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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님의 서재입니다.

텔룸(Te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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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30 10:4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442
추천수 :
1,625
글자수 :
221,209

작성
20.05.17 10:30
조회
340
추천
36
글자
11쪽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1

DUMMY

///


Chapter 3. Drowned fanatics


///


용병업 사무소에 도착해 의뢰를 확인하던 도중, 발상지 근처에 위치한 해안가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노무라 해안(Anomura Shore)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에 관한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마침 의뢰주가 사무소 안 면담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 보기로 했다.


의뢰주는 갓 입학한 듯 풋풋함이 느껴지는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맞아요. 그리고, 혹시 실종자를 발견하신다면 구조하는 것도 잊지 말아 주세요."


대학생은 살짝 긴장된 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알았다. 보수는 얼마 정도지?"


"본 목적인 원인 분석에 1라코타 400켈론 200카리스입니다. 실종자나 시신을 찾는다면 아마 700켈론까지 올라갈 수도 있어요."


설명을 마치고, 그 대학생은 계약서에 교수 명의로 도장을 찍었다.


그가 도장을 찍고 난 뒤, 나는 수인 용병의 방식으로 도장을 찍었다.


엄지로 송곳니를 문질러 얕은 상처를 내고, 지문에 피가 배어들자 그것을 확인란에 찍어 지장을 새겼다.


천천히 굳어 가며 갈색으로 변해 가는 지장을 바라보는 의뢰인의 동공이 긴장으로 짧게 경련했다.


"내일 오전 7시에 진입한다. 오후 1시까지 연락이 없으면 구조반을 편성하도록."


"아..알겠습니다."


계약서의 사본을 챙겨서 곧 사무소를 빠져나와 유지니아의 병원으로 돌아왔다.


다섯 시 까지 충분한 잠을 잤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어느 새 일어나 소어와 놀아 주고 있었다.


"유지니아, 일어난 건가?"


"아, 텔룸 돌아왔네. 의뢰는 좋은 걸로 받아 왔어?"


바로 계약서를 꺼내 보여 주자, 그녀의 눈이 욕망과 호기심으로 빛났다.


"...아노무라 해안? 언제 한 번 가야 하긴 했지만 혼자서는 무리인 곳이라...마침 잘 됐네. 나도 같이 가야겠어."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하니, 혹시나 말렸다면 미행해서라도 따라 들어올 기세였다.


"마침 의료 담당이 한 명은 필요했으니까,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


유지니아와 업무에 동행하는 것은 전혀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숙달된 처방과 응급처치는 말할 것도 없었고, 그녀가 만드는 특수한 의약품은 근력과 사기를 고양하는 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었다.


또한, 격투기와 크로스보우를 응용하는 변칙적인 전술은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나는 곧 그녀가 휘파람을 불면서 물품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외부 압력에 반응해 바늘을 돌출시켜 약물을 주입하는 특수한 주사기, 견갑골 정도는


순식간에 뜯어낼 법한 뼈톱, 내구성과 그립감을 보완한 수술칼 등 섬뜩한 무기들이 가방에 들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언제 봐도 살벌한 물건들이군.."


"위험한 대상을 제거하는 게 진정한 지원가니까."


마르셀로가 거들었다.


"오늘은 가서 사전 조사만 하고 올 거야. 지금은 적당히 챙겨 둬."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잡다한 일을 마치자, 다섯 시가 되어 친구들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었다.


임무 수행 기간 동안 소어를 어디에 맡겨 둬야 할지 고민이었던 찰나, 안톤 씨 가족이 선뜻 그를 임무 기간 동안 돌봐주겠다고 연락했다.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친구들을 태우고 아노무라 해안으로 향했다.


고농도의 마소(魔素)에 찌든 보랏빛 파도가 현무암에 들이치며 흰 물거품이 피어올랐다.


돌틈에는 손바닥 크기로 변이한 따개비들이 물거품에 맞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비록 노을이 타오르기 시작한 해질녘이었으나, 해안선 뒤에 숨은 현무암질 동굴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했다.


의뢰인의 말대로, 곳곳에 찢어진 천 조각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천 조각을 따라 동굴의 입구 쪽으로 움직일 때였다.


"여기는 밀물 때에는 물에 잠기는 곳이야."


진이 입구 쪽 돌이 젖어 있는 것을 가리켰다.


그 쪽으로 눈을 돌리니, 암벽의 1m 정도가 젖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밀물 때 오면 은신이 힘들 것 같아. 물 때를 맞춰서 오는 게 좋겠어."


제일 키가 작은 테일러의 염려가 이어졌다.


확실히, 모두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썰물 때에 오는 것이 적당할 것 같았다.


나는 적의 종류를 파악하기 위해 어두운 쪽에 조명탄을 발사했다.


조명탄이 내부에 위치한 공동을 뜨거운 빛으로 채우자, 적들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서너 마리의 감청바늘(Indigo Stinger) 유체들이 빛을 피해 깊은 곳으로 도망가는 광경이었다.


"뭐가 좀 보여?"


진이 물었다.


"감청바늘이 몇 마리 보였어."


"겨울이라서 내부로 숨어버렸나."


감청바늘은 마소에 의해 변이된 해파리들 중 하나로, 여름이면 해안으로 몇 마리가 기어나와 사람을 쏘기도 하는 골칫거리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어류의 과다 증식을 억제하는 포식자 역할이나 주변의 마소를 흡수하는 작용도 하기 때문에 적당한 개체수를 유지하도록 하는 법이 제정되어 있다.


독이 강하진 않지만, 쏘이면 꽤 아프기도 하고 파상풍에 감염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적이다.


더 큰 문제는 바닥 곳곳에 보이는 끈적한 갯벌이었다.


갯벌에 빛이 들자, 나는 순간적으로 표면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을 감지했다.


이런 경우에는 진흙 아래에 덫가리비(Trap Scallop)나 개암달팽이(Hazel Snail)가 기어다니고 있다는 것을 의심해야 한다.


덫가리비는 운 없는 희생양의 발목을 튼튼한 껍질로 잡아 갯벌 속으로 끌어당기는 습성이 있고, 개암달팽이는 갯벌에 빠진 이를 단단한 가시가 달린 끔찍한 치설로 갈아버리는 행동 양식을 갖고 있다.


두 연체동물의 연계는 초보 용병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기가 부지기수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운 곳에 불거져 있는 진흙을 삽으로 들추니 고양이만한 개암달팽이 한 마리가 반쯤 썩은 머리통을 휘감아 살을 으깨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치설에서 5cm정도 되는 길이의 가시 다발이 불거져 나와 하얗게 부패한 안구를 찌르고 발라 내는 광경은 매우 그로테스크했다.


테일러가 개암색 껍질을 망치로 내려치자 껍질이 산산조각나며 내장 파편이 튀었다.


"...죽은 지 20일 정도 지난 모양이야."


개암달팽이가 떨어져나간 머리를 조사하던 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머리 주변의 진흙을 몇 번 더 들추자 검푸르게 부패한 전신이 드러났다.


부패가 일어나 크게 팽창한 복부에는 이미 개암달팽이 한 마리가 머리를 파묻어 내장을 포식하고 있었고, 갉아먹힌 흔적이 있는 사지에는 작은 게와 조개들이 들끓었다.


시체의 다리에는 덫가리비가 붙어서 껍질을 계속 조이는 바람에 발목뼈가 완전히 으깨진 뒤였다.


우선은 시체의 머리가 향한 방향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시체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다 넘어져 죽은 것 같아. 머리가 내부 쪽을 향해 있어."


그 와중에, 진은 꺼내올린 시체를 부검하기 시작했다.


"성별은 여자, 나이는 삼심 대 초반이야. 전신이 개암달팽이들과 진흙에 압박당한 상태로 기관지를 갉아먹힌 것 같아. 허파에 진흙과 혈액이 엉겨붙은 것으로 보아, 결국 희생자는 몸부림치다가 질식사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어."


"이놈들은 언제 봐도 끔찍하다니까..."


테일러가 옷에 튄 달팽이 껍질과 체액을 털어 내며 말했다.


부검을 진행하며 일몰이 끝나갈 무렵, 바다 너머에서 희미하게 달이 떠올랐다.


이미 조명탄은 전부 타들어가 동굴 안에는 짙은 암흑만이 도사리고 있을 때였다.


동굴 저편에서 발하는 청록색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윽고 그것은 여럿으로 갈라져 동굴 곳곳을 벌레처럼 날아다녔다.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탓에 쌍안경을 꺼내들었다.


쌍안경을 들고 본 것은, 벌레 같은 게 아니었다.


멀리서는 작게 느껴졌던 빛들의 정체는 빨판이 가득한 촉수 끝에 매달린 발광 기관이었고, 대략 오렌지 만한 크기를 갖고 있었다.


"두족류 촉수에 매달린 발광체라..."


적의 정체를 떠올리려 시도하던 찰나, 진의 표정에서 고조된 초조함을 읽을 수 있었다.


"..뭔가 걸리는 게 있어?"


진은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터넷으로 몇 개의 뉴스 기사를 찾아서 내게 보였다.



《두족류 기반 위험수 출현...인명 피해 우려》


《비디오 게임 '마인크리에이트' 유행시킨 인터넷 방송인 A씨, 아노무라 해안 방문 당일 실종...》


《A씨의 실종 장소, 시청자에게는 과연?》


-유명 인터넷 스트리머 A씨가 실종된 아노무라 해안. 매우 한적한 장소였던 이 곳은, 평소와 달리 비슷한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기자: 학생, 오늘 같은 휴일에 이곳에 방문한 이유가 있나요?


`초등학생 K: 애들이 여기서 Amy 님이 몰래카메라 찍는다면서 꼭 오라고 했어요!


`초등학생 I: 우리끼리 Amy 님 꼭 먼저 찾고 싶어서, 노드 파이에서 다같이 비행기 타고 왔어요!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초등학생들은 A씨가 자주 선보였던 제스처를 따라하며 웃고 있습니다.


큰 카메라를 든 열성 팬들도 보입니다.


`기자: 큰 카메라를 들고 오셨는데, 특별한 일 있나요?


`대학생: 우리 Amy 언니를 제일 먼저 카메라에 담는 건 바로 내가 될 거에요!


`기자: 그 분이 예고 같은 거라도 하셨나요?


`대학생: 저도 위키에서 주워들은 거라 잘은 몰라요. 그래도, Amy 언니가 있는 곳이라면 팬으로서 어디든 따라가야죠!


초등학생들과 열성 팬들 사이로, 차분하게 바다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기자: 여기는 어떤 이유로 오셨습니까?


`30대 초반 여인: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뭔가를 보고 난 뒤부터 여기에 꼭 오고 싶다고 조르길래 노드 파이에서 왔어요. 남편이랑 이혼한 뒤로 아이들에게 많이 못 해준 게 아쉬웠는데, 이렇게 함께 바다로 놀러올 수 있어서 좋네요.


스트리머 A씨의 출신지이자, 아노무라 해안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노드 파이는 일명 '위험수 청정구역'으로 알려진 고소득층 거주 구역으로, 보랏빛 바다와는 달리 푸르고 깨끗한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휴양지이기도 합니다.


화제의 스트리머를 따르는 사람들의 발길은 해질녘까지도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지금까지 DBS(Development Broadcasting System) 기자 유형석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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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31 천종
    작성일
    20.05.17 13:30
    No. 1

    잘봤습니다! ^^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아마록
    작성일
    20.05.17 14:08
    No. 2

    끈기 있는 구독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2 드래곤육포
    작성일
    20.05.17 21:06
    No. 3

    물귀신이 그렇게 독하다던데 ㄷㄷㄷ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 ca****
    작성일
    20.05.18 09:24
    No. 4

    여러 번 보게 되네요~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아마록
    작성일
    20.05.18 10:45
    No. 5

    따뜻한 한 마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역전승
    작성일
    20.05.28 01:50
    No. 6

    추천 댓글로 응원합니다. 파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3 11:00
    No. 7

    여러사람이 등장하는 대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여기서 방법을 찾았네요^^ 잘봤습니다. 그런데 텔룸한테 추적기 붙인 여자는 언제 다시 나오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아마록
    작성일
    20.06.03 11:15
    No. 8

    세심하게 읽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미스티는 '악의(Malice)' 챕터에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녀가 직접 주인공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직접 행동하는 것보다도 지켜보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지요. 스포일러 문제 때문에 많이는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사람들이 잊을 만 하면 등장하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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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Under the Violet sky(보랏빛 하늘 아래에서) - 1 +27 20.05.25 306 37 9쪽
18 A Sudden Emergence(순간적인 출현) +30 20.05.24 299 42 8쪽
17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7 +16 20.05.23 295 38 11쪽
16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6 +18 20.05.22 303 40 10쪽
15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5 +15 20.05.21 312 40 10쪽
14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4 +19 20.05.20 350 34 9쪽
13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3 +13 20.05.19 325 34 9쪽
12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2 +12 20.05.18 327 36 13쪽
»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1 +8 20.05.17 341 36 11쪽
10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5 +6 20.05.16 367 35 8쪽
9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4 +4 20.05.15 345 38 11쪽
8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3 +4 20.05.14 353 38 9쪽
7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2 +4 20.05.13 362 39 11쪽
6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1 +3 20.05.12 399 42 8쪽
5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4 +8 20.05.11 430 44 14쪽
4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3 +4 20.05.11 439 39 12쪽
3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2 +7 20.05.11 534 50 7쪽
2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1 +18 20.05.11 660 59 7쪽
1 정적 - 프롤로그 +25 20.05.11 1,034 9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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