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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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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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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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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DUMMY

라시인의 말에 헬름은 창문의 철창을 붙잡고 앞으로 밀었다. 나와 모흐하라 멘스 둘은 감옥 입구로 천천히 걸어갔다. 호센트는 가기 전에 라시인에게 암구호를 알려주었다. 둘이서만 작게 나눠서 나는 듣지 못했다.


감옥 문을 열자 냉수 컵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간수가 보였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면회는 잘 하셨습니까? 일단 한 잔 들이키시지요.”


나는 조심스럽게 컵을 받고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잠깐 안전을 위해 잠시 주무시고 계세요.”


허물어지는 간수의 몸. 그 뒤에는 호센트가 손을 털며 서 있었다. 물까지 전해준 간수에게 정말 미안함을 느꼈다.


모티우스는 간수를 감옥 안에 넣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우리는 일행이 있는 옥 쪽으로 달려갔다. 창 아래에는 정해진 세 명이 몸을 털며 기다리고 있었다. 라시인은 우리가 오자마자 다시 지시를 내렸다.


“모흐하라 멘스 둘 중 한 명이 로브 벗어서 미에게 덮어줘. 그리고 급한 일이 있다는 듯이 뛰어나가. 에딘, 그 원피스 벗어서 미에게 줘. 미, 바로 내 배낭에 원피스 넣고. 그리고 에딘, 헬름, 여기서 놀아보자. 알지, 헬름?”


나는 라시인의 지시대로 원피스를 미에게 건네주었다. 다행히 원피스 안에 검은 티와 미의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미, 다시 오시면 제가 입을 바지랑 검 좀 가져다 주실래요?”


“그럴게요. 모두 조심하세요.”


“어서 빨리 가 봐요.”


미와 두 모흐하라 멘스, 중년 아저씨, 덩치 큰 개는 빠르게 성문을 빠져나갔다. 라시인과 헬름은 그 모습을 보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빠르게 미 일행의 뒤를 쫓아 성문으로 달렸다.


미와 모흐하라 멘스들을 바라보던 경비대원들은 우리가 달려오자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급히 할버드를 우리 쪽으로 돌렸다.


“날 따라와!”


누구한테 하는 건 지는 몰라도, 라시인은 크게 소리치며 방향을 옆으로 꺾어 달렸다. 나와 헬름은 라시인을 따라 방향을 똑같이 꺾었고, 할버드를 노린 채 가만히 서 있던 경비대원들은 우리들이 방향을 옆으로 꺾자 당황했다.


경비대원들은 우리 뒤를 따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죄수가 탈옥했다! 죄수가 탈옥했다고! 빨리 안 뛰어나오냐? 거기서! 야, 빨리 안 뛰어?”


대체 누구한테 명령하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우리 뒤로는 꽤 많은 경비대원들이 붙었다. 게다가 앞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경비대원들도 있었다. 물론 앞에서 튀어나오는 경비대원들은 라시인이 걷어차 버리며 길을 열었다.


성을 몇 바퀴 돌았다 싶을 때 라시인이 말했다.


“여기서 멈추자. 헬름, 어디 한 번 날뛰어 봐.”


“뭐? 저것들을 반 쯤 박살 내 놓으라고?”


“깨부수지는 말고, 허맨 도시 때 처럼만. 아까 내가 걷어찼듯이.”


“적당히 하지.”


헬름은 속도를 줄이나 싶더니 몸을 돌려 맨 앞에 달리던 경비대원을 팔로 걸어 넘긴 다음 할버드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오는 경비대원을 할버드 뒤쪽으로 쳤다. 할버드에 맞은 병사는 뒤로 튕겨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걱정했다.


“헬름, 죽으면 어쩌려고?”


“걱정 마, 에딘! 그래봤자 이 몇 개 빠지겠지.”


이 몇 개 빠지는 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한다.


라시인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비대원들을 쉽게 제압해 쓰러트리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할버드를 옆으로 넘긴 다음 가슴을 밀쳐 쓰러트리거나, 할버드를 빼앗은 다음 발로 걸어 넘어트렸다. 나는 그가 빼앗은 할버드 두 개를 양 겨드랑이에 끼운 채 이리저리 휘둘렀다.


라시인은 그런 내가 위험해 보이는지 한 마디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내가 휘두르는 할버드는, 눈을 감고 휘두르는 지팡이보다 못 한 수준이라는 것을 라시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냥 경비대원의 접근을 막는 수준이었다.


“우리 영지 경비대원들 보다 더 약한 것 같지 않아, 에딘?”


“너만 그런 거야!”


나는 사방에서 찔러오고, 베어드는 할버드를 튕기고 피하며 헬름의 물음에 답했다. 헬름은 히죽 웃은 다음 들고 있던 경비대원을 휙 내던졌다.


어느정도 경비대원들이 지쳤다 싶었을 때 우리는 뒤로 빠지며 공격을 멈췄다. 경비대원들도 동료를 부축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이, 탈옥수들, 헉······헉······, 무의미한 저항 그만두고······흐, 하아,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라.”


경비대원 중 한 명이 지친 목소리로 우리에게 명령했다. 라시인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 너희들을 살려주려고 하는 거야, 멍청이들아. 너희들 여기서 다른 곳으로 가면 나랏님들한테 죽어.”


“그게 무슨 말이냐?”


“이런 거야. 헬름, 외쳐.”


그러자 헬름은 기다렸다는 듯이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백마? 그래, 백마! 황야에서 굴러먹는 놈들이 웬 백마 타령이야?”


그러자 성문 쪽에서 또 다른 고함이 울렸다.


“황야의 먼지에 찌든 백마는 황마가 되어 버리고, 그 황마들은 다시 백마를 꿈꾸지! 지금이 씻을 기회다! 가자!”


호센트의 목소리였다. 헬름은 저런 답장이 올 줄 몰랐다는 듯 피식 웃었다.


경비대원들은, 주변에서 크게 울리는 거대한 말발굽 소리와 모흐하라 멘스들의 고함에 당황해서 할버드를 집어 들고 사방에 노렸다. 헬름과 라시인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라시인은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내 말 이해 못 한 거야? 그냥 가만히 있어!”


라시인의 말에 그들은 우물쭈물하며 할버드 창끝을 살짝 내렸지만, 경비대원 중 한 명이 물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도적단 녀석들이 성에 들어오려고 하잖아!”


“이미 성 안에 도적보다 못 한 것들이 있는데, 저 녀석들이 무슨 상관이야?”


“뭐, 뭐? 그게 무슨······.”


몇 명은 라시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대부분 이제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대원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헬름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는 뭘 하면 되지요?”


“그냥 여기 뭉쳐서 기다리면······되는 것 같은데? 그렇지, 라시인?”


라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흐하라 멘스들에게 경비대원과 하녀, 하인들은 공격하지 말라고 해 뒀어.”


경비대원들은 그 말을 듣고도 그리 편한 표정으로 앉아있지 못했다. 대부분 금방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자세로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앉아 헬름과 라시인에게 맞은 부위를 매만졌다. 몇 경비대원은 아직도 할버드를 못 놓고 라시인과 헬름의 눈치를 살폈다.


헬름은 자기가 친 경비대원에게 사과를 하겠다고 그 경비대원에게 걸어갔고, 나와 라시인은 모흐하라 멘스에게 뒷일을 맡기고 자리에 앉으려 했다. 그때 멀리서 날카롭게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헬름이 있던 방향이었다. 설마 경비대원하고 시비가 붙은 건 아니겠지?


“라시인, 경비병들을 지켜! 에딘, 지금 당장 모흐하라 멘스에게 달려가서 지원 요청해!”


헬름은 검은 로브 입은 괴한의 검을 할버드로 막아내고 있었다. 주변에서 검은 로브를 두른 괴한들이 튀어나왔고, 경비대원은 정신없이 일어나 그들을 상대했다.


“갈 수 있겠냐?”


다가오는 괴한을 쳐내며 라시인이 물었다.


“라시인 네가 가면 경비대원은 내가 지켜야 해. 아니 지켜지겠지.”


라시인은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쪽에 있는 괴한을 발로 차 넘겼다. 나는 그 괴한을 밟고 모흐하라 멘스들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어딜!”


라시인과 어느 정도 멀어졌다 생각됐을 때 고함과 함께 대각선에서 뭔가 달려들었다. 검? 쓰러진 괴한 중 하나가 누운 채 검을 든 팔을 나에게 뻗은 것이다. 좀 더 앞으로 간다면 옆구리에 검이 박힐 것이다.


나는, 이렇게 된 거 피하는 시늉이라도 하자는 식으로 달리는 상태로 뛰어올랐다.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르던가? 어느새 나는 검 위를 아슬아슬하게 나는 듯이 뛰어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무사히 땅을 굴렀다. 이걸 진짜 ‘무사히‘ 라고 불러도 되려나?


“운이 좋군, 그냥 비리비리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내 운이······아이고, 나 죽네. 보통 운이 아니거든.”


모래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나는 땅에서 신나게 구른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나를 공격했던 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롱소드를 고쳐 잡았다. 나를 겨누는 롱소드의 검날이 모래바람 속에서도 시퍼런 은빛을 냈다. 그런 롱소드를 쥐고 있는 그에 비해 나는 빈손이었다. 그는 이를 드러내고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


“이제 그 운도 끝이다.”


마치 늑대의 으르렁거림 같았다.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고, 내가 뒷걸음질 칠 때마다 남자는 내 걸음에 맞춰 나에게 다가왔다. 어디 나뭇가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정, 정말 그러려나? 하긴, 이젠 더 이상 안 올 줄은 알고 있었지.”


나는 갑자기 머릿속에 기억 하나가 스쳐갔다. 어릴 적 장난 중 하나였다. 나는 씨익 웃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씨익 웃고 있는 나를 기괴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좋았어, 살았다! 고마워, 헬름!”


나의 외침에 남자는 ‘헛’ 소리와 함께 몸을 뒤로 돌렸다. 나는 그 틈을 타 뒤로 돌아 발 빠르게 달렸다. 뒤에서 남자의 쉰 고함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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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6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8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6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4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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