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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19세

SSSSSSSS급 재능충으로 돌아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진어
작품등록일 :
2023.05.10 16:56
최근연재일 :
2023.05.26 00: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524
추천수 :
217
글자수 :
118,758

작성
23.05.14 20:33
조회
259
추천
8
글자
11쪽

스승과 제자(1)

DUMMY

나는 불어난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주변을 빛내고 있는 푸른색 보석 안, 등 뒤로 길게 흘러내린 아름다운 백발, 날카로운 눈빛에서 나오는 중후한 카리스마.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선이 존재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이놈!”

내가 입을 벌리며 감탄하는 사이, 노인은 목검으로 머리를 강하게 한 번 더 내리쳤다.


“스승이 말하고 있지 않느냐. 어리석은 제자야.”

“쯔쯧··· 이놈을 어째야 할꼬.”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팔짱을 끼고 있는 노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런 간단한 검법조차도 못해내다니. 해남의 앞날이 어둡구나, 어두워.”


‘해남이라면···?’

예전에 무협 소설을 읽을 때 들어본 기억이 있다. 다른 정파들에 비하면 잠깐잠깐 얼굴만 비춰 자세한 묘사가 없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약했다는거겠지.’


나는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노인은 아까 봤던 포스터 속의 노인이라는걸.


그리고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지금 나는 포스터 속에 있던 노인과 목검을 맞대고 있는 제자로 몸이 바뀐 상태일 것이다.


“퍼뜩 일어나지 못할까!”


쏴아아아-

노인의 강한 외침으로 잔잔한 물결에 파도가 몰아쳤다.


곧바로 일어나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았다.


“내 분명 내공과 외공을 모두 가르쳤거늘, 수련을 게을리했는지 그 무엇도 보이지가 않는구나.”

“오늘부터 수련 양을 늘릴 테니 그리 알거라.”


끼이익-

노인이 낡은 문을 열고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자 가득 쌓인 먼지가 후드득 털어져 나왔다.


모랫바닥 위에 떨어진 목검을 주우며 나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잘못 선택했다는 직감을.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뭘 하라는 건지 감조차 잡히지도 않았다.


하늘을 길게 바라봐도 주어진 대답은 알람음뿐이었다.


[주어진 시나리오를 완결 내십시오.]


터벅터벅-

나는 노인의 옆에 있던 궁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궁궐이라기엔 너무나도 초라했다. 낡아 해진 기왓장과 살짝만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 썩은 나무 기둥들···


앞날이 험난할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끼기긱-

괴상한 소리를 내는 문을 열자 내부는 더욱 가관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청소를 해야 돼?”


정리가 안 된 책들로 잔뜩 어지럽혀져 있는 바닥과 벽 모서리에 피어난 거뭇거뭇 한 곰팡이들.


금방이라도 벌레들이 튀어나와 주위를 감쌀 것만 같았다.


“에휴···”

입으로 한숨을 크게 내쉬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성냥을 이용해 탁자 위에 놓인 촛불에 불을 붙였다.


화륵-

촛불에 불을 붙이자 시커먼 촛농이 촛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바닥에 흩뿌려진 책들을 주섬주섬 주웠다.


「원양신공(元陽神功)」

「반수검(反手劍)의 기초」

「해남(海南)」

「사상쾌도(四象快刀)」


나는 너덜너덜해진 책 중 하나를 골라 탁자 앞에 앉았다.


「해남(海南)」


촤륵-

책의 페이지를 넘기자 손때가 가득히 묻어있었다.


[해남의 역사]

[반수검의 원리]

[원양신공의 원리]

···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책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필자의 정성이 아닌 독자의 정성이 말이다.

‘이딴 걸 낡아 해질 때까지 읽고 있었다니.’


책의 내용은 마치 낙서로 가득 채워진 어린아이의 일기 같았다.


타악-

책을 덮고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다행히도 몸은 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다.

‘영혼만 뒤바뀐 상태 인건가···?’


끼기긱-!

그때, 왼손에 목검을 쥔 노인이 궁궐의 문을 열고 나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왔다.

“연무장으로 따라오거라.”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현재 해남파의 위상이 어떤지 느낄 수 있었다.


연무장을 걷던 중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길을 막아섰다.

“2대 제자, 백철이 장문인을 뵙습니다.”


백발의 노인은 백철에게 눈빛 한 번을 안 주고 연무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왜 그렇게 형님을 편애하시는 겁니까?”


뒤에서 들려오던 그 말에 노인은 걸음을 잠시 멈추더니 이내 다시 걸었다.“가지.”


나는 노인의 차가운 분위기의 압도되어 아무 말도 뱉을 수 없었다.


타박타박-

주먹을 쥐고 부들거리는 백철을 지나치고 한참을 걷자 파도가 들락거리는 해안가 앞에 도달했다.


해안가에 있는 연무장은 심할 정도로 낡았었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다.


풀썩-

노인이 벽에 걸려 있던 목검을 모래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검을 쥐어보거라.”


나는 잠시 쭈뼛거리다 계속된 노인의 재촉에 검을 잡았다.


내가 검을 쥐자 노인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나는 검을 쥐고 있는 손을 확인했다. 나는 아차 하고 오른손에 있던 검을 왼손으로 옮겼다.

‘해남은 좌수검을 기본으로 한다···’


“하아···”

노인이 머리를 부여잡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검을 휘둘러보거라.”


쏴악-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검을 양손으로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그러자 노인의 한숨이 점점 커져갔다.

“도대체 내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한다는 말이냐?”


노인은 내게 천천히 걸어와 내 목검을 잡았다.

“반수검은 그리 휘두르는 게 아니라고 몇 번을 일컬었거늘.”

“오른손은 항상 왼손보다 아래에 있어야 하며 좌수검을 휘두를 때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사해야 한단다. 제자야.”


노인은 나의 왼손을 붙들어 오른손 위로 올렸다.

“이렇게 말이다.”


화아아악-!

노인이 나의 손을 잡고 허수아비에 부드럽게 검을 휘두르자 검기에서 파도가 휘몰아쳐 허수아비를 적셨다.


“이제 해보거라.”

노인이 내 손위에 강하게 올린 양손을 내려놨다.


“후우···”

심호흡을 내쉬고 자세를 잡았다.


꽈악-

‘왼손은 오른손보다 위를 향하도록, 검을 휘두를 때는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촤악-

허수아비를 향해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노인이 그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재능이란 1도 없구나. 아해야.”

“오늘부터 하루에 상단 베기 만 번, 하단베게 만 번씩 총 2만 번을 채우거라.”

“네?”

“훈련을 끝내기 전까지는 밥도 없을 줄 알 거라. 내가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을 테니.”


그렇게 나는 강제로 노가다를 뛰게 되었다.


···


어느새 시간은 오후를 넘어 적적한 노을이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12761···”

검을 하도 휘둘러서인지 금방이라도 어깨가 빠질 것만 같았다.


평소에 쓰지 않던 손을 계속 강제로 쓰려고하니 몸에 더욱 무리가 갔다.


털썩-

나는 목검을 떨어트리고 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라는 작자가 내게 걸어왔다.

“벌써 지치는 게냐? 당장 일어나거라.”


노인이 뒤에서 잔뜩 부풀은 종아리를 손으로 주물렀다.

“포기하고 싶습니다.”

“안된다.”

“왜 안되는 겁니까?”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못난 스승은 해남파의 부흥을 다시 한번 보고 싶구나.”

“···다른 제자는 안되는 겁니까?”


노인이 힘주며 말했다.

“미우나 고우나 너는 우리 문파의 1대 제자이다. 네가 스승에게 가르침을 물려받아야 다른 제자들이 너를 본받지 않겠느냐.”


그때, 내가 말하지 않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저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차라리 2대 제자인 철이를 가르치시는 게···”

“어허!”


노인이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우리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아닌 수호해 나가야한다. 알겠느냐?”


노인이 나의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털고는 일으켜 세웠다.

“지압으로 어느 정도의 고통은 사그라들었을 테니 다시 시작하거라.”


‘방금 문명히···’

나는 석연찮은 점을 뒤로 하고 목검을 다시 왼손에 쥐었다.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한줄기의 빛줄기가 내게 내려졌다.


[조작 모드를 오토로 변경하시겠습니까?]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알려줬어야지···’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조작 모드가 오토로 변경 됩니다.]


“20000”


[조작 모드가 수동으로 변경 됩니다.]


어느새 시간은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노인이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는 내게 무언가를 건네주며 말했다.

“수고했다.”

“이게 뭡니까? 스승님.”

“내공 형성을 돕는 영약이다. 오늘 밤 이걸 마시고 운기조식을 하면 효과가 배로 나타날 것이야.”


「대환단(大還丹)(A)」

「섭취시 운기조식의 효과가 몇백 배로 증가합니다.」


A라는 높은 등급에 나는 저절로 손이 모아졌다.

“이렇게 귀한걸··· 감사합니다. 스승님.”

“아마 너라면 금방 1갑자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1갑자··· 내가 읽던 소설 속에서는 1갑자를 얻는 데에는 60년 정도가 소요됐다.


하지만, 이게 있다면 며칠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


똑똑-

“백승혁씨 계십니까?”


띠리링-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헌터 협회에서 나온 서지···”

“안 사요.”


쾅-!

지훈의 머리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띵동-!

시우가 머리를 헝클이며 문밖으로 나왔다.

“아, 안 산다니까요.”


지훈이 헌터 자격증을 시우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아··· 일단 들어오세요.”


터벅터벅-

‘이게 뭐야···’


집안 내부는 마치 강한 마수가 모든 걸 휩쓸고 간 현장처럼 아수라장이었다.


시우가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물었다.

“그래서 저희 오빠는 왜 찾으시는 건데요?”


지훈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 들렸습니다.”

“근데 지금 저희 오빠 집에 없어요.”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자세한 건 모르고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온다고 했어요.”

“아··· 알겠습니다.”


지훈은 난장판을 빠져나왔다.

‘그때 옆에 있던 여성분을 찾아봐야겠어.’


***


끼이익-

오싹한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나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들어오자마자 따뜻한 물을 욕탕에 받아 피로를 녹이고 촛불을 켜 탁자 앞에 앉았다.


「운기조식(運氣調息) 수련서」


책의 첫 페이지부터 빠르게 넘겼다.


「운기조식은 기공에서 호흡을 생성해 흐름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운기조식을 하는 중에는 외부 충격을 주의해야 하며 충격을 받을 경우 주화입마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 필히 주의할 것.」


「운기조식에는 대주천과 소주천등의 방법이 있으며···」


2시간 정도가 흘렀을 무렵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책을 덮었다.


그러고는 스승님께 받은 영약을 꿀꺽꿀꺽 삼켜냈다.


[대환단(大還丹)을 섭취했습니다.]

[운기조식의 효과가 400배로 증가합니다.]


영약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오장육부가 뜨거워지는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꿀꺽-

영약을 끝까지 마시고 곧바로 자리에 앉아 명상 자세를 취했다.


심호흡을 천천히 몇 번 하자 몸이 붕 뜨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에서만 나오던 우주의 기운이라는 것을 나는 몸소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운기조식에 들어간지 1시간 째.


드르륵-


[※주의, 운기조식 중 충격을 받으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나를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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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승과 제자(3) 23.05.16 236 6 11쪽
11 스승과 제자(2) 23.05.15 235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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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련의 탑(1) 23.05.14 31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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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예측할 수 없는 것(1) 23.05.12 438 12 12쪽
5 돌아오다(2) 23.05.12 498 16 13쪽
4 돌아오다(1) 23.05.11 59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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