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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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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최근연재일 :
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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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740

작성
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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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8

DUMMY

“먹구름이 꽤 많이 꼈어. 이 상황에 비까지 오면 골치 아픈데.”


헬름의 말대로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모래 먼지 뿐인 크흐마크 영지 때였으면 비가 반가웠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달갑지 않았다.


뉴로드 다리에서는 멀빈과 모험가들이 서로 밀치며 떠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멀빈은 그 집단에서도, 일행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일단 다시 뉴로드 영지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남매 님들?”


호버트라의 팔에 박힌 화살을 뽑고 붕대를 감고 있던 알카가 의견을 제시했다.


웨일러는 아랫 입술을 깨물고 뉴로드 다리를 바라보았다.


“주변에 비 피할 곳도 없어. 별로 비 맞는 거 원치 않아, 웨일러.”


알리사는 지리서를 보며 웨일러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웨일러, 지금 우리 인원도 저쪽에 비해 부족해. 게다가 저기 뻗어 있는 녀석도 비가 오면 위험할 것 같군.”


호버트라는 힐링 포션을 들이킨 후, 자신의 팔에도 뿌리며 말했다. 그리고 라시인을 가리켰다.


대부분이 뉴로드 영지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찬성했다.


저들에게 밀렸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우리는 모두 재정비를 위해 말에 올라탔다.


단 한 사람 헬름을 제외하고.


“헬름,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저기 모험가들?”


말에도 안 타고, 다리 쪽만 주시하고 있는 헬름에게 물었다.


그는 눈을 잔뜩 찡그린 채 물었다.


“저기 막 찢어진 깃발, 저 깃대. 엄청 뒤틀리게 만들지 않았냐? 꼭 그놈들 수준이랑 비슷한데?”


헬름은 다리 건너편 언덕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정말 뒤틀린 깃대에 찢어진 깃발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깃발을 이동 시키는 것들을 보자, 나는 적개심과 분내심이 끓었다.


부들거리는 손은 검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헬름은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크 놈들이야. 이쪽으로 오고 있어.”


“저 깃발은 뭐야? 병정 놀이 하는 거야?”


“오크 수가 많긴 해. 아마도 마을을 약탈하고 오는 길이거나, 자기들끼리 싸우러 가는 것 같은데?”


헬름은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저 녀석들 방향이 다리를 지나가려는 거야. 멀빈 일행과 면상 좀 마주 보겠군.”


“그 다음까지 간다면 우리는 오크들과 얼굴을 마주보겠지?”


“두 무리를 이용해서, 건널 수도 있을 것 같긴 해. 한 번 물어보자.”


헬름과 나는 일행들을 다시 모았다.


헬름은 즉흥적으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저기 오크들과 멀빈 일행은 반드시 부딪칠 거야. 저기 오크 봐, 벌써 정찰병이 다리 근처에서 손 흔들고 있고. 멀빈 일행도 발견하고서 양쪽으로 진을 폈어.”


“이야, 진짜 개미 같아, 개미.”


알리사는 말 안장 위에 두 발로 서서, 실라사의 어깨를 짚어 균형을 잡은 채 오크들을 보고선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헬름은 그런 알리사를 살짝 째려보곤 다시 말했다.


“우리는 저 둘이 부딪치면 샌드위치로 멀빈 일행을 밀고 들어가는 거야. 인간과 인간 사이로 파고드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오크 사이는 도전해 볼 만 할 것 같아.”


“그럼 멀빈 일행은 죽여도 되나?”


호버트라가 물었다.


“좋은 질문입니다, 비버트리언 씨. 안 됩니다. 멀빈 일행은 일종의 미끼나 마찬가지니까요. 우리가 오크들 틈을 빠져나가는 동안에 녀석들이 버텨야 해요. 저기 모험가들의 전력이 분산 되어 전멸하면, 그 다음은 우리가 전멸이에요.”


“단순 샌드위치 공격이라 생각하지, 그걸 우리가 돌파할 생각이라는 건 모르겠지.”


호버트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레이트 소드를 어깨에 짊어지고서, 시선 좋은 언덕으로 말을 몰고 올라갔다.


일부 오크들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선봉대 오크들은 무기를 마구 흔들며 울부짖고 있었다.


오크의 반대쪽 멀빈 모험가 일행도 물러날 수 없다는 듯이 대판 붙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험가들의 화살이 오크들을 맞췄고, 그와 동시에 모든 오크들이 다리를 가득 메우며 달려들었다.


비명과 고함, 쇳소리가 크게 울렸다.


우리는 그 모습을 멀찍이 떨어진 언덕에서 말을 타고 바라보았다.


“헬름, 저거 어째 위험해 보이는데? 점점 포위 되고 있어.”


“아직이야. 우리 쪽을 막으려는 모험가들이 몸을 돌려야 해. 숙련된 녀석들이라 괜찮을 거야.”


미는 우리 뒤 쪽을 주시하다가 외쳤다.


“저기, 저기 좀 봐 주실래요? 저기 언덕이요.”


그녀가 가리킨 언덕에는 깃발 하나가 나부끼고 있었다.


페코는 이를 드러내고는 경계하기 시작했다.


찢어진 노란 깃발이 점점 높게 솟아나고, 곧 언덕 너머로 흉측한 얼굴들이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웨일러는 롱소드를 뽑아들고서 말했다.


“저 노란색 찢어진 깃발을 들고 옮기는 녀석들이 누구인지 알겠어. 사막 오크들이야.”


“방향으로 봐선 딱 우리가 있는 곳인데?”


“그래, 실라사. 그리고 다리를 건너겠지.”


웨일러는 실라사의 물음에 답한 다음 헬름에게 다가갔다.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는 사막 오크들이랑 부딪치겠어. 아무래도 지금 빨리 돌파해야 겠는데?”


“내가 말했지? 자기들끼리 싸우러 가는 거라고.”


헬름은 롱소드 검 끝으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진을 다이아몬드 식으로 가자. 내가 최전방. 그리고 내 뒤로 웨일러는 좌측, 실라사는 우측. 가운데에는 에딘, 알카, 알리사, 미 후미는 비버트리언 씨가 부탁드립니다. 조금 납작한 다이아몬드가 됐지만. 이해 다들 했지?”


“나 질문!”


헬름은 손을 번쩍 든 나를 바라보았다.


“라시인은 어떻게 해? 그냥 싣고 달려?”


“방법이 없어. 네가 잘 좀 지켜줘. 가급적 중앙으로만 달려, 넌. 후미 안 잡히게.”


잘못하면 라시인은 기절 도중에, 오크 글레이브에 고통도 못 느끼고 비명횡사 하겠구나.


알리사는 알카와 말을 같이 탔고, 호버트라는 그레이트 소드 대신에 거대한 방패를 꺼내 들었다.


나는 라시인의 위에 모포를 덮고 묶은 뒤 다시 말에 올라탔다.


헬름은 검을 허공에서 한 번 휘둘러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앞을 바라보고서 말의 배를 걷어찼다.


“빌어먹을 오크들아! 그 냄새나는 대가리를 일자로 늘어트려라! 우르르 베어줄게!”


역시 우리의 과격파 헬름이다. 나도 질 수 없었다.


“뭔가 허전하다면 니들 머리 위 돌덩어리 하나 사라진 거니까, 잘 알아둬!”


언덕에서 고함을 지르며 내려오는 우리 일행을 보며, 오크들은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멀빈 일행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헬름 받아!”


웨일러는 롱소드 하나를 안장에서 뽑아 헬름에게 던져주었다.


헬름은 가볍게 잡더니, 두 검을 양 손에 하나씩 잡은 채 현란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그는 광분한 거대한 곰과 비슷했다.


“으오오, 젠장!”


헬름이 베어 넘긴 머리 잃은 오크의 몸이 바둥거리며 내 얼굴에 피를 뿜었다.


나는 구역질을 참으며 목 잃은 오크를 발로 차서 넘어트렸다.


“어이, 나 좀 태워 줘, 알카! 젠장!”


오크 무리 사이에서 멀빈이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알카는 어떻게 하냐는 듯 웨일러를 바라보았다.


“그냥 무시해, 알카. 상종 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같은 자식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길을 방해하는 오크를 위로 쳐 올렸다.


정말 손목이 부러져 버릴 것 같다.


지금까지 베어 넘긴 오크가 몇 마리고, 막은 글레이브는 몇 개인지 셀 수 없다.


옷과 갑옷은 피에 흠뻑 젖었고, 머리카락 끝에서도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다 오크들의 피였다.


“조금만 더 힘내! 너머까지 얼마 안 남았어!”


헬름은 지쳐가는 일행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사막 오크! 크루루룩, 사막 오크들이다! 살아있다! 캬악, 인간들! 다! 쿠퀘에엑!”


뒤에서 오크들의 고함이 들렸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사막 오크들과 오크들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멀빈 일행도 우리처럼 빠져나오려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정말 살라고 있는 날인가 봐요! 에딘. 라시인은 괜찮아요?”


미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다가오는 오크를 발로 또 걷어찬 후, 라시인을 돌아보았다.


잔뜩 피를 덮어쓴 것 외에는 문제없어 보였다.


“아직 머리는 온전히 남아있어요! 제 실력 덕분인가 봐요.”


“옆 조심하세요, 에딘!”


“후아아앗!”


나에게 찔러 들어 온 글레이브를 몸을 숙여 겨우 피했다.


동시에 미의 화살이 오크의 머리에 박혔고, 오크는 팔을 마구 휘저으며 뒤로 쓰러졌다.


“장난치지 말고, 거리 멀어지지 마! 바짝 붙어, 에딘!”


오크의 피를 뒤집어쓴 헬름이 소리쳤다.


그는 좁은 다리에서 양 검으로 오크들을 학살 수준으로 베어 넘기며 길을 트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헬름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뒤에서는 오크들의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용병 일행들의 고함이 들렸다.


“빌어먹을 자식들, 거기 서라! 우악, 윽! 제기랄 오크 새끼들!”


“캬, 아오옥! 으캬아아라롹!”


나는 다시 힐끔 라시인을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깨지 않고 기절해 있었다.


지금만은 이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내가 기절해 있고, 라시인이 말을 몰며 한바탕 쓸고 들어가야 됐는데.


“힘내십시오, 남매 님들! 지금은 간단한 체력 회복 주문 밖에 못 쓰지만, 힘내십시오!”


알카는 두 손을 높게 들고 외쳤다. 말의 고삐는 알리사가 붙들고 있었다.


그가 주문을 외울수록 몸에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친 정신이 다시 깨고 있었다.


나는 의욕감에 소리쳤다.


“떼거지 정신은 알아 줘야 해, 오크 놈들!”


오크 한 마리를 뒤로 밀쳐내자, 호버트라는 밀쳐진 오크의 머리를 빠르게 베어냈다.


오크는 머리만 나를 앞질러 가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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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1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10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7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4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4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8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8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7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5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40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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