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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완결

복준
작품등록일 :
2021.10.24 12:21
최근연재일 :
2021.12.11 12:0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62
추천수 :
4
글자수 :
63,715

작성
21.10.24 12:36
조회
12
추천
0
글자
7쪽

흩날리는 발자국의 향연 속에서 당근은 동화되어간다.

DUMMY

“내가 그녀를 만난 건 지금부터 10년 전 초등학교 4학년 때였지."


[난 새 학기를 맞아 등교를 하고 있었고.


가는 길 도중에 길에서 울고 있는 한 여자 아이를 봤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난 그 여자아이에게 울고 있는 이유를 물었고,


눈 주변이 붉게 상기된 여자아이는 울먹이면서 엄마가 선물로 준 머리핀을 잃어버렸다고 했지.]


“뭐예요~ 지금이나 그때나 오지랖은 넓었군요?”


“흥. 그래도 나는 누구처럼 민폐는 끼치지 않는다고!”


“아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어쨌든! 이야기 끊지 마(하하).”


[난 그 때 여자아이의 눈물로 젖은 얼굴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갑자기 힘이 솟으면서 내가 반드시 찾아줄게라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야 말았어.


그렇게 우리 둘은 한동안 풀밭을 누비며 찾아다녔고,


결국 찾지도 못한 채 새 학기부터 지각을 하게 됐지.


그런데 우연찮게도 두려움의 발걸음은 한곳으로 향했고.


여자아이와 나는 단상위에 올라가 첫날부터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 굴욕을 겪었어.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알 수 없는 오색빛깔의 뭉게구름들이 나를 감싸주었거든.


그렇게 나와 그녀의 만남은 시작된 거야.]


“정말 운명이었네요.”


“뭐 그렇지. 운명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난 그 순간부터 계속 쭉!


제발 시간이 빨리가길 빌었어.


어서 수업이 끝나서,


그녀의 머리핀을 찾아 주겠다는 의지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거든.


어린 나이였지만, 만약 내가 찾아 준다면.


슬픈 그녀의 표정에서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지.


수많은 망상이라는 손님들로 나의 레스토랑은 만석이 되었고.


선생님의 말씀은 입구의 달팽이관만 빙빙 돌다가 궤도 밖으로 날아갔어.


얼마나 많은 회전이 지속되었을까?


그렇게 끊임없는 반복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갑자기 내 귀에 돌지 않고 그대로 들어오는 소리.


바로 종소리였지.


너무 의욕이 앞섰던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바로 등굣길 풀밭으로 달렸어.


뒤에서 그녀가 뭐라고 했지만 들리지도 않았지.


강변다리를 건너 막과자 집을 지나.


다시 그 곳에 도착했고 들뜬 기분이 조금은 차분해졌을 때 들려온 목소리.


바로 환한 미소와 함께 "고마워" 라는 단 한마디였어.


아까전만 해도 푸른 새싹에 이슬이 맺힌 것처럼 고개를 숙이던 그녀의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소였지.


그때였을까?


문득 욕심이 생겼어.


이런 미소를 매일 짖게 해주고 싶다고.


이렇게 웃을 때 한없이 아름다운 너인데.


이젠 더 이상은 슬픈 표정은 보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난 그 자리에서 바로 그녀에게 친구가 되기를 청했고,


어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막무가내에 흔쾌히 그녀는 받아들여줬어.]


“흠~~. 완전 고백이네요. 저 같았으면 그런 일을 벌려놓고 집에 왔을 땐 자괴감이 들 것 같은데.”


“그때는 어렸으니깐!”


[그 후.


난 그녀와 매일 같이 등교를 했어.


우리 반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둘이 사귄다같은 시덥지않은 놀림을 했지만.


그럴 때 마다 그녀는 웃으며 "괜찮아. 사오토. 저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해도 난 영원히 너의 친구니깐.” 이라고 말했지.


나도 우리가 이렇게 어른이 될 때까지 영원히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욕심이었을까?


그녀와 등교 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밝았지만 왠지 어딘가 모를 검은 물결들이 그녀의 몸에 아른 거리기 시작하고 있는 거 같았어.


처음에는 그저 넘어지거나 실수로 다른데 긁힌 것만 같은 상처들이 그녀의 몸에 점점 늘어났고.


결국 나와 만난 지 3주가 되던 날에 그녀는 더 이상 학교를 오지 않았지.


아직도 후회해.


그때 내가 이 말을 전했더라면 그녀를 구할 수 있었을까?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푸른 언덕 위에서 말이야.


“나 이제 떠날 거야. 더 이상 이런 평온하기만한 안식처가 싫어. 여기 있다간 나도 언젠간 부모님과 같이 세상이 모르는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아. 너도 나와 같이 떠나지 않을래?” 라고.


하지만 어렸던 나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위압감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그녀를 동행함으로써 그녀의 인생까지 내가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에 큰 부담감을 느껴 말하지 못하였지.


결국 나의 나약함이 이 상황을 만든 거야.]


“으흐흑...”


어디선가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슬프지는 않은 이야기인데 우는 사람이 있다니.


혹여나 이 이야기와 관련된 누군가가 엿듣고 있나? 라는 의구심에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카에리의 체리 같은 두 볼에는 이슬이 그렁그렁 달려있었다.


“왜... 우는거야?”


“그게. 이야기가 너무 슬퍼서....”


물론 내가 떠난 후에 사카토의 비참한 삶에 대해 추리하고자 한다면 한없이 슬퍼질 것 같기는 하다만은......


그 숨겨진 이야기를 그녀는 알고 있을 리가 없을 터.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저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떠나고 그녀는 혼자 남았어. 그 후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보란 듯이 공원 근처의 커피 집에 나타났지. 그러곤 나와의 이별에 대해 서로를 추궁하다가 사라졌어.”


난 말을 마쳤다.


그 후 잠깐 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결국 배가고픈 누에애벌레는 식욕을 참지 못하고 구멍을 냈다.


“끝인가요?”


“그래. 이제 다 이야기 했어.”


난 더는 없다는 의미의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봤지만.


카에리의 얼굴에는 아직 만족 못한 듯한 굶주림의 얼룩들이 얼굴에 번지고 있었다.


“이제 도착 했어 들어가자.”


“.......”


그날 밤은 이상했다.


여학생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존재를 감춰버린 마냥 어떤 인기척도 나의 집안에선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이 이상하리만큼의 정적에 불안감을 느끼고,


카에리가 잠드는 방문 앞에 가서 그 이유를 추궁하는 게 정상이지만.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인 터라.


난 그만 생각에 잠긴 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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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완) 토끼는 꿈에서 깨어나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현실이 아니였다. 21.11.01 24 0 12쪽
20 꿈 속에서 꿈을 꾸는 토끼는 번데기에서 결국 나오지 못했다. 21.10.30 16 0 9쪽
19 꿈속의 토끼는 꿈을 꾸고 꿈에서 변화를 겪었던 흔적을 떠올린다. 21.10.25 17 0 9쪽
18 토끼의 기억 속 꿈은 너무나도 달콤했고 아직까지는 미소 짓고 있다 21.10.24 19 0 9쪽
17 풀어지는 족쇠. 토끼는 행복한 꿈을 꿨었다. 21.10.24 17 0 5쪽
16 수 많은 발자국은 토끼의 잠든 기억을 깨운다. 21.10.24 16 0 7쪽
15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발자국을 또 다시 더듬는다. 21.10.24 13 0 8쪽
14 새로운 당근의 새로움은 항상 각새롭고 토끼의 감은 사라져간다. 21.10.24 15 0 10쪽
13 결국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감각을 지우지 못했다 21.10.24 15 0 7쪽
» 흩날리는 발자국의 향연 속에서 당근은 동화되어간다. 21.10.24 13 0 7쪽
11 토끼의 나침반이 가르키는 길 그 위에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흩린다 21.10.24 14 0 4쪽
10 토끼의 나침반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21.10.24 14 0 8쪽
9 토끼의 나침반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흔들린다 21.10.24 16 0 5쪽
8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내일의 나침반이 되었다 21.10.24 14 0 5쪽
7 다시 또 찾아온 기회. 하지만 토끼 입에는 다른 당근이 물려있었다 21.10.24 13 0 6쪽
6 추억은 당근과 함께 사라지고 토끼는 다시 후각을 곤두세웠다. 21.10.24 17 0 6쪽
5 눈앞의 당근 하지만 토끼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1.10.24 18 0 6쪽
4 추억의 향기 속 토끼는 생각을 한다. 21.10.24 21 1 7쪽
3 추억의 향기를 따라 다시 돌아가는 토끼 21.10.24 24 1 5쪽
2 눈앞의 당근에 휘둘리는 토끼 21.10.24 36 1 6쪽
1 마당을 나온 생각 많은 토끼 +1 21.10.24 8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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