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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님의 서재입니다.

텔룸(Te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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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30 10:4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434
추천수 :
1,625
글자수 :
221,209

작성
20.05.22 09:19
조회
302
추천
40
글자
10쪽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6

DUMMY

위험을 느끼고 다시 그들 쪽으로 몸을 돌리자, 이번에는 내 가슴 쪽으로 두 방이 날아왔다.


가슴 부분을 보자, 외투에 납과 놋쇠로 된 꽃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할로 포인트 탄환이었다.


그것이 발사된 장소는 소년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어린이용 흰색 권총이었다.


현대사회에서 고가의 총기류는 귀중한 수집품으로 여겨져, 재산을 과시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싶어 하는 인기 상품이다.


특히 부유층 학생들에게 비밀스런 장난감으로써 유행하여 교내에서 다른 학생을 쏴 중상을 입히는 사건들이 흔하게 발생한다.


"이이씨..! 저렇게 ABC도 모르는 짐승새끼는 싹 다 총살시켜야 한다고!"


'탕! 탕! 탕!'


총성이 이어졌다. 창백한 연기가 시커먼 총구 사이로 피어올랐다.


로이드는 신경질적으로 권총에 할로 포인트를 장전하고 내 흉부와 복부를 향해 쏘는 것을 반복했다.


방탄복에 탄환이 막히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발사하는 꼴사나운 광경이었다.


"이이...이이익...! 누나의 원수 주제에...좀...쓰러져..죽어어!!"


놈은 총을 다시 장전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눈물을 닦는 것을 반복했다.


"..."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출입문에서 나를 바라보는 무장한 두 명의 경찰이 보내는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


인간이라면 정당방위로 그 중학생을 찢어죽여도 뭐라 못 할 상황이었다.


허나, 수인이라면 그 기준은 달랐다.


내가 눈 앞에 있는 아이의 가죽을 뒤집어 쓴 광인에게 손가락이라도 댄다면 즉결 처분권이 경찰에게 주어질 것이었다.


나를 벌집으로 만들고, 광장으로 끌고 간 뒤 말뚝에 꽂아 기름을 부어 태워버릴 것이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주먹과 손톱이 날아갈 듯 분노가 혈류를 타고 흘렀지만, 참자. 참아야 한다.


나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이런 상황을 참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무력하게 놈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조력자가 나타났다.


한 손에 부글부글 끓는 커피 주전자를 든 유지니아가 유유히 걸어왔다.


"거기 있는 도련님, 당장 그 더러운 총대가리 내려놓는 게 좋을 거야."


로이드는 장전을 멈추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비린내 나는 정어리보다 먼저 뒤지기 싫으면 그 좆같은 실리콘 젖탱이 치워, 하층민 백마 창녀 주제에!"


시커먼 총구를 겨누며 더러운 쌍욕을 지껄였다.


...그 말을 들은 유지니아가 저지른 일은 매우 기발하면서도 잔혹한 서커스와도 같았다.


그녀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한 발 물러서더니 뒤돌아 사무소 로비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명확하게 외쳤다.


"사회 부적응자에 대한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을 시연하겠습니다."


당당하게 외치는 그녀의 손에는 커피 주전자가 없었다. 그것은 언제부터인가 날고 있었다.


커피 주전자는 공중에서 뚜껑이 열렸고, 펄펄 끓는 커피가 로이드의 연미복 상의에 잔뜩 쏟아졌다.


"아악! 아뜨거어어어어어!!"


교묘하게 얼굴만 피해 날아온 뜨거운 날벼락에 당황한 놈은 탭댄스를 추듯 버둥거렸다.


순간 유지니아의 늘씬한 다리가 로이드의 복부를 향해 날았다.


복부를 세게 차인 놈은 안내 데스크에 부딪히며 주저앉았고, 총을 놓치고는 곧 헛구역질을 하더니 황록색 토사물을 그 비싼 양복에 잔뜩 게워내는 꼴을 보였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그딴 쌍욕 좀 그만 하고, 가끔은 비명도 좀 질러 보지 그러니?"


유지니아는 놈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올려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차가운 구둣발로 놈의 손등과 팔을 자근자근 짓밟는 것이었다.


"으악..으아아윽! 아파! 아파아! 마마! 도..도도..도와줘! 마마!"


놈은 손가락 마디마디가 끊어지고 으깨지는 고통에 거품을 물며 제 어미를 찾았다.


하지만 놈이 그토록 바라던 마마는 오지 않았다.


여자는 죽을 둥 살 둥 발버둥치는 제 아들을 공허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


오히려 유지니아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아악...마마! 살려줘어!"


로이드가 눈물과 거품으로는 얼굴을, 소변으로는 바닥과 바지를 흥건히 적시며 앳된 비명을 터뜨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건 따로 있었다.


로이드의 손을 무참히 짓밟는 유지니아의 얼굴.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하고 무관심해 보이는 인상으로, 밟히고 밟혀서 피멍으로 붉게 얼룩져 가는 손을 잔인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 아이답고 순수한 소리가 나오잖아."


그녀가 충분히 만족했다고 느낄 때까지, 그 손가락을 계속 밟아누를 생각뿐인 것 같았다.


유지니아의 체벌이 한창 이어지던 중, 나는 소년이 놓친 총을 주워들어 장전된 탄약을 전부 떨어뜨린 뒤 악력으로 비틀어 연결부를 부숴 버렸다.


이십여 분간 이어진 잔혹한 구둣발 세례가 잦아들자, 놈은 재차 힘이 들어가지 않는 주둥아리를 놀렸다.


"씨...발년...죽여버릴...ㄱ..."


"...닥쳐!"


별안간 옆에서 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젊은 여자가 소년을 다그쳤다.


"잘 해줬어요, 아가씨. 용병,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게 되었어요."


여자는 담담하게 걸어나와 유지니아에게 인사를 보냈다.


"아가씨도 미안해요. 꽤나 비싼 꽃이었는데...자, 염치없지만 이 돈으로 새로 하나 사요. ...로이드, 앞으로 행사에 따라다닐 일은 꿈도 꾸지 마라. 이게 갈수록 제 아비를 닮아간다니까..."


접수양이 앉은 카운터에 2 라코타를 올려 둔 여자는 아들의 목덜미를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앤은 버릇없는 아들을 잡아끌며 사무소를 떴다.


"...후."


이마에서 식은 땀줄기가 주르륵 흘렀다.


내 26년 인생에서 여러 번 겪어 본 상황들 가운데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것들 중 하나였다.


내가 방탄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갈비뼈가 서너 개는 부러지고 폐가 보기 좋게 으스러졌으리라.


수인이 인간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는 일, 일명 '수인 사냥'은 흔하게 일어나곤 한다.


지금은 약간 줄어들었지만, 사살당한 수인의 가죽을 벗기거나 박제로 만드는 것을 취미로 삼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허나 대부분 중년이나 노년층이 저지르는 일이었기에, 오늘 같은 사건은 꽤나 이례적이었다.


나를 쏜 그 놈은 이미 학교에서 총을 여러 번 쏴 본 것처럼 당당하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분명 나 역시 교실에 굴러다니는 깡통이나 떠돌이 개와 같은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누군가가 선 채로 굳어 있는 나의 두 다리를 톡톡 건드려 깨웠다.


마르셀로였다.


"..빨리 나가자. 더 있다간 소란이 커질 거야."


우리 셋은 남은 절차를 마치고 헤어졌다.



..나는 시장에서 에메랄드 색 카벙클 인형을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안톤 가의 문을 두드리기 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문을 두드리자, 안톤 부인이 문을 열고 나를 맞이했다.


"돌아왔구나! 소어, 이제 갈 시간이야!"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소어가 아장아장 뛰어나와 내 다리를 껴안았다.


"잘 지냈니? 말은 잘 들었고?"


아이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소어에게만은 밝은 모습을 보여야지.


이 아이가 함께하게 된 순간부터,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내 행동을 조종하는 것 같다.


"소어 일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톤 부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괜찮아. 원래 아이 돌보는 거 좋아하거든."


나는 소어를 안아들어 팔에 걸터앉혔다.


보송보송한 솜털의 따뜻한 온기가 외투를 뚫고 들어와 어깨를 덥혔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표한 뒤 4층으로 올라왔다.


외투를 벗어 걸어 둔 다음, 소어를 불러앉혔다.


"자, 선물 사 왔어."


인형을 꺼내 내놓았지만, 아이는 말없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곧 아이는 내 왼쪽 어깨에 생긴 상처 위에 손을 얹었다.


"..?"


소어의 얼음 같은 눈에서 빛나는 액체가 흘렀다.


그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찍어, 거즈에 발라 적시고 있었다.


난 아이의 손길을 말없이 받아들였다.


어깨를 중심으로 퍼지는 따뜻하고 편안한 감촉이 나를 그 자리에 묶어 두고 있었다.


십 분이 흘렀다.


언제부터였을까, 어깨에 느껴지던 고통이 눈 녹듯 사라졌다.


혹시 몰라서 붕대를 풀고 상처 부위를 확인하자,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목도했다.


크게 찢어졌던 상처가 말끔히 재생되어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소어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카벙클 인형을 껴안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만간 유지니아와 상담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소어에게 노트와 펜을 주고, 짧은 질의응답을 했다.


"소어, 아까 발라 준 건 뭐였니?"


「눈물. 재생.」


재생이라, 눈물에 상처를 회복시키는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그건 언제부터 알게 되었어?"


이번에는 어떤 글씨도 적지 않았다.


"다른 기억은 없고?"


「대화. 눈물. 단어. 즐거움.」


"다행이네."


단어의 연속.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식을 계속 늘려야 하지. 교육 방송이라도 보지 않겠니?"


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컴퓨터를 켜고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서 그것을 보여주었다.


한 시간 반 가량 아이에게 초등학교 수준의 학문을 가르치던 도중, 텔레비전에서 갑자기 속보가 나오며 예능 프로그램 '위험지 네이밍 클럽'의 긴급 생방송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이 끔찍한 프로그램의 총책임자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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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Under the Violet sky(보랏빛 하늘 아래에서) - 1 +27 20.05.25 306 37 9쪽
18 A Sudden Emergence(순간적인 출현) +30 20.05.24 299 42 8쪽
17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7 +16 20.05.23 294 38 11쪽
»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6 +18 20.05.22 303 40 10쪽
15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5 +15 20.05.21 312 40 10쪽
14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4 +19 20.05.20 350 34 9쪽
13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3 +13 20.05.19 324 34 9쪽
12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2 +12 20.05.18 327 36 13쪽
11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1 +8 20.05.17 340 36 11쪽
10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5 +6 20.05.16 367 35 8쪽
9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4 +4 20.05.15 345 38 11쪽
8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3 +4 20.05.14 352 38 9쪽
7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2 +4 20.05.13 362 39 11쪽
6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1 +3 20.05.12 399 42 8쪽
5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4 +8 20.05.11 430 44 14쪽
4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3 +4 20.05.11 439 39 12쪽
3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2 +7 20.05.11 534 50 7쪽
2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1 +18 20.05.11 659 59 7쪽
1 정적 - 프롤로그 +25 20.05.11 1,034 9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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