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향기를 따라 다시 돌아가는 토끼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지난 4년 전의 당신은... 10년 전에 당신은.....-
뭐지?
이사람 마치 나의 과거를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 하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의문점들은 나를 삼켜먹을 것만 같다.
더 이상 여기 있으면 나 자신을 잡아먹히고 말거야 다시 돌아가야 해.
내 몸이 빛으로 휘감겨져 밝은 세상을 보기 전에.
난 아직 속죄 하지 못했어.
다시 어둠으로...!
그 어둠이 짙어 질 때쯤 따스할 만큼의 땀으로 젖은 손과 가쁘게 뛰는 숨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곤 뜨거운 입김과 함께 그녀는 말했다.
“사실 전 판타지 소설 작가 지망생이에요 뭔가 그쪽을 보면서 새로운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보면 소설의 소재가 떠오를 것만 같아서 아는 듯이 쪽지로
장난친거니 그렇게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저의 과거를 언급하는 이 단어들은?”
“아~ 그거요? 어느 소설에서나 등장할만한 대사들인데 (후훗). 고작 그런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거예요? 귀여우시네요.”
아... 난 또 착각을 했구나.
과거와 지금의 나는 잊을 거라고 말만 할 뿐 전혀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달았다.
착각의 연속 이젠 나의 픽션과 과장이 현실과 경계를 잃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점점 더 악화 되는 것 같다.
이제 집에 가서 쫌 쉬어야겠다.
이러다간 저번과는 달리 이 곳에서 쓰러질 수도 있겠다.
난 그녀에게 이상한 말을 늘어놓아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커피숍의 문을 열었다.
고기압에 눌려 먹먹하던 귀는 상쾌해지고 뒤에선 미소가 섞인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에도 또 들려 주세요!”
나는 이 가게에서 그날 아무것도 사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 후 집이라는 어항에 도착했고 또 다시 길고긴 어둠에 끝에 빠져들어 깊은 숲속의 심해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한 마리가 되었다.
난 내일을 맞기를 원하는가?
내일을 맞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난 살 가치가 있는가?
난 왜 수많은 생물과 자원들을 소비하면서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가?
대답할 수 없다.
내가 폐인이 된 이상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다.
이젠 나 자신 조차 모르게 된 나이기에.
그러다 가끔씩 본심이 나를 찔러온다.
죽으라고 죽으면 너가 말하는 모순들이 전부 현실에서의 정답이 될 거라고.
오늘따라 달콤하게 들렸다.
벼랑 끝에 매달려 매일을 기사회생 하며 살아온 나의 얼굴에 비를 내려 주듯이 말이다.
그래 죽자...
그래 죽는 거야.
내가 애초에 특별한 것은 이 세상과는 상관이 없었어.
다음 생애에는 나의 특별함을 알아주는 세상이 있겠지.
난 항상 지니고 있던 슬퍼지는 연기의 무리들을 슬그머니 꺼내 들었고 그들을 풀어주었다.
이윽고 나의 혼미한 의식과 함께 섞이는 몽환의 콜라보.
달빛을 머금어서 그런지 여태까지 본 어떠한 예술가의 망상보다도 아름다웠다.
“.........(번쩍!)”
뭐지 무언가가 빛이 났다.
이것은 나의 의식이 아니다.
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난 이대로 잠들고 싶었을 뿐인데.
이윽고 들려오는 한 목소리.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지난 4년 전의 당신은... 그리고 10년 전에 당신은.... ”
아침에 그녀가 주었던 쪽지의 내용과 똑같다.
왜지?
또 나에게 시련을 주는 것인가?
난 그 일들 때문에 이렇게 되었고.
그 일들을 속죄 하기위해 죽는 것인데.
나의 죽음이 잘 되었다고 오히려 죽음을 부추기기 위해 비꼬는 것인가?
왜 그 목소리는 나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거지?
목이 막혀온다.
분노가 치밀어 온다.
“켁...켁”
나도 사람인지라 생존본능은 살아있었는지 창문을 열었다.
상쾌하다 가슴에 벅차오르는 살아있음에 대한 기쁨.
내가 절대로 느껴서는 안 되는 기쁨.
하지만 지금은 느낀다.
누구나 죽다 살아나면 다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 될 거란 생각도 할 것이다.
웃기다 정말 웃기다.
오늘을 살아버렸으니 갈 길 없는 나의 발걸음은 내일 또 커피숍에 들러서 하루의 일부를 보내겠지?
죽음 끝에 얻어낸 삶인데 고작 커피숍을 갈려고 한다니 재밌군.
창밖으론 붉은색이 떠오르고 "너희들도 당연히 알겠지?" 라는 문구를 날리며 해가 뜨고 있다.
낮이다.
오후 12시.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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