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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님의 서재입니다.

텔룸(Te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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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30 10:4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433
추천수 :
1,625
글자수 :
221,209

작성
20.05.12 10:16
조회
398
추천
42
글자
8쪽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1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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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Abraxas' Night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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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메갈로폴리스 건국 이후 185년, 빙하의 달 23일.


나는 검은 미로 속에서 흰 알을 안아들고 사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검은 밤하늘 속에서 핏빛 달이 나를 잔인하게 비웃듯 내려보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달리는 나의 그림자를 거대한 괴수들이 쫓았다.


몇 가지 무기를 구현해 던져 봤지만 전부 빨아들여 버려서 결국 헛수고일 뿐이었다.



미로가 어떤 구조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꼬리를 잡으러 달려드는 입과 손을 피하려 죽도록 뛰어다녔다.


척추를 움켜쥐며 기어오르는 공포 때문인지 차갑게 식은 땀이 등을 타고 불안하게 흘렀다.


어째서인지, 그 와중에도 흰 알은 놓치지 않도록 품에 안아 보호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놈들은 통로를 막으며 포위망을 점점 좁혀 왔고, 마침내 나는 막다른 길로 내몰리게 되었다.


별안간 그들이 내 목을 붙잡는 바람에 알을 놓치자, 갑자기 알이 깨지며 거대한 괴조의 형상이 튀어나왔다.


검은 괴조가 괴물들 사이에서 날뛰며 그들을 찢고 으깨는 틈을 타 멀리 도망갔지만, 괴조의 그림자가 무서운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붉은 하늘에서 피 같은 액체가 비처럼 쏟아지며 미궁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이번에는 괴조를 피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달렸으나 결국 궁지에 몰리게 되었을 때였다.


나를 향해 매섭게 날아오던 검은 괴조가 갑자기 곤두박질치더니, 점점 작아지다가 가냘프고 어린 새 한 마리로 변했다.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몸이 움직여져 그 새를 두 손으로 들어올렸지만, 새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더니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짭짤한 물줄기가 입으로 한 방울, 두 방울씩 흘러들었다.


짠 맛을 느끼며 위를 올려다보자 불길한 핏빛은 온데간데없고 아늑한 갈맷빛의 월광만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사이러스."


"..."


"...사이러스!"


마르셀로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알람 시계를 보자 아직 새벽 네 시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내가 자면서 계속 불길한 신음소리를 내서 새벽 두 시부터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혹시 몰라서 얼굴 주변을 손으로 훔치니, 소금기가 희미하게 서려 있었다.


"..악몽을 좀 꾼 것 같아."


"자꾸 무서운 소리를 내서 한숨도 못 잤어.."


새벽 네 시는 일어나기에도 애매한 때라, 자리끼를 몇 모금 들이킨 뒤 억지로 눈을 붙

였다.


친구가 벽난로에 장작을 넣는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8시가 되어서야 병아리 알람이 시끄럽게 우는 소리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 꿈이 내 영혼을 향해 절규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내 손 안에서 숨을 거둔 그 작은 새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각할수록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고, 영혼을 불태우며 발하는 듯한 고열이 육체와

정신을 덮쳤다.


내가 고통에 겨워 신음하니 먼저 일어나 있던 마르셀로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치를

보냈다.


"정말 괜찮아?"


"...괜찮아. 밥이나 먹자."


이 커다란 덩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뭐라도 먹어야 했다.


목발을 짚으려 몸을 일으킨 순간, 옆의 탁자에서 음식 냄새가 풍겨 오고 있었다.


친구가 올려 둔 그을린 반합에서 나오는 냄새였다.


"..네가 준비한 거야?"


그에게는 냉장고가 너무 컸기에 내용물을 꺼낼 수 없어서, 가지고 있던 물을 넣고 건

빵과 프레스햄을 잘라 넣은 뒤 난롯불로 조리한 것이었다.


"밥 할 컨디션은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이거라도 만들었어."


반합에 담긴 것을 단숨에 입 안으로 부어 넣었다.


처음에는 건빵의 약한 단 맛과 프레스햄의 강한 짠 맛이 느껴졌고, 순간 타오르는 장작을 삼키는 듯한 뜨거움이 입 전체를 유린했다.


그러나 비명이 나오려던 순간 열이 조금씩 식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것을 삼키자, 뜨거운 열이 각성제 역할이라도 한 것인지 진득하게 들러 붙는 졸음이 확 가셨다.


"고마워."


찬물을 마셔 입 안을 식히며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서로 돕고 사는 게 좋은 거니까."


그는 그렇게 대답하곤 벽난로 앞에 앉아 프레스햄을 하나 까서 떠 먹기 시작했다.


침대에 기대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길버트 아저씨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마 내일 오전 여덟 시 정도에 완공식이 열릴 것 같은데, 부탁할 게 있네. 자네를 호위로 고용할테니, 함께 해 줄 수 있겠는가?"


다리 잘린 용병을 호위로 고용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나, 완공식에 함께 가자는 뜻임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긍정의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나 같은 수인이, 특히 용병업을 하는 수인이 그런 공적인 자리에 참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인 용병들의 목에 새겨진 문신은 우리를 인간들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낙인이 되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닌지라, 도시 한복판에 서 있으면 검은 후드 사이로 비치는 화상 흉터와 문신을 향해 따가운 시선이 파고드는 것을 종종 느낀다.


이번 완공식도 고위직의 허락이 없다면 분명 나 같은 이들은 결코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외출을 위해 세수와 양치를 마치고, 속옷과 전투복, 방한복을 차례로 입었다.


외출 준비 도중, 마르셀로의 계획이 궁금해져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마르셀로, 오늘은 어떻게 할 거야?"


"오늘은 집에 좀 다녀오려고. 기다리다 보니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말이야."


식사 중인 그에게 인사를 한 다음 밖으로 걸어 나와 차를 몰고 일터로 나갔다.


트렁크에는 집에서 가져 온 특별한 식재료가 들어 있었다.


거대한 도마뱀의 두꺼운 동맥을 자르자, 얼지 않은 신선한 피가 흘러나왔다.


동맥에 호스를 꽂고, 의료용 혈액 팩을 여러 개 가져와 흘러나오는 선홍색 혈액으로 충분히 채웠다.


파충류 계열 위험수의 신선한 피는 포션의 재료로 주로 쓰이는 재료여서, 분명 관련직 종사자들은 비싸게 매입할 것이다.


80리터 정도의 양을 뽑아내자 머리 부분의 피는 고갈된 것 같아 그만뒀다.


일단 대부분은 팔고, 열 개 정도는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선물하는 게 좋으리라 생각했다.


테일러라면 질색하겠지만, 진에게 세 팩 정도 준다면 분명 환호할 것이다.


길버트 아저씨에게도 두 팩 정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한 뒤, 그릇에 고인 피에 장미주를 조금 부어서 특제 혈주를 만들어 천천히 삼켰다.


철분의 비릿한 기운과 약한 술의 달콤씁쓸한 맛, 진하고 야릇한 장미 향기가 아련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인상적인 별미였다.


겨울철 사냥감의 혈액은 영하의 온도에 세균과 기생충이 대부분 사멸당한 상태였기에,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식재료 중 하나이다.


맛 좋은 혈주로 위장을 충분히 채우자 다시 일할 기운이 생겼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삽으로 헤치며, 단단히 얼어붙은 안쪽 잇몸을 태워서 묵직한 어금니를 뽑아 냈다.


추운 겨울임에도 웃옷이 싹 다 젖을 정도로 땀흘려 일하니 취기는 금방 사라졌다.


진땀이 맺힌 목에 수건을 두르고, 깨진 얼음을 혓바닥에 한 조각 올려 입가심을 했다.


혈액 팩을 얼음을 채운 아이스박스에 넣은 다음 어금니를 챙겨 서릿발 분지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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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Under the Violet sky(보랏빛 하늘 아래에서) - 1 +27 20.05.25 306 37 9쪽
18 A Sudden Emergence(순간적인 출현) +30 20.05.24 299 42 8쪽
17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7 +16 20.05.23 294 38 11쪽
16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6 +18 20.05.22 302 40 10쪽
15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5 +15 20.05.21 312 40 10쪽
14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4 +19 20.05.20 350 34 9쪽
13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3 +13 20.05.19 324 34 9쪽
12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2 +12 20.05.18 327 36 13쪽
11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1 +8 20.05.17 340 36 11쪽
10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5 +6 20.05.16 367 35 8쪽
9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4 +4 20.05.15 345 38 11쪽
8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3 +4 20.05.14 352 38 9쪽
7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2 +4 20.05.13 362 39 11쪽
»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1 +3 20.05.12 399 42 8쪽
5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4 +8 20.05.11 430 44 14쪽
4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3 +4 20.05.11 439 39 12쪽
3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2 +7 20.05.11 534 50 7쪽
2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1 +18 20.05.11 659 59 7쪽
1 정적 - 프롤로그 +25 20.05.11 1,034 9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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