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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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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최근연재일 :
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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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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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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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DUMMY

“다 전후 사정이 있는 거죠. 항상 실라사에게 접근한 건 멀빈이었죠. 웨일러가 잠깐이라도 자리에 없으면 항상 접근했거든요.”


“이번 상황도 멀빈이 때마침 접근한 상황에서?”


“그렇죠. 웨일러와 멀빈이 싸운 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때 헬름이 멀빈이 남긴 음식을 먹으며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아니, 헬름! 남이 먹다 남긴 걸 먹어야겠어?”


“뭐 어때. 독이 들어서 남긴 것도 아닌데. 안 그래? 아깝잖아.”


“그래, 땅에 떨어진 음식도 독이 있어서 버린 건 아니지.”


“인마, 그거랑 이게 같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헬름의 접시에서 햄 하나를 교묘하게 빼앗아 입에 넣었다.


알카는 기도를 하고 오겠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라시인은 식사를 끝마치고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헬름은 멀빈의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 웨일러를 보며 물었다.


“출발은 언제 할 생각이야? 점심 전에 출발할까? 가는 길 중간에 멈춰서 점심을 먹고.”


“음, 나쁘지 않네. 또 내 요리 솜씨를 한 번 보여 볼까?”


그러자 알리사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주먹을 쥔 다음 뒤집었다. 그 다음 엄지를 아래로 내려폈다.


“우우우, 웨일러가 만드는 거라면 나는 안 먹을 거야. 차라리 사냥을 하던지, 풀 뽑아 먹을 거야.”


나와 헬름은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


웨일러는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알리사에게 뭐라 말했지만, 알리사는 “안 먹어~. 안 먹는다구~” 만 연발했다.


와중에 웨일러 일행이 머문 방문이 열리고 멀빈이 나왔다. 그의 어깨에는 배낭이 걸려 있었다.


멀빈은 아무 말 없이 여관은 나갔고, 웨일러는 눈썹 잔뜩 찡그린 채 멀빈의 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우리는 점심 전까지 출발 준비를 하기 위해 시내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알카는 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 나가자고 물어보지 못했고,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호버트라는 고개를 저으며 나가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솔직히 라시인의 경우는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을 억지로 빼냈다.


적어도 나오면 웨일러 일행과 얘기도 하면서 친해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야, 헬름. 여기는 모래 바람도 별로 안 불고, 날씨도 그리 뜨겁지 않네?”


“크흐마크 영지 같은 경우에는 사막 한 가운데였으니까. 근데 여기는 초원하고 많이 가깝거든. 근처에 강도 있고, 다리만 건너면 풀이 사방팔방 널려있다고······지리서에 적혀 있어.”


“그럼 점심은 다리 건너서 먹어도 나쁘지 않겠네?”


“그렇지. 원래 네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곧바로 여기 뉴로드 영지로 올 예정이었어. 뉴로드 다리를 건너서. 라이트 로드를 타는 거였지.”


헬름은 라시인을 째려보았다.


나는 자갈 사이로 드문두문 자란 잡초 하나를 뽑아 코에 대고 숨을 들이켰다.


아! 이 얼마만의 풀향기인지 모르겠다. 잡초라도 이리도 반가운 건 처음이었다.


라시인은 그런 내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벌레 같기는. 풀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네.”


역시 말 참 이쁘게 한다. 강제로 끌고 나온 것이 영 아니꼬운 모양이었다.


나는 라시인을 째려봤다가 잡초를 라시인 쪽으로 휙 뿌렸다.


잡초는 라시인에게 닿지도 못하고 나풀나풀 바람을 타다가 땅에 착지했다.


페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바닥에 떨어진 잡초에 코를 킁킁 대고는 꼬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시장에 도착하고 우리는 가장 먼저 대장간부터 들렸다.


웨일러는 자신의 롱소드를 맡겼고, 우리 일행은 무기 진열대 앞에 섰다.


“어때, 에딘. 멋들어지지 않아?


헬름은 거대한 배틀 엑스를 들고 갖가지 포즈를 취했다.


도끼의 크기는 크흐마크 영지에서 만났던 모티우스의 도끼보다 작았다.


그리고 헬름의 몸보다도 작았다.


여기에는 저 이상 큰 크기의 도끼는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타우 같아, 헬름! 라시인, 우리 전에 만난 타우 무리 기억하지?”


“그래, 그때 내가 이렇게 베었지.”


라시인은 진열대에 걸린 롱소드를 빠르게 뽑아 헬름의 어깨를 내려치려 했다.


헬름은 급히 배틀 엑스를 위로 들어 라시인의 검을 막았다.


캐캉!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대장간 안 시선은 모두 두 남자한테 몰렸다.


헬름은 라시인의 검을 밀어내고 성을 냈다.


“뭐 하는 짓이야! 골로 갈 뻔했잖아!”


“그냥 어디 반응 속도도 타우랑 비슷한지 확인해 본 거야.”


라시인은 별 일 없었다는 듯 말하며 롱소드를 다시 진열대에 집어넣었다.


헬름은 길길이 날뛰다가 원인 제공자인 나의 머리에 꿀밤을 호되게 먹였다.


“이런 큰 무기는 나한테 별로야.”


“왜, 헬름? 네 덩치에 이게 크지는 않은데.”


“그래도 롱소드보단 무겁잖아. 빠른 공격이 안 돼. 게다가 에딘, 이 롱소드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좋은 롱소드라고. 내가 나한테 맞게 하려고 얼마나 손 본 건지 알아?”


롱소드 자랑을 하기 시작한 헬름에게, 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웨일러의 무기가 나올 때까지 한참이나 더 무기 진열장 앞에서 무기를 구경했다.


돌과 칼날이 달린 만지기조차 두려운 곤봉부터 트라이던트에 날 하나를 더한 창······저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지?


“이얏!”


“아악!”


한참 날 네 개의 창의 이름을 고민하고 있을 때, 강렬한 고통이 뒤통수를 훑고 지나갔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뒤통수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뒤를 돌아보니 짧은 다리가 통통 튀고 있었다.


“얘, 얘. 엄살이 심하다. 내가 얼마나 세게 내려쳤다고 그러니? 꺄하하!”


주저앉은 채 위를 올려다보니 알리사가 웬 지팡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아우으으, 알리사! 대장간에서 그냥 나무를 이용해 만든 것 같지 않은데, 대체 뭘로 만든 거예요? 엄청 아파요!”


“이거? 놀라드소크 영지 산 떡갈나무로 만든 거라고 하던대? 안을 파서 그 안에 철을 넣었대. 그래서 안이 안 썩고 오래 쓸 수 있다고 들었어.”


놀라드소크 영지의 떡갈나무? 그 지역 떡갈나무는 딱딱하기로 유명한데, 거기에 철이라니.


‘역사, 전투, 신화의 한 발자국 씩‘


한참 쪼그려 앉아있을 때 발견한 대장간 의자 위에 있던 책이었다.


나는 슬그머니 책을 펼쳐 머릿말을 읽어보았다.


‘여러 영지의 전쟁의 역사를 알고 싶은 모험가, 여행가에게 권장하며 글을 쓴다.’


알리사와 미, 실라사 여자 일행은 식료품을 사겠다며 대장간을 나갔고, 남은 일행도 각자의 무기를 보고 있었다.


내가 무기를 봐서 알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책이나 읽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목차를 천천히 살폈다.


‘코크문트 계곡의 2:50 결투’, ‘푸른 표범 큰토곤 장군의 트라이얼 영지 공격’ 기타 등등 익숙한 지명들이 많이 보였다.


책을 읽을 때 항상 모든 부분을 보지 않는 편이었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다가 중간중간 눈에 띄는 단어가 있을 때만 멈춰서 읽거나, 몇몇 상황에 끼워 넣는 삽화를 주로 보았다.


“이거 여관에서 본 그림인데?”


여관에서 봤던 피 묻은 흰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서 있는 그림이었다.


삽화다 보니 검은색 잉크의 선으로만 그려져 있었지만, 마법사의 모습과 주위를 가득 채운 병기는 똑같이 표현되어 있었다.


‘드라고프력 452 년 백색 투우사 전투’


지금 우리가 있는 영지, 뉴로드 영지에서 120 년 전 발생한 전투에 대해 기술한 내용이었다. 여기 영주는 별 일 없이 대를 이어 온 모양이었다.


과장되어 있는 삽화에 비해, 내용은 기대 외로 진실하게 적혀 있었다.


우리 넬던 영지에 방문했던, 수도에서 유명한 과거 레드 윙 기사단이 전투에서 패배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가려는 동굴 클로우자막스 동굴의, 마법사 클로우자막스는 이 내용의 악역이었고.



내용은 현자 미스테리오가 나이트 리치 드래곤과 클로우자막스를 봉인한 내용으로 끝이 났고.


클로우자막스의 그림은 유령을 쫓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여 뉴로드 영지의 여관에 많이 걸어 놓게 되었다는 추가 설명이 적혀 있었다.


“너는 뭐 살 거 없니? 다들 대장간에 더 용무 없다는대.”


어느새 다가온 웨일러가 책을 쓰윽 가리며 물었다. 너무 책에 집중해 있던 모양이었다.


“아뇨, 괜찮아요. 전 이 검 한 자루면 충분해요. 어차피 다른 무기 산다고 더 잘 싸워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잘 아네. 그럼 가자고.”


‘역사, 전투, 신화의 한 발자국 씩‘ 책을 다시 의자에 올려 둔 다음 대장간을 나왔다.


헬름은 화살 한 통을 들고 있었다.


“이거 받아.”


갑옷을 내밀며 라시인이 말했다.


“지금까지 갑옷 하나 걸치지 않고 싸웠잖아. 아까 사뒀다.”


헬름과 라시인, 미는 모두 상체를 보호할 갑옷을 입고 다녔다.



특히 헬름은 몸에 맞는 옷이 적고, 갑옷만이 대부분 맞는 편이라 갑옷만 주로 입고 다녔다.


그에 비해서 지금까지 나는 거의 맨몸으로 싸우고 다녔었다.


군데군데 찢어져서 대충 기워 놓은 검은 셔츠가 나를 보호하는 것의 전부였다.


차라리 넬던 영지서 입던 두꺼운 코트를 처음부터 안 잃어버렸으면 갑옷 역할이라도 했을 건데.


이 녀석에게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넙죽 갑옷을 받았다.


“고마워, 라시인!”


“응? 라시인, 너도 에딘 갑옷 사준 거냐?”


헬름은 라시인의 행동에 놀라서 물었다.


라시인은 무표정으로 헬름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 그러면 내가 산 갑옷은 안 꺼내줘도 된다고 말해야겠다. 잠깐만 기다려. 대장간에 갔다 올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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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8 22.11.24 8 0 10쪽
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0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9 0 10쪽
»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57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8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4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6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3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3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7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7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6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4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6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0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39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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