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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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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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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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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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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DUMMY

“미, 여기는 화장실이 아니라 감옥이에요. 남자들까지 같이 있는 감옥이란 말이에요. 언제 갑자기 일어날 지도 모르는데.”


나는 미의 입을 막은 손을 치웠고, 미는 얼굴을 붉힌 채 허리띠를 다시 묶었다.


“그럼 어쩌죠? 계속 참아야 될까요?”


“글쎄요. 간수를 불러 볼까요?”


“간수들이 잘도 화장실로 안내해 줄까요?”


나와 미가 한참 어찌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


“거기 둘,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라고. 아침은 감옥 밖에서 맞이해야지.”


철창 밑 그림자 속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 공격 자세를 잡으며 물었다.


“누, 누구야!”


“뭐? 누구냐고? 네가 날 몰라? 우울한데.”


“누, 누구냐니까.”


“이때 쯤이면 알 때 된 거 아냐?”


그림자 속 남자는 웃음 섞인 말투로 말하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마른 침을 목 뒤로 넘기고 남자를 주시했다. 설마 고로랜티드 마을에서 싸웠던 포아로스? 그럼 일행을 깨워야 하나?


“아니, 진짜 몰라? 진짜 너무하네, 에딘.”


그림자 속에서 나온 남자는 다행히 포아로스도, 다른 것도 아닌 드포넌트였다. 미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풀썩 주저앉았다. 워낙 정신 나간 일이 많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감옥에 들어와 있다는 상상을 해버렸다.


“드포넌트, 아직까지 안 주무시고 뭐 하셨던 거예요?”


“그거 좋은 물음이다, 에딘. 탈옥 계획을 짜고 있었지.”


“그래서 뭐 짜진 게 있어요?”


그는 자리에 앉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짰으면 이미 나갔지. 아무리 쥐어 짜 봐도 없어. 분명 예전에 탈옥수가 있던 방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


그는 뒷목을 긁으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헬름이 우렁차게 코 고는 소리가 귀를 괴롭힌다. 저 코를 비틀어 막아야지, 원.


“헬름 저 친구는 저렇게 코 골며 잔다고 치고, 라시인 저 친구는 잘 때 낑낑거리는 개소리를 내?”


“예? 무슨 소리예요? 라시인 저건 잘 때도 조용한데요?”


“잘 들어봐. 무슨 낑낑거리는 소리 안 들려?”


드포넌트는 철창에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잘 들어보니 헬름의 코골이 소리 사이로 작게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헬름의 코를 막았고, 헬름은 아무 소리 없다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일어났다.


“뭐하는 짓이야, 에딘? 오랜만에 푹 잔다 했더니!”


“조용히 해 봐. 네 코골이 때문에 소리가 잘 안 들렸어.”


헬름은 뭐라 더 말하려다가 뭔가 작은 소리가 들렸는지 그 소리에 집중했다. 나는 한결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소리를 잡아냈다.


“헬름, 나 목마 좀 태워줘!”


“목마? 목마는 왜? 그것보다 네가 지금 목마를 부탁할 나이냐?”


헬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세를 낮췄다. 내가 그의 목에 올라타자 그는 끙 소리와 함께 무릎을 폈다. 시야가 순식간에 높아졌다. 하마터면 천장에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 나는 바로 앞에 있는 창문의 철창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벽 앞에는 거대한 갈색 물체가 네 발을 땅에 딛고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페코?”


“낑, 낑, 낑.”


갈색 물체의 꼬리로 보이는 짧은 것이 빠르게 흔들렸다. 페코다!


“헬름, 페코가 왔어! 페코가 왔다고!”


“억, 윽, 알겠으니까, 다리 좀 흔들지 마! 네 발이 내 가슴을 치고 있다고!”


아차, 실수. 나는 무의식적으로 마구 흔들던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철창에 매달려 아래를 보려 했다.


“어, 어라 이게 왜 빠져?”


철창이 창문에서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왔다. 나는 떼어진 철창을 붙잡고 밖으로 상반신을 이탈시킨 상태였다. 나는 헬름을 돌아봤다. 헬름은 입을 쩍 벌리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힘이 장사였냐? 내가 매달려도 안 빠지던 철창이었는데?”


“몰라, 그냥 미니까 빠지던데?”


드포넌트는 입을 쩍 벌린 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기며 딱 소리를 냈다.


“여기가 그 방이야! 얼마 전에 모흐하라 멘스 하나가 탈옥한 적이 있는데, 저 철창을 부시고 갔었어! 아직 수리는 안 하고 제리포가 붙여놓기만 한 거라서. 오, 맙소사! 제리포의 게으름이 이렇게 유용할 수가!”


드포넌트는 기뻐 춤추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마 잠들어 있는 간수조차 없었더라면 드포넌트는 함성을 지르며 옥 안을 뛰어다녔을 것이다. 나는 그의 행동에 히죽 웃고 다시 밖을 바라보았다. 페코는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페코, 일단 우리가 머문 여관으로 돌아가. 여기는 위험해. 사병들에게 발각되면 곤란하다고. 잘 알아 듣겠어?”


알아 들은 건지, 그냥 감으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페코는 짧은 꼬리를 흔들며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잠시 페코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철창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헬름의 목 위에서 내려왔다. 헬름은 목이 뻐근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목을 풀고는 자리에 앉았다.


“좋아, 탈출 길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고. 저 둘 좀 누가 깨워봐.”


헬름은 라시인과 제리포를 가리켰다. 나는 두 사람을 깨워 일으켰다. 둘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왜 깨웠냐는 표정이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았는데, 에딘?”


“제길, 막 어떤 여자에게 키스를 받으려는 상황이었다고. 이게 무슨 짓이야, 에딘?”


라시인과 제리포는 차례대로 나에게 짜증을 터트렸다. 나는 수습을 부탁한다는 표정으로 헬름을 바라보았다. 헬름은 라시인에게 말했다.


“심심해서 깨워봤다. 불만 있어?”


“한 번 더 붙을래, 곰?”


수습을 부탁한 내가 잘못이다. 나는 또 둘의 싸움을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헬름과 라시인을 말리고 나서야 지금까지 상황을 전부 얘기 해 줄 수 있었다. 라시인은 나의 말을 전부 들은 다음 말했다.


“내 가방에 돈 주머니가 있어. 꽤 많을 거다. 그 돈으로 모흐하라 멘스를 고용해 봐. 여관을 잘 돌아다니면서 마구간을 보면 철그릇을 안장에 채운 말이 있을 거야. 그럼 그 여관에 모흐하라 멘스들이 있다는 소리야.”


“근데 누가 나가?”


나의 물음이었다. 일행의 시선은 전부 나에게 몰려졌다. 라시인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얼마나 눈에 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가 가야지.”


“그래, 내가······뭐, 뭐? 위험하다고! 걸리면 어쩌자고?”


“안 걸리면 되잖아? 일단 다른 사람이 안 되는 이유를 말해 주지. 들어봐.”


그는 헬름을 시작으로 손가락을 옮기며 말했다.


“일단 저 녀석은 덩치가 너무 커. 나가기도 전에 걸릴 거야. 제리포와 드포넌트는 이곳 토박이라서 눈에 너무 잘 띄고. 미하고 나? 얼굴이 확실히 눈에 띄잖아. 이정도면 됐지, 에딘?”


“어째 마지막은 영 아닌 것 같은데.”


“시키면 하라는 대로 해.”


“근데 왜 혼자 가야 되는데?”


라시인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러 명이서 빠져나가면, 누군가 탈옥 했다는 티가 나잖아. 한 명만 몰래 보낸 다음에 그 한 명 자리만 잘 숨기면 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는 라시인의 얼굴을 죄 지은 듯 바라보다가 헬름에게 손짓했다. 헬름은 어깨를 풀고는 자세를 낮춰 내가 올라 탈 수 있게 해 주었다. 헬름은 이미 이렇게 될 것을 다 알고 있고 있었다는 눈치였다. 나는 그의 목에 올라 다시 철창 앞에 섰다.


“그렇다고 마을을 무턱대로 돌아다니지 마. 다시 질질 끌려 올 지도 모르니까. 그러긴 싫지?”


그렇게 말하는 라시인에게 혀를 쭉 빼 보인 후 철창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아이고, 허리야······. 할 일이 태산인데, 하기도 전에 허리 아파 죽겠네.”


떨어질 때 잘못 떨어진 바람에, 허리가 뒤틀린 고통이 왔다. 나는 허리를 매만지며 신음을 흘리며 성문 앞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흐아암, 오늘 들어가기 전에 술 한 잔 하고 가자고.”


“안 돼. 아내가 또 술 마시고 들어오면 허리를 비틀어 버린다고 했어.”


성문을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성벽 뒤 그림자 밑에 숨었다. 두 경비대원은 낌새를 못 챘는지 여전히 키득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좋아, 그럼 이제 어떻게 나가지? 이 성벽에 개구멍이 있으려나? 페코가 정문으로 들어 온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에 개구멍이 있을 것이다.


‘스드드득’


개구멍을 찾기 위해 천천히 일어나다가, 실수로 돌을 잘못 밟아 미끄러졌다. 하마터면 내 입술이 땅과 진한 키스를 할 뻔했다. 한숨을 쉬며 자세를 바로 잡고 있는데, 위기가 점점 내 목을 졸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돌이 굴러왔는데? 또 동네 똥개 한 마리 들어와서 돌아다니는 모양이야.”


“블랜, 가서 내쫓고 와. 개가 잔디밭 엉망으로 만들기 전에.”


“물리면 어쩌려고? 같이 가, 자식아.”


“아, 귀찮은 놈. 할버드가 장식도 아니고······. 그래, 가자, 가!”


두 병사는 횃불을 들고 나의 옆을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횃불이 비춰지면 그림자 속에 있는 내가 보일 것이다. 옆을 지나가기도 전에 들키겠지.


두 눈을 꽉 감으니, 할버드에 이리저리 조각난 내 몸뚱어리가 보였다. 그리고 잘린 내 목을 보며 경악할 일행의 얼굴도 보였다. 간수들은 내 시체 조각들을 탈옥수의 최후라고 하며 방마다 걸어놓을 것이다.


갖가지 잔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결국 나는 모든 걸 체념하고 축 늘어졌다. 이제 정말 끝인가? 지금까지 운도 이제 끝이다. 여행 중에 이미 수십 번 죽을 몸이었다. 여기까지 살아 온 것이 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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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7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8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7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5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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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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