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당근 하지만 토끼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서오세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난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날 기억하기를.
꿈속에서 본 삿갓을 쓴 여자는 그녀의 실루엣에 정확하게 일치했고 목소리조차 날 속일 수 없을 정도로 일치했다.
분명 그녀기를...
“아.. 저기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한데..”
“제발 대답 해줘 사카타 넌 10년전 그 언덕의 오두막집에서 살았던 아리스카 사카타가 맞는 거지?”
그녀는 잠깐 움찔하더니 금세 눈은 빨갖게 충혈 되고 조금만 물방울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던지는 한마디.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너가 떠난 뒤 혼자 언덕위에 않아 그저 손에 쥐어진 추억만을 되새김질하며 울고 있기만 했다고 ..”
“하루는 너가 만들어준 꽃다발을 들고. 하루는 너가 선물해준 조그만 예쁜 조약돌을 들고. 제발! 내일은 제발..... 내일은 꼭 그가 돌아와 주길. 이란 말을 되풀이 하며”
“그러다 고통과 희망만이 뒤얽힌 곳에 항상 잠들어 있는 나를 보고 불쌍하게 여긴 숙부님은 나를 이곳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보내주셨고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거야.”
“아니야! 내가 떠난 건 절대 너가 밉거나 아니면 싫어서 그런게 아니야! 난 그저.. 매일 똑같은 일상만이 반복되는 시골에서 남은 여생을 허비하는게 싫었기 때문이라고!”
“그럼 나에게 라도 몇 마디의 인사말이라도 해주면 되었잖아. 그 인사말을 할 가치도 없었던거야? 그저 너의 앞에 보이는 것은 꿈이었고 난 그냥 너가 지나간 자리에 피어오른 낡은 꽃과 같은 존재였던 거야?”
“대답해줘!”
“그것도 아니야! 분명 넌 내가 떠난다고 말했으면 따라 올 거였잖아. 나의 모습을 봐봐! 폐인이나 다름없어. 이런 미래가 내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그런 가시밭길에 너를 동행 시킬 수는 없잖아.”
“그래도 함께였다면.. 함께였다면! 가시에 찔리더라도 함께 어루만져 줄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너의 모습을 봐. 혼자 다치고 혼자아파하고 혼자 목숨을 끊으려하고. 그저 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나를 잊고선.”
“내가 죽으려고 하였단 걸 어떻게?”
“너가 커피숍에 나타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너라는 것을. 비록 외모는 예전과 많아 달라졌지만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럼 나한테 왜 그런 짓궂은 거짓말들을...”
“내가 용서 할 줄 알았어? 넌 나에게 그런 상처를 주고 떠났는데? 솔직히 그냥 무시하고 싶었어.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더 떠올려 봤자 상처만 가득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난 몇 년전과 다르게 피폐해진 너의 모습을 보고선 가만히 놔둘 수 없었고 너가 매일 다시 커피숍에 오기를 빌며 불안 불안한 너의 모습을 미행했지. 너가 죽으려 할 때도 닫혀 진 창문 밖으로 소리 내어 너를 말렸고. 나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갑자기 창문을 열려는 너의 행동에 숨기도 했었어.”
“그래도 이젠 조금은 기뻐 너가 다시 나를 알아봐 주다니..”
“그럼 혹시 우리 예전처럼 다시 지낼 수 있는 거야?”
대답이 늦다.
망설인다.
그녀의 뭔가 불안해 보이는 눈빛.
흔들린다.
평온한 물위에 낙엽 한 점이 떨어지듯이.
“그건 무리일지도... 난 아직까지 사오토를 잊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난 내 자신을 잃어 버린지 오래야..”
“난 너가 나를 아직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있단 것만으로도 만족해.”
“이젠 옛 추억의 장소에 시들은 꽃은 잊고 너가 다시 비행했으면 좋겠어. 좀 더 깨끗한 날개와 함께.“
“그럼 잘 가.”
“아니 어떻게 몇 년 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쉽게 이별을 말할 수가 있어?”
“알고 있잖아! 우리는 다시 초원위로 돌아갈 수 있고 비록 여기는 똑같은 곳은 아니지만 그때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안돼. 제발 이젠 돌아가 줘. 그러곤 다신 여기를 찾아 오지마. 이젠 괜찮아 전부. 나에게 죄책감도 느낄 이유도 없고 여기서 서로를 잊는다면 가장 행복한 결말일거 같아”
“으흐흑.. 그럴수 없어..”
“그럼 이젠 진짜 안녕..”
그 후 그녀는 커피숍에 나타나지 않았고 점장에게 물어봤을 땐 이미 알바를 그만 둔지 오래였다.
그녀의 개인 정보를 요구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녀가 부탁한 것 같았다.
“아 이젠 끝인가?”
꿈속의 그녀는 분명 방황하는 그 아이..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는데.
난 과거에 대한 회상만을 마무리한 체 그녀를 보내버리고 말았다.
내가 정말로 원하던 속죄인가?
그녀를 정말로 과거의 오해 속에서 구해 냈는가?
그녀가 남긴 마지막 인사는 나에게 아직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분명 진실 된 끝인사는 아니었을 것.
이면엔 무언가 드러내지 못한 슬픈 남색으로 젖은 말의 끝 흐림...
난 분명 여기서 그녀를 놓는다면 우리는 두 개의 갈림길로 연결된 원에서 나누어져 인생의 끝에서 나마 다시 마주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면 모든 것이 진행되고 과거란 흔적에 망상만이 가득한 순간 일 테지.
아.... 생각하기 싫다.
난 왜 그녀의 현실에 더 개입할 수 없는 걸까?
지금의 현실을 만든 게 나이고 그녀를 방황시킨 것도 나인데.
안돼!
이대로는..
“바꿔야한다.”
“나의 길에서 정체되고 샛길로 세어 무수한 미로로 돌아간다 하여도.”
“바꾸지 않는다면 뒤에는 더없이 암흑만이 가득한 절벽과 마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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