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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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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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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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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DUMMY

라시인의 말에도 남자는 무표정이었다. 남자는 받은 긱스를 돈 주머니에 넣고선 말에 탔다. 라시인은 그들이 떠나기 전에 물었다.


“크흐마크 영지까지 얼마나 걸리지?”


“황야의 잡초에 동정을 가지지 않는다면 저녁쯤에 도착할 것이다. 그 이상은 모른다.”


“그리 멀지는 않다는 뜻이군. 안전을 기원하지.”


남자는 그 말을 한 다음 우리의 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그의 뒤로 부하의 말들이 먼지를 내뿜으며 멀어졌다. 그들이 멀어지고 나는 라시인에게 물었다.


“모흐하라 멘스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도적 기사.”


“도적 기사?”


나는 라시인의 말을 되풀이 했다. 도적이 어떻게 기사가 된단 말인가?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도적이면 도적이고, 기사면 기사지.


라시인은 돈 주머니의 돈을 세 보고 나서는 배낭에 넣으며 말했다.


“저들의 일거리는 곤경에 처한 모험가나 여행자를 도와주고 돈을 받는 일이지. 그런데도 도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구한 사람이 사례금을 안 주면 그냥 죽이거든. 지독한 전통이지. 요새는 그런 전통을 적당히 놓는 모양이군.”


“뭐라 욕하기도, 칭찬하기도 곤란한 사람들이네.”


“고마워는 해야지.”


네 입에서 고마워 해야 된다는 말이 나오는게 참 놀랍다, 라시인.


헬름은 라시인의 팔에 박힌 화살의 화살촉 부분을 잘라내고 라시인의 입에 천을 뭉쳐 물렸다. 그리고 화살대를 잡고 당겼다. 라시인은 신음을 흘리며 입에 물린 천을 악물었다. 라시인의 팔에서 화살이 빠짐과 동시에 피가 튀었다. 헬름은 천으로 라시인의 팔을 감고는 그 위에 불투명한 하얀 물을 부었다. 나중에 하얀 물이 뭔지 물어봤더니, 대부분의 상처를 빨리 낫게 해준다는 힐링 포션이라고, 헬름이 답했다. 라시인은 내 옆구리에 단검이 찔렸을 때도 발라줬었다고 말했다.


라시인은 다친 왼 팔을 살짝 움직여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크흐마크 영지를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모래 폭풍이 더 세차게 불었고, 나와 미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걸었다. 그런 우리 둘에 비해, 헬름과 라시인은 습격한 괴한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헬름이 나에게 다가왔다.


“역시 미친 녀석이었어. 에딘, 따라와.”


“갑자기 왜 그래? 상황을 알려주고 끌고 가.”


그는 내 항의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나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헬름이 나를 말에 태우자, 라시인이 헬름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겁나면 너 혼자 다른 길로 꺼져. 에딘 크라잇은 내가 끌고 간다.”


“뭐? 에딘의 보호는 처음부터 내가 맡은 임무야. 우리 영지에서 내가 끌고 나왔으니 내쪽에 책임이 있단 말이야. 네 위험함을 알았으니 에딘을 그런 길로 들어가게 할 수는 없어. 우리는 바로 수도 아미라스로 향할 거야. 위험한 길은 들리지 않아.”


“이런 멍청한! 아미라스로 가는 길이 맞아. 단지 가는 동안 위험을 피하자는 소리지!”


“클로우자막스 동굴로 들어가서 위험을 피하자고? 위험을 피해 죽겠다는 소리지! 그게 무슨 수도로 가겠다는 소리냐? 땅굴만 돌아다니는 드워프도 섣불리 들어가지도, 들어가서 나올 수도 없는 동굴이라고! 모든 모험가들과 여행자들이 그곳에서 잊혔어!”


미는 헬름이 ‘클로우자막스 동굴’ 이라는 단어를 외치자 그때부터 얼굴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 나는 슬그머니 말에서 내려 미에게 다가갔다.


“미, 클로우자막스라는 동굴이 어떻기에 그러는 거예요?”


미는 내가 옆으로 다가와 묻자, 내가 옆에 왔다는 걸 인지하지 못 했는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잠시 한숨을 쉬고는 내 물음을 답변해 주었다.


“하디오스 씨 말씀대로 위험한 동굴이에요. 그 동굴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예기해 주자면, 100 년 전 현자 미스테리오스가······.”


“자던 도중 머리에 단검이 박혀서, 다음날 아침을 먹기 싫다면 원래 길로 가도 돼! 하지만, 그딴 짓은 네 곰 대가리에만 당하란 말이야!”


“······와 함께 클로우자막스를 영원한 악몽 속으로 봉인한 동굴이죠. 그때부터 동굴에는 이상한 마법이 든 것······.”


“너야말로 클로우자막스와 가정을 차리고 싶다면 말리지 않는다! 멍청히 그 동굴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해도 말리지 않아!”


미의 말은 두 남자의 싸움에 묻혀갔다. 둘의 싸움은 점점 과격해지더니 멱살까지 붙잡기 시작했다. 나와 미는 두 남자를 뜯어냈고, 페코는 상황이 불안하다는 듯이, 날카롭고 큰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나는 헬름과 라시인의 가운데 서서 소리쳤다.


“둘 다 조용히 해! 가는 길은 크흐마크 영지 여관에서 논의해 봐도 늦지 않을 거야. 여기 모래 바람 부는 곳에서 모래 삼키면서 싸우지 말자. 도착 시간만 늦춰질 뿐이야.”


라시인과 헬름은 입술을 깨물며 중앙의 나와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몸을 휙 돌렸다. 나는 싸움이 이 정도에서 끝난 것에 안심했다. 솔직히 둘은 처음 만날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으니 언젠가 싸움이 붙을 것은 예상했다. 서로 성격이 상극이니 말이다.


둘은 나와 미를 중앙에 두고선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걸었다. 분위기가 어두우니 모래 바람이 멎어도 모두가 조용했다. 모래 바람이 불 때보다 말이다. 지독한 침묵이 목을 조르는 기분이다.


“모래 바람이 멎었네.”


나는 침묵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물론 답변은 없었다. 미는 쓴 웃음을 짓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툴툴거리다가 아무 생각 없이 검자루를 쥐었다. 잡을 때마다 머릿속에 항상 같은 장면이 그려진다. 붉게 타오르는 불꽃. 검은 연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타오르는 불꽃. 대장장이인 노바튼 아버지께서도 함부로 다루지 못 할 불같다. 물을 부으면 꺼질까? 모래를 뿌린다면? 그러기엔 불이 너무 커서, 꺼지기 보다는 더 커질 듯하다. 사실 이 불을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삐에엑!’


독수리 울음 소리?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은 어느새 지고 있었다. 차가운 므라카가 그가 떠나간 자리를 대신 섭정하려 했지만, 그녀의 힘은 부족했다. 어둠은 짙어지며, 그녀의 부족한 섭정에 악이 자신의 굴에서 천천히 기어 나오려 했다. 위대한 빛을 주던 불을 사라진다. 독수리는 어디 있지?


‘삐에에엑!’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한 울음. 귀를 틀어막고 싶다. 하지만, 통제가 안 되는 내 몸은 무표정으로 검자루를 꽉 붙잡고 걷고 있다. 내가 언제부터 제 3 자가 되어 나를 볼 수 있었던 거지? 점점 내가 이상해지는 기분이야! 이제 정신나간 웃음 소리만 들리면 정말로 제대로 미친 꼬마가 되는 구나!


다행이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에 묵직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에게 왜 알려주지 않았지?’


‘알려준다면. 만약 알려준다면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흔들리는 불 속에 푸른 머리 남자와, 아름다운 무늬의 바닥에 누워있는 늙은 남자가 보인다. 늙은 남자의 갈색 수염은 검에 베인 듯 부자연스럽게 잘려있었고, 그런 늙은 남자를 푸른 머리 남자가 분노와 원망이 담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푸른 남자의 손에 들린 단검 끝이 늙은 남자가 입은 제복 왼쪽 가슴 주머니를 향해 있었다. 늙은 남자는 그 단검 끝이 두렵지 않다는 듯이 소리쳤다.


“도망쳐? 어디까지 가려고? 너의 영혼의 족쇄는 널 놓아주지 않아!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너는 죽는다! 더 높은 하늘에서 땅을 비웃으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로부터 홀로 버틸 수 있는가? 웃기는 소리. 감금이 네 녀석과 세상에 이로운 걸 알아두어라!”


“그 더러운 입에서 내뱉은 말치고는 너무 거창하다. 나를 이용해 전쟁이나 해 먹은 인간이 세상의 이로움을 운운해? 그런 소리는 오크 굴에 들어가서 떠들어 봐. 이유 없는 전쟁을 좋아하는 녀석들이니.”


“엘도라아안!”


늙은 남자가 소리쳤다. 마치 거대한 눈사태가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것 같은 고함이었다. 엘도란의 단검이, 늙은 남자의 고함에 놀라 움찔했고, 늙은 남자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항상 품 안에 숨기고 다니는 것 같은 단검을 꺼내 엘도란의 단검을 쳐냈다. 늙은 남자가 엘도란의 목에 단검을 겨누고 뒤로 쓰러트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늙은 남자는 엘도란의 귀에 경고했다.


“가만히 있어, 이 덜떨어진 애송이 녀석아.”


“당신은 미쳤어. 악에 찌들어 버렸다고.”


“상관없어.”


“뭐?”


“힘을 가진 권력자란 악에 찌들어야 돼. 선에 눈길을 보냈다간 어느새 차가운 송장이 되어 뜨거운 황야에서 독수리에게 눈알을 뜯길 테니까. 알겠나? 스승의 충고는 잘 담아둬야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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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0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6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7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6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4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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