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갈색인간 님의 서재입니다.

Red Soul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최근연재일 :
2022.11.24 13:16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4,591
추천수 :
5
글자수 :
279,740

작성
22.11.23 19:47
조회
10
추천
0
글자
10쪽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DUMMY

라시인이 옷 가게에서 했던 말을 되뇌었다.


그러자 내 옆에서 라시인의 말을 끌고 가던 헬름이 물었다.


“6 년 전 영지에 내가 모르는 일 있었냐, 에딘?”


“아니, 아니. 나한테 있던 일은 아니고, 그냥 좀······.”


말을 흐리다가 헬름에게 다시 물었다.


“헬름, 혹시 6 년 전에 갑자기 주민들이 모두 죽은 마을이나, 사라진 마을이 있어?”


“6 년 전에 사라진 마을이라.”


“그래, 6 년 전. 우리 영지에 들리던 사람들이 한 얘기가 있을 거 아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역시 우리 영지의 1 년 전 일도 기억하기 힘든 판에. 다른 영지 마을 일은 하나도 모르겠다.”


그때 옆에서 웨일러가 슬그머니 얘기에 끼어들었다.


“6 년 전 사라진 마을?”


“아, 듣고 계셨어요?”


“역시 그냥 가기에도 심심하고, 내가 조금 알고 있는 얘기가 있거든.”


“웨일러가 사라진 마을을 알고 있다고요?”


그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6 년 전. 너희 일행이 모를 만도 해. 드라고프 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거든.”


“드라고프 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요?”


“곤트러스 국에서도 엄청 안 쪽 변방인 루베빌 마을. 어느날 갑자기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이야. 그날은 내가 기억해. 스물한 살 때, 곤트러스 국 변방까지 호기로 몰래 갔었거든.”


웨일러는 그날을 기억하려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날은 술집에서 술집 사람들이랑 친구 맺고서 신나게 마셨지. 어차피 언어는 같았으니, 억양만 적당히 따라했으면 됐으니까. 곤트러스 국 술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지?”


곧 그는 본인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긋는 행동을 했다.


“그렇게 신나게 마시는데 문이 쾅! 열리고, 웬 이쯤 허리를 크게 베인 남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 창자를 손에 들고 오는 격이더라고.”


현장감 있는 그의 말에 무심코, 흘러내리려는 창자를 손에 안고선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버렸다.


푸줏간 일을 할 때도 자주 보는 모습은 아니었기에 속이 울렁거렸다.


“술 마시면서 볼 장면은 아니었지. 입에서 피를 왈칵왈칵······여기까지만 이야기 할게. 아무튼 도와달라며 절규하는데, 너무 상태가 심해서 어쩔 수 없더라고. ‘어떤 미친 새끼가 루베빌 마을을 박살낸······’ 을 끝으로 그 사람은 죽었어.”


“루베빌 마을에 가 보셨어요?”


“그래, 가 봐야지. 장난이 아니었어. 길거리에는 시체가 넘쳐났고, 허리가 잘린 남자가 창자를 질질 끌고 우리를 맞이했지. 그의 하반신도 멀리서 들개한테 뜯기고 있었고. 그리고 그 남자도 죽었어. 용했지, 살아있는 게.”


배낭에서 지리서를 든 헬름은, 지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곤트러스 국 변방이면, 대강 여기야?”


“그래 거기. 바다에서도 거리가 먼 평야 지역이지.”


“전쟁이랑도 관련이 없었겠네. 동맹국인 브리언트 국이랑 더 가까웠으니. 항구 가치도 없는 마을이고.”


“그래, 주위 같이 간 모험가들도 그런 말을 했었지. 근데 도적단 짓이라기에는 딱히 약탈을 당한 것도 없었고, 몬스터들 짓이라고 보기도 어려웠지. 가축들도 갈가리 찢기기만 했지, 먹힌 흔적은 없었거든.”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나도 모르지. 누가 그랬는지 주변 마을을 모두 뒤져봐도 루베빌 마을 소식을 들었던 마을은 없었어. 소식을 들은 건 우리가 유일했던 거지. 심지어 그동안 본인들 마을에 찾아온 외지인도 없었다는 거야.”


말을 너무 많이 했는지, 웨일러는 수통을 꺼내 물을 들이켰다.


“그 다음은 몰라. 시신이라도 정리하려 했더니, 웨어울프 놈들이 시체 냄새를 맡고 몰려왔거든.”


대화가 웨일러와 헬름 위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둘은 루베빌 마을 얘기를 뒤로하고,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사막의 지름길 사이 쉼터, 뉴로드 영지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뉴로드 다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이 묶였다.


“저기 멀빈이군.”


호버트라가 뉴로드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웨일러는 검집을 잡고서 으르렁 거렸다.


“빌어먹을 모험가 자식들도 같이 있군. 다른 못 보던 놈들은 용병인가? 빌어먹을 새끼들.”


뉴로드 다리에는 한 무리가 다리를 막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뉴로드 영지 여관에서 헤어졌던 멀빈도 서 있었다.


헬름도 다리를 막고 있는 무리를 보며 검집을 잡았다.


“다리 옆으로 지나갈 수도 없어, 웨일러.”


“그래, 모두 무장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부딪쳐야 겠어.”


다리에 가까워지자, 막고 있는 집단들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자랑하듯이 허공에 휘두르거나, 어깨에 지고 있었다.


호버트라는 본인의 그레이트 소드를 뽑아 땅에 늘어트렸다.


그들 사이 멀빈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으며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슉 하고 볼트가 트린쿠의 발굽 앞 땅에 꽂혔다.


트린쿠는 두 앞발을 공중에 띄웠고, 나는 트린쿠의 목에 매달렸다.


다시 땅에 내려놓고 나서야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일행은 말을 멈췄고, 웨일러가 말에서 내려서 고함쳤다.


“멀빈! 제대로 쓰레기가 됐군!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그러자 반대편에서 멀빈의 고함이 들렸다.


“네가 생각하는 쓰레기의 정의가 뭐지, 웨일러? 네 맘에 안 드는 녀석이냐? 아니면 날 가지고 놀았던 계집년?”


“전 동료의 목숨을 비겁하게 노리려는 녀석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나라면 거기 일행과 같이 안 있고 고향에 갔겠지.”


“그래? 네가 나의 상황이 되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 진짜로?”


둘은 각자의 왼 손으로 검집을 잡고, 오른 손으로는 검자루를 잡은 채 빠르게 서로에게 걸어갔다.


헬름과 호버넌트가 급히 말에서 내려서 웨일러의 뒤를 쫓았다.


그러자 멀빈의 뒤에도 세 명의 남자가 붙었다.


미는 화살을 뽑아 멀빈을 노렸고, 나는 알리사에게 트린쿠와 라시인을 맡긴 후 헬름의 뒤를 쫓았다.


숙련된 모험가를 상대하려니 긴장이 크게 됐지만, 어쨌든 수는 맞춰야 할 것 같았다.


“웨일러, 피해요!”


미가 외치자, 화살이 웨일러의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갔다.


그와 동시에 웨일러가 멀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미의 화살이 멀빈을 향해 쏘아졌다.


멀빈은 몸을 급히 틀어 화살을 피했지만, 웨일러가 빠르게 달려드는 건 미쳐 못 본 모양이었다.


웨일러는 검을 뽑아 멀빈의 허리를 베어 들어갔다.


“이런 제기랄.”


검은 멀빈의 가죽 갑옷만 베고 지나갔다.


그의 뒤에 있던 남자가 멀빈을 끌어당긴 덕이었다.


멀빈을 구해낸 남자는 반대 팔로 배틀 엑스를 높게 들어 올렸다.


“일 대 일 싸움이 아니라고.”


호버트라가 그레이트 소드로 배틀 엑스를 든 남자의 허리를 베어 들어갔다.


배틀 엑스를 든 남자는 허리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죽기 살기로 웨일러에게 도끼를 내려 찍으려 했다.


헬름은 다른 모험가에게 막혔고, 웨일러와 호버트라는 아직 검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럼 나밖에 없잖아!”


그렇게 외치자, 헬름이 상대방을 밀쳐낸 다음 한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손을 밟고 뛰어올랐고, 두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리고 배틀 엑스의 날을 강하게 쳐냈다.


“고마워, 에딘! 이제 숙여!”


웨일러의 숙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도끼를 들고 있던 남자는 뒤로 쓰러졌고, 나는 바닥에 구르듯이 착지했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몸을 팍 숙였고, 내 위에서 우웅, 하고 롱소드가 지나가며 내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캥!


웨일러의 롱소드와 멀빈의 롱소드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웨일러와 멀빈은 내 머리 바로 위에서 검을 맞대고 있었다.


“아깝게 됐어.”


멀빈은 그렇게 말하고서 뒤로 급히 빠졌다.


내가 급히 허우적거린 검은 닿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 옆에서 갈색 덩어리가 빠르게 멀빈에게 달려들었다.


“어이, 조심해, 친구! 이런, 저 친구 발목은 끝장났군!”


상대방 무리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페코가 거대한 주둥이로 멀빈의 발목을 물어버린 것이었다.


웨일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발로 멀빈의 가슴팍을 차버렸다.


페코는 멀빈의 발목을 놓고서 흥분하여 내 주위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자리에 주저앉은 멀빈은 웨일러를 올려다보았다.


“왜 죽이지 않은 것이냐!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옛 정 때문이냐?”


그러자 웨일러는 무슨 개가 짖느냐는 표정으로 멀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을 돌리며 멀빈에게 다가갔다.


“정? 그 주둥이 혼자 생각 없이 혼자 떠드네. 거리가 멀어서······.”


순간 웨일러의 뺨 옆으로 화살이 스쳐갔다.


뉴로드 다리 쪽에서 활을 든 용병 몇 명이 화살을 다시 걸고 있었다.


또 하나의 화살이 웨일러의 발 옆에 꽂혔다.


“헤헤······헤헤헤, 빙신. 너무 깊게 들어 온 것 같지 않아?”


멀빈이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말했다.


헬름, 호버트라와 검을 나누던 모험가 둘 역시 뒤로 물러나 있었다.


“더 와 봐! 무섭냐? 죽이러 와 보라고.”


화살이 계속 빗발치는 와중에 멀빈은 뒤로 물러나며 웨일러에게 계속 도발을 걸었다.


웨일러는 쳇 소리를 내고서는 우리 쪽으로 돌아왔다.


“작정하고 지키고 있을 모양이야.”


배틀 엑스를 휘두르던 모험가를 끌고 가는 모험가들을 바라보며 웨일러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먼저 온 줄 알았더니, 저쪽에서 먼저 손 써 놓고 있었어.”


수통에 있는 물을 마시며 헬름이 대꾸했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고선 인상을 찡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Red Soul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레인저 미, 10 부분을 좀 더 늘립니다. 18.08.28 72 0 -
62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8 22.11.24 8 0 10쪽
»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1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7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4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4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8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7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5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40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4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