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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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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35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02 09:00
조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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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출국

DUMMY

“뭐? 중국을 가자고요? 나 여권도 없는데!”


웬일로 음식을 앞에 두고 놀랄 정도로 중국행 일정은 꼬맹이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나 보다.


“뭐. 싫으면 안 가도 되고. 위험하기도 하니까.”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꼬맹이와 소원에게는 지난번에 중국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고 탑을 오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만 얘기해 두었다.


“에이. 위험한 거야. 이런 시대에 어디를 가도 위험하죠.”


꼬맹이는 마치 내 말투를 따라하는 거라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그냥. 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니까. 여행 자체가 처음 인가? 너무 기대된다고요!”


또, 또. 짠내 나는 소리를 한다.


“우리...”


꼬맹이의 짠내 나는 소리 사이로 소원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원은 이전의 치유 능력자 소집 이후로 많이 핼쑥해져서 돌아왔다.


이유를 물어봐도 능력을 너무 많이 써서 피곤하다고만 했다.


그러나 몰골이 며칠이 지나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세상이 정상을 찾으면 다 같이 여행갈까?”


그녀의 말이 우리의 침묵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좋아! 저는 유럽 여행 가고 싶어요. 거기 빵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그런 침묵을 느꼈는지 꼬맹이가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영국에 저희 별장이 있으니 다 같이 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의 집안은 매우 빛나는 금수저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다들 좋네. 나도 좋아. 좋아...”


좋은데...


우리 사이에 흘렀던 그 잠깐의 침묵. 그건 아마도 이전의 세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불안 섞인 의문.


“뭐... 안 되면 나중에 여유 될 때 가도 되고. 가서 무슨 일 있어도 우리 사람들이면 무서울 게 없다고!”


꼬맹이가 뒤이어 말하자 그제야 약간이나마 얼었던 분위기가 녹았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다시 일상적인 것으로 돌아왔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최근 근황, 거처에서 있었던 사소한 사건사고들.


“있잖아요. 나는. 이 이상한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그거 해보고 싶어요.”

“뭐?”


꼬맹이가 계란말이를 입 안 가득 넣고도 꽤나 정확한 발음으로 하는 말에 소원이 다정하게 물었다.


“제 집을 사서 집들이를 하고 싶어요!”

“그거 좋은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행보다 내 집을 갖는 것이 더 어렵다.


자가 소유 금지령은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들도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조금씩 다른 형태로 국민들이 한 지역에 터를 잡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제는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시대였다.


“그러면 가는 날짜는... 꼬맹이 여권 나오고... 7월초면 되겠지?”

“7월은 더운데... 9월은 안돼요? 그럼 너무 늦어지려나.”

“그렇지. 일단 여기부터 해결해야 탑을 오를 수 있을 거라니까.”


내말에 의자에 앉으며 덥다고 투덜거리는 꼬맹이였다.


“그리고... 나 8월에는 한국에 있어야 해. 복학할거야. 준비해야지.”


소원과 꼬맹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 왜 그렇게 보는데? 나도 학구열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라고!


“그... 학교 다시 다니게? 왜?”

“맞아요. 아저씨.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학 졸업이 무슨 소용이에요.”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고집이었다. 졸업증서라도 있어야 그들을 당당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혁아. 혹시 부모님 때문이야?”

“...”


나는 쓰게 웃어보였다. 소원에게는 우리집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소원이 가족 때문에 그런 거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이후 소원은 내 앞에서 가족에 대해서는 이야기 한 적도, 자세히 물어본 적도 없었다.


“아저씨... 그러면 우리랑 같이 탑에 안 오를 거예요?”

“그럴 리가 있나. 내가 있어야 꼬맹이가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발악하는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커피 말하는 거야.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었잖아?”

“그건... 그렇죠. 조금 아니고 많이!”


꼬맹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아무튼 뒤처지지 않게 더 열심히 할 거야. 이제 좀 더 편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거든.”


나는 왼손을 살짝 들어 올려 로운이 준 팔찌를 보여주었다.


“우와! 이게 뭐에요? 이런 건 언제 샀어요? 무기에요??”

“무기라니... 딱 봐도 팔찌잖아. 선물 받았어. 나에게 도움이 될 거래. 아무튼 나 복학하고 정신없을 예정이니까 한눈팔지 말고, 석 씨나 로운 씨 말 잘 들어야 해.”

“물론이죠.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말이야.”


입술 삐죽이기 대회에 나가면 못해도 최우수상은 탈 것 같은 모습으로 중얼거리는 꼬맹이였다.


그리고 넌 어린애가 맞다.


라고 생각하며 꼬맹이에게 빙긋 웃어 주었다.


+++


7월 30일

인천 국제 공항.


중국에 가기로 결정한 이후 우리는 각자의 준비를 했다. 어쩌다보니 일정이 좀 밀리기는 했지만...


여권이 없던 꼬맹이를 포함한 몇 명은 여권을 발급받았고.


황혼회와 맞설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로운의 강한 주장에 석 씨와 로운을 중심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연습을 했다.


특히 체급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꼬맹이와 못난이는 어제까지도 연습을 하다 왔다고 했다. 못난이는 오늘 아침까지도 온갖 생색을 내며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나와 소원은 각자의 능력으로 팀원들을 서포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소원이 비밀리에 이야기 한 바로는 자신의 2번째 스킬이 해제되었다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지만 두 번째 스킬을 수련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로운의 전적인 도움으로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레시피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도 세 번째 스킬이 해제되었다.


“레시피 연구...”


다른 사람들의 특수 스킬은 이름만 봐도 어떤 능력인지 유추가 되는 반면에 어째서인지 내 능력은 이름만으로는 유추하기가 어려웠다.


앞서 배운 학습능력만 하더라도... 그때의 상황과 함께 생각해 봤을 때 대충 레시피의 재료가 없더라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음료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레시피 연구라니... 이름만 들어서는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가?


만들어서 어떻게 쓰는 건데...


이전에 내가 내 능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꼬맹이의 말이 떠올랐다. 어쩜 날이 갈수록 이해가 안 되는 것들만 더 늘어나고 있다.


“다들 준비 되셨나요?”


로운이 여행 가이드 같은 손짓으로 일행들의 시선을 끌었다. 앞서 꼬맹이와 소원에게 말했던 것과 같은 내용으로 다른 일행들에게도 이번 중국 방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게 탑을 오르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면 다른 의견은 없다.”


석 씨는 한결같은 표정으로 필요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힘쓰겠다고 말했고.


“중국이요? 으. 별로 좋은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다 간다고 한 거죠? 그럼 어쩔 수 없죠.”


나래 씨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어쨌거나 가는데 이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중국? 그럴 시간이 어딨어? 수련해야지! 탑 오른다며. 하지만 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못난이는 여전히 내가 하는 말의 요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거들먹거렸지만. 짐을 싼 모양새를 보니 아무래도 관광을 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꼬맹이의 말로는 예전의 못난이와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기대하는 만큼 성장했는지는 몰라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말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가는 곳은 능력자들의 무법지대입니다. 중국에서도 더 이상 관리가 되지 않는 능력자들을 모아둔 곳이죠.”


로운의 차분한 말투에 신나 있는 못난이와 꼬맹이도 흥분을 살짝 숨기고는 경청했다.


“그곳에 들어가게 되면 되도록 저와 떨어지지 마십시오. 그리고 정말. 정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최대한 조용히 다녀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꼬맹이가 손을 들었다.


“궁금한 거 있어?”

“제가 듣기로는 싸우러 간다고 들었는데 아니었나요?”

“아니. 싸울 수도 있다는 거지. 싸우러 간다고는 안했어. 여기서 한 번만 말씀드릴게요. 이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그가 일행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간 훈련을 하면서 5층에 도전한 적이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탑을 공략한 데이터를 봤을 때 우리의 전력은 어쩌면 5층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안했어?”


못난이가 눈치 없이 나서서 로운의 말을 끊었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말을 받아서 이어나갔다.


“맞습니다.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죠. 아시겠지만 5층에서는 실종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관리소에서도 그 이유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단서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국의 능력자 조직인 황혼회에서 그와 관련된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손을 들어도 자세한 내용은 우리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가 확인을 하러 가는 것입니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탑을 오르는 모든 능력자들을 위해서 가는 겁니다.”


이번에는 꼬맹이가 손을 들었지만 가볍게 넘기고는 자신이 할 말을 모두 한 뒤에야 말을 멈췄다.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때 석이 조용히 손을 올렸다.


“자세한 내용을 말해줄 생각이 없는 건가?”


모두가 그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로운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릅니다. 다만 그게 있는 한 우리는 탑을 오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나를 향하자 일행들의 시선도 하나 둘 나에게 모였다.


나에게 긍정을 원하는 것인지 혹은 또 다른 해답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음...”


모두가 내 말을 기다리는 듯이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매우 부담스럽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과 맞췄다. 누군가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고, 누군가는 기대에 차서 봤으며 누군가는 불만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나를 처음으로 바라봤던 사람을 바라보자 그가 나에게 원하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로운 씨가 했던 말처럼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올라야 할 탑에서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하러 가는 길입니다.


그저 제거였다면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이동할 필요도 없었겠죠.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능력자들 수준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변이 일어났던 세계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했던 한국은 단 1년 만에 무너졌고, 다른 국가에서는 꾸준히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 탑에 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능력자들의 마지막 지역이라는 Z지대에 가서 보고 느끼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이 단순히 탑을 오르는 것이 아닌 목숨을 걸어서 바꿔야 할 무언가가 될 것이란 걸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같은 말이 끝나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로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렸다.


나는 내가 본 것들을 숨기기로 했고,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사라진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그 석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가까운 미래가 죽음뿐이라면 누구라도 반갑지 않을 테니까. 아직은...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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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2) 21.12.04 187 0 15쪽
3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 21.12.03 212 0 14쪽
» 출국 21.12.02 227 1 12쪽
31 허물고 세우고 21.12.01 237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64 0 13쪽
29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62 1 12쪽
28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75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82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301 0 13쪽
25 능력자들의 Z지대(2) 21.11.25 328 3 14쪽
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57 3 14쪽
23 행방 21.11.23 368 4 12쪽
22 도움닫기 21.11.22 385 4 12쪽
21 캐롤라인 세일리 21.11.21 434 3 13쪽
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76 6 15쪽
19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499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36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49 7 13쪽
16 첫 탑 나들이(3) 21.11.16 531 8 14쪽
15 첫 탑 나들이(2) 21.11.15 561 8 13쪽
14 첫 탑 나들이(1) 21.11.14 625 9 13쪽
13 제안 21.11.13 685 7 13쪽
12 로운 컴퍼니 21.11.12 813 8 13쪽
11 마법진이 빛날 때(7) +1 21.11.11 824 9 11쪽
10 마법진이 빛날 때(6) 21.11.10 864 8 13쪽
9 마법진이 빛날 때(5) 21.11.09 999 11 14쪽
8 마법진이 빛날 때(4) +1 21.11.08 1,132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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