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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준 님의 서재입니다.

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완결

복준
작품등록일 :
2021.10.24 12:21
최근연재일 :
2021.12.11 12:0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2
추천수 :
4
글자수 :
63,715

작성
21.10.24 12:37
조회
14
추천
0
글자
7쪽

결국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감각을 지우지 못했다

DUMMY

“으음.....”


나의 손은 지금 푸른 바다의 표면장력을 거스른 채 빨려 들어가고 있다.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나쁘지는 않은 느낌이다.


마치 어제의 찝찝함이 사그라지는 듯한...


신비한 이 느낌을 확인 하기위해선 눈을 떠야 한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아직 이른 아침의 피곤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이 느낌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싸우고 있는 거 같다.


길고긴 반수면 상태에 의해 등에 땀이 서릴 때쯤 결국엔 호기심이 이긴 건지.


난 슬며시 눈을 떴고 잠옷이 풀어 헤쳐진 채 나의 옆에서 자고 있는 카에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흐읏...”


그녀의 얼굴은 눈을 감은 채 상기되어 있었고.


나의 손은 금기를 넘어 있었다.


난 급하게 손을 뗐다.


그러곤 어제만 하더라도 나에게 배척의 감정을 드러냈던 여학생이 나의 옆에서 자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온힘을 다해 생각했다.


하지만 답은 없다.


더 생각해 볼까? 했지만.


이제 곧 나의 인기척을 듣고 부스럭거리며 일어난 여학생이 말해줄 거라는 사실은 확실하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여학생을 응시 했다.


“으흠.. 잘 주무셨어요?”


“...........”


“아하핳..어제 새벽에 천둥번개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무서워서 사오토씨 옆에 와서 자게 된 거예요.”


물론 밖에는 빗물 한 자국도 없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엄....청 티가 나게 말이다.


그래도 속아 넘어가도록 하자.


이유를 캐묻는 다면 둘 다 피곤해 질게 뻔하니.


“그리고 어제는 죄송했어요. 순간 옛 생각이 나서요. 물론 그 쪽이랑은 전혀 상관없어요. ㅎ”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표정이다.


난 이 어색한 거짓말의 향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럼 날도 밝았으니 그녀를 찾으러 가볼까?”


“오늘은 가슈쿠인 대학을 가보려고.”


“얼른 씻고 준비되면 출발하도록 하자.”


“.......”


대답이 없다.


거절의 의미는 아닌듯하지만 묵묵히 닫힌 그녀의 입은 섣불리 재촉하는 감정을 무안하게 한다.


20분이 지났을까?


말도 없이 욕실에 들어간 여학생은 나오지 않고 난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먼저 나와 문 앞에서 기다렸다.


다시 시간은 가고 하늘을 응시하던 눈이 최고점에 도달은 태양에 패배감을 느껴 감으려고 하던 쯤 문이 열렸다.


“(덜 컹)”


“오래 걸리네.”


“네"

안경을 벗고 화사한 옷을 입은 그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그때의 느낌이다.


그때 그 봄날 알싸한 생강나무 꽃향기와 함께 나타난 점 하나.


꽃잎이 사방에 퍼져 노란 포스터물감이 무겁게 칠해진 들판 한 가운데에 흙투성이에 눈물로 때 묻은 더러움을 씻어 내고 있던 그녀.


난 불가능한 이 만남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그만 눈물을 흘렸다.


“왜. 우시죠?”


“사카타...!”


난 무심코 그 이름을 부르며 여학생을 끌어안았다.


그 어떤 저항도 느낄 수 없었고 그저 나만의 세상에 빠진 나는 손의 감각조차 속여 이 순간을 만끽 하고 있었다.


“이제 놓으셔도 되요. 전 사카타가 아니에요.”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니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겠네요.”


“보통사람이면 옛 여자 친구와 자신이 헷갈려진 게 화가나 당신의 뺨을 후려갈겼을 지도 모르지만. 왠지 기쁘네요. 당신이 이렇게 사랑한 그녀와 저가 닮았단 점이요.”


착각 했구나..


평소에 안경을 쓰고 다니던 카에리가 안경을 벗었을 때 이렇게 사카타와 닮았을 지는 상상도 못했다.


마치 쌍둥이 인 것처럼.


10초의 시간동안 계속 카에리를 응시한 채 가만히 있다가.


다시 정신이 들었다.


“으아아. 이럴 시간이 없지. 서두르지 않으면 그녀를 찾을 시간이 부족해 질 거야.”


“그럼 어서 가죠.”


미소 띈 카에리의 얼굴이 눈에 비친다.


그렇게 우리는 가코슈인 대학 앞에 도착했고 여느 때와 같이 대학가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연인이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해 안절부절 한 사람.


빠친코로 돈을 잃어 가족의 배척을 받아 얼굴에 슬픔이 가득한 사람.


술집여자와 사랑에 빠져 사랑의 도피를 하려는 사람.


많은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의 점묘법으로 그린 그림과 같아 보인다.


나도 여기서 그녀를 찾기 위한 수소문을 시작한다면 저 그림속의 하나의 점이 되겠지.


일단 그녀의 사진을 들고 그녀가 브로치를 목에 차고 다닌다는 점을 필두로 탐색하는 것이 항상 이 숨은 그림 찾기의 시작이다.


하지만 오늘은 저번과 약간 다르다.


여학생이 나와 함께 다니기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생각한다면 둘이서 떨어져서 각자 탐색을 한다면 효율적이지만.


아니 이미 그녀를 찾기 시작한 것이 정상을 뛰어 넘었던 걸 수도...


카에리: “저기 우리 이러고 다니니깐 마치 연인 같지 않아요?”


난 그 말에 흠칫 놀랐다.


그리고 어디선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연인처럼 보인다- 때문에 오야코동 집에서 그녀가 도망쳤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긴 평온에 그런 말을 내뱉어 버린 걸까? 그녀는.....


“아니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아. 그렇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1도 없고.”


“나한테는 오직 그녀뿐이니.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아줘.”


“그래도 그렇게 짜증이 섞인 듯이 반응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그렇다는 건데...”


왜 저러는 거지 정말 모르는 건가?


모든 게 너가 원흉인 거잖아.


그때 너가 기절만 안했어도 지금쯤 나는 그녀를 찾아 이때까지의 오해를 다 풀었을 지도 모른다.


“여기서 그만두자. 이렇게 같이 다니는 거.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 없을 거 같아.”


“애초에 자신이 사건의 원인이 되려고 고의로 행동한 것은 아니니깐.”


“그래도... 전 돕고 싶어요. 저도 당신이 찾는 그 사람과 할 이야기가 많다고요!”


“뭐?”


“혹시 그녀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그건... 말 할 수 없어요.”


그 말을 남긴 뒤 여학생은 갑자기 뛰어갔다.


늦게 출발한 탓에 날은 저물어 가고 있었고 노을에 어울리는 듯이 희미하게 밝혀진 가로등 불빛이 멀어지는 여학생의 그림자를 쓸쓸히 비추고만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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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후기(스포가 될수 있으므로 완결까지 보고 보세요.) 21.12.11 22 0 2쪽
21 (완) 토끼는 꿈에서 깨어나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현실이 아니였다. 21.11.01 23 0 12쪽
20 꿈 속에서 꿈을 꾸는 토끼는 번데기에서 결국 나오지 못했다. 21.10.30 15 0 9쪽
19 꿈속의 토끼는 꿈을 꾸고 꿈에서 변화를 겪었던 흔적을 떠올린다. 21.10.25 16 0 9쪽
18 토끼의 기억 속 꿈은 너무나도 달콤했고 아직까지는 미소 짓고 있다 21.10.24 18 0 9쪽
17 풀어지는 족쇠. 토끼는 행복한 꿈을 꿨었다. 21.10.24 16 0 5쪽
16 수 많은 발자국은 토끼의 잠든 기억을 깨운다. 21.10.24 14 0 7쪽
15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발자국을 또 다시 더듬는다. 21.10.24 13 0 8쪽
14 새로운 당근의 새로움은 항상 각새롭고 토끼의 감은 사라져간다. 21.10.24 14 0 10쪽
» 결국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감각을 지우지 못했다 21.10.24 15 0 7쪽
12 흩날리는 발자국의 향연 속에서 당근은 동화되어간다. 21.10.24 12 0 7쪽
11 토끼의 나침반이 가르키는 길 그 위에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흩린다 21.10.24 13 0 4쪽
10 토끼의 나침반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21.10.24 13 0 8쪽
9 토끼의 나침반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흔들린다 21.10.24 15 0 5쪽
8 새로운 당근은 토끼의 내일의 나침반이 되었다 21.10.24 13 0 5쪽
7 다시 또 찾아온 기회. 하지만 토끼 입에는 다른 당근이 물려있었다 21.10.24 13 0 6쪽
6 추억은 당근과 함께 사라지고 토끼는 다시 후각을 곤두세웠다. 21.10.24 16 0 6쪽
5 눈앞의 당근 하지만 토끼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1.10.24 18 0 6쪽
4 추억의 향기 속 토끼는 생각을 한다. 21.10.24 20 1 7쪽
3 추억의 향기를 따라 다시 돌아가는 토끼 21.10.24 24 1 5쪽
2 눈앞의 당근에 휘둘리는 토끼 21.10.24 35 1 6쪽
1 마당을 나온 생각 많은 토끼 +1 21.10.24 8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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