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갈색인간 님의 서재입니다.

Red Soul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최근연재일 :
2022.11.24 13:16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4,576
추천수 :
5
글자수 :
279,740

작성
20.02.15 23:32
조회
36
추천
0
글자
10쪽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DUMMY

“처음에는 그냥 멀뚱히 앉아 있었어.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화장실로 갔지. 근데 그 다음에 화장실에서 나와서 보니 눈과 귀를 막고 있더라고.”


“눈과 귀를 막고 있었다고?”


“그래, 건드리니까 그제야 눈을 뜬 다음에 다짜고짜 내 뺨을 당긴 다음 안겨서 놀랐다니까?”


라시인은 복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안 들리게 뭐라 중얼거리다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어난 그는 급하게 우리들이 자던 방으로 달려가 문을 세게 열었다. 문을 열자 세 명의 남자들이 질린 얼굴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세 사람 다 악몽을 꾼 사람들이 주로 하는 행동을 취했다. 빠르게 상체를 일으키는 행동 말이다.


라시인은 셋을 뒤로 하고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는 짧게 욕을 내뱉고 검을 챙겨 든 다음 창문 난간에 발을 올렸다. 헬름이 당황한 듯이 소리쳤다.


“이봐, 뭐하는 거야! 이 층이라고!”


“신경 쓰지 말고, 사람들을 홀로 모아! 그리고 아무도 재우지 말고 떠들게 해!”


“야, 라시인!”


라시인은 헬름이 붙잡기도 전에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 급하게 창문 밖을 보니 라시인은 무사히 착지해서는 앞에 달리는 검은 로브의 남자를 쫓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제리포와 드포넌트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헬름이 어깨를 한 번씩 흔들어주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났다.


“다들 악몽 꾼 거예요?”


나의 물음에 제리포는, 헬름과 드포넌트와 눈을 마주 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들었죠? 홀로 내려가요. 못 들었다면 지금 들은 걸로 쳐요.”


나는 라시인이 불을 붙인 초를 헬름에게 건네주었다. 헬름은 복도에 있는 초의 불을 키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경비대원은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방문을 두들기며 다녔다.


나는 허리에 검을 차고, 우리 방에 있던 초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미, 일어나요!”


나는 미를 흔들며 말했다. 미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일어나 물었다.


“으음, 에딘? 저 잠들었던 건가요?”


“네, 그러니까 일어나요. 홀로 내려가야 되요.”


“예? 왜요?”


“라시인이라는 작자가 창문에서 떨어지면서 그렇게 말했는데, 제가 그 뜻을 어찌 알까요. 가라니 가라는 거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의 손목을 끌어 당겼다. 순간, 목 뒤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갔다. 촛불이 꺼지고, 세게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에 놀라 미의 손목을 놓쳤다. 미는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들어올 만한 창문은 닫혀있었다. 촛불이 꺼지고, 문이 닫힐만한 바람이 들어 올 구멍도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검자루에 손을 올렸다.


“정말 유령이야? 이런 정신 나간! 죽은 동물만 17년간 수도 없이 봤다고! 무섭지 않아!”


나는 혼자 소리 지르며, 기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문 쪽으로 발을 끌었다. 나를 바라보는 미의 표정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벌벌 떨리는 나의 손은 어느새 힘겹게 문고리를 붙들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문에서 다섯 발자국도 안 될 것 같던 침대와의 거리는 백 거리 쯤 멀어진 기분이었다. 미는 그 침대 위에서 멍하니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문을 뒤로 당겼다.


“으아아악! 아아악!”


불! 불! 뜨거운 불! 나는 문 밖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지옥이 있다면 분명 이런 모습일 것이다. 문턱을 넘어 낭떠러지가 보였고 그 아래 뜨거운 용암, 튀어 오르는 불꽃, 끝없이 불타며 끝없이 살아나는 생명의 나무, 하체가 녹은 채 절벽에 매달린 시체들이 보였다. 기절하지 않은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미! 미! 제기랄! 미! 대답 좀 해 봐요, 미!


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미는 사라졌고, 시끄러운 비명이 귀를 마비시켰다. 나는 발버둥 치며 뒤로 도망가려 했지만, 낭떠러지 아래에서 손이 솟아올라 내 발목을 붙잡았다. 나는 검을 뽑아 내 발목을 잡은 손을 잘라 놓았다.


“키에에엑!”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것 같은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내 앞에 희미한 물체가 보였다. 희미한 물체는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기겁하며 달려오는 물체를 위에서 아래로 베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서 빛이 터졌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 하지만, 유령을 베는 촉각은 분명했다.


모든 것이 똑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뒤로 엉덩방아를 찍은 채 복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허공을 벤 뒤 내 옆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복도를 기괴하다는 듯이 바라본 다음 고개를 미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미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미의 어깨를 흔들었다.


“어? 에딘?······여긴······홀이 아닌가요? 어디죠?”


“어디긴 어디예요? 미가 자던 방이에요. 정신 차려요! 유령에 홀리신 거예요.”


미는 그제야 울먹이며 말했다.


“홀에서 다 죽는 꿈을 꿨어요. 불 붙은 거대한 돌덩이가 쏟아지는데, 나만 살아남았어요.”


“다 꿈이었어요, 미. 진정하세요. 일단 내려가요.”


나는 왼 손으로 초를 집어 들고, 오른 손으로는 미를 잡아끌었다. 미와 나는 홀로 내려왔고, 홀에 있던 헬름, 제리포, 드포넌트와 여관 주인, 여관 주인의 부인과 두 아들들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 여관에 머무는 여행객이 우리밖에 없었는가 보다.


그들의 대표로 헬름이 나에게 물었다.


“라시인은 모으라는 말만 하고 떨어졌고, 에딘 넌 미를 데리러 가더니 늦게 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유령.”


“뭐? 유령?”


나는 미를 테이블 의자에 앉혔다. 제리포는 나의 대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섰다.


“유령! 유령이라고? 이런 제길! 마법사를 부릅시다! 그 마법사라면 다 처리해 주실 겁니다! 으아, 제길! 유령한테 죽기는 싫어!”


“진정해, 제리포. 아직 우리 영지에서 죽은 사람은 없어. 안 죽어! 안 죽는다고!”


드포넌트는 발악하는 제리포를 진정시켜 앉혔다. 제리포를 진정시키는 드포넌트도 심히 흥분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여관 주인의 아들 둘은 큰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였다.


“라시인은 뭔가 아는 게 있던 것 같았어요. 진정하고 라시인을 기다려 봐요.”


나의 말에 홀은 침묵에 잠겼다. 다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었다. 아까 떠들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이 침묵 속에서 눈치를 보며 발을 구르다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주위 시선은 나에게 몰렸다.


“오! 오블리에 마을의 노란 오두막에 불 켜진 마굿간! 간다! 간다! 간다! 간다! 불붙은 황야! 그 사이를 빠르게 달린다!”


노래 한 구절을 마치자, 매우 불안해하던 제리포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테이블에 한 쪽 다리를 올렸다.


“히야히호! 영광의 황태자 비델르스! 간다! 간다! 간다! 간다! 무한의 갑옷 뷜레스팅 장군. 그의 갑옷도 비델르스 전하의 정열의 검에 갈라지네!”


나는 그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노래를 모르는 드라고프 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500 년 전 비델르스 황제께서 황태자 시절 메델가우스 왕국을 함락시키고 대륙을 통일 시킨 과정을 부른 노래 ‘기사들의 영광.’.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부르는 노래였고, 이 노래를 모른다면 멍청한 녀석이라는 소리를 듣는 노래였다.


기사들의 영광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 당시 비델르스 황제와 함께 전장에 참가하고 전쟁의 막바지까지 같이 한 시인 ‘유토로‘ 가 메델가우스 수도 안에서 맥주를 들이키며 지었던 노래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는 술집에서도 부를만한 경쾌한 승전곡이었다.


뭐, 그건 상관없다! 제리포가 한 구절을 끝내자 헬름이 일어났다.


“그래! 그래! 미친광이 쌍창의 투사는? 그의 지혜로움에 무릎을 꿇었지! 우하이호! 오크 굴 속 두개의 창이여!······.”


여관 주인은 상황을 파악했는지 드포넌트와 맥주 통을 옮겼다. 두 통을 옮길 때까지 헬름은 홀로 몇 구절을 불렀다. 헬름의 구절이 끝나자 드포넌트가 맥주 통 위에 올라셨다. 그가 살짝 비틀거리며 웃긴 표정을 짓자 아이들과 미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푸하후우! 독의 검 오하그푸그? 그는 검을 들지도 못 했지! 오호히야! 영광은 그를 용서하고, 독의 검은 그의 뒤를 지켰지!”


여관 주인은 빠르게 우리의 손에 맥주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맥주를 들이켰다. 홀에서 잠들어있던 페코는 어느새 깨어나 짧은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짖었다.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드포넌트의 구절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크게 불렀다.


“영광! 영광이 있으리라! 붉은 깃발 휘날리며 거대한 나팔 소리에 취해 우리는 달리리라! 우하호오! 간다! 간다! 간다! 간다!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 누가 우리를 막을쏘냐! 우린 황야의 기사! 영광의 모래 바람은 적을 가르리라!”


그리고 이때부터 점점 열기는 더해졌다. 청동컵이 서로 부딪치며 맥주 방울이 사방에 튀고, 의자와 테이블은 뒤집어지고, 누군가는 맥주 통 위를 뜯어 그 안에 머리를 담갔다가 꺼내며 즐거워했다. 맥주 통에 머리를 담그며 즐거워하는 작자가 여관 주인이라고는 말 못 한다.


“미! 미도 한 구절 불러보세요! 구경만 하지 말고!”


나는 후렴구만 부르는 미를 향해 말했다. 미는 자신의 입술에 묻은 맥주를 손가락으로 살짝 쓸더니 베시시 웃었다.


“저 정말 불러도 돼요?”


“당연하죠. 자 일어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Red Soul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레인저 미, 10 부분을 좀 더 늘립니다. 18.08.28 71 0 -
62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8 22.11.24 8 0 10쪽
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0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3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7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4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6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3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7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5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6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4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6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3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