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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5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1.11 10:00
조회
824
추천
9
글자
11쪽

마법진이 빛날 때(7)

DUMMY

여기 갇힌 이후로 본 몬스터의 종류는 대체로 악어나 작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들리는 규칙적인 말발굽소리는 어떻게 들어도 사족보행을 하는 생명체다.


“말 같은 몬스터도 있었던가?”

“저희도 그런 몬스터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몬스터라면 차라리 도망을 치는 편이 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에 말이라면?


아무리 인간이 빨리 달린다고 해도 말에게 이길 수는 없다.


그 정도로 스탯을 올려주는 커피를 만들 수도 없다.


“싸울 수밖에... 없나.”


균형을 잃고 휘청거릴 정도로 머리가 아찔했다.


무기가 될 만한 거라도 주워야 한다.


마법진의 외곽은 피해가 덜했는지 깨끗했다. 저 노란색 벽이 없었다면 마법진 안 이라고 생각도 못할 정도로.


“꼬맹이. 주변에서 무기로 쓸 만한 걸 찾아봐!”

“네? 아저씨 설마 싸우려고요? 벽이 사라지기까지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이전처럼 도망치면서 시간을 벌면 안돼요?”

“물론 되지! 그런데 혹시나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잖아.”

“알았어요.”


여기가 공사장이나 검도 학원 주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여기는 번화가의 한 거리다.


“저 혹시... 이런 게 도움이 될까요?”

빙결맨이 어디선가 쇠지레 하나를 들고 왔다. 흔히 말하는 빠루.


“이런 건 어디서 구하셨어요.”

“상가 뒤쪽 쓰레기 버리는 곳 옆에 있었어요.”

“아저씨. 여기 진짜 아무것도 없어.”

“응. 아무래도 깨끗한 거리 만들기 같은 걸 하면서 다 없앴겠지. 그래도 로운 씨가 하나 찾았어. 이거라도 들고 있어.”


빠루를 건네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꼬맹이의 반응이 없다.


“뭐야. 왜 안 받아.”

“아저씨가 써요.”

“그게 무슨 소리야. 어른이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거야.”

“이런 상황에 무슨 꼰대같은 소리에요.”

“그냥 너 쓰라는 소리다.”

“... 이왕이면 능력자가 살아남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될 거예요. 아저씨 쓰세요.”


얘가 뭐라는 거야?

“지금 그런 소릴 할 때가 아니잖아.”

“물론 아저씨 능력이 전투에 크게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무능력자인 저보다는 도움이 될 거예요.”


맞는 말이긴한데 꼬맹이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저 달리기 잘 한다니까요? 걱정 말아요. 도망칠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칠 테니까.”


꼬맹이가 씽긋하고 웃었다.

만화나 영화에서 보면 저런 말을 하는 인물이 가장 먼저 죽던데.


“그래 알았다. 그럼 잘 숨어 있다가 위험한 일이 생기면 다 버리고 도망가. 마법진도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니까 어쩌면 살 수 있을거야.”

“네~”


꼬맹이가 가볍게 대답을 했다. 아니 가벼워 보이도록 대답을 했다라고 생각한다.


“일단 저 건물에라도 들어갈까요?”


빙결맨이 우리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옆 건물을 가리켰다.


말발굽 소리가 점차 커다랗게 들려왔다. 대체 뭐가 다가오고 있는 거지?


우리는 옆에 있던 3층짜리 상가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봤다.


맨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나와 눈이 마주친 그것.


켄타로우스.


노란색 마법진 안에서는 대체로 지능이 없고 본능에 충실한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켄타로우스가 여기서 나타난다고?


녀석이 코너를 돌고 있던 중이기 때문에 눈이 마주쳤다는 게 착각이었다는 기분이 들도록 최대한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건물로 들어갔다.


옥상에 먼저 도착한 꼬맹이가 밖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저거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요? 지...지나가겠죠?”


아니.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굳이 공포심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길 빌어야지.”


그렇다고 아주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줄 순 없지만.


“켄타로우스 군요. 노란 마법진에서 나타날만한 몬스터가 아닌데요.”

“저도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혹시 모르니 최대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죠.”

“1대 3이니까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나란히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빠르게 달리던 켄타로우스는 이제 뛰지 않았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상반신에 착용하고 있는 경갑옷이나 오른손에 들고 있는 창은 아무리 봐도 우리를 죽이기 위해 온 사자 같았다.


그 순간 녀석이 옥상을 올려다봤다. 빼꼼 내다보고 있던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바로 숨었지만 그래 보이지 않았나 보다.


“거기 있었나!!! 너희를 잡고 우린 신이 되겠다!!!”


녀석의 힘찬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들었던 소리보다 많은 수가 몰려오고 있었다.


“저...저기 봐요!”


빙결맨이 떨리는 목소리로 켄타로우스가 왔던 코너를 가리켰다.


먼지를 일으키며 4마리의 켄타로우스가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이제 우리가 수적으로도 불리해졌네요.”


꼬맹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공간이 좁으니까 저 정도로 몸집이 큰 녀석들이 한 번에 몰려들지는 못 할 거야.”


그 말을 증언하듯이 입구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먼저 지나가겠다!”

“이 길은 나를 위한 길이다! 비켜라!”


쾅-!


물론 가장 먼저 우리를 발견했던 녀석은 저 싸움에 포함되지 않은 듯하지만 말이다.


“여기 있었군! 너희를 잡고 우리는 뜻을 이루겠다!”


고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에서 부하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소리를 지르던 대장처럼 녀석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빙결맨... 아니 로운이 앞장섰다. 이럴 때 능력자가 옆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구나.


로운의 오른팔에 서리가 끼면서 뒤에 서있는 나한테까지 전해질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는 가볍게 뛰어올라 켄타로우스의 등에 탔다.


“감히 어딜 함부로 타느냐! 내려오지 못할까!!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등에 탄 로운이 켄타로우스의 등을 얼리기 시작했다.


켄타로우스의 발버둥을 이기지 못하고 처음 뛰어올랐던 것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땅으로 내려왔다.


그 이후로도 둘은 박빙을 이루며 싸웠다.


켄타로우스가 한 마리였다면 정말로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전에 노란색 마법진은 몸풀기라고 들었다는 꼬맹이의 말이 생각났다. 로운이 순진하게 자신의 거짓말에 속지 않았더라면. 아니, 나쁜 놈이었다면 우리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로운이 켄타로우스를 상대하고 있는 사이 사이좋게 올라오기를 결정했는지 4마리의 켄타로우스들이 차례대로 옥상으로 올라왔다.


쇠지레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이미 땀으로 축축해져 미끄러웠다.


“뒤에 서 있어 꼬맹이.”

“나 이런 거 정말 싫은데.”


그래도 어린 시절에 잠깐이나마 검도를 배웠던 몸이다. 쉽게 당하지는 않겠...


라고 생각하던 차에 첫 번째로 들어온 켄타로우스가 나를 향해 돌진했고 나는 아무런 힘도 없이 날아가 난간에 부딪쳤다.


“크억!”


난간과 부딪친 뒤보다 켄타로우스와 부딪친 앞면에서 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정신을 놓을 것 같은 고통이다.


“아저씨!”


꼬맹이가 뛰어오려고 하자 나에게 돌진했던 켄타로우스가 매서운 눈빛으로 꼬맹이를 바라봤다.


“아저씨 운동 신경 완전 별로잖아!”

“너도 나이 먹어봐. 쿨럭...”


가슴의 통증과 함께 피가 튀어나왔다. 살면서 이정도로 아팠던 적이 있던가?


부모님 몰래 요리학원을 등록했다가 비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을 때?


아니다.


부대에서 실수를 해서 선임에게 맞았을 때?


아니다.


지금보다 아팠던 순간은 없었다!


“아저씨 기다려! 내가 도와줄게요!”


이런 고통을 저 아이가 알 필요가 있을까?


“아저씨! 아저씨!!”


도망가라고 말해야 하는데 너무 아파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거 참.


내 마지막 유언이 ‘너도 나이 먹어봐.’가 될 줄이야.


한 방에 나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워서 눈을 감으려던 찰나에 꼬맹이의 등이 보였다.


이러면 눈도 못 감는데.


“빠르네. 쿨럭. 진짜였잖아.”

“지금 그런 소리할 때가 아니잖아.”


꼬맹이는 내가 떨어트린 쇠지레를 한 손으로 쥐었다. 손 주변으로 하얀 빛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하늘에서 하얀 빛줄기가 꼬맹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마치 유성이 수직으로 떨어지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어디서 본 것은 있는지 쇠지레를 잡은 꼬맹이가 야구배트를 휘두르듯 달려오는 켄타로우스를 향해 쇠지레를 휘둘렀다.


꽈앙-!


어떻게 쇠와 생명체가 부딪쳤는데 철끼리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끄아아아아악”


쇠지레로 이마를 제대로 맞은 켄타로우스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이햐... 대단한데... 꼬맹...”


그 뒤의 상황은 볼 수 없었다. 누군가 강제로 눈꺼풀을 내리기라도 하듯 감기는 눈을 막을 수 없었다.


+++


낯선 천장이었다.


는 무슨 오랜만에 봐서 낯설게 느껴지는 내 방의 천장이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이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


“아저씨! 정신이 좀 들어요?”


고개만 돌려 왼쪽을 보자 꼬맹이가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저씨 켄타로우스한테 한 대 맞고 쓰러져서 이제 일어났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너무 약골같잖아.”

“맞잖아요.”

“하하.”


힘없이 웃으며 꼬맹이의 얼굴을 봤다. 별다른 상처는 없어보였다.


“몸은 좀 괜찮아요? 소원 언니가 계속 치유해줘서 상처는 거의 아물었는데 체력은 없을 거라고 했어요.”


꼬맹이 말대로 아픈 곳은 없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몸에 힘이 없었다.


“그러네.”


그나저나 아까부터 엄청나게 거슬리는 게 있다.


“근데 너...”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문자가 꼬맹이 주변으로 보였다.


[이름 : 주미혜

나이 : 20 세

특성 : 괴력

특성 레벨 : Lv. 1

스탯

- 체력 Lv.1

- 근력 Lv.1

- 방어 Lv.1

- 민첩 Lv.1

- 마력 Lv.1

- 행운 Lv.1

특수 스킬

- 괴력 펀치 Lv.1

- 잠금 상태

- 잠금 상태

- 잠금 상태 ]


“왜 그렇게 보세요.”

“너... 능력이... 생겼구나?”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그런 것도 볼 수 있어요? 이거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는 거예요?”


꼬맹이는 양손으로 입을 가려가며 놀랬다.


“아니.”

“그럼 어떻게 알아요?”

“아니. 다른 사람 스탯은 볼 수 없다고.”

“그럼... 아저씨만 볼 수 있는 거예요?”


나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꼬맹이를 바라봤다.


나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내 능력에 대해서 말해도 될까?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하면?


“아저씨만 볼 수 있냐는 거냐니까요?”

“너 근데 19살이라고 하지 않았냐?”

“맞아요. 아저씨 만났을 때는 19살이었지. 지금 1월이에요.”


너무 아깝고 소중한 시간을 벌써 두 번이나 날로 먹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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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 21.12.03 212 0 14쪽
32 출국 21.12.02 227 1 12쪽
31 허물고 세우고 21.12.01 238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64 0 13쪽
29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62 1 12쪽
28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76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83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302 0 13쪽
25 능력자들의 Z지대(2) 21.11.25 329 3 14쪽
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57 3 14쪽
23 행방 21.11.23 368 4 12쪽
22 도움닫기 21.11.22 385 4 12쪽
21 캐롤라인 세일리 21.11.21 434 3 13쪽
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77 6 15쪽
19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499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36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49 7 13쪽
16 첫 탑 나들이(3) 21.11.16 531 8 14쪽
15 첫 탑 나들이(2) 21.11.15 562 8 13쪽
14 첫 탑 나들이(1) 21.11.14 625 9 13쪽
13 제안 21.11.13 686 7 13쪽
12 로운 컴퍼니 21.11.12 813 8 13쪽
» 마법진이 빛날 때(7) +1 21.11.11 825 9 11쪽
10 마법진이 빛날 때(6) 21.11.10 864 8 13쪽
9 마법진이 빛날 때(5) 21.11.09 1,000 11 14쪽
8 마법진이 빛날 때(4) +1 21.11.08 1,132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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