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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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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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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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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DUMMY

“악의 하수인을 스승으로 삼은건가, 내가?”


늙은 남자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악의 하수인이 되어 세계를 지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널 죽인다면 균형은 무너지고 악이 태어난다. 그리고 죽인 자와 세계를 지배하지! 지금 네 목을 따는 것은 아주 쉬워.”


엘도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능하다면 죽여 봐. 악과 세계를 지배해 봐.”


“얼마든지.”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날카로운 단검이 엘도란의 목을 꿰뚫는 모습이 그림자로 비춰졌다. 피가 바닥 무늬를 타고 흘렀다.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스승님.”


침묵을 깨고 엘도란이 말했다.


“말하지 말거라. 피가 더 나올 지도 모르니.”


“떠나겠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늙은 남자는 단검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엘도란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흔들지는 못했다. 늙은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뜨거운 눈물이 엘도란의 제복 위로 스며든다. 엘도란은 그런 스승을 내려다보지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았다. 늙은 남자의 단검은 살만 찌르고 있었다.


“이 악에 젖었던 스승을 용서해 주겠느냐?”


“물론입니다, 스승님. 젖었던 악은 금방 마를 것입니다.”


늙은 남자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엘도란의 목에 꽂힌 단검을 조심히 뽑아 땅에 내팽개쳤다. 엘도란은 피가 새어나오는 목을 감싸 쥐고 물었다.


“저와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니, 미안하지만 사양하겠네. 이 드라고프국은 내가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아. 이번에 출병 문제도 내가 다루고 있는 건 잘 알고 있겠지?”


“그럼 죄송한 부탁이지만, 제 문제도 처리해 주실 수 있으십······.”


불이 갑자기 커진다. 정신은 빠르게 제 3 자에서, 어설프게 분위기를 잡으며 심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 예비 푸줏간 주인장 에딘 크라잇이라는 소년으로 돌아왔다. 나는 천천히 검자루에서 손을 놓았다.


“영지가 보이는군.”


라시인의 말이 날 완벽하게 깨웠다. 나는 눈을 찡그리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대지 위에서 모래 바람을 맞아가며 꿋꿋히 버티는 성벽이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 우뚝 솟은 탑이 보였다. 탑 꼭대기에는 므라카가 푸른빛을 뿌리며 도도히 앉아 있었다.


“이런 걸 아름다움에 비유하지 않는다면 뭐에 비유해야 할까, 헬름?”


나의 물음에 헬름은 크흐마크 영지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음, 환상적이다?”


“그건 너무 식상해. 다른 걸로 비유해봐.”


“마이레트······.”


헬름은 저 아름다움에 푹 빠져 아무 말이나 막 내뱉은 모양이다. 나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을 알기에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약점을 잡았으면 콱 깨물라고, 누가 말했던가.


“하이레스 씨의 여동생인 마이레트 하이레스를 말하는 거야? 그녀는 너에게 눈길조차 안 주는······.”


“악악, 실수야! 시끄러워! 입 다물어엇!”


으윽, 네가 더 시끄럽다! 그는 나의 입을 자신의 두툼하고 큼직한 손으로 틀어막았다. 제대로 못 들은 라시인과 미는 우리 둘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헬름과 나는 어색한 미소로 대처했다.




성문 앞에는 투구를 쓰고 할버드를 성벽에 기대어 둔 채 잡담을 나누는 경비대원 두 명이 보였다. 그 둘은 잡담을 나누다가, 다가오는 우리 일행을 발견하고는 자기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둘 중 하나가 할버드를 집어 들고, 기울어진 투구를 고쳐 쓰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딱히 기분이 좋지 않은걸?


“잠시 멈추십시오. 영지에 들어가실 겁니까?”


헬름이 우리의 대표로 입을 열었다.


“예, 들어갈 겁니다. 근데 여기 영지 사람들은 사람을 만날 때 서로 손동작으로 장난을 하고 만납니까? 에딘, 우리도 할래?”


어느새 경비대원의 투구 아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는 머쓱하게 투구를 긁으며 웃었다.


“이건 그냥 뭐, 그러니까······. 그냥 장난이었는데 불쾌하셨다면 사죄하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나중에 영지로 돌아간다면 제 부하들에게 좀 알려줘야겠습니다! 경비 서는데 심심하지 않을 겁니다.”


“아, 다른 영지의 경비대장이셨습니까?”


“아뇨, 그 정도는 아니고,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비부대장입니다. 지금은 영지의 용무 때문에 수도 아미라스로 향하고 있죠.”


“아, 그러셨군요. 아, 너무 붙잡고 있었군요! 들어가시죠. 다시 한 번 사죄드리겠습니다.”


경비대원은 사과를 끝으로 우리를 크흐마크 영지에 들여보내 주었다. 늦은 저녁이라 영지 사람들은 볼 수 없었고, 몇 잠들지 않은 떠돌이 견, 고양이들이 우리의 발소리에 놀라 도망쳤다.


나는 영지를 둘러보며 히죽 웃었다. 푸줏간이 눈에 보였다. 다른 마을이나 영지에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처음 오는 영지에서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자의 가게를 보는 건 묘한 느낌이다. 라시인은 도대체 어떤 장면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지 궁금한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를 미친 녀석 취급하듯 바라보았다.


처걱 처걱, 우리 옆으로 경비대원들이 지나간다. 경비 교체 시간인가 보다. 잠시 후 나는 성문 쪽에서 환호를 들었다. 아까 들은 목소리였다.


“이보시오. 주인장 없소?”


헬름은 ‘황야의 피신처’ 라는 간판을 내걸은 영지 중앙 여관의 잠긴 문을 마구 흔들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헬름은 오른 발을 동동 구르다가 다시 한 번 여관 문을 세게 두들겼다. 여관 불이 켜지며 창문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빗장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튀어나왔다.


“장난으로 이러는 것이오? 아니면 여기서 투숙하려고 이러는 것이오? 이 밤중에!”


여관 주인은 두꺼운 막대기를 들고 물었다. 그는 우리가 답하기도 전에 우리의 몸을 위 아래로 훑어보다가 막대기를 옆으로 치우고선 비켜섰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방 두 개랑, 또 따로 필요하신 거 있으십니까?”


“보통 뭘 많이 시켜요?”


나의 물음에 여관 주인은 친절히 답했다.


“아침과 점심에는 식사. 저녁에는 술을 많이 시키더구나.”


“새벽은요?”


“모든 걸 시키지.”


“그럼 술과 식사요. 다른 사람들도 통일이지?”


나는 뒤 일행을 둘러보며 물었다. 나의 제안에 단 한 명만 고개를 저었다.


“에딘, 전 너무 피곤해요. 먹다가 잠들지도 몰라요.”


미는 모래가 달라붙은 긴 갈색 머리카락을 쓸며 말했다. 그리고는 흐느적거리며 윗층 방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미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테이블 하나를 점령했다.


단잠을 방해받은 여관 주인을 제외하면, 이 홀에 있는 세 명과 한 마리는, 충분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과, 차가운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흥얼거리며 맥주와 식사를 기다리고 있을 때 두 명의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야, 여간해서는 새벽에 열지 않던 집이 오랜만에 열었네! 어어, 여기서 주무시는 겁니까?”


문을 열고 들어 온 남자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투구를 벗으며 다가왔다. 성문에서 보았던 경비대원이었다. 아마 교체되고 나서 바로 술집을 찾아 헤맨 모양이다. 헬름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 뒤 테이블에서 의자 두 개를 가져다 자신의 옆에 두었고, 덕분에 라시인과 나는 의자 공간을 내 주기 위해 조금씩 의자를 옆으로 옮겨야 했다.


“우리는 여기서 자게 됐습니다. 술 마시러들 오신 것 같은데, 합석 하시죠?”


“아, 이런.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그럼 사양 않고 앉겠습니다.”


둘은 헬름이 마련해 준 자리에 앉았고, 여관 주인은 주방에서 고개를 힐끔 빼더니 뭐라 중얼거리고는 다시 주방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아마도 단잠을 깨운 불청객들을 향한 소심한 구시렁으로 추측된다.


“저는 크흐마크 영지 경비대원인 ‘제리포 듀트‘ 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드포넌트 존코드‘ 저와 같은 경비대원이죠.”


성문에서 우리에게 다가왔던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같이 있었던 남자의 이름도 같이 밝혔다.


“넬던 영지 경비부대장 헬름 하디오스입니다. 이녀석은 넬던 영지 차기 푸줏간 주인 에딘 크라잇. 그리고 저기는 라시인. 저 개는 페코.”


통성명이 끝나자 드포넌트는 이상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헬름은 그의 모습이 이상했던 모양인지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존코드 씨?”


“예? 아, 아! 하디오스 씨, 같이 계시던 여성분은 어디 계십니까?”


“여성분이요? 음, 우리 일행은 여기 개까지 포함해서 넷인데, 무슨 말입니까?”


헬름의 장난기가 또 발동했다. 경비대원들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장난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혹시, 전에 도적들에게 습격당했을 때 있잖아. 그때 미가 아닐까? 화살에 맞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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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7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8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7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5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40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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