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마록 님의 서재입니다.

텔룸(Telum)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아마록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30 10:4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428
추천수 :
1,625
글자수 :
221,209

작성
20.05.24 09:44
조회
298
추천
42
글자
8쪽

A Sudden Emergence(순간적인 출현)

DUMMY

///


Chapter 4. A Sudden Emergence


///



뉴 메갈로폴리스 건국 이후 185년, 빙하의 달 27일.



병아리 모양 알람시계가 새로운 아침을 알렸다.


나는 곧바로 알람을 듣고 일어났지만, 가슴 위에 누워서 푹 잠들어 있는 소어를 보고는 다시 알람을 껐다.


아이들은 잠이 많다.


어제는 분명 알람 때문에 일찍 일어났을 것이다.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그는 부르르 떨면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거리에서 노숙할 때 고양이 한 마리가 가슴에 올라간 적이 있었지만, 그것 이상으로 부드럽고 따스했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던 시선은 이따금 창 밖으로 향했다.


안개가 걷히며 판자집이 가득한 외곽의 슬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공터에서 농구를 즐기는 슬럼의 청년들은 빈곤하지만 나름의 생기를 품고 있었다.


별안간 나에게도 저렇게 사교적인 20대 초반 시절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오늘은 소어를 데리고 관광지에 갈 것을 약속한 날이다.


사람이 거의 없고 한적한 곳이 좋다...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휴대전화를 꺼내 유명한 관광지를 검색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장소는 발상지의 거대한 공중 구조물, 디스폴리더스 방주였다.



「발상지의 빛나는 에메랄드, 디스폴리더스 방주(Ark Dispholidus)」


「디스폴리더스 방주의 원인 불명의 장기간 보수 공사에 대하여」


네 개의 초고층 빌딩에 두꺼운 사슬로 연결된, 어두운 진녹색의 반구형 건물을 떠올렸다.


비록 지금은 반쯤 폐건물이 되었지만, 한때는 신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위대한 장소로서 여겨지기도 한 모양이다.


옥상에는 먼 옛날 인류에게 지혜를 전해주었다는 여신의 거대한 석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한때 꽤나 인기 있었던 상점가가 여럿 들어서 있었지만, 대부분 메갈로폴리스를 따라 이주하며 텅 빈 껍데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 건물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부유층의 로비가 있었던 것도 한 몫을 했으나, 나름대로 경치가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옥상의 전망대에서는 발상지의 부촌을 시작으로 외곽의 대학로와 슬럼가를 거쳐, 마침내 서릿발 분지의 빙하에 다다르는 시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장기간의 보수 공사 때문에 전망대까지 올라가 본 적은 없지만, 사람도 전부 빠져 한적한 요즘이라면 몰래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곳에 가기 전, 유지니아를 만날 것이다.


소어가 지닌 특이한 체질에 대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


확실히, 나는 그녀를 신뢰하고 있다.


조만간 그녀를 만나러 가야 했다. 그녀라면 분명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소어를 바라보았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히고, 후드 달린 트레이닝복을 걸친 뒤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용병에게는 체력이 곧 생명이다.


비록 수인이 선천적으로 우수한 근력과 지구력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수들과 힘겨루기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팔뚝이 통나무만큼은 굵어져야 구속용 사슬을 간신히 당기며 버틸 정도이기에 용병이 된 수인들은 자연스레 근력 증강에 매진하게 된다.


죽음이 곁에서 도사리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피로를 잊게 되고, 단련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삼십 분 동안의 근력 운동과 샤워를 마친 뒤 돌아온 참이었다.


소어가 장판을 들더니 그 아래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장판을 덮었다.


"뭐 하고 있니?"


아이의 볼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더욱 긴장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볼 거니까."


소어만의 사생활이 있음을 존중해주기 위해, 나는 고개를 돌리고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잘게 다진 어묵에 향신료를 넣고 볶자 좋은 향이 집 안을 채웠다.


값싼 어묵을 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였다.


"밥 먹을 시간이다!"


아이는 부리나케 달려와 서투른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오늘따라 소어의 식욕이 부쩍 왕성해졌다.


한창 먹어야 할 나이임에는 틀림없지만, 식사량이 처음 만났을 때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식사를 마치는 대로, 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유지니아는 내가 준 위험수의 혈액으로 주사제를 만들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 무슨 일이야?"


전날 겪은 기묘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곧바로 눈물을 받아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를 기다리던 중, 잠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검사만 끝나면 같이 놀러 갈 수 있어. 어디 가고 싶은 곳 없니?"


「높은 곳」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하는 것은 조류의 특성인 것 같다.


물론, 나로서도 좋은 경치 구경을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좋아, 경치 좋은 곳으로 가자."


「와아!」


성대만 있었으면 육성으로 터뜨렸을 감탄사를 필담으로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소어가 기분이 좋은지 조용한 대기실을 방방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한적한 아침에 온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다.


무릎에 앉은 아이와 TV를 보던 중, 유지니아가 대기실로 걸어나왔다.


"결과 나왔어?"


"나왔어."


나는 소어에게 인형을 안겨 주었고, 그녀는 나를 차가운 상담실로 불러들였다.


그녀의 표정이 어두웠다.


화이트보드에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걸어 두고,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결과에 따르면, 그 눈물에는 '재생 인자'로 불리는 특수한 단백질 입자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눈물에 그 정도 양이 있다면, 혈액에는 더 짙은 농도의 인자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었다.


재생 인자가 상처에 접촉하면 주변의 세포를 스스로 복제하여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성질을 갖게 된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이런 걸 갖고 있다니..."


"특별한 문제라도 있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상담실 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말해 봐."


"세포의 빠른 변이와 증식...떠오르는 것 없어?"


설마 '그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감이 자라났다.


"제발..설마 암세포는 아니지?"


창백하게 발광하는 형광등의 차디찬 불빛이 여의사의 안경에 희끄무레하게 번졌다.



잔뜩 분위기를 잡은 마당에 돌아온 것은 상당히 희망적인 대답이었다.


"조직검사도 안 한 마당에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아직까지 별 문제 없는 거 보면 큰 문제는 아닐 거야."


그녀가 보기에도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는 것 같으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나는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소어를 데리고 나온 뒤, 차에 시동을 걸며 북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 속에는 이상하리만치 불길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이번 챕터는 많이 짧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텔룸(Telu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Under the Violet sky(보랏빛 하늘 아래에서) - 1 +27 20.05.25 306 37 9쪽
» A Sudden Emergence(순간적인 출현) +30 20.05.24 299 42 8쪽
17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7 +16 20.05.23 294 38 11쪽
16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6 +18 20.05.22 302 40 10쪽
15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5 +15 20.05.21 312 40 10쪽
14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4 +19 20.05.20 349 34 9쪽
13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3 +13 20.05.19 324 34 9쪽
12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2 +12 20.05.18 327 36 13쪽
11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1 +8 20.05.17 340 36 11쪽
10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5 +6 20.05.16 366 35 8쪽
9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4 +4 20.05.15 345 38 11쪽
8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3 +4 20.05.14 352 38 9쪽
7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2 +4 20.05.13 362 39 11쪽
6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1 +3 20.05.12 398 42 8쪽
5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4 +8 20.05.11 430 44 14쪽
4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3 +4 20.05.11 439 39 12쪽
3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2 +7 20.05.11 534 50 7쪽
2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1 +18 20.05.11 659 59 7쪽
1 정적 - 프롤로그 +25 20.05.11 1,033 9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