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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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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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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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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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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DUMMY

누가 보면 마법사 집 아니랄까봐, 으리으리하고 신기하게 집을 지어 놨다. 우리 영주님 성보다 크지는 않지만 그 어떤 집에도 꿇리지 않을 크기의 큰집이었고, 철창으로 된 문은 낮에 봐도 빛이 나고 있었다. 울타리 너머 마당에는 꽃밭이 있었는데, 꽃잎이 마법으로 반짝거리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밤에 오면 더더욱 멋지다고, 여기. 여기 한 번도 안 와봤구나?”


“당연하지요. 최근 막 이사 온 걸요.”


제리포는 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란 말을 했다는 듯 머쓱하게 웃었다. 제리포는 경비 대원이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으로 먹고 살아도 될 것 같다. 모자란 사람.


그는 문에 달린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조금 기다리자 곧 젊은 남자가 반짝이는 꽃들 사이로 보였다. 긴 로브에 왼 손에 두꺼운 책, 양 팔목에 특이한 문양의 팔찌. 집과 비슷하게 자신이 마법사임을 확실히 알려주는 복장이었다. 마법사 트레이드 마크인 염소 수염만 있었다면 조금 더 완벽하게 보였을 지도 모른다.


“뭐지, 제리포? 또 유령인가?”


“에, 예. 이번 집은 최근에 이사 온 이 소녀의 집입니다.”


제리포의 말에 마법사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분명 그날 밤 여관에만 찾아왔을 테니까.


나는 헤헤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뛰어다녔고, 페코는 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걱정하듯 낑낑거렸다. 그때 미가 그 마법사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나는 잠시 멈추어 선 채 놀란 눈으로 미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급히 뛰어다녔다.


“마법사 아저씨, 마법사 아저씨, 저희 좀 도와주세요. 무서운 유령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안 그래도 우리 동생은 불편한 아이인데 이 집에 온 뒤로 더 이상해 진 것 같아요! 저희 좀 도와줘요! 페코도 봤대요. 그렇지?”


미는 멀뚱히 서 있던 페코를 끌어안으며 애원했다. 정말 대단한 연기다. 그녀는 현재 눈물, 콧물을 억지로 짜내며 그에게 싹싹 빌고 있었다. 제리포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미를 바라보다가 마법사의 팔을 팔꿈치로 건드렸다.


“이봐요, 유그드타 나리. 애가 이렇게 사정 하는데, 어찌 좀 해 주시면 안 됩니까? 제가 돈 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제리포는 준비 해 온 돈을 유그드타의 손에 쥐어주었다. 유그드타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돈 주머니를 품 안에 슬그머니 넣었다.


“크흠, 자네가 내 주겠다고? 우선 받겠다만, 다음에는 갑작스럽게 데리고 오는 일 없도록. 좋아, 아가씨는 어디에 살고 있지?”


“따라오시면 됩니다.”


유그드타는 잠시 집에서 가져와야 할 물건이 있다면서 들어가더니 굵은 로프 하나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궁금하다는 눈으로 그 로프를 바라보았고, 그는 시선을 느끼곤 손을 내저었다.


“신경쓰지 마. 그냥 간단한 호신용 도구니까. 저항이 너무 강한 유령은 이걸로 묶어두거든.”


“아, 그렇습니까? 전에는 안 가져가던 것 같던데.”


“제리포, 마법사라는 직업 정신이 나의 직감을 툭툭 건드려. 이번 일은 위험하다고 하늘이 내가 전해주고 있어.”


건드리긴 뭘 건드려? 우리는 웃음을 숨기고 예의 상 고개를 끄덕였다.


제리포와 유그드타가 앞장섰고, 그 뒤로 우리들이 따라갔다. 어느새 우리는 드포넌트와 헤어졌던 갈림길 가운데에 섰다. 제리포는 드포넌트가 들어간 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제리포, 오늘 아침 사 주신 책 고마워요.”


“그래, 시내 구경도 꽤 재미있게 했지?”


“네, 불안 중 위안이었어요. 게다가 여기 영지에서 ‘미타엘 프리스트의 참회록’ 이 나온 줄은 몰랐어요. 새로운 지식을 얻었어요, 덕분에.”


나는 둘의 대화를 들으며 어리둥절하다가, 겨우 왜 이런 대화를 나누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시내 쪽에서 나왔고, 마법사는 시야 마법으로 그 모습을 봤을지도 모른다. 근데 들어 온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꺾어져 들어가? 웃기는 짓이다. 지금 미와 제리포는 마법사를 속이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었다.


마법사는 둘의 대화에 의심을 가지지 않고 여유롭게 걷고 있었다. 둘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마법사를 완벽히 속이기 위해 연기에 박차를 가했다. 나는? 셋의 주위를 페코와 함께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유그타드? 유그타드 아저씨, 아저씨는 뭐하는 마법사예요?”


“유그드타야. 그리고 마법사가 마법사지 뭐야.”


“아저씨는 돈 안 벌어? 헤헤헤, 거지야?”


유그드타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순진무구한 바보 소년의 표정으로 헤헤 웃으며 유그드타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면 바보가 제정신으로 돌아 올 것 같아?


그는 목소리를 잔뜩 깔고 작게 말했다.


“이봐, 꼬마야. 마법사는 평민들처럼 낑낑거리며 돈을 벌지 않는단다. 왜냐고? 이 토 나오는 세계는 어두운 밤을 존중하거든. 후후후,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 네가 이 어려운 말들을 알아들을 리가 없지. 너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아쉽구나.”


좋아, 당신 제대로 나한테 걸린 거야. 당신 나를 진짜 바보라고 속은 모양인데, 나는 이 어려운 말들을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정상인이라고. 그 검은 로브의 주인은 당신이었군!


나는 순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게요? 나는 밤 싫어요.”


“그래, 그래. 밤은 싫은 거야. 아저씨도 밤을 좋아하지는 않아.”


밤을 싫어하는 양반이 새벽에 여관을 서성이다 간다고? 웃기는 말이야!


그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다가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야, 이름이 뭐니.”


“미 프로코트요. 제 동생 이름은 에딘 프로코트예요.”


“그래? 예쁜 이름이구나. 언제 이 영지에 왔니?”


“나흘 전 밤에 왔어요. 그 다음은 집 정리 좀 하느라 못 나오고 있었고요.”


유그드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문 다음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파이프를 다시 품 안에 넣었다. 아마 담배나 불이 없었던 모양이다.


“미, 유령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니?”


“글쎄요. 어떤 때는 피 흘리는 아줌마, 어떤 때는 눈알이 없는 무서운 아저씨로 변해서 나타나서요.”


“그런가?······으음.”


유그드타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져 있었다. 자기가 깔아 놓은 유령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겁에 질린 모양이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낄낄 웃었다. 뭐, 바보 연기를 하느라 항상 웃어야 했지만, 이 웃음에는 본심도 담겨있었다.


고개를 살짝 들자 바람에도 꿋꿋이 버티는 높은 종탑이 보였다. 잘 보니 그 탑 안에 경비대원 한 명이 서 있었다. 음? 드포넌트? 그는 종탑 꼭대기에 서서 우리가 오는 길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리포가 할버드를 양 손으로 잡고 기지개를 피자 드포넌트는 종탑의 종줄을 잡았다.


“아저씨, 종탑에도 유령이 살아요?”


“엉? 유령? 물론이지, 에딘. 녀석들은 원한을 가질만한 장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 깔고 눕는단다.”


“이야아, 가는 길에 유령 만나면 아저씨가 팍팍 혼내주실 거지?”


“그래, 그래. 알아서 생각하거라.”


내가 작전을 말한 줄 알고 제리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가 씨익 웃었다. 어느새 우리는 종탑 앞에 서 있었고, 미는 다리가 저리다는 듯이 종탑 밑 돌 계단에 앉았다.


“자 여기서 쉬었다 가죠. 저는 몰라도 숙녀분이 지친 것 같습니다.”


제리포가 휴식을 제안했다. 유그드타는 작게 뭐라 중얼거리면서 미 근처의 그늘을 찾아 앉았다. 제리포는 유그드타를 바라보다가 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미와 대화를 나눴다. 유그드타가 궁금한지 둘을 바라보자 제리포는 대화를 마치고 종탑 안으로 들어갔다. 미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조심스럽게 손짓으로 날 불렀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에게 다가갔다.


“헤헤, 무슨 일이야, 누나?”


미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유그드타를 가리키며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지금이에요, 알아서 잘 잡아둬요. 연기 잘 하시고요.”


지금까지 다 연기였던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저렇게 얼굴을 붉게 만들 수가 있는 거지?


고개를 살짝 돌리자 유그드타가 인상을 찡그린 채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 얘기를 하는지 심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는 미에게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는 한 쪽 눈을 찡그리며 웃었다.


“아저씨, 누나가 부르는데 얼굴이 붉어. 아저씨가 가 봐요. 아픈가봐.”


유그드타는 턱을 쓰다듬으며 괴상한 미소를 짓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에게 걸어갔다. 자리에 가만히 있던 나는 무방비 상태가 된 유그드타의 등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


“에비, 유령이다!”


“뭐? 커, 컥!”


나는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아 뒤로 당긴 후 한 쪽 다리를 걸어 쓰러트렸다. 긴장을 풀고 있던 유그드타는 그대로 나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미는 종탑 문을 급하게 두들겼고, 드포넌트의 고함이 들렸다.


“지금! 지금이에요!”


댕, 댕, 댕, 댕, 댕······. 종이 여러 번 크게 울렸다. 문이 열리고, 제리포가 밧줄을 들고 뛰쳐나왔다. 문을 열 때는 웃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에딘, 입 막아!”


“내 입? 아니면 누구 입이요?”


“마법······.”


제리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그드타가 외쳤다.


“강해져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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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0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3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4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6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3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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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6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4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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