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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19세

SSSSSSSS급 재능충으로 돌아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진어
작품등록일 :
2023.05.10 16:56
최근연재일 :
2023.05.26 00: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532
추천수 :
217
글자수 :
118,758

작성
23.05.1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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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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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시련의 탑(2)

DUMMY

타앗-

검기의 강력한 충돌에 튕겨나간 나는 공중을 한 바퀴 돌며 눈 위에 착지했다.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닦아났다.

‘현재 나의 종합 능력치는 15레벨··· 상대는 나보다 한 수 위인가.’

‘C급 아니··· B급 정도의 강자다.’


채앵-!

뿌연 안갯속에서 튀어나온 백철의 검이 나의 검과 맞닿았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스르륵-

백철의 왼손에 있던 검이 크기가 줄면서 2개의 단검으로 분리되었다.


‘마교의 주술···!’


이윽고 백철은 크기가 줄어든 단검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내게 파고들었다.


채앵-

푸욱-!

기지를 발휘해 왼손의 검을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어진 오른손의 추가타를 피할 수는 없었다.


검에 의해 관통된 왼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적색의 피와 함께 푸른색의 검이 바닥에 사뿐히 떨어졌다.


챙그랑-!

백철이 푸른 대검을 발로 멀리 차 냈다.


스르륵-

백철이 양손에 쥐고 있던 단검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이윽고 흑백의 검은 가루가 되어 눈보라에 흩날렸다.


터벅터벅-

백철이 관통된 왼손을 붙들고 있는 내게 한숨을 내쉬며 걸어왔다.

“형님, 왜 그렇게 아둔하신 겁니까?”

“고작 사소한 감정 때문에 대의를 저버리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형님이 저를 공격한 순간부터 해남의 멸문(滅門)은 시작된 겁니다.”


나는 시야를 돌려 바다 너머에서 뿜어 나오는 검은 아지랑이를 바라봤다.


“모두 다, 형님이 자초하신 겁니다.”


스르르-

이윽고 백철은 형상화된 검을 나의 목에 들이밀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퉤엣-

각혈을 바닥에 뱉고는 말했다.

“어째서 마교의 개가 된 것이냐, 철아.”

“무시당하는 삶을 살 개가 될 바에는 마교의 맹견이 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구나.”


이윽고 백철은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안녕히 가십시오. 형님.”


흑백의 검이 목을 관통하려는 순간.

“···철아, 스승님의 말씀을 기억하느냐?”

“바닷사람이 진검을 꺼내 든 순간부터는 모든 걸 바쳐서라도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을.”


[인벤토리를 사용합니다.]

[블랙 와이번의 송곳니를 소환합니다.]


스르르-

흑요석이 손잡이에 박혀 있는 흑색의 단검이 오른손에 쥐어졌다.


콰앙-!

대검과 단검이 맞닿자 충격파가 발생해 거리가 벌어졌다.


백철이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마교의 주술을···”


[헤이스트를 사용합니다.]


타앗-!

나는 백철의 등 뒤를 빠르게 파고 들어 단검을 휘둘렀다.


휘잉-!

하지만 검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허공을 베어냈다.


백철이 나의 뒤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나타나서는 미친 듯이 폭소했다.

“결국 형님도 해남이기를 포기하신 겁니까?”


스르르-

백철의 대검이 아지랑이와 함께 두 갈래로 분리되었다.

“아무래도 형님을 여기서 죽게 놔두면 안 될 것 같군요.”

“제 궁금증이 해소되기 전까지 형님은 살아계셔야 합니다.”


스르르-

그 말을 끝으로 백철은 눈보라와 함께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오른손의 단검을 굳건히 쥐고는 눈을 감아 모든 신경을 청각에 집중했다.


휘이이잉-

눈보라가 거칠게 몰아치는 소리,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몸에 충돌해 사르르 녹아드는 소리.


그때, 왼쪽에서 청량한 소리의 흐름이 무언가에 턱하곤 가로막혀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폈다.

‘여기구나.’


서걱-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공중을 향해 단검을 부드럽게 휘둘렀다.


스르르-

공중에서 나타난 백철이 손에 들고 있던 단검들을 무(無)로 만든 후 뒤로 몇 바퀴를 굴렀다.


백철이 피가 흐르는 오른팔의 상처를 부여잡았다.

“···어떻게 한 겁니까?”

“내게 답해줄 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르륵-

백철이 왼손으로 오른팔을 어루만지자 상처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철컹-

이내 백철은 대검을 만들어낸 후 불길한 검기를 칼날에 두르고 내게로 달려왔다.


스르륵-

[블랙 와이번의 송곳니를 인벤토리에 보관합니다.]


백철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미친 겁니까?”

“역시 모르고 있구나. 바닷사람이 검을 집어넣는 순간이 언제인지를.”


의아함을 느낀 백철이 눈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설마···”


[상태 이상, 점화가 발동됩니다.]


“커헉···”

백철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캑캑거렸다.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 어떻게···”


나는 백철에게 터벅터벅 걸어가 말했다.

“몸에 생긴 상처는 치유가 돼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 법이지.”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진 백철의 얼굴을 바라봤다.

“다음 생에는 꼭 좋은 스승을 만나기를. 이게 너를 위한 나의 마지막 기도이니.”

“젠··· 장··· 고작··· 너 같은 쓰레기한테···”


털썩-

이내 백철은 타들어가는 장기를 부여잡고 숨을 거두었다.


모든 복수의 끝이 그렇듯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배로 많았다.


[시나리오를 99% 완료했습니다.]


화르륵-!

바다 너머의 지평선에서 뿌연 연기가 하늘을 뚫고 올라왔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스승님의 검을 오른손으로 붙잡고 지평선을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갔다.

‘지켜야···한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쿠웅-!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나를 거대한 무언가가 가로막았다.

“비켜···라.”

“남의 제자를 건드린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


푸욱-

“커헉···”


긴 검은 수염을 지닌 사내가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보자꾸나. 해남의 마지막 기둥이여.”


복부를 관통한 거대한 창을 뽑아내자 입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내려 바닥에 쌓인 눈을 빨갛게 물들였다.


나는 미친 듯이 피가 흐르는 복부를 붙잡고 어떻게든 앞을 향해 나아갔다.


“문주님,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놔두거라. 그게 강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니.”

“만약 살아남게 된다면 그것 또한 운명이니라.”


털썩-

나는 열 발자국도 떼지 못한 체 바닥에 쓰러졌다.


꽈악-

눈앞에 있는 얼음을 붙잡고 앞을 향해 기어갔다.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의식이 희미해졌다. 이윽고 나는 두 가지를 깨닫고 피로 물든 바닥에서 서서히 눈이 감겼다.

‘내가 그때 만난 사내는 다름 아닌 나였구나···’


이 시나리오는 애초부터 나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완성되는 대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계약자가 사망했습니다.]

[대기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


쏴아아-!

광활한 빛이 나의 주변을 감쌈과 동시에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여긴 어디지?’


시야를 낮추어 몸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둠을 향유하고 있던 작은 불빛 하나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이윽고 그것은 내게 말을 건넸다.

“수고했어.”

“···너는 누구지?”

“이 시나리오의 주인.”

“뭐, 내가 원하던 결말은 이게 아니었지만···”

“시나리오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던 게 아니었던 건가?”

“모든 건 너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거야.”

“그리고 너는 결국 과거와 같은 선택을 했구나.”

“···그게 무슨 뜻이지?”

“시간이 지나면 전부 알게 될 거야.”


불빛은 나의 주위를 둥둥 떠다니며 둘러보더니 말을 꺼냈다.

“그래도 다행히 주인한테 돌아간 거 같네.”


쩌저적-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이제는 가야 될 거 같네.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보자.”

“잠깐··· 나는 아직···!”


거칠게 몰아치는 소용돌이에 나는 말을 채 꺼내지도 못한 채로 빨려 들어갔다.


***


“으윽···”

그리고 나는 곧 옅은 신음과 함께 포스터가 가득한 곳에서 눈을 떴다.


손에 들고 있던 「스승과 제자」 포스터는 갈기갈기 찢어져있었다.

‘아까 그 말의 의미는 도대체···’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을 때, 청량한 알림음이 귓가를 강타했다.


[두 번째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이번 시련은 클리어 보상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아쉽게 보상은 지급되지 않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철컥-

끼이이익-

방 너머에 있던 낡은 나무 문이 열렸다.

‘어쩌면 저 너머의 내가 원하는 답이 있지 않을까.’


끼이익-

나는 본능적으로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성좌, 남해의 오래된 수호자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마지막 시련이 시작됩니다.]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드디어 이 탑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르륵-

문을 열고 앞으로 걷자 어느새 나는 영화관에 있는 수많은 좌석 중 하나에 착석해있었다.


치이익-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거대한 스크린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몸은 자리에 고정된 채로 꿈쩍하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정면의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런데, 화면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재생됐다.


“승혁아, 아르르르··· 까꿍!”

“우에에에엥!”

“아이고 우리 아드님은 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겁이 많은 걸까?”

“당신 얼굴을 보고 말해.”

“아구구 이쁘다. 이뻐 우리 승혁이.”


화면은 빠르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꽈앙-

“승혁아, 우리가 좆으로 보여?”

“아··· 아니야. 내가 미안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우리가 존나게 만만해 보이니까 이렇게 개기는 거 아니야.”

“내일까지는 꼭 가져올게.”


···


“승혁아 앞으로 몇 시간 남았니?”

“2시간 정도 남았어요.”

“알았다. 거기 있는 물 뚜껑 좀 따서 주겠니?”


드르륵-

아버지께 물을 건네려는 순간.


콰앙-!

4톤 트럭은 우리 가족을 덮쳤다.


“눈물을 떠올려라. 슬픔을 떠올려라.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기대어 어린아이처럼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너 자신을 떠올려라.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부모의 한을 몸에 새기거라. 지켜내지 못했다는 애통함을 몸에 박아 넣거라.”


영화관의 스크린 속에는 나의 기억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오래 된 기억부터, 최근의 기억까지, 그리고 내가 볼 수 없던 누군가의 기억까지.


“해남의 모든 인원들에게 명령하겠다. 지금 당장 짐을 챙겨 이곳을 떠나도록.”

“저희는 해남을 버릴 수 없습니다!”

“형님이 없는 동안은 내가 해남의 문주이다. 지금 내 말을 어길 셈이냐?”

“우리가 서 있는 장소가 해남이 아니다. 우리의 의지가 서려있는 그곳이 곧 해남일 것이다.”

“당장 짐을 싸서 떠나거라.”


강혁이 말을 마치고 먼 산을 바라봤다.

‘형님이 오실 때까지 해남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기를···’


촤라락-

상영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스크린은 좌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비췄다.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이윽고 스크린을 기준으로 앞과 뒤쪽에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문이 생겼다.


[???을 선택하십시오.]


나를 감싸고 있던 강한 압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냐. 여기서 멈출 것이냐···’


고민할 것도 없었다.


끼기긱-!

문을 열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는 산부인과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시련의 탑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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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매망량 독각(2) 23.05.25 86 6 10쪽
22 이매망량 독각(1) +1 23.05.24 104 9 9쪽
21 8번째 S급 헌터(2) 23.05.23 132 5 11쪽
20 8번째 S급 헌터(1) 23.05.22 148 7 10쪽
19 전직 퀘스트(3) 23.05.21 154 7 10쪽
18 전직 퀘스트(2) 23.05.20 165 5 10쪽
17 전직 퀘스트(1) 23.05.19 176 5 10쪽
16 헌터 협회(2) 23.05.19 201 6 9쪽
15 헌터 협회(1) 23.05.18 233 5 10쪽
» 시련의 탑(2) 23.05.17 253 7 11쪽
13 스승과 제자(4) 23.05.16 232 5 11쪽
12 스승과 제자(3) 23.05.16 237 6 11쪽
11 스승과 제자(2) 23.05.15 236 6 10쪽
10 스승과 제자(1) 23.05.14 260 8 11쪽
9 시련의 탑(1) 23.05.14 314 8 11쪽
8 예측할 수 없는 것(3) +2 23.05.13 364 13 12쪽
7 예측할 수 없는 것(2) 23.05.13 382 12 12쪽
6 예측할 수 없는 것(1) 23.05.12 439 12 12쪽
5 돌아오다(2) 23.05.12 499 16 13쪽
4 돌아오다(1) 23.05.11 590 14 12쪽
3 이상향(1) 23.05.10 636 17 11쪽
2 작은 불씨(2) 23.05.10 684 15 13쪽
1 작은 불씨(1) 23.05.10 93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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