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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19세

SSSSSSSS급 재능충으로 돌아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진어
작품등록일 :
2023.05.10 16:56
최근연재일 :
2023.05.26 00: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527
추천수 :
217
글자수 :
118,758

작성
23.05.1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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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
추천
17
글자
11쪽

이상향(1)

DUMMY

***


우우웅-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세차게 진동했다.


진동하는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허억···!”


시간을 확인하고는 온몸에서 흐르고 있는 식은땀을 손으로 대충 닦아냈다.

“분명히 나는···”


똑똑-

“승혁아, 아침밥 먹어야지. 얼른 씻고 나오렴.”

“어, 엄마?”

“왜 그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밥 먹게 얼른 나와.”


몸을 씻으며 온몸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온몸 곳곳을 가득 메운 흉터들이 말끔하게 사라져있었다.


‘내가 겪은 것들은 모두 허상에 불과 했던 건가?’


하지만 꿈이라기엔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고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티비에서 나오는 뉴스 소리, 신문을 넘기면서 밥을 드시는 아버지, 스마트폰을 보며 깨적깨적 반찬을 먹는 시우···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평범해서였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 한방울이 새어나왔다.


“뭐야, 오빠 갑자기 왜 울어? 뭐 잘못 먹음?”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드르륵-

의자에 앉아 거실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욱 아름다웠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마음 깊숙한 구석에 봉인했던 감정들이 익숙한 공기에 되살아났다.


촤륵-

신문을 한 장 넘기고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이네.”


시우가 화면을 스크롤 하며 말했다.

“그러게. 나 중딩 때 이후로 3년 만인가?”


아버지께서 돋보기안경을 코끝까지 내리시고는 시우를 쳐다봤다.

“야 인마 백시우, 밥 먹을 때는 휴대폰 보지 말랬지.”

“치··· 그러는 아빠는 신문 보면서 밥 먹고 있으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흠칫했다.

‘가족여행이라고?’


타다닥-

급하게 방으로 달려가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승혁아, 밥 먹다 말고 어디 가니?”


「8월 25일 토요일」


날짜를 보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자 부모님의 기일이다.


행복한 가족 여행을 즐기며 보내야 했던 나의 20대 첫 생일은 트럭 운전수에게 산산조각 났다.


나는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내려놓곤 아버지께 말했다.

“아빠, 우리 가족 여행 그냥 다음에 가는 건 어때요?”


나의 기억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 현실인지 꿈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촤악-

아버지께서 읽던 신문을 덮으시고는 말씀하셨다.

“이미 숙소까지 다 예약했는데 그건 안되지, 아빠랑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소주 한잔해하기로 했잖아.”

“스무 살 돼서 함께 하는 첫 술인데 특별한 곳에서 한잔해야지.”


나는 애써 웃었지만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당신과 함께한 술의 기억은 장례식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그러면 운전은 제가 할게요.”

“승혁이, 너 면허 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뭔 운전이야.”

“운전 연습도 할 겸 천천히 안전운전할게요.”


아버지께서 갸우뚱한 눈빛으로 나를 그윽이 쳐다봤다.

“···그래. 대신에 국도로 가는거다. 알겠지?”

“알겠어요.”


***


모든 짐을 다 챙기고 현관을 나서려는 순간,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신을 사랑하라, 신 또한 너를 사랑할 것이니.」


‘우리 집 현관에 저런게 있었나?’


“오빠 뭐해, 빨리 나와. 엘베 다 왔어!”

“···응, 알았어.”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어우··· 더워. 오빠, 에어컨좀 풀로 틀어줘.”


시기 상 초가을이었지만, 체감 상으로는 여전히 뜨거운 햇살이 비추는 여름이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시우에게 말했다.

“야, 벨트 매라.”

“맸거든.”


아버지께서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승혁아, 안전운전해야 한다. 알겠지?”


나는 어린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세요.”


삐삐-

기어를 당기고 엑셀을 천천히 밟았다. 아버지는 불안하셨는지 손잡이를 꼬옥 붙잡고는 놓지 않으셨다.


하지만 주차장을 부드럽게 빠져나가자 꽉 붙들던 손잡이를 내려놓으셨다.


“승혁이 운전 많이 늘었는데? 아빠가 알려줄 것도 없겠어.”

“많이 연습했죠.”


처음에는 힘들었다. 자동차만 보면 심하게 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햇수로 3년째였다. 나는 무수히 시도했고 결국에는 이겨냈다.


사소한 얘기를 나누며 어느덧 천안 IC 인근에 도착했다. 원래였으면 우리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딸깍-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꿨다. 이쪽 길로 간다면 고속도로 보다 2시간은 느리겠지만 이게 안전하다.


“백시우, 멀미약 먹었어?”

“안 먹었는데?”

“엄마, 제 가방에서 시우 멀미약 하나 뜯어서 먹여줘요.”

“알았어.”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6시간 달려야 하니 멀미는 배로 심할 것이다. 평소에도 멀미를 심하게 했으니까···


출발한 지 약 1~2시간이 흘렀을 때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부산 방면 경부 고속도로에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습니다. 자세한 원인은 경찰이 현제 조사 중에 있으며···」


순간 섬짓했다. 정말로 기억 속과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또 한편으로는 착잡했다. 어쩌면 우리 가족이 저 자리에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 건 아닐까···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엑셀을 계속 밟자 우리는 어느새 목적지 부근에 도착해 있었다.


“우욱··· 오빠 근처에 화장실 없어? 진짜 토할 거 같은데···”


핸들을 돌려 해수욕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쪽에 공용화장실 있는 거 같으니까 얼른 다녀와.”


덜컥-

타다다닷-!

시우가 급하게 문을 열고는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끼이익-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어 달리는 시우에게 외쳤다.

“주차하고 해변가로 갈거니까 그쪽으로 와!”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았지만 운 좋게 빈 곳을 찾아 후방주차했다.


어머니께서 손으로 태양빛을 가리고는 감탄을 자아냈다.

“이야, 날씨 죽인다.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나 보네.”


태양이 뜨겁게 작열했지만 다행히도 선선하게 바람이 불어왔다.


해변가 아래에서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누워있으니 마음이 한 층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빠, 뭐해 얼른 들어와!”

“아 싫어.”

“바다까지 왔는데 입수 한번 시원하게 해야지.”


시우가 누워있는 나를 일으키고는 손을 잡고는 질질 끌고 갔다.

“야야, 아파 살살 잡아.”

“닥쳐.”


‘아니, 뭔 힘이···’

안간힘을 다해서 팔목을 붙잡고 있는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풀리지 않았다.


쏴아악-!

실랑이를 하던 사이, 거대한 파도가 나의 온몸을 적셨다.


시우가 바닷물에 젖은 자신의 양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푸하··· 어때 오빠, 시원하지?”


나는 미역처럼 잔뜩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시우에게 선전포고했다.

“너 잡히면 뒤진다.”

“아··· 잠시만, 오빠? 오빠 내 말 좀 들어봐.”

“꺄아아악-!”


***


어느 덧 뜨겁게 작열하던 태양은 자취를 감추고 쌀쌀한 밤공기가 찾아왔다.


드넓은 밤하늘엔 거대한 별 하나가 검은 먹지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치익-

“승혁아, 접시 좀 가져와봐.”


황금색으로 보기 좋게 익은 삼겹살이 접시에 하나둘 담겼다.


탁탁-

아버지께서는 소주 밑바닥을 두 번 치시고는 뚜껑을 따내어 첫 잔을 바닥에 버리셨다.

“첫 잔은 버려야 다음 날에 숙취가 없는 거야.”


나는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소주잔을 올렸다.


꼴꼴-

순식간에 소주잔의 3분의 2가량이 채워졌다.


아버지께서 술잔을 들고 일어나셔서 말씀하셨다.

“승혁이의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올해는 원하는 대학에 붙기를 기원하며, 짠!!”


채앵-!

온 가족의 유리잔이 청량한 소리와 함께 맞닿았다.


캬아-!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역시 술맛은 굉장히 썼지만 분위기 때문인지 달게 느껴졌다.


치이익-

그 많던 고기는 어느 새 바닥을 드러냈고 불씨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하암··· 아빠, 나랑 엄마는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

“어어, 그래그래.”


아버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어진 상태였다.


꼴꼴-

아버지께서 내게 소주를 따라주시며 말씀하셨다.

“승혁아, 세상이 마음처럼 안되지?”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그런 거 같아요.”


나의 기억 속에 세상은 차갑고 모든 것을 앗아간 이기적 존재였다.


아버지께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모든 세상이 너에게 뒤를 보이더라도 우리 가족만큼은 항상 승혁이, 너 편이다.”

“힘들 때도 지칠 때도, 곁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가족은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 힘들면 주변을 바라보렴.”


아버지께 소주를 따라드리며 말했다.

“정말로 보고 싶었어요. 아버지.”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아버지께서 소주를 시원하게 마시시고는 말씀하셨다.

“이제는 갈 시간이 된 거 같구나.”


붉게 상기 된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허허··· 자식 마음도 모르는 부모가 있으면 쓰겠나.”


사실 집을 나설 때부터 알고 있었다. 여기는 내가 살던 현실이 아니란 것을.


의심은 점차 커져갔고 말도 안 되는 문구를 마주쳤을 때 의심은 곧 확신이 되었다.


이곳은 오직 나의 희망이 바라던 이상향이라는 걸.


아버지는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8음절의 짧은 말 한마디가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었다.

“정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아버지의 눈이 붉어지셨다.

“아빠가 미안하다··· 너희만 남기고 가서···”


원망도 많이 했다. 어째서 우리 남매만 놓고 떠난 거냐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고 묻고 싶었다.


나는 이기적이었다. 우릴 남겨두고 떠나신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미안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나의 등을 토닥여주셨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마지막 말을 뱉었다.

“정말 많이 사랑해요, 아빠.”

“이 아비도 많이 사랑한단다.”


왜 이 쉬운 말을 이제야 뱉었을까? 낯이 간지러워서 였을까···


아버지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시우를 잘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요. 제가 잘 책임질게요.”


아버지는 후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셨다.


고고한 학처럼 외롭게 빛나고 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이름 없는 별이 계약자를 주시합니다.]

[당신은 여기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돌아가시겠습니까?]


머릿속에 뭉클한 목소리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여기는 내 세계가 아니잖아? 이미 작별인 사도 마쳤다고···”


[3초 후 현실로 복귀합니다.]

[3··· 2··· 1···]


그렇게 나는 정말로 돌아왔다.


[보상이 정산 중입니다···]

[칭호, ‘허망된 꿈을 좇지 않는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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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돌아오다(1) 23.05.11 59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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