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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싸블이2
작품등록일 :
2024.05.08 21:21
최근연재일 :
2024.06.11 00: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558
추천수 :
41
글자수 :
159,143

작성
24.05.08 21:27
조회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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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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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멸망의 시작

DUMMY



“아들 이제 그만 놔줘 ......”


자포자기 한 듯한 엄마의 표정은 처음과 다르게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찢어진 이마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한없이 깊은 엄마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세상 그 무엇보다 아들이 우선이었던 엄마. 한 평생을 아들 하나 바라보고 그 숱한 멸시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변호사 아들을 만들어낸 우리 엄마.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던 아들의 손을 이제 놓으려 한다. 아니 놓아 달라고 한다.


“할 만큼 했어. 이제 놓아줘, 너라도 어서 이 자리를 피해서 멀리 도망가 어서”


“흑흑 안돼, 엄마 절대 그렇게 못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누군가 올 거야. 엄마 제발 조금만 더 힘내 ”



하지만 이미 손아귀에 힘이 다 빠져서 금방 이라도 엄마의 손목을 놓칠 것 만 같았다

이를 악물고 버텨내고 있지만, 엄마를 끌어 올릴 수도 더 이상 버틸 수도 없다. 20여분 가까이 버티고 있지만 더 이상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놓쳐버리고 말 것 같다. 그 두려움이 엄마의 손을 놓치고 난 후의 일들에 대해서 생각조차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서서히 손아귀에 감각이 사라져 갈 때 쯤 엄마의 남은 한 손이 잡고 있던 손을 서서히 밀어내려 했다.


“아들, 힘들잖아 이제 그만해 ,, 엄마 충분히 행복했어. ,,”


“어.엄마~ ”


“사랑해 아들 꼭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


그렇게 엄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천길 낭떠러지 속으로 끌려 들어 가 듯 떨어져 내렸다.



눈 처럼 쏟아져 내리는 잿빛 화산재와 용암 불 덩어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화산 폭발과 동시에 진도 10이상의 초 강진이 동시에 일어났고, 서귀포 시 중앙 로터리 도로 한복판이 크레바스처럼 갈라지며 시내 건물들과 이동하던 차 들 이 떨어져 내렸다. 달리던 차들이 서로 충돌하며 갈라진 땅속으로 떨어졌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전신주를 쓰러트리며 불꽃이 튀었다. 가까스로 차 안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앞다투어 도망가기 바빴고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와 무너지는 건물들이 마치 지옥에서 들리는 악마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옆으로 쓰러진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는 이미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듯 미동도 없었고 뒷자리에 타고 있던 노랑 색 유치원 복을 입은 아이들이 소리치며 울고 있었다. 아이들 마져 피를 흘리며 창문을 두드렸고, 쓰러진 차 밑으로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세상에 종말이 온 것처럼 고통에 찬 신음 소리와 비명 소리만이 울렸고, 떨어지는 불 덩어리를 피하지 못하고 불길에 휩 쌓인 엄마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어린 딸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채 죽어 가고 있는 사람들, 늙은 노모를 업고 도망가다가 땅속으로 떨어지는 아저씨, 그리고 곧 빠질 것 같은 벤치 손잡이에 걸린 가방을 붙들고 갈라진 땅속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 여고생이 눈에 들어 왔다.


낮 익은 얼굴,

민아가 나를 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지진이 일었고 동시에 한라산이 폭발 했다. 대 재앙이 시작되었다.


일 년 전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온 지, 2 년 째

과학의 힘은 미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는 확고한 믿음 하나로 앞만 보며 달려 왔던 그 세월, 하지만 어느 순간 진실 보다는 이익을 추구 하는 집단들에 둘러싸인 내 자신을 발견 하고 나서 부터 나만의 진실은 소리 없는 하품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힘 있는 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만 말해야 그나마 그 바닥에서 연명하며 살아 남을 수 있다. 과학은 개 똥이다, 진실은 힘이 있어야 드러난다.


“뭐해~ 혼자서?”


해안 도로 옆 허허벌판에 우뚝 서 있는 나 홀로 횟집, 사장 상규 였다.

2년 전 , 서울에서 내려온 날 민박 집에서 만난 상규는 같은 나이면서 워낙 사교성 이 좋아 쉽게 친구가 되었고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얼굴을 보게 되는 베프 가 되었다.


“ 상규야, 저 많은 바닷물 다 빼버리면 어떻게 될까? 뭐가 보일까? ”


“야~ 그럼 난 뭐 먹고 사냐~~”


갯바위 위에 걸터 앉은 상규가 내 뿜는 담배 연기가 코 끗을 스치며 사라졌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누군가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결과물처럼 없어지면 누군가 는 아쉽고 , 곤란해지는 것들만 존재 한다. 시원한 바람, 일렁이는 바다 ..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는 영원 할 것처럼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밀려오고 부서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나 뒤늦은 후회를 통해 그제서야 변화에 반응하기 시작 했다.

마치 지금처럼......


그때 , 해안 도로를 천천히 지나던 검정색 세단이,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정장을 입은 사내 둘 이 내렸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지? 정장 차림으로 낚시하러 왔나? ”


대충 봐도 공무원들이다.

표정도 경직되어 있고, 걸음걸이 또한 마치 훈련 받은 사람들처럼 일정한 보폭을 유지 했다.

누가 봐도 기관의 오피스 맨 들이었다.



“민 웅씨?”


감정이 실리지 않은 사무적인 말투,

밀려오는 파도가 거세게 바위를 때렸다.


“누구시죠?”


앞에 있던 사내가 한발 짝 다가오며 가슴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신분증, 행정 안전부 TF 팀장 박 종철


행안부에서 왜 나를 찾지?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3 년 전, 네이처지에 (전 세계 지진의 시발점은 한국이다) 올리셨죠?”


“네 그런데요”


사내의 질문과 표정에서 왜 그런 걸 올려서 사람 귀찮게 하는 거야? 라고 하는 것 같았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며 말하고 있지만 짜증 섞인 말투 였다.


옆에서 멍 하니 바라보던 상규는 의아 했다.

네이처지 는 뭐고, 행안부 에서 왜 웅이를 찾는 거지? 서울에서 내려올 때도 웅이는 그냥 백수일 뿐이었는데..


“ 그 문제로 뵙자는 분이 계십니다, 지금 제주도에 와 계시니 잠시 시간 좀 내 주시죠”


얼핏 부탁을 하는 것 같지만 무조건 따라 오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오래전 올렸던 논문, 이제 와서 누가 왜 관심을 갖는 걸까?

“도대체 누가 ?....”


하버드 대 지질학 교수 윌리엄 패이슨, 세계적인 석학이며 노벨 물리학 상을 두 번 수상한 저명한 학자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나를 보자고 하는 걸까?

내 논문에 문제가 있었나? 그렇다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보자고 할 것 까지는 없는데,.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 사람을 마주 대할 수 있는 기회 일 뿐더러 평소에도 나 또한 윌리엄 교수의 이론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 보지 못할 건 뭐야.




제주 마린 호텔 라운지



‘안녕하십니까, 민 웅 입니다“


검정 곱슬 머리에 얼굴에 군데 군데 버짐이 피어 있는 노 신사, 윌리엄 교수,

피부 색만 아니라면 여늬 시골 할아버지처럼 자상한 표정과 눈빛을 가진 그 에게 초면임에도 낯설지 않은 친근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만큼 그는 인자 한 얼굴과 함께 세련된 제스춰 로 상대의 경계심을 쉽게 무너뜨렸다.


“난 민 교수님 논문 정말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몇 날을 고민하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불쑥 무례를 무릅쓰고 연락도 없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윌리엄 교수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궁금 합니다, 왜 한국인지?”


지진 시발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다시는 관여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먼 곳까지 찾아온 이 사람을 그냥 돌려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 나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지.


“그건 간단 합니다”


백록담은 활화산이다, 천 년 전 활동을 끝으로 더 이상 지진이 관측되지 않는 긴 잠을 자고 있는 화산이다. 한라산 고지대에 지진 관측망을 설치해 꾸준히 지진 활동을 연구 분석했던 나로서는 미소 지진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의심스럽고 염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바로 동 일본 지진 판과 맞닿아 있는 필리핀 지진 판이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한 제주도가 해령(해저의 멘틀 물질이 상승 하는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3억 년 전, 하나의 대륙이 있던 땅 덩어리가 여러 개의 판(조각)으로 나뉘어진 이유도 해저 확장 설에 기초하고 있다. 그 판(조각)과 판이 맞닿아 있는 경계는 언제든 해령이 솟아 오를 수 있는데 한국의 대륙 지각이 해저와 너무 급한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1M 깊이의 해안가에서 갑자기 수심이 1000M 가 넘는 엄청난 경사가 바로 해령을 솟구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된다, 100KM 가까이 되는 판의 두께가 갑자기 얇아지는 경계 바로 그 부분에 제주도가 근접해 있다, 그래서 백록담이 언제든 진도 10 이상의 강력한 지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논문을 올렸었다.


“ 흠..”


윌리엄 교수는 장황한 내 설명을 단 한번의 반론도 없이 들었다. 그런 그가 턱을 고인 채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과거에 한국은 방바닥 밑에서 군불을 지펴서 방에 온도를 올리며 추위를 이겨내곤 했습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두꺼운 구들장을 데워서 열을 발산 하는 방법입니다. 현재 온난화가 환경 때문이라고 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겁니다, 바로 지하 구들에서 열이 더욱 가깝게 올라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조만간 틈이 생기면 바로 해령이 비집고 올라오게 될 겁니다”


순간 윌리엄 교수의 두 눈에 광채가 이는 듯 했다.

그리고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전혀 새로운 이론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구들장 이론 새롭습니다”


“하지만 교수님, 전 이제 관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관료 사회는 전혀 이해를 못합니다 아니 안 하더라구요, 한라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염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교수님 제주도 남쪽 해안가 지대가 최근 몇 년 동안 2cm 높아졌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죠?”



윌리엄 교수는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듯 했다 한참을 듣기만 하던 윌리엄 교수가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며 말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새로운 이론을 들어서 기쁘다고 , 그리고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거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본 윌리엄 교수에게 응어리진 가슴 속 화를 내던지듯 울분을 토 한 것 같았다. 왜 다른 사람들은 내 이론과 가설을 아무도 믿지 않느냐고.

처음으로 누군가 가 진지하게 들어 주고 반응을 해주어서 일까? 마치 응석을 부린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고, 미안해지기 까지 했다. 하지만 마음은 정말 후련했다.


얼마 후,

윌리엄 교수 때문인지 행안부 에서도 탐탁 치는 않지만 내 이론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한라산 폭발을 전혀 염려 하지 않는다. 하긴 어느 누가 그런 걱정을 할까 싶다, 하지만 난 확신 한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한라산은 분명히 붉은 피를 토하듯 용암을 내뿜어 댈 것이다. 그 때는 늦는다. 전 세계가 동시 다발 적으로 불을 뿜어 낼 테니까.


멸망, 바로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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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마라도 재앙 속에 만난 인연 24.06.05 3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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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최악의 쓰나미가 몰려 온다 24.06.03 4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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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해저 화산이 폭발한다 +1 24.05.31 4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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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위험한 구조 작전 24.05.26 50 1 12쪽
14 생존자 24.05.26 54 1 13쪽
13 마지막 날 24.05.25 48 1 9쪽
12 백록담이 열린다 24.05.24 57 1 19쪽
11 꿈속에서 재앙이 24.05.23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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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령이 열렸다. 24.05.14 67 2 10쪽
5 해저 탐사선 신카이호 24.05.13 72 2 12쪽
4 재앙을 뒤로 하고 24.05.12 83 1 12쪽
3 전조 2 24.05.10 93 4 13쪽
2 전조 24.05.10 109 4 12쪽
» 멸망의 시작 +1 24.05.08 1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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