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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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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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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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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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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DUMMY

정말 빌어먹을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몸을 돌려 라시인이 바라보던 그림을 바라보았다. 뒤에서는 라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저게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 그냥 전쟁 중 한 장면을 그린 것 같은데?”


그림에서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중앙에 검을 든 병사 대신에, 흰 로브에 피가 튀긴 채 두꺼운 책을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수염이 긴 마법사가 서 있었다. 마법사의 얼굴은 챙이 긴 검은 모자를 꾹 눌러 써서 얼굴 하관만 그려져 있었다.


“마법사들의 전쟁인가? 엄청 웅장하게 싸웠나보네. 그림으로도 남고.”


나는 다시 한 번 그림 속 마법사를 바라보다가, 라시인이 구석으로 던졌던 배낭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다음 라시인의 배낭으로 조심히 발을 옮겼다.


돌의 대략적인 모습은 기억난다. 그런 돌조각을 더 배낭에 넣어놓고 다니겠어?


“아, 찾았다.”


나는 찢어진 스크롤 사이에 묻혀있던 돌조각을 꺼내서 손에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거꾸로 봐도 옆으로 봐도 돌에 새겨진 글자는 읽을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냥 막 그려 놓은 그림 같았다. 베베 꼬이고 이리저린 갈라진.


“그냥 누가 낙서해 둔 거 아냐?”


이런 돌을 넋 나간 듯이 보다가 엄청 소중하게 여긴 라시인 녀석이 더더욱 이해가 안 됐다. 원래 이해가 안 되는 행동만 하는 녀석이었지만.


돌조각을 주저앉아서 바라보던 나는, 다시 배낭에 돌조각을 넣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던 중 탁자에 기대 놓았던 나의 검을 팔꿈치로 건드렸다.


검은 내 바로 앞에 쓰러졌고, 나는 검을 원래대로 세워두기 위해 팔을 뻗었다.


“어?”


검을 쥐자마자 손 안에서 돌조각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방의 문이 열렸고, 푸른 머리에 날카롭지만 때론 퉁명스러운 눈매를 가진, 그리고 핵심적으로 이 붉은 빛을 내는 돌조각의 주인인 라시인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


이런! 아직 돌조각을 배낭 속에 안 넣었는데?


“어이, 에딘. 홀에 웬 이상한 점쟁이가 왔더군. 가······에딘, 내 배낭 뒤진 거냐?”


라시인은 붉어진 돌조각과 나와, 내 검을 순차적으로 돌아보며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나는 어쩌지 못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라시인을 바라보았다.


그런 머쓱한 웃음에도 불구하고, 라시인은 나에게 다가와 손에 들린 돌조각을 거칠게 낚아 챘다. 그리고 돌조각을 배낭에 집어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정말 도둑 고양이가 되고 싶었던 거야? 호기심도 정도가 필요해! 이 멍청한 도둑 고양이 새끼! 꺼져버려!”


나는 검을 들고 급히 방을 빠져나왔다. 이번 라시인의 고함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헬름과 티격태격 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방문 사이로 라시인이 머리를 감싸고 침대에 걸터앉고 있었다.


옆을 보니 미가 고함에 놀랐는지 옆방에서 방문을 열고 바라보고 있었다. 미는 자신의 방에게 오게 하고선,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지금까지 있던 일을 미에게 알려주었다.


미는 한참 듣다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할 지 모르겠네요, 에딘.”


“누구 편 들어달라고 한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 하셔서 알려드린 거예요.”


“뭐, 그렇긴 하지만. 라시인이 그렇게 에딘을 내쫓아야 했는지 모르겠네요. 소중한 물건이라면 본인이 관리를 더 잘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물론 에딘이 한 잘못이 더 크긴 하지만요.”


미는 내 앞머리를 쓱 쓸으며 말했다.


“먼저 사과하세요. 앞으로 얼마나 더 같이 다닐 지 모를 동료인데. 이런 분위기면 안 되죠.”


크흐마크 영지 때 이후로 미가 묘하게 자상해 진 것 같았다. 크게 혼난 동생마냥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어차피 지금은 라시인도 화나고 흥분해서 사과를 안 받을 것 같네요. 조금 있다가 기회를 봐서 사과해야죠.”


“꼭 그래야 해요, 에딘.”


“그나저나 이제 제 앞머리는 그만 쓰다듬으시면 안 돼요?”


“왜요? 인형 털 같아서 좋은데.”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엄지로 홀 쪽을 가리켰다.


“홀로 가죠. 거기는 저보다 더 인형 같은 털을 가진 페코도 있고, 재미있는 일도 있는 것 같네요.”


“그럴까요?”


그제야 미는 내 머리에서 손을 때고선 문을 열어주었다. 미는 먼저 홀로 들어갔고, 나는 라시인이 있는 방을 바라보았다. 방문이 어느새 닫혀있었다.



헬름과 페코는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방에도 안 들리고 홀 테이블에 자리를 잡겠다고 했었다. 홀 구석에는 페코가 누워있었고, 헬름이 있어야 했던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미는 홀로 나오자마자 페코 쪽으로 다가가, 갈색 털로 뒤덮힌 페코의 큰 얼굴을 두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페코의 짧은 꼬리가 빠르게 흔들렸다.


“헬름?”


나는 헬름을 찾기 위해 몰려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 속 다른 머리들보다 튀어나온 머리가 보였고, 그것이 헬름임을 확인 한 후에 사람들 속을 헤집고 들어갔다.


“왜 이렇게 사람이 몰린 거야?”


헬름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묻자, 헬름은 어깨동무를 걸며 저것 좀 보라는 듯이 홀 중앙을 가리켰다.


홀 중앙에는 이상한 나무 양동이를 머리에 눌러쓰고서 자신 앞에 카드를 늘어트린 중년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파하하 웃으며 귀 속 안으로 파이프를 꽂아 넣었다.


“이봐요, 돈을 줬으면 웃지만 말고 결과를 달라고. 웃으라고 준 돈은 아니잖아!”


중년 남자 앞에는 모험가로 보이는 남자가 카드를 치며 소리쳤다. 중년 남자는 그의 외침에도 파하하 웃고 있을 뿐이었다.


“왜 이런 미친 인간에게 점을 부탁했을까.”


“파하하하하, 이보게!”


모험가는 고개를 젓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중년 남자는 웃음을 멈추고 모험가를 불렀다. 모험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


중년 남자는 뭔가 씹는 듯 우물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크라켄이 므라카와 같이 뜰 게야. 자네의 일행을 조심해, 파하핫! 좋지만 서로의 상황이 아주 나빠!”


점을 부탁한 모험가는 점 결과를 이해하려는 듯이 한참 중년 남자를 째려보다가 자신의 동료들로 보이는 남녀들에게 고개를 휙 돌렸다. 모험가는 동료들을 둘러보다가 눈을 부릅 떴다.


“실라사, 나 좀 따라와.”


그러자 실라사라고 불린 여자 모험가는 한숨을 푹 쉬더니, 자신을 부른 모험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의 옆에 있던 다른 남자 모험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 둘을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고함이 부딪치더니, 곧이어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둘의 동료 모험가들은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파하하학, 파하하학! 우하하학!”


중년 남자가 뒤로 쓰러질 듯이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는 진짜 의자 옆으로 쓰러져서 바닥을 기며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미있나? 동료 간에 싸움을 시킨 게?


여전히 밖에서는 ‘누가 바람을 폈는가?’, ‘그렇게 만든 게 누구인가?’ 등의 주제를 담은 욕설이 난무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중앙에 그대로 두고서 각자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거나, 식사를 시키기 시작했다. 미는 페코를 쓰다듬으며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았다.


“후헤헤헤헥! 으하하학, 크흐하합!”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는 겁니까? 남의 불행이 그렇게 즐거워요?”


참다못한 헬름이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중년 남자는 웃음을 멈추고 헬름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천장이 무너지도록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헬름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어이, 덩치 큰 양반.”


중년 남자는 헬름을 불렀다.


“그러니까, 이보게, 양반. 자네는 방금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가?”


물음에 헬름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그리고 뒤에서 모험가 일행이 다시 들어왔다. 여자 모험가의 얼굴에 붉은 손바닥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중년 남자는 그들이 각자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다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서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바람은 이미 전부터 피우고 있었고, 사악한 비밀이 영원히 숨겨질 수는 없지 않지 않겠나? 내가 말을 안 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이 없지 않지 않겠나? 아니, 오늘보다 더 심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지 않나?”


말 한 번 엄청 복잡하게 한다. 헬름은 주저앉은 채로 말하는 중년 남자를 여전히 아니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중년 남자는 귀에 꽂았던 담배 파이프를 빼서는 입에 물었다. 윽······.


“나는 점만 치는 점쟁이지. 자네들도 점 한 번 쳐줄까 하는데?”


헬름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가 있는 테이블의 의자에 앉았다. 어느새 다가온 미와 나는 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둘을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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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8 22.11.24 8 0 10쪽
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0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6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7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6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4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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