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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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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최근연재일 :
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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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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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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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DUMMY

나는 미를 일으켰다. 그때 딱 맞춰 드포넌트가 한 구절을 다 부르고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북돋아 주었다. 그녀는 웃으며 한 쪽 머리를 귀 뒤로 넘기더니 입을 열었다.


“호하우우! 누눌의 협곡도 그를 막을 수 없었네! 이히야호! 붉은 검이여! 북쪽의 눈을 녹여라!”


으윽, 앞으로 명심해 두어야 할 것 하나. 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드포넌트는 놀란 눈으로 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양 입 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아무래도 미에게 무슨 감정이 있는 눈치였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모두가 아까처럼 발을 구르며 후렴구를 불렀다.


“영광! 영광이 있으리라! 붉은 깃발 휘날리며 거대한 나팔 소리에 취해 우리는 달리리라! 간다! 간다! 간다! 간다!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 누가 우리를 막을쏘냐! 우리는 황야의 기사! 영광의 모래 바람은 적을 가르리라!”


이야, 방금 밖에서도 노래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우리들 때문에 깬 몇몇 사람들이 부른 모양이다. 어쩌면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욕을 부른 걸지도 모른다. 내일 이곳에 몽둥이를 든 주민들이 몰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는 맥주를 하늘로 추켜올렸다.


“가자! 가자! 가자! 검은 황소 노이에스터 장군! 가자! 가자! 가······라시인?”


“정말 다들 신났군. 누구는 스피드 마법이 걸린 마법사를 쫓아 어두운 거리를 죽을 맛으로 달리고 왔는데 말이지.”


라시인은 문틀에 힘겹게 기대어 숨을 몰아쉬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에게 내 손에 들려있던 맥주를 건넸다. 그는 뭐 씹은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거칠게 받아서는 쭉 들이켰다.


“떠들고 있으라고 해서 떠든 것 뿐이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흥, 이럴 때만 말을 잘 듣는군.”


라시인은 테이블 위에 맥주잔을 큰 소리로 내려놓았다. 모두가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라시인은 느릿느릿 계단 앞으로 발을 옮겼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뭐야? 지금 화난 거냐?”


헬름의 물음. 라시인은 헬름의 물음에 대꾸도 안 하고 계단 앞에 섰다. 그는 자신 옆에 쓰러진 의자를 세우더니 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말했다.


“뭐해? 안 놀고? 노이에스터 장군이 뭐? 에딘, 마저 불러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투우장의 투우소처럼 비델르스 황태자에게 멍청하게 속았지!”


나는 제리포 덕에 여관 주인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여관 주인 셰던 씨는 라시인에게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라시인은 받아서 마시려다가 셰던 씨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귀에 대고 뭔가 말하곤 맥주를 들이키며 등받이에 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후렴구가 울려 퍼졌다.


“영광의 모래 바람으으은! 적을 가르리라아아!”


긴 노래를 마지막까지 목이 터져라 혼자 부르던 헬름은 헤죽거리다가 결국 뒤로 쓰러졌다. 잠시 헬름의 신음이 땅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가 코 고는 소리에 묻혔다. 코 고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 망할놈. 지금까지 시끄럽게 만들었으면 잘 때라도 조용히 자던지.”


라시인은 헬름을 쏘아보며 말했다. 시간이 꽤나 지나고, 모두 골아 떨어졌다. 여자 둘과 두 소년은 의자들을 급조해서 침대로 만들어 그 위에 누워서 잤고, 남자 넷은 바닥에 정신없이 늘어져 잠들어 있었다. 작은 축제가 끝나고 깨어있는 사람은 늦게 찾아와서는 맥주와 안주만 축내던 남자와 이 축제의 주동자뿐이었다.


라시인은, 쓰러진 채 달리는 자세를 하고 죽은 듯 자고 있는 페코를 바라보며 물었다.


“개도 맥주를 마실 줄 알던가?”


“딱히 나쁜 맛은 아닐 거야. 잘 봐. 저 표정. 웃고 있잖아.”


“지금 취했어.”


“응? 아, 그래. 페코는 지금 취해있지. 술을 마셨으니까.”


라시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너. 네 녀석이 취했다고. 얼굴에 근육도 없는 개가 어떻게 웃고 있을 수 있어? 그냥 네가 취했으니 웃는 걸로 보이겠지.”


나는 손을 저었다.


“몰라 몰라. 어쨌든 그렇게 보이는데 어쩌라는 거야. 근데 말이야아 그 유령들 마법사의 짓이 맞지?”


라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녀석은 전문적으로 이 일만 하던 것 같더군. 미리 발에 스피드 마법까지 걸어두는 아주 훌륭한 준비성도 가지고 있어.”


“그럼 여러 번 저질렀다는 소리네? 히야, 유령 넣는 마법사 있고, 빼주는 마법사 있고. 정말 웃긴 일이네.”


나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아니. 둘 다 동일한 사람이야. 사기를 치고 있는 거지.


“사아기이? 유령으로 사기를 쳐?”


“쉬운 거야. 유령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다시 거둬가는 방법. 그리고 거둬 준 대가로 돈을 받는 거지.”


그는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손을 쥐었다 폈다.


“녀석의 주소는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에게 속은 영지 사람들이 자주 부탁하러 갔을 테니까.”


“그래서? 찾으러 갈 거야?”


“아니. 우리는 내일 점심 쯤 떠날 거야.”


“잉? 그럼 왜 우리가 지금 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야?”


갑자기 라시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상한 눈으로 라시인을 바라보았고, 라시인은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안주를 주섬주섬 집었다. 그리고 검지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에서 너와 미, 페코는 제외 돼. 너희 셋은 마법사를 잡으러 간다.”


“뭐? 우리 셋? 너랑 헬름은? 오히려 힘 센 사람 둘이서 잡는 게 낫지 않아? 다섯이면 더 좋고.”


그러자 라시인은 마른안주를 씹으며 말했다.


“좋아, 그리 좋지 않은 너의 무식한 뇌에 경의를 표하며 설명을 시작할게.”


여기서 튀어나가 양 손으로 그의 목을 붙잡고 흔들고 싶은 기분이 충만했지만, 간신히 그 충동을 억눌렀다.


“우선 나와 헬름은 왜 안 되는 건지 설명해 줄게. 나는 그를 뒤쫓으면서 그에게 내 얼굴을 외울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주었어. 그의 집 앞에 가서 문을 두드려? 미친 짓이지. 도망갈 거야. 헬름? 이 덩치가 유령을 봤다고 소리치면 정말 재미있겠네. 우선 의심부터 하고 볼걸?”


“그럼 우리 셋은 왜?”


“그것도 설명할 생각이었어. 우선 미는 여자야. 여자는 예민한 만큼 주변의 변화를 잘 느끼지. 그리고 너. 넌 어려. 게다가 몸도 외소한 편이고, 힘도 약하지. 딱 봐도 유령에 홀리기 쉬워. 물론 네놈은 독하니 홀리지 않았겠지만. 그리고 페코. 개들이 유령을 보고 짖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봤겠지?”


“그래서 우리 셋이 가면 마법사의 의심을 덜 받는다는 거지?”


“그래. 이제야 네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얼마든지 준비됐어.”


“뭐?”


“네 머리를 돌려놓는 일.”


나는 순식간에 뛰어올라 라시인을 덮치려 했고, 라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살짝 비틀며 내 공격을 피했다. 나는 그대로 세 경비대원 위를 굴렀다. 다행히 세 남자는 술에 곤죽이 되어 무릎과 팔꿈치로 아무리 찔러도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제리포와 드포넌트는 하드레더 덕분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셔츠만 입은 헬름은 술 덕분에 고통이라는 감각을 잃은 것 같았다.


라시인은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제리포와 드포넌트, 미에게 내일 아침에 각자 할 일을 말해 줄 거야. 너는 그냥 걔들이 말하는 걸 그대로 따르면 돼.”


“알겠어. 근데 올라가서 자려고?”


“그래야지. 유령이 무섭진 않아. 전쟁터로 가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걸 마주하게 되거든.”


그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네 명을 내려다보며 “끼어서 자 볼까?“ 하고 고민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자다가 넷 중 한 명에게 깔려 죽을 것이다. 나는 의자를 이어 붙여 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올라갔다.


마법사! 내 18년 동안 우리 영지에 몇 명이 지나갔었지? 10살 때쯤 한 명 지나갔었나? 아니, 그 사람은 사기꾼이었어! 수도에서 왔다면서 공짜로 비싼 물품을 챙기고 사라졌지. 그래, 14살 때 마법사 길드 마법사가 한 명 왔었지. 살아있는 마법사가 아니라 오크에게 참혹하게 난자당한 상태였지만. 피 묻은 신분증으로 겨우 알 수 있었다. 그럼 우리 영지는 마법사가 한 번도 안 지나갔었다는 건가?


마법사라는 직업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마법사를 만난다고 하니 뭔가 긴장이 되었다. 정말 영지 사람들 말대로 긴 고깔모자를 썼을까? 미친 사람처럼 이상한 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행동을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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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0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3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7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4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6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3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2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7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5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6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4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6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5 0 9쪽
»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6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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