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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완결

복준
작품등록일 :
2021.10.24 12:21
최근연재일 :
2021.12.11 12:0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61
추천수 :
4
글자수 :
63,715

작성
21.10.25 23:42
조회
16
추천
0
글자
9쪽

꿈속의 토끼는 꿈을 꾸고 꿈에서 변화를 겪었던 흔적을 떠올린다.

DUMMY

한 여자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키리스씨?!”


“오셨어요? 그리고 새삼스럽게 왜 이름을 부르고 그래요.”


“어? 우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에게 애칭을 부를 리는 없잖아.”


“에? 사짱 무슨 소리야? 또 장난치는 거지?”


“내가 키리스씨한테 장난을 칠 리가.”


당황해서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 땐 방문 옆 벽에 커다란 액자가 걸려있었다.


사진 속으로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


나, 아버지, 어머니 뒤에는 초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의 가족 옆에 서있고 모두들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 눈에 띄는 표정을 지은 여자가 보인다.


수줍은 듯이 붉어진 두 볼을 붉히며 처음 보는 사람들 앞 나의 옆에 서있다.


햐얀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때 알아 차렸다.


이것은 결혼식 사진이라는 것을.


상대는 키리스양이라는 것을.


내가 키리스양과 결혼한 것인가?


혼란스럽다.


나의 욕구가 이런 것을 원했던가?


나의 진심인가?


일시적인 현상인가?


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왜?


끊임없는 나에 대한 추궁.


꿈이라도 절대로 난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나의 욕구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괴롭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꿈에선 꿈대로 행동해야한다.


만약 꿈대로 행동하지 하지 않는 다면 소설의 흐름과는 어긋나여.


그 누구도 쓰지 않은 빈 페이지들의 향연 속에서 헤맬 수도 있다.


탈출하는 방법은 이야기의 흐름에 굴복하는 것뿐이다.


무의식의 식물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혹시 이 말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 영원히 깨어 날 수 없다니?


하지만 사실이다.


세상에는 따라야 할 순리가 있고.


그와 마찬가지로 꿈이란 건 항상 계획된 스토리로 흘러가다 가장 감정이 고조 되었을 때.


내게 엄청난 영향을 끼쳐 무의식 상태를 무너지게 해 그에 대한 반동으로 눈을 떠버리게 한다.


우리가 평소에 꿈을 꾸다가 깰 때가 가장 중요할 때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이 흐름에 따라야 한다.


우선 진정하고 최대한 여자의 남편인 것처럼 행동하자.


이 꿈의 주인인 내 자신이 내가 자의식이 있는 형성체라는 것을 눈치 못 채게.


“어 미안. 내가 또 예전 버릇이 나왔나봐.”


“(후훗) 오랜만에 그렇게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정말 즐거웠는데.”


“저기.. 내가 옛날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 해주겠어?”


“네? 또 장난치려고 그러시는 거죠?”


“아니야. 뭔가 너가 나의 과거를 들려준다면 로맨틱하고 좋을 거 같아서.”


“흐음? 하필이면 왜 이런 타이밍이에요... 이런 건 좀 더 나이가 들은 후 오붓하게 분위기 잡고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당신이 바란다면 해드려야죠. 오랜만에 설레고 좋은 느낌이네요.”


그러곤 나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끝까지....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중간 중간 당혹해하며 표정이 일그러질 뻔 했지만.


겨우겨우 유지하며 참아 냈다.


그녀는 정말로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끝냈고.


난 여자를 사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전쟁터에서 돌아온 부상병을 맞아주는 부모같이 눈물을 지어야 했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난 후.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인 일상으로 돌아갔고 부부처럼 같은 침상에 누워 하루를 마감했다. 


이제야 대충 이해가 간다.


난 어렸을 적 그녀를 이 여자에 적용시킨 것이다.


만약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가정되는 상상을 꿈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얼마나 더럽고 추악한 짓이란 말인가?


누군가의 인간성을 파괴하고 껍질만 남은 형상에 다른 사람의 영혼을 집어넣는 짓을 하다니.


용서 받지 못한다.


“으흐흑...”


난 죄책감에 입에서 신음을 흘려내었고 나의 옆에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영혼은 졸음이 물들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또 옛날 생각을 한 거예요?”


“괜히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줬네요.”


“(후후훗)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요. 전 평생 당신 곁에서 영원히 있을 테니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당신 곁을 지킬테니깐....”


“(쿨...쿨.....)”


여자는 잠들었다.


평온한 입김만이 나의 이마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요동치는 나의 온몸의 표피들.


지금의 평온한 밤.


어쩌면 나에게는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일지도 모른다.


“으흐흐흑”


신음은 공기에 눌려 바닥으로 가라앉아.


전쟁터의 정찰병이 아니면 못들을 소리.


그러나 물감보다도 더 멀리 퍼져버린 소리였다.


“치이익.....”


고소한 냄새...


계란을 굽는 냄새다.


벌써 아침인가?


부스스한 머리를 만지며 일어났고 내가 누워있던 침상을 보니 어젯밤은 정말 혼자 야단법썩을 떨었나보다.


베게는 눈물자국이 선명하고 나의 자리는 암모나이트처럼 소용돌이 형태를 띄고 있었다.


“하암......”


하품과 함께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난 거실로 나갔다.


“어? 이제 일어나셨어요?”


“어...어..”


“뭐 만들고 있어?”


“아~ 당신이 항상 좋아하던 오야코동이죠.”


“하도 옛날이야길 하길래. 오랜만에 실력 발휘 쫌 해봤죠.”


“아... 또 오야코동인가?”


“왜요? 싫으세요?”


아차....


실수했다.


난 이 세상에서 완벽한 여자의 남편이 되어야하는데.


현실을 개입시켜 버리다니.


비록 아직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에 꿈의 흐름에서 벗어나진 않았다.


“아니야 아니야. 어제 꿈에서 오야코동을 먹었었거든.”


“아~ 그러세요? 그래도 아내가 오랜만에 실력 발휘 쫌 했는데 먹어주시면 안돼요?”


“당근히 먹어줘야지 아직 잠이 덜 깼나봐.”


마치 모래를 입에다 넣는 것만 같다.


미각은 마비된 지 오래고 삼키는 게 고통스럽다는 촉각만 느껴짐뿐.


아마도 신은 나에게 벌을 주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든다.


계속. 계속. 나의 기억을 더듬으며 망각의 권리를 빼앗는 벌.


사람이 망각의 권리를 잃는다면 미쳐버리고 말텐데.


암담하다.


“(스윽)”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연약한 팔뚝이 나의 목을 스친다.


“오늘따라. 절 안보시고 자꾸 눈이 다른 곳에만 향하고 있어요. 마치 무언가에 홀린사람처럼요,”


“무슨 일 있어요? 제게 이야기 해줘요. 전 사오토씨의 이야기라면 어떤 이야기든 들을 테니깐요. 네?...”


“그게 있잖아. 키리스씨....”


못 말하겠다.


여자는 분명 현실의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여자는 너무 행복해 보인다.


나와 이런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삶의 의미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여기서 사실을 말한다면.


가상의 그녀는 깊은 아픔에 빠지고 말거다.


다시는 그녀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 그녀?


아니다 이 여자는 그녀가 아니다.


다르다.


왜?...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녀라고 했지?


아닌가?


난 그 이 가상세계에서 그 여자에게 그녀를 주입 시켰으니 그녀가 맞는가?


아..... 그렇지만 분명한건 그 여자도 그녀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제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미 정해진 소설의 결말처럼 난 그대로 흘러가야 하나?


하지만 난 평생 그녀만을 본다고.


언젠간 그녀를 다시 만나겠다고..


다시 만나서 예전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길고긴 불안에 떨던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다짐했잖아!!!!!!!!!!!!!!!”


“(흐흑........)”


“어?.......”


어깨에 서늘한 그을림이 느껴진다. 새겨진다. 그리고 들려오는 갸늘한 목소리.


“저로는 안 되는 건가요? 저로는 부족한가요?”


“무슨 말을?......”


“수십 번 수백 번을 나 자신을 뜯어 고쳐서 드디어 맘에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다 헛수고였던 건가요?”


비가 내린다.


지붕이 있는 오두막집안은 비가 내린다.


누군가에게는 뜨겁고 누군가에게는 차가운 비가.......


차가운 비는 나의 머리를 씻겨주었고 뜨거운 비는 여자를 더욱더 따스하게 만들었다.


그래....


난 이때까지 뭘 원해왔던가?


과거를 청산?


현실의 행복?


그저 나의 욕구 채우기가 아니었을까?


그저 정의감, 죄책감, 윤리 등을 내세우며.


다 헛수고였던 것이다.


난 누구도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


내 자신마저...


그렇게 비는 그치고 파르르 떨던 내 입술에 핏기가 돌아왔다.


“미안. 내가 너를 망쳤구나. 이젠 자신을 바꾸려고 애쓰지마. 넌 처음부터 그녀였어. 내가 사랑하는 그녀 이름은 같지 않지만.......”


“고마워 이렇게 내 곁에 있어줘서. (흐흐흑)"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 뒤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난 정말 사랑을 느꼈을 거다.


이렇게 가슴이 아직도 요동치고 있으니.


“(띠링~)”


문자한통... 마치 매일 있는 일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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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후기(스포가 될수 있으므로 완결까지 보고 보세요.) 21.12.11 23 0 2쪽
21 (완) 토끼는 꿈에서 깨어나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현실이 아니였다. 21.11.01 24 0 12쪽
20 꿈 속에서 꿈을 꾸는 토끼는 번데기에서 결국 나오지 못했다. 21.10.30 16 0 9쪽
» 꿈속의 토끼는 꿈을 꾸고 꿈에서 변화를 겪었던 흔적을 떠올린다. 21.10.25 17 0 9쪽
18 토끼의 기억 속 꿈은 너무나도 달콤했고 아직까지는 미소 짓고 있다 21.10.24 19 0 9쪽
17 풀어지는 족쇠. 토끼는 행복한 꿈을 꿨었다. 21.10.24 17 0 5쪽
16 수 많은 발자국은 토끼의 잠든 기억을 깨운다. 21.10.24 16 0 7쪽
15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발자국을 또 다시 더듬는다. 21.10.24 13 0 8쪽
14 새로운 당근의 새로움은 항상 각새롭고 토끼의 감은 사라져간다. 21.10.24 15 0 10쪽
13 결국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감각을 지우지 못했다 21.10.24 15 0 7쪽
12 흩날리는 발자국의 향연 속에서 당근은 동화되어간다. 21.10.24 12 0 7쪽
11 토끼의 나침반이 가르키는 길 그 위에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흩린다 21.10.24 14 0 4쪽
10 토끼의 나침반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21.10.24 14 0 8쪽
9 토끼의 나침반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흔들린다 21.10.24 16 0 5쪽
8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내일의 나침반이 되었다 21.10.24 14 0 5쪽
7 다시 또 찾아온 기회. 하지만 토끼 입에는 다른 당근이 물려있었다 21.10.24 13 0 6쪽
6 추억은 당근과 함께 사라지고 토끼는 다시 후각을 곤두세웠다. 21.10.24 17 0 6쪽
5 눈앞의 당근 하지만 토끼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1.10.24 18 0 6쪽
4 추억의 향기 속 토끼는 생각을 한다. 21.10.24 21 1 7쪽
3 추억의 향기를 따라 다시 돌아가는 토끼 21.10.24 24 1 5쪽
2 눈앞의 당근에 휘둘리는 토끼 21.10.24 36 1 6쪽
1 마당을 나온 생각 많은 토끼 +1 21.10.24 8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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