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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41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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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허물고 세우고

DUMMY

어렵게 들어간 대학이었다. 등록금을 준비하기 위해 알바를 몇 개를 뛰었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돈을 벌었다.


처음이 제일 힘들었을 뿐, 돈이 어느 정도 모이고 조금은 등록금 걱정을 덜려고 하니까 이변이 일어났다.


아무리 대처가 빨랐다고 하더라도 초반에는 혼돈 그 자체였고, 학교 문을 닫네 마네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대학교 문이 다시 열렸지만 나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갈 필요도 없어졌으니까.


꼬맹이 말대로 대학이 굳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내가 다른 사람의 뜻이 아닌 내 뜻으로 하고자 했던 일이니까.


이걸 마무리 지어야 앞으로도 나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복학...이요? 지혁 씨 대학생이셨습니까?”


정말 몰랐다는 듯이 물어보는 로운의 말에 가슴 안쪽이 조금 따끔함을 느꼈다.


“그렇게... 안 보이나요?”

“아뇨. 아뇨. 그런 건 아니고 한 번도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으셔서...”


내 표정에 미안함을 느꼈는지 로운이 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하긴 대학생이라고 몇 번 말한 적은 있어도 대체로 흘러 지나가는 이야기로 했었다.


그것도 몇몇 사람들에게만.


“네. 2년 정도 남았는데 대학교 졸업장은 따고 싶어서요.”


사실 이런 세상에서 졸업장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능력자가 되었다면 먹고 살 일은 걱정 없었다.


“그렇죠. 언제 이변이 끝날지 모르는데 졸업장을 가지고 있으면 좋죠.”


이 사람은 언젠간 이변이 끝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니 자신의 손으로 끝낼 거라고 종종 말하지 않았던가.


정말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 그렇죠. 아무튼 다음 학기부터 복학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로운 씨가 말씀해주셨던 건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요.”

“제가 말했던 건이요?”

“네. 스카우트의 일을 해달라고 하셨던.”

“아. 네. 결정 내리셨나요?”


편안하게 대화를 하고 있던 로운의 자세가 업무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반듯하게 변했다.


“제가 성격상 살갑게 누군가한테 말을 걸거나 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네...”

“지금까지 만났던 분들은 운이 좋아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계셨지만 그게 제 안목덕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닙니다. 그건 지혁 씨의...!”


나는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을 담아 살짝 손을 들어 로운의 말을 막았다.


“하지만 저 또한 이 세계가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좋은 능력자가 보이는데 데려오지 않을 이유는 없죠.”

“그 말씀은?”

“좋습니다.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힘내 보겠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지혁 씨라면 잘 할 거예요!”


로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덕분에 애꿎은 의자만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면 그 팀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팀은 조금 나중에 나누는 편이 좋겠습니다.”

“나중에요?”

“네. 로운 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파티원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래 씨를 포함한 3명뿐입니다.


아직은 두 분이 함께 이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군요. 그 부분은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금방 풀이 죽은 것 같은 모습의 로운이 의자를 주워와 조용히 앉았다.


“아닙니다.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도 익숙해질 거고... 익숙해지면 그때 가서 다시 파티를 나누면 됩니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마음이 급했어요.”


칭찬을 갈구하는 아이 중엔 실수했을 때 과하게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로운이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아닙니다. 언젠가는 있었어야 할 일이었어요. 이전에는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내 말에 조금 위안이 됐는지 로운이 풀이 죽었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팀을 나눠서 탑에 올라가기 전에 처리할 일이 있습니다.”

“그 일 때문인가요?”


원래대로라면 슬슬 5층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그걸 본 이상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거기서 봤던 사진들 사이에 우리 사진도 올라갈 수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나에게 말씀드렸습니다만...”

“벌써요?”

“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황혼회에서 그 탑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확실히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막상 탑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석판이 있는 데도요?”


혹시 석판을 치워버린 건가?


“네. 이전에 지혁 씨와 함께 있었을 때처럼 빛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처리한다고 해도 결국 다른 나라에서 있는 일.


황혼회에서 그렇게 애지중지 하는 거라면 중요한 물건일 텐데 중국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누나가 그랬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지금이야 그 사람들이 숨기기 위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언제 모든 걸 포기하고 국가에 맡길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렇게까지는 안 할 것 같지만.


“이상하다... 분명 뭔가가 보이지 않았습니까?”


나만 본 것이라면 헛것을 보고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자리에 로운도 함께 있었다.


“네. 확실히 그건... 수상해 보였습니다.”

“음... 그게 있는 이상 불안해서 애들을 5층에 보낼 수 없어요.”

“저도 동감입니다. 그래서 누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로운이 눈치를 보며 말을 늘렸다.


“로아 씨가?”


재촉의 의미로 그의 뒷말을 따라 말했다.


“그... 다들...”

“다들?”

“음... 미혜와 석 씨네 사람들을 다 데리고...”

“데리고?”

“...그... 중국으로 가서...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고...”

“... 예?”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나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에게 쫓기는 꿈을 종종 꿨다. 나를 쫓아오면 올수록 덩치가 불어나는 사내들을 보고 얼마나 무서웠던가.


나도 모르는 사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애들도 데리고 다시 가자고?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 사실”


로운이 다시 말끝을 늘렸다. 이 사람 오늘 왜 이래.


“가서 제일 위험할 건 지혁 씨라...”

“...”


맞다. 맞는 말이다. 내가 제일 약하다. 맞아. 맞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말인데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 막 약해서가 아니라. 지혁 씨는 얼굴도 이미 다 알려졌고, 그... 그것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 로운. 분명 첫 인상은 좀 더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첫인상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합니다. 그럼 언제쯤 가야 하나요? 아까도 말씀드렸다 시피 제가 복학을 할 예정이라...”

“그럼 2개월 이내로 한 번 방문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2개월...”


무슨 타국 방문을... 그것도 위험할 수 있는 방문을 어쩜 저리 ‘한 번 가정 방문 오셔요~’ 같은 투로 얘기하지?


“지혁 씨가 다른 분들께 얘기를 전달할 동안 저는 언제라도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대체 무슨 준비를 하겠다는 거예요?”


단순히 확인만 한다는 뜻은 아니리라. 급한 상황이 되면 석판을 부서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그의 기준에서 ‘준비’까지 하면서 할 일인가?


하지만 내 질문에 로운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황혼회를 상대하면서 어떻게 준비를 안 합니까.”

“그러니까 꼭 왜 반드시 황혼회랑 부딪칠 것처럼 말하냐는 거예요.”

“그야 당연히 부딪칠 테니까요.”

“안 부딪칠 수도 있잖아요.”

“아뇨. 반드시 부딪칩니다. 이미 우리가 그 탑에 들어갔었다는 것은 알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동 경로도 모두 감시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여기는 한국인데요?”

“당연하죠. 황혼은 돈도 인력도 정말 많거든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 우리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황혼의 보스에게 들어갈 거예요.”

“그 정도라고요?”

“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따라 말을 참 많이도 끄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아까와 분위기가 달랐다. 화가 난 것 같은 모습.


“지혁 씨도 아시겠지만 그날 봤던 것들로 추측을 하자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5층을 클리어하지 못한 것은 황혼의 짓이라는 겁니다.


저는 그게 참을 수 없게 화가 납니다. 그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


5층을 클리어 하지 못했다는 대가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실종 됐으며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어요.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이 정말로 화가 났구나 싶다.


“그래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 보스라는 사람...”


눈에 푸른색 마법진이 있었다. 나와 같은... 이 또한 관련이 있을까. 이걸 로운에게 말해도 되나?


“지혁 씨.”

“네?”


고민하고 있는 사이 그가 나직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나도 모르게 등줄기에 소름이 끼치는 카리스마가 깃든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가 그와의 나이차가 조금 있음에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앞서 지혁 씨가 제게 했던 말들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에요.”


내가 앞서 했던 말들을 신경 쓰지 않겠다니...


“우리는 앞으로 함께 탑에 오를 거잖아요. 그렇죠?”


그의 카리스마와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에 차마 대답은 하지 못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저에게 숨기는 걸... 아니 그 정도도 바라지 않아요. 우리와 관련이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


안일했다.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고 진심을 숨겨왔으며, 말하지 못하는 비밀들이 있다는 것들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느라 로운이 어디까지 눈치를 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


“하지만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진실하게 대해 본 적도 없고, 고민을 얘기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 저는 조금 벅찹니다.”

“아...”


로운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싱긋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그의 누나와 쏙 닮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너무 조급하게 굴었군요. 지혁 씨가 우리를 아니... 최소한 소원 씨와 미혜를 위험에 처하게는 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답을 하고 나니 아랫입술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대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힘주어 물고 있었나보다.


고통에 뇌가 깨어나며 이 상황이 좀 더 피부로 와 닿았다.


“로운 씨.”


이번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네.”

“로운 씨는 신이 있다고 믿습니까?”


내가 대로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지인에게 할 줄이야.


“그야... 뭐. 안 믿을 수 없으니까요.”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중심으로 피어나는 얼음 결정들을 보여주었다.


“신의... 아니 좀 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나는 우리 사이에 있는 머그잔의 커피가 말라붙어 자국이 될 때까지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호완의 공략에서 탑꾼을 했던 일.

거기서 만났던 소년에 대한 이야기.

오른쪽 눈에 깃든 힘에 대해서.

그 후 생긴 나의 능력에 관한 것.

이후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 했던 것들.


마지막으로 무법지대에서 봤던 황혼의 보스로 보이던 남자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를 모두 들은 로운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아직 이야기를 하기에 이른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내가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침묵 속에서 활기를 띠었다.


“그러니까... 지혁 씨는 다른 사람의 스탯뿐만 아니라 그 이상한 언어들을 읽을 수 있다는 거죠? 혹시 어떤 언어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소원에게 물어보고 개인적으로 찾아도 봤지만 어떤 언어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에서 오래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레시피였다.


“이건...”

“제가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던 커피 레시피입니다. 아마도 제게 능력을 준 신이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로운은 천천히 양피지를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내려갔다. 아니 읽었다는 표현보다는 시선으로 훑었다는 말이 맞으리라.


“지혁 씨는 이걸 읽을 수 있다는 거죠?”

“네. 해석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렇습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레시피를 보더니 책상 위에 내려두었다.


“이건 관리소에서도 연구 중인 문자입니다.”


역시 갖고 있었군.


“하지만 어떤 언어에서도 기반을 두지도 않았으며 인류 역사상에도 사용한 적이 없는 글자였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잠시나마 지혁 씨가 이 글을 해석해주셨으면 했지만. 이 또한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네?”

“이 언어는 탑 구석구석에 적혀있는 문자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한 번 닫힌 탑은 다시 열리지 않습니다.


물건이나 사람은 모두 사라지면서 누군가 남긴 이 문자만큼은 매번 탑을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이 같았죠.


이 문자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면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게 지혁 씨에게는 독이 될 테니까요.”

“네?”

“그 신비한 힘을 좋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기 질투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죠. 혹은 광기라거나.”

“광기...?”

“지혁 씨도 아시겠지만 이변이 일어난 이후 신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활동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아... 확실히.”


이변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행처럼 번졌던 종교가 있었다. 그걸 종교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알게 되면 지혁 씨에게 어떤 위험이 될지 몰라요. 그들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고위층이나 능력자 조직에서 지혁 씨를 찾을 거예요.”


확실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기존에 한국에만 있었을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법지대에서 봤던 경매장이나 그날의 풍경, 황혼회의 지하에서 묶여 있던 기억들이 스쳐지나가며 팔에 소름이 돋았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이 단기기억상실증인가.


“본인이 숨기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요.”

“아.”


로운의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내 이마를 짝-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띵동-


그때 누군가 내 방문의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밥 먹자!”


꼬맹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문밖에 있음에도 우렁차게 들려왔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그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어쩌면 내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선을 긋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선 안에 들여 본 적이 없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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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출국 21.12.02 227 1 12쪽
» 허물고 세우고 21.12.01 238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64 0 13쪽
29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62 1 12쪽
28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75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82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30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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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57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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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77 6 15쪽
19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499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36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4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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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첫 탑 나들이(2) 21.11.15 56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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