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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님의 서재입니다.

텔룸(Te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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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록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30 10:4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6,408
추천수 :
1,625
글자수 :
221,209

작성
20.05.11 10:39
조회
533
추천
50
글자
7쪽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2

DUMMY

"경찰한테 험한 꼴을 당할 뻔 했다고?"


"진짜 짭새들은 왜 여기까지 와서 그딴 식으로 깽판을 치는지 몰라.."


이 두 명은 마르셀로 '테일러'(Marcello 'Taylor')와 유지니아 '진' 라이트(Eugenia 'Jeane' Wright).


테일러는 몇 년 전에 만난 사막여우이자 인간 대상 의뢰를 본업으로 삼았던 용병이다.


진은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한...불법 의사로, 우리 같은 부류와 유독 더 어울리려 하는 특이한 인간이다.


진이 이어서 청회색이 섞인 금발 머리카락을 창백한 귀 뒤로 넘기며 고양된 듯이 말했다.


"심장에 이상한 게 들어간 것 같다라. 꼭 그것 때문에 부르려고 한 건 아니지만, 점심 먹고 한번 들러 줘."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는 즐거운 가십거리라도 나누는 양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럴 때만 되면, 이 여자의 주 목적이 치료인지 수인 해부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하, 얘 또 속여서 이상한 짓 시키려고? 이번에는 또 뭘 하려는 거야?"


"이번에는 정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게. 한번 걸어 봐."


테일러의 말대로, 예전에는 진으로부터 이상한 짓을 당했다.


입 안쪽에 작은 충치가 생겨서 혹시 치료할 수 있나 궁금해 그녀를 찾아간 적 있었다.


"그냥 충치잖아? 십 분이면 간단하게 끝나니까 걱정 마."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보안경을 쓴 다음, 능청스럽게 미소하던 그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십 분 밖에 안 걸린다던 그 치료는 갑자기 마취 주사를 여러 번 놓기 시작하며 두 시간으로 길어져 버렸다.


두 시간 만에 깨어난 뒤 일단 충치가 사라져서 만족했던 그 기분은 집에서 양치를 하려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본 순간 사라졌다.


뒷쪽 치열에 있던 이빨이 싹 다 뽑힌 것이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제쳐두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자 그새 벌써 퇴근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 때 그녀를 불러냈을 때, 내 송곳니를 목걸이로 만들어 당당히 내걸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말을 잇지 못하였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아저씨, 여자랑 데이트하는 게 그렇게 두근거리는 거야?"


이 여자 앞에서 '두근거린다'는 낮 뜨거운 감정을 느끼다니 얼어 죽을 소리였다. 데이트라는 것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 태연하게 피쉬 앤 칩스를 주문하는 그 당당한 여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하니, 처음에는 두어 개 정도 뽑다가 재미가 들려서 치열 하나를 처리해 버렸다고 한다.


게다가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엑스레이를 찍어서 뽑은 치아의 위치를 하나하나 맞춰 보는 괴상한 퍼즐 게임도 했다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크고 아름다웠던 녀석은...저렇게 자랑스러운 콜렉션으로 삼았다.


"일주일이면 다 자라니까 크게 상심하진 마."


분명 맞는 말이었지만, 동의 없이 억지로 뽑아낸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자세히 좀 말해 봐. 진짜 목적이 뭐였어?"


"어...사실 뼈의 내부 구조를 좀 기록해두려고 했는데, 팔이나 다리는 네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이빨로 만족하기로 했어."


본업에 충실한 건 좋은데, 가끔은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것도 결점이다.


충분히 친한 사이라서 밥이라도 사주면서 부탁했다면 그 정도야 보게 해 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뭐, 3주 전에 내 다리를 직접 자르면서 소원 성취를 하게 되는 바람에 옛말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마취할 일도 없으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걱정할 건 없잖아?"


키가 내 절반을 조금 넘을 정도밖에 안 되고, 진보다도 머리 두 개 정도는 작은 마르셀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취를 안 한다고 해도 뭔 짓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하라니깐... 그나저나 이 샐러드 진짜 맛있지 않아?"


내 옆자리에 앉아 치즈가 들어간 브로콜리 샐러드를 열심히 씹고 있는 이 알 수 없는 여우는 비범한 실력을 갖고 있다.


그의 작은 체구와 새하얀 알비노의 외견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지만, 그의 정밀한 기교는 목숨까지도 내놓게 만들 수 있다.


작은 체구와 함께 관절의 탈골과 결합이 잘 되는 특이 체질을 무기로 후방 공략이나 잠입을 전문적으로 맡으며, 무장한 네 명 정도는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


함께 일을 나간 어느 날, 약탈자들의 습격이 들어오자 그의 실력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나를 거목 뒤에 대기시켜 놓고, 나무를 가볍게 타 올라간 뒤에 여섯 명 중 둘을 나이프로 처치한 다음 낙하하며 한 놈의 척추를 베어 뜯어내 버렸다.


다음은 셋 중 가벼운 놈의 목을 와이어로 묶어 기절시켜 다시 나무 위로 끌고 올라가, 내가 있는 뒤쪽으로 던져서 놈들을 유인했다.


나는 떨어진 놈을 얼음 창으로 죽인 뒤 시체를 방패삼아 화살을 막아내고, 들고 있던 장창을 던져 한 놈을 끝장낸 다음 그가 다시 낙하하며 마지막 도적의 두개골을 망치로 쪼개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때 본 고글 속 불그스름한 눈은 반쯤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까마득히 먼 차원 너머의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대상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거나, 아무런 생각 없이 아예 정신줄을 놓은 듯한 눈빛.


나와는 달리 오로지 인간만을 상대하는 데에 도가 튼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일단은 여러 번 합을 맞춘 동업자라고 볼 수 있다. 가끔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친구다. 이런 친구를 적으로 돌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난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질긴 T본 스테이크를 뜯던 중,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테일러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아, 맞다. 내 가명 말이야, 네가 지어 준 거였는데 뜻이 뭐였더라?"


테일러는 음식을 삼키더니 손수건으로 목에 건 고글을 잠시 닦다가 곧 대답했다.


"그거?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고대어로 '무기'라는 뜻이라고 해서 붙여 준 거야. 손에서 막 무기도 뽑아내고 그러니까."


"그런가.."


무기.


단순하지만, 그러기에 별 볼일 없는 용병의 가명으로는 적절할지도 모르는 이름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무기 손질 좀 하자. 다들 찬성?"


내 이름 이야기가 나오니 유지니아가 끼어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1시 정도에 갈 테니 검사 준비 좀 해 둬."


너무 달아오른 그녀를 진정시키며 내가 대답했다.


테일러는 조금 듣고 있다가,


"난 오늘 장부 정리 좀 해야 해서 빠질게. 괜히 이 친구를 교재로 쓰는 생물학 수업을 듣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야."

...라고 말했다. 언제나 마이페이스로 살아가는 여우답다.



점심 식사를 마치니 오후 한 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 오늘 번 돈을 세면서 의족을 사기까지 남은 금액이 얼마인지 열심히 계산해 보았다.


지금까지 2 라코타 100 켈론은 모았으니, 앞으로 1 라코타 400 켈론 정도를 모으면 괜찮은 의족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돈을 가방과 차량 곳곳에 나누어 보관해 두고,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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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Under the Violet sky(보랏빛 하늘 아래에서) - 1 +27 20.05.25 305 37 9쪽
18 A Sudden Emergence(순간적인 출현) +30 20.05.24 298 42 8쪽
17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7 +16 20.05.23 294 38 11쪽
16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6 +18 20.05.22 302 40 10쪽
15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5 +15 20.05.21 311 40 10쪽
14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4 +19 20.05.20 349 34 9쪽
13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3 +13 20.05.19 324 34 9쪽
12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2 +12 20.05.18 327 36 13쪽
11 Drowned Fanatics(익사한 광신도들) - 1 +8 20.05.17 340 36 11쪽
10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5 +6 20.05.16 366 35 8쪽
9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4 +4 20.05.15 344 38 11쪽
8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3 +4 20.05.14 352 38 9쪽
7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2 +4 20.05.13 361 39 11쪽
6 Abraxas' Nightmare(아브락사스의 악몽) - 1 +3 20.05.12 398 42 8쪽
5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4 +8 20.05.11 429 44 14쪽
4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3 +4 20.05.11 438 39 12쪽
»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2 +7 20.05.11 534 50 7쪽
2 A Misty Mystery(안개투성이 의문) - 1 +18 20.05.11 659 59 7쪽
1 정적 - 프롤로그 +25 20.05.11 1,033 9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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