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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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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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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2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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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DUMMY

그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씩씩거리며 대장간을 나왔다.


“무슨 이딴 장난을 치냐. 에딘이 받은 거, 내가 산 거 잖아!”


“내가 받아서 줬으니, 너만 모르면 내가 산 거지. 누가 딴 짓 하래?”


유치한 것은 둘째 치고, 라시인의 장난 포인트는 대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식료품 가게 앞에서 여자 일행과 다시 마주했고, 아직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있었다.


알리사는 내가 입은 헌 검은 셔츠를 보며 “옷 사러 옷 가게로 가야 해! 애 입은 옷 상태 봐!” 하며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여자들만 신났네요.”


옷 사이를 장난치며 돌아다니는 알리사를 보며 내가 말했다.


“당연하지, 여성복만 판매하는 곳으로 왔으니까. 네 이야기는 그냥 핑계야.”


웨일러는 팔에 난 상처 딱지를 손가락으로 긁으며 답했다.


“왜, 너도 신나고 싶냐? 크흐마크 영지 때처럼 여장이라도 한 번 부탁하던가.”


라시인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리고 헬름은 그때 기억이 났는지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웨일러는 호기심이 생긴다는 눈빛으로 라시인을 바라보았다.


나는 라시인을 만류하기 위해,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 얘기는 왜 해, 라시인!”


“크라잇 군이 여장을 했었단 말이지?”


웨일러는 자신의 짧은 턱수염을 꼬며 씩 웃었다. 그리고 실라사를 부르기 시작했다.


“실라사, 우리 좀 도와줘! 어어, 헬름 붙잡아 줘!”


부리나케 옷 가게 밖으로 도망가려는 나를, 헬름이 번쩍 들어서는 탈의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품 안에서 발버둥 쳤으나, 그의 두꺼운 팔을 빠져나가긴 무리였다.


이곳의 놀림거리가 될 수는 없어! 살아야 돼! 내 참새 눈물만큼 있는 이 자존심은 살아야 돼!


“일전에 여장을 제대로 못 해 본 것 같다고, 한 번 여자들의 센스를 믿고 맡겨져 보고 싶다고 하던데?”


거짓말! 그 정도면 충분히 여장 한 거지! 맡겨지고 싶지도 않아!


“헬름, 이거 놔 봐. 장난 그만 쳐. 다 거짓말이에요!”


“에이, 이번만 놀아주자. 이거 끝내면 내 옷도 고르고 돌아가겠지.”


헬름이 나를 회유하듯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진심으로 열심히 즐기고 있었다.


라시인은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서 웃고 있었다.


알리사는 팔짱을 끼며 나를 바라보다가, 웨일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인형놀이 같은 거지?”


“그렇지. 자신 있지?”


“원래 에딘 옷을 사주려 온 거니까. 재미있겠네!”


말도 안 돼! 왜 그게 그렇게 연결 되는 거야! 그냥 이 일행들 이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다!


미 역시 처음에는 어색한 웃음을 짓다가, 진심으로 하려는 듯 실라사와 알리사에게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탈의실로 던져지기 전 한 마디 저주를 남겼다.


“헬름은 덩치가 커서 몰라도, 라시인과 웨일러는 조심해야 할 거예요. 체격만 크지, 몸이 나쁘지는 않거든요.”


라시인은 콧방귀를 뀌었고, 나는 탈의실 안으로 밀쳐졌다.


밖에서 하이톤 웃음소리와 중간중간 저음의 호탕한 웃음들이 들렸다.


곧이어 당황하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가까워졌고, 내가 있는 탈의실로 밀쳐졌다.


나는 두 번째 인형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라시인?”


“못 하겠군.”


라시인의 표정은 여러 후회와 분노가 가득 찬 표정이었다.


알리사는 “옷 입기 힘드니까 서로 도와줘!“ 하고 떠났다. 그리고 옷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라시인, 그냥 포기하고 받아드려, 나처럼. 편안해 질 거야.”


그는 나를 날카롭게 째려보다가 구석의 의자에 앉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이나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한참 서로 다른 허공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이리도 어색한 사이였던가? 그것보다 옷 고르는데 참 오래도 걸린다.


“라시인, 네 배낭에 있던 그 원피스는 뭐야?”


결국 내가 먼저 이야기 거리를 만들었다. 마침 옷 가게에 있으니 옷 얘기를 꺼냈다.


“별 이상한 걸 캐내려 하는군.”


“오히려 이상한 건 너겠지.”


라시인은 잠시 나를 보다가 본인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히려 더 상황을 어색하게 만드는 주제를 꺼낸 것 같았다.


“확실히 이상해. 모든 것이.”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마지막 물품이야. 날 떠나기 전에······나를 위해 떠나기 전에 남긴······.”


그동안 눈물을 보인 적 없던 라시인이 숨을 힘겹게 뱉고 들이켰다.


분노, 억울함, 고통, 그리움, 절망 같은 감정들이 나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공감의 개념이 아니라, 진짜 그의 감정을 공유하는 괴로움이 몰려왔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손을 대고 기대었다.


그리고 라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벽에 집어던졌다.


“운명! 나의 운명! 모든 걸 버려야 했던 나의 운명!”


흐려진 시야에서 라시인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래, 너 때문이었어! 빌어먹을! 너의 존재 때문에 나는 저주를 받았어! 6 년 전 그 망할 영혼의 각성을 위해 마을을 학살로 몰고 갔다고! 내가, 내가! 너 놈 때문에!”


그가 나의 멱살을 잡고서 벽에 몰아붙였다.


마주친 그의 푸른 눈에서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란에 탈의실 문이 열렸다. 문 앞에 헬름과 웨일러가 놀란 눈으로 서 있었다.


라시인은 그들을 보지도 않은 채, 내 갈색 눈동자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또 혼자가 될 거야. 6 년 전 그날 아침처럼. 그게 두려워.”


라시인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멱살을 놓았다.



헬름은 쓰러지는 라시인을 급히 붙잡았다.


나는 주저앉은 채 라시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가 쓰러지자 다시 숨이 돌아왔다.


웨일러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일단 여관으로 돌아가자고.”


부축을 받아 일어나자 정신이 핑 돌았다. 마치 독한 술을 수십 병 마신 기분이었다.


헬름은 라시인을 부축하고 옷 가게를 나가고 있었다.


다른 쪽을 보니 미가 종업원에게, 저 탈의실에 저주라도 걸린 것이냐고 따지고 있었다.


우리는 잡담 없이 여관으로 바로 돌아왔다.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헬름은 우리 방 침대에 라시인을 눕혔고, 웨일러는 알카에게 지금까지 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알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라시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알카, 라시인은요?”


모여있는 테이블로 알카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목에 냉수를 털어넣으며 물었다.


“음, 기절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몸은 괜찮네요. 크라잇 군은 몸에 별 문제 없나요?”


“전 괜찮아요, 알카. 고마워요.”


알카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방에 있는 여우 같은 친구가 일어날 때까지는 못 가는 건가, 알카?”


구석에 앉아있던 호버트라가 옆에 든 도끼를 번뜩이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겁고 서슬찼다. 친근하고 호탕한 헬름의 목소리와는 딴판이었다.


“아마 저녁까지요?”


호버트라의 발치에 배낭이 있는 것을 보아, 우리가 오면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모양이었다.


웨일러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나는 그와 반대로 저었다.


“우리 그냥 가죠?”


나의 의견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 시켰다.


웨일러가 다시 생각해보라는 듯 물었다.


“그럼 저기 라시인은 어떻게 하려고?”


“그야 제 말에 태우던가 하죠?”


“기절한 사람인데, 잘못 되면 어쩌려고 그래?”


“라시인이 보기보다 엄청 목숨 질긴 건 제가 알아요. 오히려 라시인도 일어나서 ‘출발 안 하고 뭐하고 있었어.’ 하고 역정을 내면 냈지, 기다려줬다고 고마워하지는 않을 거예요.”


웨일러는 저 말이 맞느냐는 의미로 헬름과 미를 바라보았다.


헬름은 머뭇거리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는 솔직히 녀석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웨일러 쪽 일행을 견제하는 무리보다 먼저 가려면 일찍 출발하는 게 좋지 않을까? 들어가기 전에 조사도 해야 하고 말이야. 라시인은 에딘의 말대로 문제 될 건 없을 거야.”


그러자 호버트라는 거대한 배낭을 가볍게 들어 어깨에 걸쳤다.


“그럼 출발 하지.”


그는 나를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이름이 멜딘이라고 했나?”


“아뇨, 에딘이에요.”


“이름이 뭐든. 수고 해라.”


호버넌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관 밖으로 나갔다.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린 채 웨일러를 바라보았고, 웨일러는 이해하라는 듯 어깨만 으쓱였다.


호버트라 역시 라시인처럼 별로 대인 관계가 좋은 편이 아닌 모양이었다.




여관 계산을 끝내고 나오자, 여관 소년이 우리의 말고삐를 끌고 마구간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줄로 묶어야 될 것 같은데. 달리다가 떨어질지도 몰라.”


헬름은 라시인을 트린쿠 안장 위에 올려놓고 손을 털며 말했다.


“이봐, 안 쓰는 줄 하나만 가져다 줘.”


여관 소년은 곧바로 줄을 헬름에게 가져다주었다.


헬름은 소년의 머리를 거대한 손으로 쓰다듬고는 손에 핀어 다섯 잎을 떨어트려주었다.


소년은 헤헤 웃고는 고개를 숙인 후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 짐은 다 챙겼어? 두고 가는 건 없고? 혹시 이 마을에 정착해서 살아 볼 생각 있는 사람? 우리는 상관없어. 나는 마음이 넓어서 마음대로 하게 해 주거든. 언제든지 만나러 올 수도 있는 거고, 그때는 맥주라도 돌······.”


“그만. 없으니까 출발이나 하자고, 이 아저씨야.”


실라사는 웨일러의 말을 끊고선 웨일러를 앞질러 지나갔다. 그녀와 같이 타고 있는 알리사도 웨일러를 향해 혀를 낼름 내민 채 지나갔다.


웨일러는 그저 허허 웃고 있다가 우리 일행까지 지나가고 나서야 호버트라와 함께 말을 몰았다.


나는 말을 몰며 고개를 살짝 돌려서 라시인을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다름없는 차가운 그의 얼굴이지만, 살짝 녹아있는 느낌이었다.


우리와 같이 있으며 조금식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6 년 전 마을? 영혼의 각성?”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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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1 0 10쪽
»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10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7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4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4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8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7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5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40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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