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나침반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흔들린다
“일단 내가 알아낸 것은 그녀가 칸엔센 공원의 커피숍에서 얼마 전까지 알바하고 있었으며. 칸엔센 공원 주변에 위치한 와세다 대학 앞의 어제 갔던 오야코동 집의 단골이라는 거야.”
“와~! 그렇다면 그녀의 동선을 칸엔센 공원과 와세다 대학 사이의 공간을 중심으로 잡을 수 있겠네요!”
“그 다음은 또 어떤 단서가 있죠?”
“그리고 가끔씩 눈에 띄는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을 때가 있으며!”
“즐겨 쓰는 향수는 -메종 프란시스 커정-”
“어때 이정도면 꽤 많이 알아냈지?”
뭐지.. 그 순간 여학생의 얼굴이 살짝의 쟂빛으로 변하면서.
마치 항상 푸르던 하늘에 전쟁의 상흔이 여기저기로 퍼져 말할 수 없는 침울함이 나를 압박하는 것 같았다.
“어라? 왜그래?”
“아..! 아니에요. 잠깐 옛날 생각이 나서.”
“어쨌든 이제부터 찾아보도록 하자!”
“여기서 더 늦는다면. 그녀가 어제의 충격으로 더 멀리 도망칠 수 있으니깐.”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응? 뭐라고?”
“별거 아니예요! 어서가죠!”
“그런데 어제 물어보려다가 못 물어봤었는데. 우리 아직 이름도 모르잖아?”
“(미소를 지으며)후지모토 카에리예요. 사오토씨!”
“어.. 그래.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그건...”
“뭐. 그런건 나중에 생각 해볼까나? 지금은 그녀를 찾는게 급하니.”
일단은 와세다 대학근처는 엑스다.
나와의 마주침을 분명 기피하고 있었을 그녀는.
나와 만났던 길은 꺼려 할 것이 분명 하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 유력한 곳은 칸엔센 공원 주변인가?
“먼저 칸엔센 공원을 조사 해보도록 하자!”
“좋아요!”
우리는 칸엔센 공원에 도착했고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커피숍이 공원 정문에 있다.
그 전날의 만남으로 인해.
우리에 대한 경계는 더 커졌음이 분명함으로.
오기 전에 그녀와 합의하여 서로 변장하기로 했다.
그녀가 남장을 하기로 했고 난 여장을 했다.
과연 통할까? 라는 의문점이 들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농촌에서 뛰어놀아 피부가 건강하고 생기 있게 검게 탄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자주 아파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해 집에 자주 있었던 나는.
피부도 하얕고 머리도 길고 몸도 연약해서 방문하시는 손님들이 나를 보면 자주 딸로 착각했다.
“저기 카에리 역시 이런 복장은 부끄럽다고 할까나....”
“아니! 의견을 낸 분이 부끄러워하면 어떡해요?!”
“전혀 그렇지 않으니깐! 오히려 조금은 어울린다고 생각하니깐..”
“자신감을 가져요!”
그래! 지금은 사카토를 찾는 게 중요한데.
첫 걸음부터 멈칫거려서야 안되지!
“알겠어! 분발할게!”
“(조금은 어딘가 왠지 모를 슬픈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그래요. 그런 자세라고요 사오토씨.”
“어? 카에리 혹시 울어?”
“네?! 아니 이건 우는 게 아니라. 눈에 그냥 흙먼지가 들어가서 그런 거니!”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찾죠.”
“뭐지?”
웬지 가슴 한곳을 시려오게 만드는 그녀의 표정이었다.
“흠.. 여기 분수대 앞. 벤치 정문이 훤히 보이는 공원의 중심. 여기서 감시한다면 충분하겠군.”
“그래서. 카에리. 여기가 적당 할 것 같은데? 어라 카에리?”
“어디갔지?”
“어 저기 숲 풀 속에 카에리인가?”
“거기서 뭐해? 카에리.”
“잠깐. 여기 쫌 봐 봐요. 사오토씨.”
“어? 수선화잖아.”
“어렸을 때 엄마랑 겨울 들판을 함께 산책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엄마한테 수선화에 대한 얽힌 신화를 듣고 슬퍼서 울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도 들었던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네? 하하”
“혹시 괜찮다면 들려 줄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나도 갑자기 궁금해져서.”
여학생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보기 좋게 핀 꽃이 그만 가을이 되어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 아름다움을 무언가 에게 서 지키기 위해.
땅에 뿌리를 내리려는 것처럼.
“그럼... 조금만 이야기 해줄까요? 비록 이 이야기가 당신의 삶이란 줄을 휘감는다고 하여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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