히 본 그것은 새조차도 아니었다.


내가 그리핀의 날개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검은 인분으로 위장한 물건이었다.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의태를 시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놈은 아마도 조류계 위험수로 의태했을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놈의 정체는 바로 거대한 영월나방(Shademoon Moth).


영월나방은 일식이 시작되는 때에만 산란기를 맞고, 나머지는 자가 분열을 통해 수를 늘리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반투명한 베일과도 같은 큰 날개에 나타나는 문양은 마법진의 역할을 하고, 불투명한 코트와 같은 작은 날개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인분은 촉매 역할을 한다.


마법진의 형상을 띤 무늬과 촉매를 대가로, 놈들은 마나를 절약하며 다양한 마법을 구사한다. 두 가지 날개로부터 발하는 마법 공격은 상당히 위험하게 다가온다.


비록 나에게는 마법사형 적들을 상대한 경력이 있긴 했지만, 문제는 그 크기였다.


눈 앞의 저 나방은 그리핀이나 그 이상 수준으로 컸다.


저 정도 규모의 마법을 맞는다면 뼈도 못 추리고 잿더미로 변할 게 분명했다.


아무튼, 이렇게 시선을 끈 이상 놈은 내가 맡아야만 했다. 빠르게 화살 하나를 시위에 걸고, 나방을 겨냥했다.


호흡을 조절하고, 화살 끝을 놈의 몸통에서 조금 위를 향하여 조준했다.


곧 화살이 나의 손을 떠났다.


혹한의 쐐기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검은 나방을 향해 날아갔다.


'...더듬이에 맞겠군.'


그러나 날붙이를 가볍게 튕기는 명쾌한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화살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버렸다.


그저 약간의 충격만이 나방의 주의를 잠시 돌릴 뿐이었다.


놈은 촉매를 사용해 방어계 주술 「복수의 장막」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그대로 접근하면 자잘한 비늘에 갈려 육편이 될 게 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견고한 방어 주술을 깰 방법이 필요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놈은 기절시킨 작업자들 중 하나의 목에 주둥이를 꽂기 일보 직전이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적어도 수인이 맡은 임무 현장에서 민간인이 죽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죽었다면 그 책임은 내가 고스란히 뒤집어썼으리라.


어린 소어를 두고 눈 앞에서 감옥에 끌려가는 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세속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와중에도, 내 머리는 계속해서 지식의 바다를 뒤지고 있었다.


주변의 잔해들을 둘러보자, 소형 굴삭기와 연료로 사용할 경유 몇 통이 보였다.


작업자들을 깨울 수만 있다면,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Ignis In Nebula!"


정신을 집중하며 마법을 영창하자, 두 손바닥 사이로부터 붉게 빛나는 화염의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시선을 끌며, 주위의 인분을 태워야 했다.


안개의 형태로 변한 화염이 인분을 격렬하게 소각하며, 영월나방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화려한 색채에 끌리는 습성 덕에 화염의 안개는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나방은 나와 작업자들의 반대편으로 주의를 돌렸고, 나는 그 틈을 타 굴삭기의 무한궤도 옆에 뻗어 있는 한 명을 데리고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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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der the Violet sky(보랏빛 하늘 아래에서) - 1 +27 20.05.25 307 37 9쪽
18 A Sudden Emergence(순간적인 출현) +30 20.05.24 299 42 8쪽
17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7 +16 20.05.23 295 38 11쪽
16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6 +18 20.05.22 303 40 10쪽
15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5 +15 20.05.21 312 40 10쪽
14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4 +19 20.05.20 350 34 9쪽
13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3 +13 20.05.19 325 34 9쪽
12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2 +12 20.05.18 327 36 13쪽
11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1 +8 20.05.17 341 36 11쪽
10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5 +6 20.05.16 367 35 8쪽
9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4 +4 20.05.15 345 38 11쪽
8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3 +4 20.05.14 353 38 9쪽
7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2 +4 20.05.13 362 39 11쪽
6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1 +3 20.05.12 399 42 8쪽
5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4 +8 20.05.11 430 44 14쪽
4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3 +4 20.05.11 439 39 12쪽
3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2 +7 20.05.11 534 50 7쪽
2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1 +18 20.05.11 660 59 7쪽
1 정적 - 프롤로그 +25 20.05.11 1,034 9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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