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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19세

SSSSSSSS급 재능충으로 돌아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진어
작품등록일 :
2023.05.10 16:56
최근연재일 :
2023.05.26 00: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513
추천수 :
217
글자수 :
118,758

작성
23.05.16 22:07
조회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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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스승과 제자(4)

DUMMY

휘이잉-

거센 눈보라가 궁궐에 휘몰아쳤다.


그 말을 듣자마자 급하게 스승님이 머무르던 방으로 발을 옮겼다.


타악-

미닫이문을 강하게 밀자 피를 그득하게 흘린 채 등을 벽에 의지하고 있는 스승님이 눈에 들어왔다.


스승님이 기침을 할 때마다 입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쿨럭··· 승혁이 왔느냐.”


다급히 스승님의 심장 가운데에 생긴 피웅덩이를 손으로 막아냈다.

“누굽니까. 도대체 어떤 작자가 이따위 짓을···”


잔뜩 붉어진 내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일홍이 말했다.

“괜찮다. 이 또한 내가 자초한 운명일 뿐이니. 너무 그 아이를 탓하지 말거라.”


스승님이 허공을 응시하며 옅게 미소 지었다.

“이제야 아들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나는 다급하게 내공을 스승님께 불어넣었다.

“소용없다.”


츠츳-

심장에 생긴 피웅덩이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마교의 내공···’


입술을 깨물으며 오른손을 강하게 쥐었다.

“백철입니까? 철이가 스승님에게 검을 꽂은 겁니까?”

“제자야··· 이 못난 스승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느냐?”


나는 머리를 푹 숙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이 웃으며 왼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아이, 철이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다오.”

“마지막까지 부탁만 하고 가서 미안하구나.”


그 말을 끝으로 스승님의 찬란히 빛나던 눈이 감겼다.


양쪽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하지만 슬픈 감정이 주된 원인이 아니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낼 뿐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을 손으로 강하게 내리칠 뿐, 내면에 가득한 복수심에 분노가 표출될 뿐이었다.


나는 굳은 결심을 마치고 아직 온기가 가득한 스승님의 육신을 안고 밖을 나섰다.


“형님, 장문인께서는···”

“걱정하지 말거라. 내 손으로 모두 마무리 지을 테니.”


뿌드득-

눈 위를 걸을 때마다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 위에 발자국이 남았다.


한참을 걷자 산 중턱에 위치한 수많은 묘비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식어가는 시신을 눈 위에 사뿐하게 내려놓고 아버지가 계시던 묫자리 옆을 맨손으로 미친 듯이 팠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땅을 팠다.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몇십 분 동안 땅을 파내자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만들어졌다.


이윽고, 나는 스승님의 자세를 최대한 편히 만든 후 그 상태로 들어 올려 구멍 안에 매장했다.


천금지구(千金之軀) 같은 스승님의 몸 위로 눈과 뒤섞인 흙이 덧씌워졌다.


양쪽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계속해 흙을 쌓아 올리자 어느새 묘가 볼록하게 땅 위로 올라왔다.


묘지를 향해 양쪽 무릎을 꿇고 절을 2번 올렸다.


“이 못난 제자는 상례(喪禮)를 지키지 못할 거 같습니다.”“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스승님께 올리는 마지막 합장을 마치고 산을 내려왔다.


[시나리오를 90% 완료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가상 속의 대본일 뿐이다. 꾸며진 이야기일 뿐이다. 근데 도대체 왜일까, 몸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까닭은?


시나리오에 너무나도 몰입했기 때문이었을까, 스승님에게 현실 속 부모님의 모습이 투영돼서였을까.


나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기 위해 나섰다. 아니, 시나리오가 이끄는 곳을 향해 나섰다.


나는 해남을 떠나기 전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해남의 의지를 이을 미래의 후손들이여···」


초등학생의 일기 같던 허접한 역사서나 비법서 대신에 뻣뻣한 종잇장 수백 페이지에 해남의 모든 걸 집필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묻겠다. 그대는 해남의 자손인가? 그게 아니라면, 결국 해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인가?」


안경을 써가며 잠을 자지 않고 밤낮을 집필해 세 권의 책을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가 90% 완료됐습니다.]


역시 시나리오의 진행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내가 했던 일들이 의미가 없는 행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바보같이 시도했다.


그게 신선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의 도리이니.


“형님, 이건···”

“이제부터는 네가 해남의 문주(門主)다.”

며칠 동안 땀을 흘려가며 집필한 세 권의 책을 강혁에게 전했다.


“해남의 미래를 부탁한다.”

“하지만, 형님···”

“장문인의 말을 어길 셈이냐?”


강혁이 흠칫하고는 양손을 모았다.

“3대 제자 백강혁이 24대 장문인의 청을 받들이겠습니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강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디, 몸조심하거라.”


강혁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랑 말랑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중학생 남짓 정도 된 아이에게 너무나 큰 짐을 두고 떠나려는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떠나야 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서.


그게 해피엔딩이 될지 배드엔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스승님의 검을 챙겨 해남을 나섰다.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그때까지 해남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해남의 뒤편에서 강혁의 외침이 옅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뒤를 향해 왼손을 들어 흔들었다.


타앗-

허공을 밟고 올라 서쪽에 있을 십만대산(十萬大山)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화르륵-

배가 고플 때는 산에 있는 동식물들을 잡아먹고 피곤할 때는 운기조식을 하여 잠을 몰아냈다.


그렇게 수면 시간까지 아껴가며 2박 3일을 꼬박 걷자 마교의 본거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마교···’


거대한 산맥 정상에서 보기만 해도 불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타앗-

나는 망설임 없이 경사가 높은 산맥을 밟고 꼭대기를 향했다.


산 중턱쯤 왔을 때, 직각에 가까운 절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로 인해 평범한 방법으로 산을 오르기엔 불가능했다.


그래서 허공을 답보하려는 순간.


쿠쿵-

알 수 없는 중력에 인해 공중에 뜬 몸이 바닥에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마교의 주술인가···’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집에 꽂혀있던 스승님의 검을 꺼내들었다.


서걱-!

이윽고 정신을 집중해 푸른 검기를 실어 산맥의 절벽을 깎아냈다.


쿠쿠쿵-!

깎인 산맥의 바위는 빠른 속도로 추락해 지상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이 검기는···”

“드디어 오셨나 보군요. 당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귀인이.”


타앗-

나는 완만하게 깎인 거대한 산맥을 타고 올라 정상으로 빠르게 도약했다.


“시간 없으니까 비켜.”


서걱-!

정상을 향하는 도중 몇몇의 마수들이 나를 가로막았지만 나는 마수들을 가볍게 베어내고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이윽고 3일째 되던 날, 해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크기를 가진 궁궐이 눈앞에 나타났다.


궁궐을 지키고 있는 2명의 문지기가 창으로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검집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비키지 않는다면 목을 가져가겠다.”


경고에도 묵묵부답이자 나는 칼날을 문지기의 목에 가져다 댔다.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문지기의 목이 날아가려는 순간.


짝··· 짝-!

궁궐의 높디높은 계단에서 누군가가 박수를 치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

“이야··· 형님,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역시, 너였구나.”


스승님을 닮은 푸른 보석 안과 뺨에 있는 작은 화상 흉터, 새하옇던 백발은 검게 물들어있었다.

“사람이 달라지셨습니다. 형님.”

“동태 같던 눈깔에서 살기등등한 눈빛이 나오다니···”

“이 제자는 정말 감동했습니다.”


백철이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타앗-

나는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올라 백철에게 순식간에 검을 들이밀었다.

“어째서 스승님을 죽인 거냐.”


백철이 갸우뚱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검의 칼날을 밀어냈다.

“죽이는 데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무슨 힘이···’


“애초에 노인네가 저를 제자로 여긴 적이 있었습니까? 그저 자기 자식을 죽인 살인마라 생각하고 있었겠죠.”

“닥쳐라.”


백철이 입꼬리를 천장까지 올리며 웃었다.

“부정하지 않는 걸 보니 사실이군요. 괜찮습니다, 형님. 저는 다 용서했으니까요.”

“칼날을 들이밀어도 등을 내주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정말 눈물이 나오더군요.”


잘 갈린 검의 칼날을 백철의 목에 들이밀었다.

“닥쳐라. 용서를 받을 대상은 네가 아니니.”

“워워··· 진정하시죠, 형님.”


백철이 검지와 중지를 내 얼굴을 향해 들어 올렸다.

“제가 옛정을 봐서라도 특별히 형님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여기서 떠나 해남의 장문인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두 번째, 복수를 위해 싸우다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백철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어떤 걸 고르시겠습니까?”


나는 대답의 의미로 하늘 높이 검을 들어 올렸다.


백철이 고개를 흔들더니 허공에서 불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검 한 자루를 만들어냈다.

“왜들 그리 고지식하신 건지···”


채앵-!

푸른 검기와 흑백의 검기가 맞닿자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바람이 휘몰아쳤다.


백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의 목을 딴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리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겁니까?”

“나 자신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내가 죽더라도 복수하겠다고.”

“형님의 그 어리석음이 죽음을 자초한 겁니다.”


스르르-

눈앞에서 검을 맞대고 있던 백철이 검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파앗-!

공중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백철이 나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츳-!

흑백의 검이 목의 실핏줄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바닥에 착지한 백철이 비아냥댔다.

“형님, 이게 끝입니까? 고작 이 정도 수준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겁니까?”


타앗-!

“그 더러운 입을 닥치는 게 좋을 거다.”


[비어쾌검을 사용합니다.]


나는 스승님과 함께한 기억의 일부를 되새겼다.

“바다를 떠올려라. 강을 떠올려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원의 시작인 물을 떠올려라. 범람하려는 물을 억제하려고 하지 말고 가득 넘치도록 놔두거라.”

“눈물을 떠올려라. 슬픔을 떠올려라.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기대어 어린아이처럼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너 자신을 떠올려라.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부모의 한을 몸에 새기거라. 지켜내지 못했다는 애통함을 몸에 박아 넣거라.”


쿠쿠쿵-

강력한 검기에 대기가 진동하고 작은 산맥이 갈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말했다.

“···당주 님 저건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놔두거라.”


이윽고 푸른 용이 백철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말씀이 과하십니다.”


쿠쿵--!

흑백의 검에서 아지랑이가 검게 피어올랐다. 이윽고 흑백의 검에서 튀어나온 검은 뱀이 청룡과 부딪혀 뿌연 안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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