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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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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5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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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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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능력자들의 Z지대(6)

DUMMY

조호완의 사진이 왜 여기에... 아니 조호완 뿐만이 아니야.


약 30개 정도의 사진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모두 검은 머리에 동양인이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인의 생김새를 구분하는 일은 해당 국가에 사는 사람도 잘 모른다고 하지만 차림새나 풍기는 분위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설마 다 한국인이야...?”


맨 마지막까지 확인한 뒤에 조호완의 사진을 눌렀다.


[현재 위치 : N9층

상태 : 양호 ]


어딘가의 지도로 보이는 화면 위에 붉은색 점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앞서 봤던 다른 창들과 같이 짤막한 내용의 문구가 화면 중앙 하단에 표시되어있었다.


N9층...? 그런 층도 있었나?


다... 다른 사람들은?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사진을 아무렇게나 눌러 들어갔다.


[현재 위치 : N2층

상태 : 매우 나쁨 ]


[현재 위치 : N5층

상태 : 우수 ]


[현재 위치 : N1층

상태 : 나쁨]


그래도 몇 명의 사진을 눌렀을 때는 상태창이라도 떴다. 빛바랜 사진을 누르자 화면 정중앙에 두 글자가 나타났다.


“사망...”


마치 게임에서 졌을 때 나타나는 화면처럼 간단명료한 모습이었다.


몇 명의 사망 표시를 보고 나자 붉은색 테두리를 가진 사진 하나가 보였다.


사망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도가 나타났지만 붉은 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글자가 나타났다.


[4월, 탈출]


이게 다 무슨 뜻이지? 실종된 조호완이 왜 여기 있어? 게다가 다른 사람들... 그리고 탈출은...


왜 였을까. 그 순간 소원의 말이 떠올랐다.


- ... 이번에 5층에서 작년 여름에 실종되었던 능력자가 발견됐대...


불현 듯 떠오른 생각과 함께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게 말이 될까? 너무 억측이 아닐까? 우연인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상황들이 너무 퍼즐 조각처럼 맞아 들었다.


비석에서 나오는 몇 개 없는 정보들을 맞춰가며 상황을 이해하고 있던 도중 무거운 문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강한 빛 때문에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훤칠한 키의 남자로 보였다.


그리고 곧 빛에 익숙해지자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로운이었다.


그간의 고생에 비례하는 반가움이 밀려왔다. 무사하냐고, 어디 갔었냐고. 다른 애들이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아냐고 말하려던 머리와 달리 입이 먼저 나섰다.


“로운 씨. 이것 좀 보세요.”


로운은 말없이 다가왔다.


“아 맞아. 그 문. 스스로 닫히더라고요. 뭐라도 받쳐두고 와요!”


나에게 다가오던 로운은 뒤를 돌아보더니 문을 통째로 열려버렸다. 문을 감싸고 있는 얼음의 모습이 상당히 거칠었다.


왜지. 왜 화가 난 것 같지?


뚜벅뚜벅 다가온 로운이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왜...왜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걸까. 내가 잘못한 거라고는 모르는 나쁜 놈들한테 납치를 당한 것 밖에 없다. 그것도 잘못이라고 칠 수 있다면 말이지.


“어? 로운 씨?”


하지만 로운은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왜 그래요? 뭐 힘든 일 있었어요?”


찾는 물건이 있어서 중국까지 왔다고 들었지만 혹시 남모르게 앓고 있던 고민이 있던 걸까?


“걱정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탑인데... 여기까지 들어오면 어떡해요.”


하는 말은 걱정과 잔소리였지만 말투에서 안도감이 느껴졌다.


“저도 안 들어올 생각이었는데. 그게...”


출입금지 금지 팻말을 보니까 들어와 보고 싶었다고?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위기감을 못 느꼈다고? 뭐라고 말해야 할까.


“괜찮습니다. 이 또한 지혁 씨의 데이터가 될 테니까요. 참고하겠습니다.”


뭐라는 거야.


“아하. 네. 그보다 이것 좀 보세요.”


내 말에 로운은 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는 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이게 뭡니까?”


마지막으로 봤던 텅 빈 지도에 ‘탈출’이라고 쓰여 있는 페이지였다.


“아. 이건 제가 보고 있던 화면이고요.”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화면을 눌러 사진이 모여 있는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 보면... 제가 추측하기에는 탑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명단 같아요. 사망한 분도 계시고.., 아직 살아있는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


잠깐이지만 내가 했던 추측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옆 사람에게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로운 씨?”

“...”


로운은 굳은 얼굴로 뚫어져라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한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호완의 사진.


“로운 씨! 숨은 쉬셔야 해요!”


한참을 숨을 쉬지 않는 로운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자 곧 숨소리가 돌아오며 그가 나를 바라봤다.


“네. 네. 듣고 있습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듣고 있었잖아!


“그래서... 이 사람은 살아 있습니까?”


정말 듣고 있던 거야?


“네. 조호완 씨는 양호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다행인 사람의 표정치고는 꽤나 살벌하다.


“그런데 잘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 사진에 나타난 사람들의 위치가 N층 이라고 나타나는데 아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N층이요?”

“네. 이렇게... N9층이라든가...”


화면에 나타난 조호완의 사진을 누르며 말했다. 그런데 화면에 나타난 지도의 구성이 아까와 조금 달랐다.


[현재 위치 : N10층

상태 : 양호 ]


분명 N9층이라고 적혀있던 위치가 N10층으로 바뀌어 있었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방금 내가 보고 있던 중에 조호완은 층을 오른거고?


“N10층... N 붙은 층은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흠.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로운 씨까지 모르시는 거라면 흔하지 않은 장소란 뜻이겠네요.”

“저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니 누나에게 물어보면... 아, 잠시만요. 저 누나에게 연락 좀 하겠습니다.”


로운은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만요.”


그러더니 문 쪽으로 가서는 핸드폰의 화면에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통화버튼을 누르기 직전, 작은 탄식과 함께 핸드폰 화면을 끄고는 돌아왔다.


왜 저러는 거야.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네 여기 전파가 안 통해서 혹시 문 쪽에서 하면 될까 싶어서 갔는데 되더라고요.”

“근데 왜 연락안하고 오셨어요?”

“지금 누나가 핸드폰이 없대요. 캐리어에 넣어둔 상태로 잃어버렸다고.”

“아...”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로아 씨의 캐리어를 소매치기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캐리어에 넣어두었구나.


“뭐... 나중에 알아서 연락한다고 했으니 곧 오겠죠.”

“그런데 여기서 전파가 안 잡힌다면서요. 여기 있는 사이에 연락이 오면 어떡해요?”

“아...”


로운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더니 문 쪽으로 가서 바로 앞에 핸드폰을 두고 돌아왔다.


“소리는 들리겠죠.”


+++


한참을 더 만져봤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의문만이 늘어났다.


“이 지도는 아무래도 여기 표시된 층의 지도겠죠?”


“어떻게 가게 된 거지? 탑을 오르던 중에 사라진 건가...”


“이 탑은 대체...”


서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며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추측을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확신은 들지 않았다.


쿠그그...


그때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단단한 무언가가 부서지는...


“로운 씨. 혹시 이 소리 들려요?”

“무슨 소리요?”

“또 나만 들리는 건가. 환청도 치료되죠?”

“그렇죠? 무슨 소리가 들렸기에 그래요?”

“음. 뭔가 단단한 뭔가가 부서지는... 드득...? 쿠드득? 그런 소리가 들려요.”


나와 함께 나란히 비석 앞에 서 있던 로운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90도를 더 돌려 뒤를 돌아봤다.


뒤늦게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짐작할 수 있었다.


로운이 얼렸던 문이 닫히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던 얼음에 작은 실금이 가더니 이내 얼음조각이 튀며 쪼개지기 시작했다.


“튀어요!”


누가 했던 말일까. 위협적으로 닫히는 문에 당황했던 누군가의 말이었다. 어쩌면 둘 다 그렇게 외치며 다급하게 뛰어갔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때 뛰지 않았다면 우리는 연락할 수단도 없이 누군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게 무슨 일이에요...”


로운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탑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닫혔고, 튀어나온 우리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까도... 저랬어요.”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긴장하고 있었는지 입안이 말라가는 지도 몰랐다.


“만약 로운 씨가 오시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도...”


오늘의 비현실적인 감각이 서서히 죽어가고 현실적인 공포가 밀려왔다.


로운이 오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저 탑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살아있는 탑같네요. 이건 돌아가서 자세히 알아봐야겠어요. 심상치 않거든요.”


그가 먼저 일어나 탑 앞에 놔두었던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지이이잉-


순간 핸드폰이 울리더니 액정화면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굳어갔다.


“왜요. 누군데 표정이 그래요?”

“아... 누나요.”


아. 로아 씨구나.


응?


로아 씨는 캐리어를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대체 누가 전화를... 혹시 사기일지도 몰라.


“로운 씨. 사기일지도 몰라요. 받지 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받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겠다는 듯이 중국어로 대답했다.


누군데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가 잘 들리진 않았지만 중국어를 하는 남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전화를 받던 그의 표정이 점점 하얗게 질려가더니 급기야 창백을 넘어 푸르스름한 안색이 되어 전화를 끊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뇨. 그냥 메스꺼워서요. 누나도 돌아왔다고 합니다.”

“돌아왔다뇨?”

“아.”


로운은 짤막하게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위험한 곳에 로아 씨 혼자 보냈다고요?”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누나를 무척 아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위험하잖아요.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이전에 봤던 로아 씨의 몸놀림을 생각하며 싸움을 꽤 잘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렇지만 상대는 다수에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 누나가 그렇게 약하진 않아요. 대한민국의 관리자들을 무시하지 말아요.”


로운이 낮고 조용하게 웃으며 말했다.


“누나가 그래 봬도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웠어요. 무술 신동이라고 불릴 정도였죠. 갑시다. 가요. 이 얘기를 누나가 들으면 기뻐할 거예요.”


그가 내 등을 밀며 숲으로 이끌었다.


+++


두 사람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자리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오른쪽 눈에 푸르스름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남자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나 누가 탑의 정체를 알 수 있을까 싶어 항상 다니는 길로만 다녔던 그였기에 외부인의 침입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이쪽 방향이면...’


역시나 놓친 모양이었다. 그렇게나 당부를 했음에도.


남자가 탑 쪽으로 걸어가자 열기도 버거웠던 문이 서서히 열렸다. 탑 안으로 들어간 남자는 가운데 위치한 비석을 확인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던 화면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언어는...


“한국인이었나.”


워낙에 알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남자였다. 대충 들으면 쓸모없는 능력이라고 생각될 것 같았지만 조금만 알고 자세히 생각하면 의문투성이의 능력이었다.


“재밌네. 다시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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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 21.12.03 212 0 14쪽
32 출국 21.12.02 227 1 12쪽
31 허물고 세우고 21.12.01 238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64 0 13쪽
»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63 1 12쪽
28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76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83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302 0 13쪽
25 능력자들의 Z지대(2) 21.11.25 329 3 14쪽
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57 3 14쪽
23 행방 21.11.23 368 4 12쪽
22 도움닫기 21.11.22 385 4 12쪽
21 캐롤라인 세일리 21.11.21 434 3 13쪽
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77 6 15쪽
19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499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36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49 7 13쪽
16 첫 탑 나들이(3) 21.11.16 531 8 14쪽
15 첫 탑 나들이(2) 21.11.15 562 8 13쪽
14 첫 탑 나들이(1) 21.11.14 625 9 13쪽
13 제안 21.11.13 686 7 13쪽
12 로운 컴퍼니 21.11.12 813 8 13쪽
11 마법진이 빛날 때(7) +1 21.11.11 825 9 11쪽
10 마법진이 빛날 때(6) 21.11.10 864 8 13쪽
9 마법진이 빛날 때(5) 21.11.09 1,000 11 14쪽
8 마법진이 빛날 때(4) +1 21.11.08 1,132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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