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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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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8.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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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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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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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DUMMY

“그럼 하나만 쳐봅시다. 우리가 어디 길로 가야 합니까? 안전하게 수도로 가는 길을 말입니다.”


점쟁이는 의자에 다시 앉더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몇 번을 섞은 후 테이블에 카드를 던지듯이 뿌려놓고서 헬름을 가리켰다.


“뽑아 봐, 덩치 큰 양반.”


“저만 뽑으면 됩니까?”


“카드는 한 명만 뽑으면 돼. 어차피 다 같이 갈 거 아냐?”


헬름은 골똘히 카드를 바라보다가, 한 장을 뽑아 자신의 앞에 두었다. 점쟁이는 눈썹을 위아래로 까딱였다.


“한 장 더.”


점쟁이의 말에 헬름은 다시 한 장을 뽑았다. 점쟁이는 헬름이 뽑은 두 카드를 뒤집어 주었다.


처음 뽑은 카드는 태양이 떠 있는 낮과 므라카가 뜬 밤이 반반 나눠진 선에 피 묻은 롱소드가 관통된 그림이었다. 두 번째 카드는 붉은 배경에 피 묻은 하얀 책이 떠 있는 그림이었다.


점쟁이는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점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확실히 좋지 않은 카드였다. 점쟁이는 남은 카드를 전부 모아 섞은 후 헬름의 앞에 내려놓았다.


“마지막 한 장.”


헬름은 점쟁이의 신중한 표정에, 본인도 더욱 심중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는 맨 위에 있는 카드를 뒤집었다.


오크들과, 그 중앙 거대한 발록이 그려진 카드였다. 점쟁이는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자네 동료 중에, 대체 어떤 인물이 있는 건가? 나 참, 인생을 거의 다 살아가고 있는 마당에 이딴 일말의 재수가 있을 수도 없는 사람들은 처음이군.”


“대체 무슨 뜻인데 그러는 겁니까?”


“엉? 무슨 뜻이냐고? 보면 모르는가! 평야로 가든, 강을 타고 가든, 동굴로 가든 다 위험해! 그래서 한 장 더 뽑게 했지. 그렇게 나온 결론!”


점쟁이는 발록이 그려진 카드를 두드리다 말했다.


“자네들은 돌아가도 위험하다는 거야!”


“그럼 땅이라도 파면서 가라는 겁니까?”


“오,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땅굴 파면서 가.”


점쟁이는 카드를 챙기다가, 피 묻은 하얀 책이 떠 있는 카드를 집었다.


“동굴로 가야 해. 적어도 동굴 끝에 일말의 죽음 끝 희망이 있다고 하는군.”


헬름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점쟁이는 급하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클로우자막스를 안 건드리고 무사히 동굴을 나가길 비는 것을 빌어주게나. 나는 여기서 투숙 못하겠어! 암암, 재수에 옴 붙은 녀석들이랑은 같은 여관 써서 좋을 거 하나도 없지.”


“그럼 돈은······.”


헬름이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자, 점쟁이가 손을 내저었다.


“난 가보겠네, 그만. 돈은 죽을 때 배 타는 비용으로나 쓰라고.”


그리곤 쫓기는 여관 밖으로 나갔다.


“그나마 돈 굳었네.”


헬름은 어깨를 으쓱이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결국 동굴 쪽으로 가야겠군. 믿기든 안 믿기든 말이야. 라시인에게 말하지는 말자고. 녀석이 기고만장해지는 건 꼴도 보기 싫으니까.”


여전히 지독하게 라시인을 견제하고 있었다. 아마도 라시인이 나를 납치했던 전과가 있기에 이렇게 견제하는 것이리라.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앞발 사이에 머리를 괴고 있던 페코도 따라서 일어났다. 미는 저녁 인사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고, 헬름과 나도 라시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점이라도 보고 온 거냐?”


아까 전까지 나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라시인이 물었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중이었다.


“점은 무슨. 점 볼 돈 없어.”


“그래? 네 식사량을 줄이면 점을 보고도 충분히 돈이 남을텐데. 아쉽군.”


헬름은 코웃음을 치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나는 조심스럽게 라시인에게 다가갔다.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책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미, 미안해. 아까 배낭 훔쳐본 거.”


“그럼 약속하지.”


라시인은 헬름을 힐끔 보고서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봤던 건, 내가 직접적으로 말하기 전까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그게 대체 뭐길래 그래?”


라시인은 나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라시인을 바라보다가 내 침대로 발을 옮겼다. 그때 뒤통수에서 라시인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심한 말은 미안했다, 에딘.”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내 자리에 있는 초를 껐다.


“헬름, 전에 했던 코로 초 끄기 해 봐.”


그는 고개를 들고선 씩 웃더니 손 부채질로 불을 껐다.


“에딘, 너무 유치하지 않냐? 나중에. 라시인, 계속 책 읽을 거냐?”


“내가 알아서 자도록 하지. 먼저 자.”


“그래, 적당히 잘 자라. 에딘이 중앙에 있으니 눈은 안 부시네.”


헬름은 뒤척거리며 잠에 들었고, 나 역시 눈을 감았다. 책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일어나보니 라시인은 책을 본인의 가슴 위에 펼쳐둔 채 자고 있었고, 초는 무척이나 짧아져 있었다. 밤새 켜놓다가 바람에 의해 꺼진 모양이었다.


나는 일행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슬금슬금 까치발로 밖을 나왔다. 페코만 눈을 뜬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복도였다.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나는 의자에 앉아있기 위해 홀쪽으로 발을 옮겼다.


“으음······.”


홀 중앙에는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먼저 왔다고 해야 하나, 처음부터 있었다고 해야 하나?


바닥에 모포를 깔은 채 자고 있는 남녀는 낯설지 않았다. 어제 모험가 일행 중에서 바람을 피운 여자 모험가와, 바람 맞았던 남자 모험가였다.


이게 아침부터 볼 만한 장면인가? 한 가지 다행인건 둘 다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실라사. 실라사, 자기야. 일어나.”


때마침 남자 모험가가 눈을 떴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자신 옆의 여자 모험가를 흔들어 깨웠다.


여자 모험가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는 나를 한 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남자의 목에 두 팔을 감싸고 뺨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좋은 아침이네, 꼬마야.”


남자 모험가가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 퍽도 좋은 아침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꽤나 큰 키였다. 헬름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였다. 곧이어 일어난 여자 모험가는 주황색 긴 머리칼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아, 예······.” 라는 짧은 답을 하고 그들을 돌아 홀에 앉았다. 둘은 모포를 정리하고 나서 테이블에 앉아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하핫, 꼬마야.”


나무 벽만 바라보며 멍하니 있던 나에게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내 옆에 앉아서는 손을 살짝 흔들었다.


“내 이름은 웨일러 오트넌이라고 해. 아까는 영 보기 안 좋았지?”


“제 이름은 에딘 크라잇이에요. 뭐, 애정행각인데 제가 신경 쓸 일 있나요.”


“아, 그래. 에딘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네, 저는 웨일러라고 부를게요.”


웨일러는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모험가니? 어제 그 덩치 큰 친구, 네 동료였던 것 같은데?”


“아뇨, 우리는 모험가가 아니고, 수도로 가고 있어요. 그 친구는 고향의 경비대원이고요.”


웨일러는 헬름이 경비대원이라는 소리에 입을 쩍 벌렸다.


“그 영지는 무슨 드래곤의 위협을 받는 영지니? 경비대원이라고 하기에는 괴물에 가까운데?”


어느새 실라사가 가까이 다가와 대화를 듣고 있었다.


“드래곤이요? 드래곤은 우습죠. 우리는 그것보다 더 큰 적에 맞서니까요.”


“더 큰 적? 뭐가 있지? 전쟁 관계인 브라이언트 국?”


“아이네 마운틴 밑에 살아보셨나요? 모험가 분들이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그곳이 얼마나 추운지. 우리는 자연과 싸워요. 마을 사람들도 대체로 덩치가 다 크죠. 저만 좀 왜소한 편이고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덧붙였다.


“헬름은 유난히 우월하게 더 큰 편이고요.”


웨일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헬름이 덩치가 큰 이유를 이해했다. 실라사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웨일러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고 보니 붉은 날개의 부 기사단장 제노비스가 아이네 마운틴 쪽으로 갔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제노비스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눈이 번뜩했다. 표정 변화가 너무 심했던 건가? 두 모험가는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넬던 자작령이 네 고향이니? 나는 실라사 뮤즈라고 해.”


“네, 실라사. 에딘 크라잇이에요. 제노비스 그 사람도 만나봤어요.”


“와, 진짜? 사실 우리도 그쪽으로 가려고 했거든! 레드 윙 기사단에서 사람 찾는 걸 도와줄 모험가를 모집했었거든. 물론 추운 걸 싫어하는 알카 덕분에 기각 됐지만.”


“그래요? 뭘 찾는 것 같지는 않던데.”


문득 제노비스 부 기사단장의 부하였던 술에 취한 혼골이 생각났다.


그때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라시인이었다. 그는 푸른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보다가, 물을 떠와선 내 옆에 앉았다. 웨일러의 반대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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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8 22.11.24 9 0 10쪽
61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7 22.11.23 11 0 10쪽
60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6 22.11.22 10 0 10쪽
59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5 22.11.21 14 0 10쪽
58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4 22.11.16 12 0 13쪽
»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3 22.10.21 19 0 9쪽
56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2 22.10.20 15 0 9쪽
55 5, 마법사의 고뇌는 길다 - 1 22.10.19 17 0 9쪽
5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4 22.10.18 14 0 7쪽
5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3 22.10.17 13 0 7쪽
5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2 22.10.14 14 0 9쪽
5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1 22.10.12 14 0 9쪽
5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20 22.10.11 17 0 9쪽
4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9 22.10.08 18 0 10쪽
4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8 22.10.07 17 0 10쪽
4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7 22.10.06 19 0 9쪽
4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6 22.10.05 18 0 9쪽
4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5 22.10.04 16 0 9쪽
4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4 22.10.03 17 0 10쪽
43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3 22.09.30 25 0 9쪽
42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2 22.09.29 18 0 10쪽
41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1 22.09.28 16 0 10쪽
40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10 22.09.26 17 0 10쪽
39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9 22.09.23 17 0 9쪽
38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8 22.09.21 21 0 9쪽
37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7 20.02.15 37 0 10쪽
36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6 20.02.14 33 0 9쪽
35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5 20.02.14 41 0 9쪽
34 4, 황야의 기사단 노래 - 4 20.01.17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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