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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완결

복준
작품등록일 :
2021.10.24 12:21
최근연재일 :
2021.12.11 12:0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56
추천수 :
4
글자수 :
63,715

작성
21.10.24 12:34
조회
13
추천
0
글자
8쪽

토끼의 나침반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DUMMY

“카에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야기 해줘. 재미있을 거 같아.”


어딘가 꺼림칙한 여자의 말이었지만.


항상 장난기가 많았으니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선 재촉했다.


“그냥 이 이야기가 조금 무거운 이야기라 분위기 잡아본 거예요. 그럼 시작할게요.”


“수선화라고 하면 그 꽃에 얽힌 유명한 신화가 있어요.”


“나르시스라고 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나르시스는 남녀 모두 사랑에 빠질만한 인물이었지만 나르시스는 그 누구의 마음도 받아 주지 않았었요.“


“요정들은 그런 나르시스에게 사랑의 아픔을 겪는 벌을 주기 위해. 복수의 여신을 찾아가 나르시스가 제일 먼저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깨지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요. 그 후 나르시스는 우연히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제일 먼저 보게 되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진 나르시스는 연못의 자신에게 몇 날 며칠을 구애 했지만 닿을 수 없었고. 결국 나르시스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결국 사랑하는 상대가 있는 물속으로 들어가 죽어버려요. 그리고 자리에 핀 꽃은 죽은 나르시스의 이름을 딴 나르키소스(수선화)라고 불리게 되었죠.”


“어때요?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쓸쓸해지지 않나요?”


“그러네.”


뭔가... 섬뜩한 감정이 가슴에 검은 물감을 뿌려.


어떤 밝은 빛도 물들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동안 여자는 수선화를 응시하더니 다시 나를 분수대에 있는 멜포메네 상 앞으로 데려갔고.


여기서 그녀가 나타나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나도 처음부터 그 생각을 했기에 아무 말 없이 동의 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결국 저녁9시에 이르렀다.


이윽고 들려오는 공복의 소리.


“(꼬르르륵)”


카에리는 수줍은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죄송해요.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오히려 미안할 것은 나였다.


사카타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먹지도 않은 채.


여자를 공원에 붙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밤도 늦었고 아직까지 그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그전까지 그녀는 알바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 공원에 향했던 거 같다.


이제 여기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겠지.


와세다대학으로의 그녀의 출입은 없었음으로 제외이고.


대학주변은 나와의 만남으로 인해 제외.


그리고 칸엔센 공원은 오늘의 조사로 인해 제외다.


남은 건 메지로, 가슈쿠인, 가슈쿠인 여자대학교.


일단 카에리가 배고파하니.


편의점에 들렀다가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내일 아침은 메지로 대학교 조사이다.


“저기 카에리. 오늘도 내 집에서 잘 거야?”


“아. 네! 당분간 그녀를 찾을 때까지 신세 질 거 같아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음료를 산 뒤.


달보다 더 밝은 듯한 가로등이 내리쬐는 골목으로 우리 둘은 걸어갔다.


“그런데. 사오토씨는 어째서 그녀를 찾으려고 하는 거죠?”


여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난 당황했고.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


“아... 그게..”


“사실은 난 그녀를 구해줘야 해 그녀의 방황 속에서,”


“지난 10년 전 내가 했던 일이. 그녀를 방황에 빠트렸거든.”


“그렇군요.... 더 자세히 들려 줄 수는 없는 거죠?”


“응...”


“알겠어요.(후훗)”


“그래도! 잊지 마요. 전 항상 당신편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제나 괴로울 때가 있으면. 저한테 기대도 된다는 것을.”


“나한테 이렇게 까지 해주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싱긋)"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도착했고 전과 같이 난 그녀에게 먼저 샤워를 청했다.


그녀는 즐거운 듯이 받아들였고.


난 그녀가 씻을 동안 다다미 바닥위에 앉아 어느 순간부터 나를 잡아먹을 듯이 쫒아오는 압박감을 곱씹어야 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그녀를 못찾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것보다 큰 응어리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뭐지. 이 영문 모를 압박감은?”


분명 카에리를 만나고 나서 점점 더 커지는 것만 같다.


그녀의 도움도 받고 있으니.


더 작아져야 하는 것이 섭리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압박감을 녹이는 듯한 향기로운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씻었어요.”


나의 집의 어두침침한 곳에 한줄기의 빛과도 같다.


“어.. 그래 넌 먼저 먹고 있어. 내가 컵라면에 물 올려놓았으니깐.”


“네!”


난 오늘하루 계속 끌고 다니던 쇠고랑과 함께 심해같은 목욕탕 물에 들어갔다.


나의 몸은 중력에 따라 점점 깊은 곳으로 잠기었고.


심연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의 압력 때문인가?


머리가 몽롱해지고 여기서 놓아 버리면 다시는 못 돌아올 느낌이 든다.


그 순간!


여학생이 들어가고 난 후인지 남아 있던 푸른 향기가 나를 깨웠다.


“(벌컥!) 씻고 계신데 죄송해요. 그게 밖에 혼자 있다 보니 무서워서..”


“푸하!”


뭐지?....


이 말도 안 되는 핑계는.


막혔던 숨이 어이 없이 트였고.


꼭 나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면 나체상태인 나를 농락하는 건가?


“그래도.... 이 상황은 별로 달갑지 않은 걸. 그러니깐 밖에서 기다려 줬으면 좋겠어.”


“금방 씻고 나갈테니.”


여학생은 나의 말을 듣고 알았다는 듯이 나가는 모습을 하다가. 불현 듯 나의 욕조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잠시만 이건.. 그만해 .. 더 이상은..”


난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당황의 감정이 쓰여 있는 말이란 조그만 무기로 거쎄게 저항했다.


그리고 나지막히 속삭이는 목소리.


“잠시만 이렇게 있어줘요.”


그대로 난 몸이 굳었고.


울먹이는 소리가 수증기 속에 퍼졌다.


거울도 그녀의 눈물에 어우러져 함께 우는 것만 같았다.


“으흐흑.”


“계속 쭉 무서웠어요. 혹시 사오토씨가 예전처럼 떠나버릴 까봐.”


“어? 난 너를 만나 적이..”


“쉿. 지금은 아니에요.”


여학생의 온기는 내 몸으로 전해졌고.


우리는 약 10분 동안 그 자세를 유지 했다.


다시 정신이 돌아왔을 땐 우리 둘은 얼굴을 붉히며 일어나려고 했고.


마음을 추스린 그녀는 먼저 일어나서 급히 나의 방으로 갔지만.


난 오래 동안 한 자세로 있어온 탓에 쥐가 나 일어날 수가 없었다.


“뭐였지. 카에리는 나의 과거와 관련된 건가?”


기억의 회로를 다시 비틀어 생각 해내야 한다.


카에리의 흔적이 지난 10년간의 방황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는지를.


“..........”


하지만 돌아온 것은 지독한 두통.


난 이만 포기하고 욕탕에서 나와 몸을 깨끗이 닦은 후 거실의 바닥에 누웠다.


시간은 다시 흘러 다음 날이 찾아왔고.


운명의 시간은 다시 줄어들었다.


감은 눈 위의 밝은 빛.


그리고 그 속에 드리운 그림자.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그림자다.


“일어나셨어요?”


“이 목소리는 사카타?....”


나의 눈앞에 희미하지만 그날에 보았던 삿갓을 쓴 여자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처음엔 밝았던 미소.


하지만 내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은 시들어 버렸다.


“무슨 소리세요. 전 카에리라고요!”


“아.. 미안. 난 지금 뭘 본거지.”


“저를 앞에 두고 다른 이름을 부르다니. 연인이었으면 당신은 실격이에요!”


“미안. 내가 착각했나봐.”


“자. 오늘은 메지로 대학이야. 얼른 준비해서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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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후기(스포가 될수 있으므로 완결까지 보고 보세요.) 21.12.11 23 0 2쪽
21 (완) 토끼는 꿈에서 깨어나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현실이 아니였다. 21.11.01 23 0 12쪽
20 꿈 속에서 꿈을 꾸는 토끼는 번데기에서 결국 나오지 못했다. 21.10.30 16 0 9쪽
19 꿈속의 토끼는 꿈을 꾸고 꿈에서 변화를 겪었던 흔적을 떠올린다. 21.10.25 16 0 9쪽
18 토끼의 기억 속 꿈은 너무나도 달콤했고 아직까지는 미소 짓고 있다 21.10.24 18 0 9쪽
17 풀어지는 족쇠. 토끼는 행복한 꿈을 꿨었다. 21.10.24 17 0 5쪽
16 수 많은 발자국은 토끼의 잠든 기억을 깨운다. 21.10.24 16 0 7쪽
15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발자국을 또 다시 더듬는다. 21.10.24 13 0 8쪽
14 새로운 당근의 새로움은 항상 각새롭고 토끼의 감은 사라져간다. 21.10.24 15 0 10쪽
13 결국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감각을 지우지 못했다 21.10.24 15 0 7쪽
12 흩날리는 발자국의 향연 속에서 당근은 동화되어간다. 21.10.24 12 0 7쪽
11 토끼의 나침반이 가르키는 길 그 위에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흩린다 21.10.24 14 0 4쪽
» 토끼의 나침반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21.10.24 14 0 8쪽
9 토끼의 나침반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흔들린다 21.10.24 16 0 5쪽
8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내일의 나침반이 되었다 21.10.24 13 0 5쪽
7 다시 또 찾아온 기회. 하지만 토끼 입에는 다른 당근이 물려있었다 21.10.24 13 0 6쪽
6 추억은 당근과 함께 사라지고 토끼는 다시 후각을 곤두세웠다. 21.10.24 17 0 6쪽
5 눈앞의 당근 하지만 토끼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1.10.24 18 0 6쪽
4 추억의 향기 속 토끼는 생각을 한다. 21.10.24 21 1 7쪽
3 추억의 향기를 따라 다시 돌아가는 토끼 21.10.24 24 1 5쪽
2 눈앞의 당근에 휘둘리는 토끼 21.10.24 35 1 6쪽
1 마당을 나온 생각 많은 토끼 +1 21.10.24 8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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